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청년시절에 감명을 받은 책으로 함석헌 선생의 “뜻으로 본 한국 역사”라는 책이 있다. 함선생님은 “고구려의 죽음”이라고 소제를 단 곳에서 고구려의 죽음을 횡사(橫死)며 요사(夭死)라고 애도해 하신다. 죽어서는 아니될, 죽을 것 같지 않은 죽음을 죽은 것이라고 슬퍼해 하신다. 잘못 죽었다는 것이다. 다음과 같이 말씀하신다.
삼국시대의 실패의 원인은 고구려가 망한 데 있다. 누구나 역사를 읽는 사람은 민족의 종주권을 고구려에 허하지 않을 수 없고, 또 일마다에서 고구려에 동정이 가는 것이 사실이다. 그것은 민족의 혼이 거기 대표되어 있기 때문이다. 만일 고구려가 그렇듯 갑자기 망하지 않았더라면 만주, 조선은 반드시 하나로 통일이 되어 큰 나라를 이루었을 것이요, 그랬다면 신라와 백제가 한때 분한 일이 좀 있다 하더라도 민족 전체의 운명은 잘못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중국 평원에까지 그 다리를 한번 뻗었을지도 모른다. 만일 그렇다면, 평화를 사랑하고, 남을 업신여길줄 모르는 韓族이 한번 아시아를 쥐었더라면 세계역사는 좀 다르게 되지 않았을까? ......그런데 그 전체의 일이요, 한때의 실패만 아니라 실로 길이 민족의 운명을 결정하는 일이다. 5천년 역사상에서 가장 아프고 시린 일이다. 역사를 읽어 매양 고구려의 실패에 이를 때, 책장을 찢어버리고 싶고, 주먹으로 땅을 치고 싶지 않을 사람이 누구냐? 고구려가 망하여서 韓족은 그 맏아들이 죽은 셈이다. ......신라는 찌끄러기 막내 아들이다. 新羅문화라 자랑하는 사람들아, 생각 옅이 하지마라. 그러면 네 혼이 또 줄어든다.
이것은 분명 한 들사람(野人)의 울분의 울부짖음이며 참신한 시대정신의 발로다. 그러나 이러한 울부짖음은 그 시대가 처했던 암담한 가슴의 상처의 치유적 효과는 있을 지 몰라도 우리역사를 심도있고 치밀하게 분석하는 보다 항구적일 수 있는 관점은 될 수 없다는 것을 나자신 가슴아프게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함선생님의 이러한 주장 즉 三國을 신라가 통일했어야 할 것이 아니라 고구려가 통일했어야 마땅할 것이라는 “고구려통일마땅론”은 소위 단재 신채호(申采浩, 1880~1936)의 소박한 “民族史觀”의 범주를 한치도 벗어나는 것이 아니다. 신채호선생은 “讀史新論”에서 말하기를
......차는 반변적(半邊的)통일요 전체적 통일이 아니라. 만일 차등 반변적 통일로 통일이라 할진대, 동명성왕도 亦 통일이며, 온조,혁거세도 역 통일이니, 하필 김춘추 이후에야 始 통일이 有하다 하리요마는, 만일 전체적 통일을 구할진댄 단군 이후에 재현치 아니한 자이니, 어찌 김춘추를 통일한 자라하리요. 연즉 김춘추 일생에는 罪만 有하고 功은 무하거늘..... 此等 망상을 발하여 異族으로 하여금 同族을 멸한 김춘추여, 此等 主義를 고취하여 오국을 削弱케한 역사가여!
이러한 관점의 가장 근본적 오류는 근세적 네이션의 개념을 그러한 개념이 없이 성립한 古代史전역에 무비판적으로 마구 적용하는데 있다. “此等 主義를 고취하여 오국을 削弱케한 역사가여!”라고 하는 등의 발언에서 비치고 있는 가치판단은 신라와 고구려는 한 네이션(nation, 한 민족, 한 국가)이라는 대전제를 깔고 있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지만, 지금 고구려언어와 신라언어가 분명히 달랐다고 하는 것이 언어학적으로 입증되고 있는 상황에서, 신라사람들이 고구려 사람들을 한 배달민족으로 생각했으리라고 하는 기대나 또 그렇게 되어야만 한다는 당위의 그 주장의 현대사적 가치를 논하기에 앞서 모두 고대사의 기본가설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인상주의적(impressionistic)발언에 지나지 않는다.
