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음한 다음 날
콩나물국 대신 매생이국을
먹어야 하는 이유
매생이는 방어와 더불어 해양수산부가 정한 2021년 새해 첫 ‘이달의 수산물’이다. 그만큼 매생이는 특유의 감칠맛과 건강 효능이 뛰어나 찬바람 부는 이 시기부터 2월까지 제철에 놓치면 안 되는 식재료다. 무엇보다 연말, 연초 ‘집콕’ 중 평소보다 과음을 했다면, 매생이 섭취가 해독과 독소 배출에 효과적이니 건강 관리를 위해서라도 충분히 먹자.
미운 사위에게 주던 매생잇국
매생이는 따뜻한 성질의 식품이라 제철인 겨울철에 아낌 없이 섭취하는 것만으로 보양이 된다. 그런데 20여 년 전만 해도 매생이는 김을 양식할 때 그 사이에 끼어 올라오는 귀찮은 이물질로 여겨졌으며, 김 양식에 해를 입히기도 했다. 그렇다보니 매생이의 주요 산지인 남해안 지역에서 조차 '미운 사위에게 매생잇국 준다'는 우스개 소리만 있을 뿐 매생이의 맛과 효능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또한 과거에도 정약전의 《자산어보》를 통해 '누에실 보다 가늘고 쇠털보다 촘촘하며 길이가 수척에 이른다. 빛깔은 검푸르며 국을 끓이면 연하고 부드러워 서로 엉키면 풀어지지 않는다. 맛은 매우 달고 향기롭다'는 기록은 있지만 특별한 취급을 받진 못했다. 그러나 우연히 어민들이 매생이로 국을 끓여 먹어보니 파래, 미역보다 훨씬 부드럽고 달짝지근해 그 맛에 눈을 떴고 양식에 성공했다. 이후 건강식으로도 효능이 입증되며, 이제는 매생이 계란말이부터 매생잇국, 칼국수, 전까지 다양한 요리로 즐기는 특별식이 되었다.
콩나물국 3배,
최고의 숙취해소제
매생이는 5대 영양소가 고르게 갖춰져 NASA가 지정한 우주식량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매생이의 뛰어난 효능 중 하나는 바로 천연 숙취해소제라는 점. 매생이는 약 95%가 수분으로 이뤄졌을 만큼 김, 미역, 다시마 등을 포함한 모든 해조류 중 수분 공급에 가장 훌륭한 식재료다. 여기에 천연 식이섬유인 알긴산과 간을 회복시키는 성분, 아스파라긴산까지 풍부해 체내 독소는 빠르게 배출하고 수분은 효과적으로 채운다.
이에 숙취 해소의 대명사인 콩나물국의 주원료인 콩나물 보다 3배 이상 숙취 해소에 좋고, 알코올성 간 손상 보호, 면역 활성을 높여 연말, 연초 음주로 인한 건강 관리에 큰 도움이 된다. 또한 같은 무게의 다른 해조류보다 단백질 함량이 월등히 높고 지방은 적은 대표 고단백 저지방 식품이니 살 찔 걱정도 없다. 이 외에 매생이에 많은 칼슘과 철분은 노년층의 뼈 건강을 지키고 여성들의 빈혈 완화에 탁월하다.
생으로 끓여 먹을 때 으뜸
매생이는 조금만 바닷물이 탁해도 생육이 더디고, 염산이 닿으면 곧 죽을 만큼 오염에 민감한 식재료다. 그래서 우리나라 주요 산지인 완도, 부산 등 남해안에서도 청정 지역에서만 자란다. 매생이를 별미로 꼽는 가장 큰 이유인 부드럽게 입안을 훑는 식감과 향긋한 맛을 극대화하려면 산지에서 바로 채취해 말리지 않고 그대로 국에 끓여 먹는 게 좋은데, 생물 매생이는 보관, 운반이 쉽지 않아 대개 생산 지역에서 소비되어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냉동보관이나 동결건조 등의 기술이 발전하면서 비교적 산지의 맛 그대로 여러 지역에서 매생이 소비가 가능해졌다. 큐브 형태로 된 동결건조 매생이를 이용해 요리해도 충분히 그럴싸한 맛을 낸다는 것. 매생이를 생물로 직접 살 기회가 있다면 광택이 있고 진한 녹색을 띤 것을 고르는 것이 우선이다. 머리카락의 1/10 정도로 가느다란 매생이가 손상되지 않게 손질하는 것도 중요하다. 넉넉하게 접시에 받은 물에 풀어 헹군 뒤 조금씩 집어 올리면 된다. 이후 적당량을 덜어 용기에 담아 냉동보관했다가 필요 시 실온에 녹여 요리하면 제철의 매생이 맛을 오래도록 즐길 수 있다.
기획 임소연 글 임성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