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부 주] 이글은 온라인에서 '물망초'라는 아이디로 활동하고 계시는 유미자님의 사연입니다. 유씨는 자신의 소중한 따님이 당한 비극의 진실을 알리고자 피나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는 분입니다. 유미자님이 지난 10월 9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개최된 '언론인권센터 후원의 밤' 행사에서 발표한 글을 전재 합니다. 정지해버린 엄마의 숨결
단 하루의 비극으로 23년 기쁨의 세월이 무참히 지워지고 말았습니다. 23년을 고이고이 키워 온 제 인생의 전부이며 제 희망의 전부인 제 딸이... “엄마 다녀 올 게요”하고 출근하는 딸의 뒷모습을 바라본 것이 이 세상 마지막이 되어 버릴 줄은 몰랐습니다. 밤늦게 울린 한 통의 전화. 야근하던 딸이 죽임을 당했다는 말에.... 저의 심장박동은 멎는 것 같았고, 자식을 사랑하며 자식에게 사랑받으며 평탄하게 살아오던 제 인생은 절대 암흑에 매몰되고 말았습니다. 딸은 대학을 졸업하기도 전에 대한민국 굴지의 대한송유관공사에 학교의 추천을 받아 입사하였고, 22개월을 단 하루도 결근 하지 않고 회사를 위해 헌신했습니다. 그런데 불길한 일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직장상사인 인사과장이라는 자가 성희롱과 스토킹으로 시달림을 주자 딸은 이를 완강히 거부를 했습니다. 인사과장은 두 번이나 결혼해서 두 딸을 가진 유부남이었습니다. 그날 밤 인사과장이라는 자는 당직을 마치고 동료와 함께 퇴근하는 제 딸아이를 회사에서 부터 뒤쫓아 가 자기 승용차에 강제로 태워 성폭행하려 했고 무참히 살해하여 그 시신을 야산에 버렸던 것입니다. 범인은 자수하기는 했으나 직장내 성희롱을 한 사실을 감추고, 피해자가 자신과 사귀던 사이였다는 거짓 자백을 했습니다. 그리고 진실을 규명해야 할 경찰은 초동수사와 현장검증을 제대로 하지 않았습니다. 대한송유관공사는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 살인자는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경찰은 자수한 범인을 편들어 피해자를 내연관계로 왜곡시켰습니다. 언론은 경찰이 수사한 것을 아무런 의심도, 확인도 하지 않고, 23살의 사회초년생을 두 번이나 결혼한 16살 연상인 살인자의 ‘내연녀’라고 가시관을 씌워 세상에 알린 겁니다. 여러 장막과 은폐로 인해 직장내성희롱 피해자에서 살인자의 내연녀가 되어버리고 성폭행하려 했던 사실은 없어져 버렸고 유부남이 변심한 내연녀를 살해한 치정살인 사건으로 바뀌어 졌습니다. 23년간 고이 키워왔던 남의 딸은 자신의 욕망으로 인해 살해하고서, 자신은 어린 두 딸을 위해 살고 싶다고 부르짖고 있습니다.
▶ 지난 4월 25일 법의날을 맞아 서울 서초동 법원앞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한 유미자님 | | 대한송유관공사는 자가용 승용차량이 없는 경우 출퇴근하기 불가능한 위치에 있는데도 딸애를 밤 10시까지 야간 당직근무를 시키고, 인사과장에 대한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못하여 성희롱을 방치했습니다. 회사는 일부 무책임한 언론 보도에 힘입어 인사과장인 살인자의 범행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또 근로형태를 관리 감독하여야 할 노동관서는 여직원의 야간 당직근무 제도에 대해 뒷짐만 지고 있습니다. 근로복지공단은 업무 도중 회사 내 직원 간에 일어난 직장내성희롱과 그로 인해 발생한 살인사건인데도 산업재해로 인정하지 않아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범인은 자수하여 그 인권을 최대한 보장받은 상태에서 자유롭게 거짓자백을 했고, 일부 언론은 이러한 거짓자백과 거짓수사결과를 전혀 의심하거나 여과함이 없이 세상에 뿌려대어, 당연히 보호를 받아야 할 피해자의 인권과 유족의 인권은 무참히 광야에 내팽개쳐지고 있습니다. 그동안 저는 여러 인권단체를 찾아다녔지만 피해자의 인권을 제대로 도와주는 곳이 없었습니다. 심지어 또 다른 2차, 3차 피해를 당하고도 그 피해를 호소를 할 곳이 없어 어찌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습니다. 저는 지금 살아 있어도 살아 있는 것이 아닙니다. 밤에는 두 시간을 자다가 벌떡 일어나 다시 잠들지 못하고 하얗게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기 일쑤입니다. 오직 제 딸의 명예를 더럽힌 관련자들을 상대로 명예회복을 위해 해야 할 일이 아직 남아있어 숨을 쉬며 이 자리에 서 있을 뿐입니다. 제 딸의 23년 삶을 깡그리 뭉개버린 기막힌 사건이 일어난 이래 대한송유관공사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정중하게 위로하거나 애도하지 않았습니다. 인사과장이 업무상 직위를 이용하여 위력을 행사하며 행했던 성희롱과 집착적인 스토킹 행위에 대해 대한송유관공사는 분명하게 관리상 책임을 느껴야 할 것이며.
