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지게 나이 들기(마리아 헌신예배 2019)
창세기 18:1~15
이 분은 뭐하는 분일까요?
제 친구 목사님한테 사진을 보내주고 물어보니 ‘저를 닮았다고 하는데’ 농담일 터이고, 저도 저분처럼 65세가 되었을 때에는 좀 멋지게 늙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일단, 외형적으로 따라갈 수 없는 것은 저분은 머리숱이 무척 많은데, 저는 점점 빠져간다는 사실과 저분의 수염은 멋들어진데 저는 수염을 기르면 간신 나라 충신 같아서 외모적으로는 따라갈 수가 없습니다. 이분의 이름은 저하고 비슷한 김칠수라고 하는데 한국 나이 65세, 본업은 순댓국집 사장입니다. 본업은 순댓국집 사장이지만, 60세 이후 20대 청년기부터 꾸었던 모델을 시작한 후 5년이 지난 현재는 유럽 패션계에서도 러브콜을 보낸다는 유명 모델이 되었습니다.
목사는 정신세계가 올드합니다. 빨리 철들어야 하니까 그런 면도 있지만, 애늙은이 같을 때가 잦습니다. 일단 정신적으로 전 연령층의 문제를 안고 고민하고, 성경뿐 아니라 다양한 책들을 읽다 보니까 인생에 대해 통달한 것 같은 착시 현상 때문에 나이보다 정신적으로 빨리 늙습니다. 좋게 말하면 성숙한 것이지만, 정신적으로 올드해지면 몸도 따라서 그렇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이제 겨우 50대 후반인데, 몸과 마음이 따로 놀기 시작했습니다. 맵시만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행동도 둔해집니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을 실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지난주 어느 일간지 특집란에 나온 기사를 읽으면서 노년의 삶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 기사에는 2015년 유엔(UN)이 발표한 새로운 ‘생애 주기별 연령지표’가 소개되어 있었습니다. 이에 따르면 1~17살까지는 미성년자, 18~65살까지는 청년, 66~79살까지는 중년, 80~99살까지는 노년, 100살 이상은 장수노인으로 나누고 있습니다. 이 생애 주기별 나이에 따르면 김씨는 청년입니다. 그러니까 오늘 마리아선교회 헌신예배를 드리는 마리아 선교회원 여러분은 ‘청년과 중년’ 사이에 속해있는 분들입니다. 그리고 UN의 발표가 아니라도 실질적으로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60~70세에 해당하는 마리아선교회는 청년의 때요, 아무리 늦춰 잡아도 인생의 전성기 장년기라는 것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이제 나이가 많아서 “내 인생 끝났어!” 하지 마시고 뭐든지 다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살아가시기 바랍니다. 그래야, ‘멋지게 나이들 수’ 있습니다.
오늘 성경이야기는 조금 간단하게 풀이하겠습니다.
오늘 본문의 선택은 내용보다는 마리아선교회 헌신예배에 맞춰서 나이가 많은 성경의 인물 중에서 여성을 찾다 보니 ‘사라’를 떠올렸습니다. 사라와 같이 나이가 많고 생리까지 끊어져 “내가 늙었거늘 어떻게 아들을 낳으리요”하며 자신의 늙음을 한탄하는 여인을 통하여 하나님은 새 역사를 이어가실 아들 이삭을 선물로 주셨습니다. 이 말씀을 통해서, 하나님의 일을 하는 데에는 늙음이라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배울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일은 인간의 이성으로는 가늠할 수 없는 신비스러움이 가득하다는 것이 본문 말씀의 핵심적인 내용입니다.
하나님은 나이에 따라 차별하여 당신의 일을 이루시는 분이 아니십니다. 그 어떤 나이라도 하나님께서 쓰시고자 하시면 쓰시는 분이십니다. 마리아선교회원 여러분은 하나님께서 쓰시기에 딱 좋은 나이입니다. 우리 사회는 전반적으로 ‘나이 듦’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것은 ‘안티에이징’이라는 즉, ‘나이 들기를 거부하는’ 화장품과 건강식품들이 호황을 누리는 현실을 보면 우리 사회가 ‘나이 듦’에 대해서 얼마나 왜곡된 생각을 가졌는지 알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세월을 거슬러 가는 것이 아니라, ‘멋지게 나이 들기’라는 것을 잊지 마시고, 봄 여름 가을 겨울이라는 사계절이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갖고 있듯이, 모든 나이는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갖고 있으며, 하나님께서 주신 삶의 순간들을 아름답게 피워내는 것이 우리의 삶을 기꺼이 헌신하는 것임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우리 교단에 속해있은 한빛교회에서 실제로 있었던 실화입니다. 이 이야기는 언젠가 우리 교회에 오셔서 말씀을 전해주셨던 이원표 목사님에게 들은 이야깁니다.
