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의 그림과도 같은 풍광을 뒤로한채 콴타스 항공편에 몸을 싣고 3시간 반.
그동안 할아버지 승무원들의 서빙을 받아 식사를 합니다.
갈 때보다는 좀 나았지만 여전히 입맛에 안 맞더군요.
마녀는 키위를 첨가한 소스로 양념한 생선요리와 야채 샐러드, 그리고 요플레, 마녀 친구는 커리를 뒤집어쓴 파스타랑 키위 케잌.(역쉬 키위가 많은 동네라 온갖 요리에 키위가 들어가누만요~)
그러~나~ 역시나 닝닝...
반도 못 먹고 호주의 대표 맥주인 VB를 청해 한 잔 가볍게 마시고는 잠시나마 잠을 청해봅니다.
그런데, 잠을 이룰수가 업슴다.
왜냐구요?
맘 좋아 보이던 뉴질랜드 가이드의 얼굴이 떠올라서임다.
그 아자씨가 벌써 그리워졌냐구요?
NEVER!!!!!
그 선해뵈는 인상을 가지고 우릴 등쳤다는 사실에 분이 풀리지 않네여.
무신 일인고 하니...
아침에 들렀던 상점에서 호주와의 가격 차이에 놀라면서 꽤나 많이들 이것저것 구입을 했더랍니다.
수출 전문점이라 면세라느니 어쩌구 저쩌구...
가이드는 이런 쇼핑점 안내와 자기와는 전혀 상관 없다는 듯한 표정을 한 채, 우리를 배려하는듯한 멘트로...
그랬는데~
오클랜드 공항에서 탑승을 기다리며 갤러리아에서 동생이 사다 달라던 향수를 하나 구입하고, 남은 뉴질랜드 달러를 처분하려고 들어간 면세상점.
키위 사탕이랑 아보카도 캔을 하나씩 사고 계산을 마치고 나오는데 어디선가 눈에 익은 물건들이 보이는 겁니다.
오전에 상점에서 봤던 물건들이더라구요.
스쿠알렌, 상어연골, 프로폴리스 등등...
혹시나 하는 맘에 가격표를 흘깃 쳐다보는데, 이게 왠일입니까...
반절에도 못 미치는 가격들.
분노한 마녀와 그 친구.
일행에게 이 사실을 알릴 것인가 말 것인가를 고심합니다.
결국 우리만 기분 나쁘고 말자고 결심.
호주에서보다 싸게 샀다고 즐거워하고 있는 사람들을 괜시리 화나게 하기는 싫더라구요.
그러나 일행 중 의사 아저씨 부부도 사실을 알게 되면서 우리의 배려는 물거품이 되었져.
다들 분개하고, 실망하고, 낭중엔 체념하고...
패키지 여행의 단점이 여실히 드러난 하루.
가이드가 인간적으로 다가왔다가 실망을 안기니까 그 느낌이 더욱 컸던듯합니다.
그나마 가이드비 짜게 주고 왔다고 미안스러워했던게 후회될 정도로...
씨~ 내가 뉴질랜드로 시집가나봐라~
이러저러해 어쨌든 우리는 다시 시드니로 돌아옵니다.
첨 입국때와는 달리 신속한 입국심사를 마치고 짐을 나오길 기다려 집어 드는데~~~~~~~~~~~~~~ 이게 무신 일이람...
suit case가 깨져버린겁니다.
바퀴 부분이 깨져서 삐그덕 삐그덕거리면서 간신히 굴러가는겨~ T T;;
물어물어 가서리 "내 가방 돌리도~"
드디어 마녀의 영어가 고생하는 순간이 찾아왔슴다.
그냥저냥 인적사항이랑 타고온 항공편이며 출발지 등을 컴퓨터에 입력하는것까지는 했는데, 낼 떠난다고 하니 난감한 표정을 짓는겁니다.
아마도 수선을 해주려고 했던듯...
잠시 고민하더니 뭐라뭐라 떠드는데 여~엉 알아들을수가 없는거여요.
시드니에 도착해서 OZ영어에 간신히 익숙해질만하니까 다시 뉴질랜드로... 거 갔다왔더만 또 안들리네...