신채호의 역사사상이 깔고 있는 중체서용론적 자강론(신채호는 옌 후우의 사상적 아들이다. “天演論”의 결정적 영향을 받음)이 가지고 있는 시대적 한계는 이미 충분히 설파하였음으로 재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신채호나 함석헌선생의 인상론적 마땅론, 즉 전혀 역사의 실상에 대한 치밀한 고증과 역사를 역사에 즉해서 해석하는 방법의 결여, 그리고 중국사를 포함한 한국사의 마당이 이루어지고 있는 주변 역사에 대한 포괄적 조감과 발달된 고고학적 성과에 의하여 새롭게 해석되는 고대사의 실상에 대한 이해의 부족에서 오는 매우 엉성한 이론, 그러한 이론의 허구성은 고구려가 망했으면 망하게된 원인에 대한 치밀한 반성이 일차적으로 선행되지 못한데에 있다. 나는 이북사람(고구려?)도 아니고 경상도 사람(신라?)도 아니고 전라도 사람(백제?)도 아닌 매우 애매한 中原(충청도)사람이기 때문에 이러한 색깔을 깔지 않고 더 정확히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랬다면 신라와 백제가 한 때 분한 일이 좀 있다 하더라도 민족전체의 운명은 잘못되지 않았을 것이다”라든가 “5천년 역사상에서 가장 아프고 쓰린 일” “신라는 찌끄러기 막내아들이다”라는 둥의 발언은 매우 편협한 국부주의(parochialism)적 판단을 벗어날 수 없다. 더욱이 “중국평원에까지 그 다리를 한번 뻗고, 평화를 사랑하고, 남을 업신여길 줄 모르는 韓族이 한번 아시아를 쥐었다면 세계역사는 좀 다르게 되지 않았을까?라는 식의 표현은 그것이 또하나의 제국주의로 오해 될수 있는 소지를 가지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나는 함선생님이 그러한 생각을 가지신 분이 아니라는(진정한 평화주의자이심)것을 소신있게 옹호할 자신이 있지만, 어쨌든 그러한 발언에 나타나고 있는 그 시대적 로맨티시즘 속에서 그분이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에 근본적 하자가 숨어있다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만약 “고구려통일마땅론”대로 고구려가 삼국을 통일했더라면 불행하게도 우리나라는 없어졌을 것이라는 것이 나의 현금의, 중국역사를 섭렵해본 나의 생각이다. 후앙허(黃河)의 中原은 누구든지 쳐먹을 수 있다. 고구려가 洛陽 아니 長安까지 다먹을려면 충분히 먹을 수 있었을 것이다. 중국대륙을 석권하고 한족의 大統一帝國을 건설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나는 이러한 가능성에 대해 모화사상가처럼 주저를 하는 사람이 아니다. 함선생님보다 몇백배 더 웅장하고 래디칼한 꿈을 꿀 수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실제적으로, 고구려나 아니 그 이전의 고조선으로 올라가서 역사를 논한다 하더래도 우리가 지금 생각하는 것보다, 즉 일제관한 사쿠라사학자들이 적당히 얼버무려 놓은 역사의 지도보다 훨씬 더 광범위한 그리고 中原에 인접한 내륙지방까지 점유한 거대한 영역을 차지하고 있었다는 것은 거의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항상 외부적 팽창은 내부적 공허를 초래한다. 고구려는 꾸준한 자기팽창을 거쳐 자기 아이덴티티를 상실해간, 그리고 팽창된 자기속의 이질적 부분들을 소화해 내기에는 너무도 비대해져버린 비만증에 자기파멸을 초래한 문명이다. 이것이 고구려의 고분의 역사적 변천과정의 해석에서 실증될 수 있는 것이다. 더구나 中原이란 곳은 문화의 발상지며 한문문화의 블랙홀이다. 이 용광로는 자기를 잡어먹는 모든 임자까지 녹여버리는 용광로다. 중국의 역사가 말해주는 교훈은 중원을 잡어먹는 민족치고 중원에 동화되지 않은 민족이 없다. 중원을 점령,지배했던 모든 북방민족은 그용광로에서 헤어난 예가 없다. 만약 고구려가 삼국을 통일했더라면 우리나라는 필경 중국의 한 省으로 전락했을 것이다. 지금 우리는 中華民國이나 中華人民共和國의 韓國省의 짱꼴라들이 되어 있을 것이다. 우리말,풍속,문자까지 다 잃어버리고 사멸되었을 것이다. 한국어는 만주어처럼 사어가 되었을 것이다. 함선생님의 발언의 오류는 우리민족의 연원, 우리문명을 우리문명답게하는 그 본질을 독자적으로 설정하지 않고, 대륙이라는 어떠한 막연한 동경, 다시 말해서 中原의 아류적 아이덴티티밖에 못가지는, 그러기 때문에 그 존재목적이란 아류에서 본류로 자기성취를 해야만 하는 엑소더스적 잠정태로서 규정하는데에 있다. 이것은 어찌 보면 ‘성서’의 구속사관이 가지는 환상을 잘못 옮겨놓는데서 발생하는 오류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든다.
