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영신봉에서 남부능선을 타고 삼신봉에 닿는다.
장장 200여 km의 낙남정맥이 시작되는 시발점이다.
삼신봉에선 남부능선과 낙남정맥으로 다시 갈라진다.
남부능선은 삼신봉에서 쌍계사갈림길을 지나 남을 뻗어내리며 성제봉과 칠성봉으로 갈라지면서 각각 섬진강에 맥을 놓는다.
낙남정맥은 삼신봉에서 묵계재를 지나 주산능선에 맥을 대곤 바쁜 제 갈 길을 간다.
주산(主山 831m)은 지리산을 벗어나 낙남정맥에 맥을 댄 산이다.
새로 세워진 커다란 정상석엔 지리산 왕자봉‘이라는 수식어가 적혀있다.
'지리산의 큰아들'이라는 별명과 상통하다.
처음엔 부산일보의 ‘산&산’ 가이드를 따르기로 했었다.
가이드는 주산능선 산죽숲을 이어가다 낙남정맥을 만나면서 길마재에 내려서서 다시 칠중대고지를 경유하는 약 13km의 행로.
32도가 오르내리는 폭염의 여름산행지로 산죽숲과 산행거리는 아무래도 무리라고 보았다.
그렇다면 산청군 방향의 오대주산, 또는 반천계곡 배바위와 연계하면 어떨까 하였지만 같은 이유로 제외하였다.
그래서 선택한 궁항교(하동)-주산북릉-반천1교(산청)는 궁여지책이였다.
날머리에선 시천천과 반천계곡이 있어 데워진 몸을 식히기에 충분하다.
아쉬움은 희뿌연 개스로 인하여 천왕봉 조망을 할 수 없었음이고...
산행코스: 궁항교~백궁선원~헬기장~주산~주산북릉~반천2교~반천1교 (약 6km,3시간 30분)
GPX
참고 (주산능선-원내재-낙남정맥-길마재-칠중대능선-궁항리)
참고(조례산-오대주산 연계)
약 6km에 천천히 3시간 40분
고도표
참고
단성IC에서 내려 궁항교 직전에서 차를 멈춘다.
우측 작은다리를 건너 마을길로 들어서기 위함이다.
작은 다리 아래의 맑은 계류.
반듯한 포장도로를 따라 도로를 접어가며 곧장 오른다.
슬슬 지루해지지만...
숲속으로 슬그머니 들어가는데...
뜬금없는 오대주산 이정표가 좌측으로 열려있다. 이 이정표는 주산남릉으로서 백궁선원을 거치지 않고 정상으로 가는 길.
또는 궁항교 3시간 원점회귀 코스로 이용되는 길. *오대주산은 주산을 의미하는 듯.
지리산둘레길 10구간을 만나고...
다시 둘레길 이정표가 있는 곡각지점에는...
임도따라 백궁선원으로 가는 길과...
(백궁선원은 산문폐쇄되었다.)
우측 대숲으로 스며드는 길(주산,둘레길)이 나누어진다.
둘레길 이정표는 오율마을.
나무계단 숲속으로 둘레길을 따른다.
둘레길을 따라 우로 꺾으며...
움푹한 잘록이 고개를 오른다.
지네재다. 이제 둘레길과 결별을 하고 우리는 좌측으로 오른다.
지네재의 이정표
둘레길 이정표
30도가 웃도는 더운 여름, A팀과 B팀이 함께 오르는 경우는 드문 일. 그러니까 모두 B코스를 걷는 셈.
헬기장을 지나고...
주산능선에 올랐다. 그제서야 능선으로 부는 시원한 바람에 땀방울이 식는다. 능선 우측으론 오대주산 방향.
큼지막한 정상석이 놓여진 주산 정상에 올랐다. 그런데 일행들의 손가락 포즈가 요상하다.
'V'자를 그릴려면 검지와 중지로 당당히 그릴 일이지, 엄지와 검지로 제비 주둥이처럼 조그맣게 만드는 건 무슨 시그널이고?
창시자 창숙씨가 두팔을 들어 그만 크게 'V'자를 그린다.
주산 정상의 너른 평원엔 웃자란 고사리가 지천을 이룬다.
지리산왕자봉 주산 정상.
낙남정맥길은 정상석의 좌측 후방이고 그 옆으로 백궁선원으로 내려가는 주산남릉도 있다. 주산북릉은 정상석 우측 후방.