대한송유관공사는 사용자로서 근로자의 안전을 확보해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음에도 이를 저버렸을 뿐만 아니라 책임을 면하기 위해 끔찍한 직장내성희롱에 시달렸던 제 딸의 명예까지도 더럽혔습니다. 평범한 서민들이 믿고 기댈 수 있는 경찰, 약자를 위해 어려운 길을 마다하지 않는 법조인, 힘없는 시민의 편에서 진실을 밝히려는 언론인이 많아져 다시는 내 가엾은 딸과 같은 피해자와 비통한 엄마가 나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으로 오늘 밤 피를 토하는 마음으로 물망초가 되어 제 딸 곁에 잠들 수 있기를 기다립니다. 이 자리에 서게 해 주신 언론인권센터에 감사드립니다. 제 얘기에 귀 기울여 주신 여러분들께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2008년 10월 9일에 프레스센타에서 인희엄마 물망초5
"언론이 자유와 책임의 두 날개로 날 수 있게 하겠다"
미디어오늘 | 기사입력 2008.10.10 11:15
언론인권센터, 9일 '후원의 밤' 열어
[미디어오늘 김원정 기자 ] "정보에 대한 정의는 간단하다. 무언가를 결정할 때 애매한 선택지가 많으면 정보라고 한다. 예를 들어 도둑이 하나의 골목을 앞에 두고 있으면 그건 정보가 아니다. 두 개 골목 앞에 서게 되면 선택이 필요하다. 그런 게 정보다. 하지만 혼란을 줄이기 위한 정보가 외려 혼란을 주고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예전에는 정보가 가물어서 걱정이었는데 이젠 정보 홍수 시대다. 불필요한 정보의 비가 내리는 가운데 노아의 방주가 필요하다. 그게 바로 언론인권센터다."
이어령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언론인권센터의 역할을 이렇게 설명했다. 언론보도로 피해를 입은 시민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지난 2002년 만들어진 언론인권센터가 9일 저녁 6시30분부터 서울 태평로 한국언론회관 20층 내셔널프레스클럽에서 '후원의 밤' 행사를 열었다.
이 교수는 이날 축사에서 "떴다 떴다 비행기 날아라 날아라…"란 노랫말을 가진 동요를 언급하며 "언론인권센터는 노아의 방주이자 우리의 비행기다. '떴다'는 과거형 '날아라'는 미래형인데 언론인권센터도 그동안 떴으니 이젠 날아야 한다. 장애물 없이 높이 날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의 주제는 "떴다! 언론인권 2.0"이었다. 안병찬 이사장은 "경쾌하고 힘있는 언어를 찾다보니 그에 어울리는 '떴다'라는 탄성을 찾게" 됐고 "2.0이라는 건 참여 소통 개방의 뜻을 가지고 있다"며 "우리가 지향하는 건 비둘기파도 매파도 아니다. 다만 언론이 자유와 책임의 두 날개로 균형을 이뤄 잘 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장행훈 신문발전위원회 위원장, 표완수 오마이뉴스 회장, 김정기 전 방송위원회 위원장, 엄기영 MBC 사장, 홍원기 노컷뉴스 대표이사, 이부영 전 열린우리당 의원 등이 참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