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TV 단독 개봉하는 할리우드 영화들]
韓영화 인기 밀려 눈치 보는 직배사, 수억원 달하는 배급·홍보비 줄이고
'내 취향 영화' 보는 관객 잡을 기회 "부가시장 넘어 디지털 배급망 개척"
5일 서울 청담동 한 멀티플렉스에선 별난 시사회가 열렸다.
전 세계 3억2800만달러(약 3550억원) 매출을 올린, 올해 초 미국 박스오피스 1위 영화 '22 점프 스트리트'를
국내에 처음 공개하는 자리.
채닝 테이텀, 조나스 힐 등 A급 배우들 주연의 코미디물이다.
그런데 극장 개봉이 아니다. IPTV 업체 올레tv의 '국내 최초 개봉관' 론칭 시사다.
이 회사는 워너브러더스, 소니, 디즈니 등 직배사들과 손잡고 극장이 아닌 인터넷에 '개봉관'을 열었다.
수잔 서랜던 주연의 스릴러(더 콜링)와 코미디(타미), 드루 배리모어와 애덤 샌들러의 로맨틱 코미디(블렌디드) 등
미국에서 박스오피스 1~3위에 올랐던 영화들도 국내 최초로 개봉한다.
이전에도 소소한 영화들은 이런 경우가 꽤 있었지만, 매출 수천억 규모의 할리우드 최신 흥행작들이 극장을 포기하고
IPTV로 직행하는 것은 보기 드문 현상이다.
◇한국 영화에 밀리자 IPTV로
미국의 영화매체들이 먼저 주목했다.
'버라이어티'와 '할리우드 리포터' 등은 "워너브러더스 등이 유료 가입자 1000만명 규모로 성장한 한국 IPTV 시장에
최신작 단독 개봉 서비스를 시작한다. 극장과는 다른 새로운 디지털 배급망 개척"이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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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PTV 국내 최초 개봉관에서 6일부터 공개되는 할리우드의 최신 흥행작들. 위 부터 시계 방향으로 22 점프 스트리트, 블렌디드, 타미. /소니픽처스·워너브라더스·디즈니 제공
전 세계에서 한 해 6000편 넘는 영화가 만들어지지만,
국내 극장에서 제대로 된 개봉 기회를 잡는 건 70~80편에 불과하다.
한국 관객은 수준도 높고 취향도 차별화됐으며, 자국 영화 사랑도 유별나다.
또 올초 '레고 무비' 극장 수익배분율을 놓고 직배사와 국내 극장 체인들이 충돌한 사례에서 보듯이
한국 시장에서만큼은 직배사들이 기를 못 편다.
'명량' 같은 한국 영화 블록버스터가 나오면, 할리우드 대작도 눈치를 본다.
직배사들이 새로운 배급 채널을 찾아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다.
◇"다양한 취향 영화 볼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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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공급·소비자의 셈법이 척척 맞은 결과이기도 하다.
직배사는 영화에 따라 수억~수십억원에 달하는 배급·홍보 비용의 리스크를 줄이면서 관객을 직접 만날 수 있다.
IPTV 회사들은 집에서 최신 개봉 영화를 보고 싶어 하는 소비자를 붙잡고,
다양한 취향의 관객들은 개봉 기회를 잡지 못했던 '내 취향 영화'를 본다.
IPTV에선 지난 2010년 '울지마 톤즈' 이후 개봉 영화들이 극장에서 내려오기 한참 전부터 동시 상영하는 시스템이 이미 정착단계다.
kt미디어허브 강인식 본부장은 "처음엔 우려가 컸지만 실제로 해보니 극장 매출엔 영향이 별로 없고 부가 매출은 크게 늘더라"고
했다. 개봉 영화를 집에서 보려는 사람들의 수요는 이미 확인된 셈이다.
또 올해 초 영화 '겨울왕국'이 극장 동시 개봉으로는 최고액인 하루(3월 3일) 5억9000만원,
총 40억원 넘는 수익을 올리는 등, IPTV 매출로만 영화 한 편이 수십억원대의 매출을 올리는 경우도 늘고 있다.
현재 영화산업의 부가 판권 시장은 지난해 2676억원 규모. 극장 총매출(1조5512억원)에 비하면 적지만,
극장이 사실상 정체 상태인 데 비해 부가 시장은 매년 25~60%씩 고속 성장 중이다.
한국 영화계의 기대도 있다. '용의자'(2013) 등을 제작한 그린피쉬픽처스의 이현명 대표는
"시장이 극장뿐일 땐 제작사·투자자도 극도로 조심스럽지만,
디지털 배급으로 판로가 넓어지면 새로운 영화인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고 외신에 말했다.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