창피하긴 하지만 다시 함 말해달라고 부탁하고는 귀를 다 열어놓고 열심히 들어봅니다.
설 가서 콴타스 항공 사무소를 찾아 자기가 마련해주는 서류를 보여주라네요.
휴~
그러자 이 직원이 한다는 말이 ... "오까이?"
아마도 "Okay?"인가봐요...
알아들었다고 고개를 끄덕이고는 절름발이 가방을 끌고 나옵니다요.
덕분에 울 일행은 10여분 이상을 지루함속에 기다렸다는구만요.
쩝~ 미안해라...
엊그제 헤어진 울 시드니 가이드와 다시 해후를 하고는 이미 6시가 넘어 어둑어둑해진 시내를 지나 우리의 숙소로 향합니다.
오늘은 시드니에서의, 아니, 우리 일정의 마지막 밤.
우리는 광란의 밤을 보내기로 결의합니다.
상현엄마는 상현이 재우고 나가고야 말겠다며 하루종일 상현이를 피곤에 지치도록...(엄마 맞아?)
호텔로 들어가 맡겨놓은 짐을 찾고는 나쁜엄마 상현엄마랑, 은행 언니들, 마녀와 친구, 글구 울 얼라들(민아, 남영, 준희)... 노친네들 떼 놓고 로비에서 비밀리에 모여 밤마실을 나섭니다.
음~~~~ 오늘 시드니의 밤공기는 차갑기보다는 싱그럽기까지 합니다.
오늘은 시드니의 shopping day.
일주일중 단 하루. 상점들이 문을 늦게까지 열고 불야성을 이루는 날이라고 하네요.
아까 뱅기에서 먹은 저녁이 부실해서인지 다들 출출함을 표시하는구만요.
시계를 보니 8시가 다 되어갑니다.
우리는 여행 첫날부터 눈독을 들이던 케밥을 먹기로 합니다.
마녀가 점찍어둔 케밥집으로 직행!!!!!!!!
소고기와 여러 야채들에 칠리소스를 듬뿍...
약간 맵고 얼얼하기는 했지만 넘넘 맛있었답니다.
4000원 정도 하는 가격이라 둘에 하나씩 사서 먹었는데 그래도 충분한 양이더라구요.
shopping day라고는 해도 9시까지밖에 문을 열지 않는다고 하니 마냥 시간을 보낼수는 없기에 케밥을 먹으면서도 열심히 길을 걷습니다.
오늘도 마녀와 친구는 가이드~~~ (가이드비도 안 주면서 부려먹는 못된 인간들...)
얼얼한 입을 진정시키려고 길가에 서 있는 자동판매기에서 콜라캔을 뽑으려는데, 이 나아쁜 기계가 2불이나 먹고 암껏도 뱉어놓질 않았슴다.
발길로 걷어차주려다가 참았슴다.
남의 나라까지 갔다가 기물파손죄로 귀국 못할까봐서리...
대신 헝그리잭(버거킹의 다른 이름)에서 콜라를 사서 나눠 먹으며 일행을 재촉.
20여분을 빠른 걸음으로 걷고나니 저 멀리 하버브릿지가 보입니다.
그런데 뒤를 돌아보니 은행 언니들과 상현 엄마가 뒤로 쳐져서 보이질 않는구만요.
으~~~~~~ 여기서 20대와 30대의 체력 차이가 드러납니다.
쩝...
잠시 벤치에 주저앉아 그들을 기다리다 다시 길을 재촉.
하버브릿지를 500여미터 정도 남겨두고 마녀의 친구가 DFS 갤러리아로 발길을 옮깁니다요.(거기 할인쿠폰이 있다구, 가야 한다네요. 내가 못말려...)
어차피 오늘 뭔가를 구입한다고 해도 낼 아침 일찍 뱅기를 타야 하기 때문에 물품 반입이 어려울듯 싶어서 말려봅니다. 말로 하다 안 되길래 완력으로 해결했슴다.*^^*
(역쉬 사람은 힘이 세야한다니깐요~~~~~~)
지친 일행을 이끌고 찾아간 어둠속의 하버브릿지.
그리고 서큘러 키를 뱅 돌아 도착한 오페라하우스.