밥자리에 앉았다. 정상주는 생탁으로 석잔은 기본.
정상에서 사방으로 기웃거려 보았지만...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주산북릉은 처음엔 제법 가파르게 내리닿더니 금방 유순한 능선으로 변하여...
철탑을 지나고...
임도에 닿는다.
임도엔 절개지가 있어서...
록 클라이밍을 해야만 내려설 수 있다.
밧줄이 메여있는 지점이 방향이 맞지 않아 여차하면 밧줄이 빨간 점선 방향으로 돌아버리면서 위험해진다.
따라서 한 명씩 밧줄을 잡고 내려서야 안전하다.
숙달된 조교로 '봄처녀'님이 시범을 보이고... 각도 좋고~^
임도에 내려서면 좌측 임도를 따라 200여m 걷다가...
좌로 휘어지는 곡각지점에서 임도를 벗어나며 능선을 이어간다.
중요한 갈림길인 삼성연수원 갈림길에 닿았다. 무심코 직진 방향 능선은 삼성연수원 가는 길이고, 반천1교는 좌측 내리막 능선.
유순한 능선을 내려가면서 일행들이 수확한 영지버섯.
마치 단발머리에 노란 망사 치마를 입은 소녀처럼 생긴 예쁜 이 버섯은 '노랑망태기버섯'
예쁜 모습이 앙증스러워...
가까이 잡아 봤다.
시공(時空)의 여유로움은 심적 여유를 가져와...
온 산밭을 기웃거리게 하더니...
수확이 예사롭지 않다.
돌무더기는 인공(人工)이 가미된 듯하지만 알 길이 없어.
산불초소를 거치면서 주위 조망을 살핀다.
맞은 편 황금능선을 따라 구곡산과 국수봉인 듯하고...
좌측 반천계곡 너머론 낙남정맥에서 갈라져 나온 능선인 듯.
만약 산불초소에 산불감시 아저씨가 있었다면 자세히 물었을 텐데...
진행방향 산아래 표정.
차츰 야산 분위기가 풍기더니 우측으로 시천천이 발아래다.
시천천(矢川川)은 물살이 화살(시 矢)을 쏜 것처럼 빠르다고 지어진 이름이다. 반면에 함양의 휴천(休川)은 물살이 쉬어(휴 休)가듯 천천히 흐른다고 붙은 이름.
설악산이 외설악 내설악이 있듯 지리산도 외지리 내지리가 있다는 말씀.
박태순의 '나의 국토 나의 산하'에선 지리산 북쪽인 남원과 함양을 외지리라 부르고, 남쪽 구례 산청 하동을 내지리라 부른다고...
지리는 물론 생태계와 식생도 달라 외지리는 유속이 쉬어가듯 느릿하지만 내지리는 천왕봉에서 가파르게 쏟아져서 화살을 쏜 듯 빠르다고 한다.
능선 끝자락에선 등로가 희미해지며 잡목이 엉켜있어 능선 좌측 무덤군으로 내려섰다.
반천계곡을 따라 2차선도로가 이어져 있고, 코앞에 반천2교와 물놀이 피서객들도 보인다.
반천계곡을 따라 쭈욱 올라가면 시천면 반천마을 위쪽에 최치원의 호를 딴 고운동이 있다.
반천(反川)은 물이 거꾸로 흐른다는 의미인데, 지금 고운동에 댐을 막아 물을 거꾸로 끌어올려 수력발전을 하니 지명대로 딱 맞아떨어진 셈이다.
무덤을 내려와 돌아본 모습.
반천2교와 반천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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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천2교에서 바라본 무덤과 내려온 능선 끝자락.
입구의 '1박2일펜션' 안내판
전원가든을 내려와...
반천1교에 닿았다.
이미 다리밑엔 여유롭게 내려온 일행들이 더위를 식히고 있다.
다슬기도 잡고...
피리 낚시도 해서 초장발라 한 점 얻어 먹기도 하였다.
큰 도로로 올라와 반천1교를 돌아보니...
'배바위기도도량(2.8km)'등 안내간판들이 걸려 있다. 대형버스가 반천계곡 중간쯤까지 들어갈 수 있다고 한다.
고운동에는 고운이 노닐다 갔다는 '배 바위'가 있다. 말 그대로 배의 모양을 하고 있다. <자유게시판 김민재의 고운계곡 사진 참고>
뱃머리의 날렵한 모양은 금방이라도 하늘을 향해 날아갈 듯하다.