나는 함선생님 말씀대로 “뜻”이 있다면 고구려의 죽음을 땅을 치고 서러워하는데 있을 것이 아니라, 외세를 없었든 내세를 없었든, 후진국으로서 후진국의 강점을 슬기롭게 역이용하여 중원탑(충북 중원군 가금면 탑평리 칠층석탑, 신라통일직후에 세움)을 쌓아 올렸던 신라인들의 슬기에 더 큰 하느님의 이민족에 대한 뜻이 있지 않나 생각된다. 모든 역사적 판단에는 긍정과 부정이 혼재하기 마련이다. 함선생님의 부정도 더 큰 긍정을 위한것이겠지마는, 흘러운 역사의 대세속에 숨은 긍정적 요소를 적극적으로 시인하는 대긍정의 자세야 말로 우리민족의 오늘을 슬기롭게 극복해 나갈 수 있는 자신감을 허락하는 것이 아닌가하고 생각된다. 만약 병자호란때 우리나라가 강성해서 淸에게 승리를 거두고 그길로 북경까지 쳐들어가서 중국을 우리가 지배했다고 가정하면 우리민족은 滿-淸정권이 걷는 동일한 길을 걸었을 것이다. 이광수나 염상섭은 바로 '라오서'의 운명과 동일한 운명을 걸었을 것이다.
출처:루어투어 시앙쯔-라오서 지음 최영애 옮김 김용옥 풀음 p.130~135
첫댓글 김용옥씨의 말씀이 맞을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다고 봅니다 역사는 항상 if가있으니까요 우리의 문화사를 보아도 음양오행이나 풍수지리가 대륙백제계의 문화일 수도 있고 고려가 더욱 강성했더라면 (그리고 원과 합종연횡을 잘 했더라면)대영제국 못지 않은 영화를 누렸을 수도 있었겠지요
한단고기는 가짜가 맞고요. 솔직히 신라가 통일할때부터 우리나라는 중국의 속국이 됬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안배우지만 신라는 중국의 속국이 되는대신 중국이 군사를 빌려주기로 했었음. 그래서 김춘추도 삼국의 영웅이냐, 매국노냐 하는 의견들도 많죠. 광해군처럼요.
한단고기를 가짜라고 자신하는 댁이 더 의심스럽네 누가 그게 진짜라 확신할수있고 가짜라 확신할수있지? 그리고 한국에서도 그렇게 배운단다 신라통일이후부터 신라의 왕족들이나 귀족들은 당나라식 복식을하고 그릇이나 장신구들을썼다고...그건 역사프로에도 나온것이었는데 니가 뭘알고 한국에서 배우네 안배우네 자신만만인것인지...이상한 아이로군...
엑시던트님은 한단고기가 100프로 가짜라고 확신합니까?? 한단고기의 내용이 100프로 거짓이라고 확담합니까?? 목숨을 걸고 맹세할수 있습니까?? 님이 욕하든말든 개인적으로는 단1프로의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연구가치가있고 놓을수 없는 사료라 생각되네요~~ 님이 타임머신이 있어서 정확하게 당시 시대상을 저에게 보여줄수 없다면 전 한단고기가 진짜라 믿을겁니다.~~~ 씨덜~~막말로 때넘이나 쪽발이도 왜곡하는판에 우리정서에 힘을 실어줄수있는 이론이 있다는게 어딥니까?? 단 편협한 민족우월주의로 흐르는것은 지양해야하지만 정신적무장이 되는거 같아 저는 정신건강에 매우 좋군요~~
저도 엑시던트님 글을 읽어보니깐 한단고기 가짜같은데. 한단고기에 대한 증거도 별로없고.
짝짝짝~~~
엑시던트는 한단고기가 가짜라는 것을 어디에 근거를 두고 확신하나요? 그것을 한번 제시해 주길 바랍니다. 엣날 초등학교에서 그렇게 배웠다? 역사는 주도권을 쥔 사람들이 자기 위주로 기록을 남기기 때문에 왜곡되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모두 경험을 통하여 알고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