2019.5.8.
그동안 곡기를 잇지 못하고 이상한 음식만 섭취하였기에 오늘 숙박할 치타(Чита) 숙소는 취사가 가능한 아파트로 예약했다.
그런데 도착해 보니 너무나 낡은 아파트에 주위 분위기가 다소 으시시하여 예약을 취소하고 호텔을 구하기로 했다.
최근에 치타(Чита)의 일방통행 사건도 접했던 터라 치타시내 운전을 매우 신경써서 했다. 특히 일방통행에서 실수할까봐 조심했지만 결국 잘못 진입해서 후진으로 얼른 내빼는 일도 있었다.
또 좌회전은 비보호 좌회전인데 어쩌다 맨 앞에 서면 곡예를 감수해야 했다. 게다가 무슨 일인지 곳곳에 경찰이 길을 차단하고 우회시켰다. 그렇잖아도 션찮은 네비가 더 혼란스럽다.
그 바람에 묵게된 Like 호스텔. 빨래도 하고 집 떠나 열흘 만에 처음으로 밥을 먹을 수 있었다.
햇빛이 눈부신 아침이다. 출발 ~
러시아라는 이름은 원래 `루시의 나라`에서 유래되었단다. 소련을 계승한 러시아는 15개 공화국이 합쳐진 `러시아 연방 공화국`이고.
시베리아 횡단도로도 `Federal road`로 불린다.
치타(Чита)는 그 중의 `극동공화국`의 수도. 하바롭스크로부터 극동쪽의 모든 횡단도로 거리 표지판이 치타 기준으로 만들어져 있다. `Чита1800` 요런 식으로.
치타가 극동지방의 수도였던 만큼 중요한 곳이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 치타 방문는 비추. 그만큼 인상이 좋지 않다.
(가던 길을 두고 우리의 숙소를 찾아주던 멋진 금발의 청춘 남녀 커플은 제외한다)
오늘은 남서쪽으로 653km 떨어진 울란우데 (Улан-Удэ)로 간다.
.... У(u)лан(lan)-У(u)дэ(de)
울란우데(Улан-Удэ)로 가는 길은 멀다.
.... 가고 가고 또 간다. 하늘이 어두워지더니 비가 오기 시작했다.
차도 쉬고 점심도 먹으러 카페(Кафе)에 멈춘다.
신나는 요숙. 밥을 하나? 빨래를 하나?
러시아 전통 음식이라는 굴라쉬(왼쪽). 밥묵고 찾아보니 헝가리 음식이던데... 둘이 5,000원.
으쌰~ 또 간다.
.....
연방도로변을 걸어가는사람을 보았다.
마을이라고는 보이지도 않는 끝 없는 길을 하염없이 걸어간다.
차로도 끝이 없는데 도대체 어쩌자고 저렇게 걸어서 가는가. 숙연해지는 수행자의 모습이다. 아마 자신과 그만큼 더 가까와 지리라. 더 노쇠가 오기 전에 나도 꼭 걸어보고 싶다.
오늘은 비가 오다가 그치고 햇볕이 났다가 또 바람이 심하게 분다. 궂은 날씨를 뚫고 p258 도로를 끝없이 달렸다. 도중에 도로 포장 공사구간을 지나고 소떼와도 마주쳤다.
울란우데가 가까와지자 도로사정은 좋아져서 광활한 평원을 가로지르는 길을 휘~이 달렸다.
시베리아 횡단 열차 철도와 만났다가 헤어지고 또 만나곤 했다
서쪽으로 많이 이동한 탓에 시계가 한 시간 늦어진다. 시간을 버는 느낌을 아는지? 비행기의 시차와는 느낌이 다르다. 요고는 직접 경험해 봐야 안다.
저녁 먹으러 카페에 또 들렀다.
몽고식 Кафе다. 울란우데를 러시아의 몽고라고 한다. 그만큼 분위기가 이색적이다.
카페에는 백인과 우리와 흡사 닮은 몽골계 러시안이 섞여 음식을 주문하고 있다. 눈치 백단 미송이 어렵지 않게 주문을 마치고 계산까지 치른다.
둘이 4,000원 내고 배부르게 먹었다. 우유에 뜨거운 물을 붓고 홍차 티팩을 넣어 마신 차. 인도의 짜이 맛이 났다.
이윽고
13시간 만에 울란우데(Улан-Удэ)에 입성했다.