마침 공연이 끝났는지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쏟아져나와 좀 혼잡스럽기는 했지만 낮에 보았던 풍광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에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아쉬움이 남는다면 오페라하우스에 직접 들어가 공연을 관람하지 못했다는 점이져...
그 밤에 여기 저기 마치 눈 오는날의 강아지마냥 나이도 잊은채 뛰어다니던 마녀.
갑자기 세 노친네 생각이 났슴다.
상현엄마와 은행 언니들이 보이질 않는구만요.
내가 미쳐~ 다쉬는 노친네들 안 델구 다닌다...
10여분을 기다리니 쭐래쭐래 나타나는구만요.
그러더니 언능 집에, 아니 호텔에 가자구 조르네요.
힘들다고...
고작 1시간 남짓 걷고 저 정도라니...
어쨌든 시간은 이럭저럭 9시 반이 넘어 상점들도 문을 닫고 시드니는 어둠과 고요에 젖어듭니다.
얼른 저 중생들을 구제해야겠군요.
오페라하우스 앞 버스 정류장으로 향해 노선표를 확인하고는 버스를 기다렸다가 탑승합니다.
여기서는 버스를 타고 내릴 정류장을 얘기하면 운전사가 계산을 하고 요금을 산정해줍니다.
그 돈을 내면 영수증도 발급해주고요.
그러다보니 정류장에 무쟈게 오래 정차하는데도 누구하나 불평하는 사람도, 재촉하는 사람도 없답니다.
암튼 빨리빨리를 일상화한 사람들은 우리나라 사람들밖에 없는듯해여.
10여분 정도를 버스로 달린뒤 차이나타운 앞서 내려 아까 올라간 길과는 반대 길을 통해 호텔로 돌아옵니다.
시드니 시내의 지도는 굉장히 자세해서 초행길인 우리도 문제없이 지도 한장 들고 시내를 활보할수가 있었져.
호텔에 들어갔다가 젊은것들끼리(마녀도 포함~~~~~) 맞은편 호텔 1층에 있는 pub에 가기로 밀약을...
근데 방에 들어가자마자 민아한테서 전화가 와서는 피자 먹으러 건너오라네요.
우리가 없는 동안 남아 있던 일행들은 피자를 시켜먹었나봅니다.
히히~ 우리가 케밥 먹은줄은 모르고 우리 몫도 남겨뒀군요.
아까 열심히 걸어다녔더니 케밥 먹은 포만감은 온데간데 없고 우린 또 열심히 피자를 한쪽씩 쓱싹...
그리고는 간편하게 갈아입고 pub에 가서 생맥주를 마시기로 합니다.
셀프여서 안주는 안 먹어도 된다길래 만세삼창을 부르고, 어떤 맥주를 마실까 고심하다가 걍 먹어봤던 VB로 결정을 봅니다.
호주불 3불이었으니까 우리 돈으로 약 2000원 정도 하는거네요.
적당한 피로감에 션한 맥주가 들어가니까 아주 기분이 좋은거 있져...
이 얼라들은 작은아버지가 시드니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살고 계셔서 1주일 정도 더 묵었다가 간다고 하네요.
은행팀 언니들도 토욜까지 휴가냈다고 이틀 더 있다가 간다고 하고.
낼 서울로 가는 불쌍한 인간들은 상현 모자와 우리밖에 없구만요.
흑~
맘 속으로 태풍이라도 불기를 빌어보지만 야속하게도 밤하늘은 맑기만 합니다.
맥주 한잔씩을 앞에 두고 수다를 떨다보니 1시가 다 되어갑니다.
내일 아침 8시발 비행기를 타야 하니 이제는 들어가서 준비를 해야겠구만요.
아쉬움을 뒤로 하고 아그들과 작별인사를 합니다.
낼 모닝콜은 4시반. 6시면 호텔을 떠나야 하니 ...
방으로 돌아와 샤워를 하고 짐을 챙겨 놓고 뭐 빠진게 없나 이리저리 확인을 합니다.
낼 아침에는 새벽같이 일어나 떠나야 하니 미리 준비를 해야져...
대충 준비가 된 것 같으니 아쉽지만 잠을 청해봐야겠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