교인 중에 이우정 장로님이 계셨는데, 이우정 장로님은 신소설 『자유종』의 작가 이해조(李海朝)의 손녀입니다. 1951년 한신대학교 신학과를 나온 후 캐나다 토론토의 엠마누엘 대학에서 신학을 공부했으며 한신대학교 교수로 재임했고, 이후 정치인으로서 여성문제와 정신대문제에 열성적이었고, 일생을 사회운동·여성운동·통일운동·노동운동·민주화운동에 헌신한 분이십니다. 그런데 어느 해 ‘송구영신예배’를 드리는데 눈이 너무 많이 왔습니다. 안산에서 미아리까지 눈길을 뚫고 도착을 했지만 이미 송구영신예배가 다 끝나고 교인들은 돌아갔고, 당시 전도사였던 이원표 목사가 본당 청소를 하고 있었답니다. 거의 1시 30분이 다 되어 도착한 이우정 장로님은 기도하신 후, 강대상으로 가서 손으로 강대상을 만지시면서 “예수님, 저 늦게 왔지만 다녀가요.” 하시더랍니다. 그 모습이 마치 15세 소녀처럼 아름다웠다고 이원표 목사는 회상했습니다. 이우정 장로님이 79세에 돌아가셨는데, 이때가 75세 어간이었다고 합니다. 75세의 나이를 뛰어넘어 15세의 소녀처럼 보였던 이우정 장로님은 참으로 멋지게 나이 든 분이셨던 것이지요.
한 분 이야기를 더 들려 드립니다. 이것도 실화고, 한빛교회 권사님과 관련된 내용입니다.
77세 생신감사예배를 드린 후, 전도사님에게 홈페이지를 배울 수 있는 곳을 소개해 달라고 하시더랍니다. 그래서 “그 나이에 뭐하시려고요?” 했더니만, 손주 손녀들이 너무 예쁜데 자주 만나지 못하니 만날 때마다 사진도 찍어 올리고, 손주 손녀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도 하고, 가족들 이야기도 올리고 싶어서 배우고 싶다고 대답하셨습니다. 그리고 이내, 홈페이지를 만들어서 가족들의 이야기를 올리고 손주 손녀들의 사진을 올리며 홈페이지를 통해서 함께 소통하는데 세련되지는 않았지만, 많은 분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는 공간으로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한빛교회에 60살 되신 새 교인이 등록했는데 그 권사님이 그분을 보면서 “참 좋은 때다, 내가 그 나이면 뭐든지 다 할 수 있을 것 같아! 재밌게 살아!” 하시더랍니다.
나이 드신 분들은 이 말이 어떤 말인지 아실 겁니다.
‘10년만 젊었어도’ 무엇이든지 다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으십니까? 누구나 다 그렇게 생각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10년 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이지요. 그러니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재밌게 살아!” 그렇습니다. 80이 넘은 권사님이 60 할머니에게 “재밌게 살아!”하신 말씀은 좀 풀어 이야기하면 ‘인생의 나이를 즐기면서 살라!’는 권면의 말씀이셨겠지요.
여러분, 몇 살인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나이를 재미있게 살아가느냐가 중요한 것입니다. 물론, 그 재미에 의미가 더해지면 더할 나위가 없겠지요. 마리아선교회 여러분, 이제 다 늙었다고 생각하지 마시고, “무엇이든지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 나이로, 재미있게 사시기 바랍니다.” 나이가 들었는데도 안티에이징이니 뭐니 하면서 젊어지려고만 하면 오히려 추해 보입니다. 그냥 그 나이를 받아들이고 즐기십시오. 그 나이만의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요즘, 많은 분이 지혜로워져서 이전의 나이로 돌아가겠다는 허망한 꿈을 꾸지 않고 지금의 나이를 받아들이며 지금 주어인 인생을 즐겁게 살아가겠다고 하신다고 합니다. 멋지게 나이 들기, 그것은 나이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그 나이에 맞게 살아가는 것입니다. 그렇게 살아가는 이들을 하나님께서는 도와주시는 것입니다. 사라가 “이 나이에 무슨 낙이 있겠어?”할 때에도 하나님께서는 기쁨의 선물을 주셨습니다.
인기 유튜버 중에 박말례 할머니가 있습니다.
2017년 1월부터 유튜브를 시작했는데 구독자 수가 60만 명이 넘어 광고수입만 해도 한 달에 몇천만 원씩이라고 합니다. 지금 72세라고 하니 70세부터 인생의 전성기를 맞이한 것입니다. 그 이전에는 먼저 남편을 보내고 안 해본 일이 없이 고생했는데, 그때도 이분은 그것을 고생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항상 기쁘고 행복하게 지내기 위해 노력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춤도 배웠고, 어려운 현실을 이겨내려고 유머를 배우고 말하곤 했는데 그게 습관이 된 것입니다. 손녀딸이 할머니의 모습을 혼자만 보기 아까워서 유튜브를 시작했는데 그야말로 대박난 것입니다.
자기에게 주어진 삶의 정황, 나이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며 살아온 결과가 그녀의 삶에 멋진 선물을 준 것입니다.
저는 헌신예배 설교를 준비할 때마다 헌신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가 고민이 많습니다. 이번 마리아 선교회 헌신예배를 준비하면서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이런 것이었습니다. 헌신은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우리의 전인적인 행위입니다. 그렇다면, 하나님은 무엇을 기뻐하실까요? 하나님께서 주신 삶의 순간순간을 기쁘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을 하나님께서 기뻐하시겠지요. 모든 삶의 순간들을 다 아름다운 순간이요, 의미 있는 시간으로 주셨는데 그 삶의 기쁨을 잊고 살아간다면 하나님이 슬퍼하시겠지요.
여러분, 나이는 숫자에 불과합니다.
숫자에 속지 마시고, 주어진 삶의 순간순간을 멋지게 살아가십시오. 하루하루를 쪼잔한 것들과 악한 것들에게 먹이를 주며 살아가시지 마시고 멋지게 살아가십시오.
‘멋지게 나이 들기’는 우리의 삶을 하나님께 온전히 헌신하는 귀한 일임을 기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