.... У(u)лан(lan)-У(u)дэ(de) ...인자 쉽지요?
직원회의를 한 결과 울란우데(Улан-Удэ)에서 한 사흘 쯤 쉬기로 결정했다. 직원의 의사는 존중받아 마땅하다. 둘 중에 누가 직원인지는 모호하다.
2019.5.9.
울란우데(Улан-Удэ)는 부라티야 공화국의 수도였다. 조식이 되는 부라티야(Бурятия) 호텔을 찾았다.
앞이 레닌광장이고 뒤의 고층건물이 부라티야 (Бурятия) 호텔이다. 2,500руб. 조식포함 3,400руб.
아침부터 제복을 입은 항공사 승무원들이 바쁘다. 머. 요숙도 그~렇게 작지는 않구만.
오늘은 두문불출. 삼시세끼 기내식이다.
5월 1일 노동절부터 전승기념일인 오늘 5월 9일까지가 러시아의 5월 축제다. TV는 온통 퍼레이드 준비로 모스크바 실황 중계다.
광대한 러시아의 땅은 중국과 미국을 합친 것보다 더 넓다. 그래서 모스크바와 블라디보스톡은 7시간이나 차이가 난다.
러시아의 열차시간은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서
현지 시각을 쓰지 않고 모스크바 시각으로 통일한다. 그러면 오늘 전승기념일 퍼레이드는 대체 몇시에 시작할까?
당근 러시아의 모든 상황은 모스크바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전국에서 퍼레이드를 동시에 시작하지만 모스크바는 오전 10시, 블라디보스톡은 오후 5시이다.
아직 100년 전도 아니다. 2차 세계대전에서 2,700만의 러시아인이 사망했다니 놀라운 일이다. 그러니 전승기념비가 전국 어디에나 있을 수 밖에.
TV 화면에 붉은 숫자로 행사 시작을 카운트 다운 할 만큼 전승기념일은 러시아 제1의 국경일이다.
우리도 시간에 맞춰 호텔을 나선다. 물론 어느 도시에나 있는 레닌 광장으로 향한다.
나와 보니 레닌 광장이 숙소 코앞이다.
주위 도로에는 차가 통제되어 보행자 천국이 되어 있고 곳곳에 경찰과 군인이 배치되어 있다. 차를 끌고 나왔으면 시정 모르는 외국인 바보가 될 뻔 했다.
우리 나이의 러시아에 대한 기억이라면
스탈린의 혁명과 고르바초프의 페레스트로이카 정도가 아니겠나.
여러 번의 혁명을 거치면서 러시아인의 가슴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는 말이 '프라우다'와 '볼랴'란다. 프라우다는 '진리 · 진실', `볼랴`는 자유를 뜻한단다.
러시아인들의 자유에 대한 소망은 지금은 어느 정도 진행 중일까? 러시아를 내 차로 횡단하고 있으니 러시아의 변화는 뚜렷하다.
뒤에 보이는 동상은 러시아에서 가장 큰 레닌 두상이란다. 전승을 기념하는 요란한 축제 속에 감춰진 수 많은 이들의 죽음을 본다.
울란우데(Улан-Удэ)에는 몽골로 가는 길이 시작된다. 오늘 하루 쉬면서 몽고의 수도인 울란바토르로 갈 것인가. 그대로 모스크바를 향할 것인가. 요숙과 직원회를 시작한다.
울란우데 가는 길 (5/8. 3:30)
다 스비다냐...до свидания~~
(안녕히 계세요~~)
첫댓글 손선생, 손 선생 글을 읽으면서 나도 시베리아 횡단하는 느낌이다. 모험 is equal to 재미 or 즐거움이지?
너무 잘 읽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봤을 땐 선생님이 직원같습니다. 사장님이 운전하는 경우는 없죠 ㅋㅋㅋ
.. 으음.
새로운 세계 다양한 경험 간접적으로나마 너무 좋으네요^^
음식값은 그이 비싸지 않은듯..
굴라쉬 그리 유명하다고하던데,
보기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쫌~~
네비 잘 숙지하여 뒷 삐구하는 일이 없도록하시소...
어제도 헛바퀴 마이 돌았심다^^
멋진 곳으로만 다니시며
맛난 음식 찾아 드시고,
요리도 빨래도 안 하시는
손선생님이
정말 부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