-산꼭대기 우뚝한 바위-
만고의 자연이 만든 모습 사람이 갈고닦은 것보다 나아
높고 높은 꼭대기에 푸른 소라처럼 섰구나.
계곡 물살 따위야 영영 범접할 수 없고
한가로운 구름만이 자주 스쳐가네.
높은 그림자 바다에 돋는 해 늘 먼저 맞고
위태로운 모습은 꼭 밀물에 떨어질 듯하네.
아무리 옥을 많이 품은들 누가 돌아볼까
세상 모두 제 몸만 돌볼 뿐 변화(卞和)를 비웃었지.
<고운 최치원>
* 변화(卞和)는 초나라 사람으로 좋은 옥을 구별하는 재능이 있었는데, 당시 사람들은 그의 재능을 몰라보았다고 한다.
시인은 산꼭대기의 우뚝한 바위에 자기를 투사시키면서 변화(卞 和)의 옛일을 떠올리고 있다.
남다른 재주를 품고 있음에도 세상에 제대로 쓰이거나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자신을 산꼭대기의 우뚝한 바위에 견주고 있는 것이다.
반천 버스정류장 맞은 편 나무그늘밑에...
시원하게 자리를 잡은 모습.
메뉴는 오징어회무침으로 매콤한 맛이 여름맛으로 일품이다.
덕천동에 내려 성심병원에 입원하고 계신 최상열 전회장님께 단체문병을 했다.
최 전회장님은 산에서 실족 갈비뼈 여러 대가 금이간 상태. 아무래도 시간이 많이 걸려야 할 듯하다.
구포시장에서 이병두고문님이 사준 요즘 한창 제철인 '하모'회.
하동 화개면에는 '걸어나오는 산'이라는 전설이 전해온다.
어느날 경망스러운 아낙이 "지리산이 걸어 나온다."고 소리쳤다.
그러자 산은 걸음을 뚝 멈추어버리고 염원하던 지상낙원의 꿈은 이루어지지 않았단다.
-산-
이상하게도 내가 사는 데서는
새벽녘이면 산들이
학처럼 날개를 쭉 펴고 날아와서는
종일토록 먹도 않고 말도 않고 엎댔다가는
해질 무렵이면 기러기처럼 날아서
틀만 남겨 놓고 먼 산 속으로 간다
산은 날아도 새둥이나 꽃잎 하나 다치지 않고
짐승들의 굴 속에서도
흙 한줌 돌 한 개 들성거리지 않는다
새나 벌레나 짐승들이 놀랄까봐
지구처럼 부동의 자세로 떠간다
그럴 때면 새나 짐승들은
기분 좋게 엎대서
사람처럼 날아가는 꿈을 꾼다
산이 날 것을 미리 알고 사람들이 달아나면
언제나 사람보다 앞서 가다가도
고달프면 쉬란 듯이 정답게 서서
사람이 오기를 기다려 같이 간다
산은 양지바른 쪽에 사람을 묻고
높은 꼭대기에 신을 묏신다
산은 사람들과 친하고 싶어서
기슭을 끌고 마을에 들어오다가도
사람 사는 꼴이 어수선하면
달팽이처럼 대가리를 들고 슬슬 기어서
도로 험한 봉우리로 올라간다
산은 나무를 기르는 법으로
벼랑에 오르지 못하는 법으로
사람을 다스린다
산은 울적하면 솟아서 봉우리가 되고
물소리를 듣고 싶으면 내려와 깊은 계곡이 된다
산은 한번 신경질을 되게 내야만
고산도 되고 명산이 된다
산은 언제나 기슭에 봄이 먼저 오지만
조금만 올라가면 여름이 머물고 있어서
한 기슭인데 두 계절을
사이좋게 지니고 산다
<김 광 섭>
첫댓글 수고많아슴다
세세한 설명 감사합니다.
정상에서의 손모양은 하트랍니다.
재미있지요.
나는 그 손모양이 'V'자 사인인 줄 알았네요. 그러고보니 하트(♡)가 맞네요.
하트를 그릴려면 좀 크게 손을 머리위로 올려서 하던지, 원 ㅉㅉ.. 하여튼 그 모습이 우리 손녀의 포즈처럼 귀엽기도(?)하고...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