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뢰한[無賴漢] : 성품이 막되어 예의와 염치를 모르며, 일정한 소속이나 직업이 없이 불량한 짓을 하며 돌아다니는 사람.
범인을 잡기 위해선 어떤 수단이든 다 쓸 수 있는
형사 정재곤(김남길).
그는 사람을 죽이고 잠적한 박준길(박성웅)을 쫓고 있다.
그를 잡을 수 있는 유일한 실마리는 박준길의 애인인 김혜경(전도연).
재곤은 정체를 숨긴 채 이영준이라는 가명으로 혜경이 일하고 있는 단란주점 마카오의 영업상무로 들어간다.
하지만, 재곤은 준길을 잡기 위해 혜경 곁에 머무는 사이
퇴폐적이고 강해 보이는 술집 여자의 외면 뒤에 자리한
혜경의 외로움과 눈물, 순수함을 느낀다.
오직 범인을 잡는다는 목표에 중독되어 있었던 그는
자기 감정의 정체도 모른 채 마음이 흔들린다.
그리고 언제 연락이 올 지도 모르는 준길을 기다리던 혜경은,
자기 옆에 있어주는 그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첫장면 김남길의 뒷모습을 따라가는 카메라의 롱테이크 움직임에 대사없이 걸어가는 걸음걸이에도 비스듬히 기울어진 어깨에도
재곤의 삶이 엿보이고 뭔가 감싸주고 싶다는 보호본능도 일었다.
원래는 이정재가 내정돼 있었다는데 부상으로
김남길에게 돌아갔다고 한다. 주인을 잘 만난것 같다.
"일하다가 범죄자하고 구분할수 없게 되면
그걸로 형사는 끝이라고 생각합니다."
언제나 재곤이 사고치면 뒤를 봐주고 스폰해주는
퇴직한 선배 형사에게 하는 말속에 재곤의 지키고 싶은 마지막
형사로써의 존심이 보였다.
하지만, 너 내 새끼지?(넌 내 개야)라는 물음에
너무 멀리 왔음을 안다.
혜경이 일하는 주점에서 그리 썩 유쾌하지 않은 인사를 나눈뒤
식당에서 혼자 밥을 먹는 그녀에게 다가가 대화를 시도하는
영준(재곤)의 행동은 마냥 무심하고 무정한 사람은 아니란걸
보여준다.
텐프로를 거쳐 이사장의 애첩에서 준길과 눈이 맞아
빚만 떠안고 그러다 나이들어 별 볼일없는 변두리
새끼마담이지만 그렇고 그런 퇴물 창녀가 아니였다.
"거짓말. 그 사람은 두사람만 모이면 배신한다고 하는
사람이예요"
준길과 의형제인척 거짓 연기하는 영준(재곤)을 바로 알아본다.
사람을 꿰뚫어보는 통찰력에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자존심은 버려도 자존감은 지키는 평온한 보통의 일상을
바라는 여린 여자이기도 하다.
전도연의 연기력은 알고 있었지만,
이 영화를 보고 나서는 제대로 보지 못하는 이 막눈에도
갑 of the 갑 연기'본좌'였다.
김민재(민영기역)와 마카오 룸에서 대화하는 장면에서의
전도연의 얼굴 근육 움직임, 입술과 턱의 미세한 떨림,
이사이로 내뱉는 목소리의 높고 낮음에서 혜경의 기분이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제발 주름 없애는 인위적인 수술 같은건 하지 마시길...
3천만원만 마련해서 상해로 뜨자며 영준에게서
뜯어내라는 준길의 말에 허망한 눈길을 보내지만
이내 감추고 할수있다며 그를 보낸다.
위스키를 스트레이트로 마시고 얼음을 아드득 씹어 먹는 그녀가
어떻게 세상이 돌아가는지 알거 다 아는 여자 일텐데
정말 바보같아 보였다.
"이 상처 기억나요?"
"기억하기 싫어"
"상처 위에 또 상처... 더러운 기억 위에 또 더러운 기억...
뭐.. 그런거죠..."
요부마냥 꽃뱀마냥 돈을 뜯어 낼줄 알았다.
그렇게 담담하게 돈 얘기를 할줄 몰랐다.
"도망쳐서 보통사람처럼 살아야죠
난 요리도 잘하고..."
그녀도 알았으리라.
준길과 도망쳐서 자리를 잡은들 미래는 뻔할거라는걸...
혜경이 재곤과 같이 잔게 돈 때문 일거라 짐작 했지만
다음날 음식하는 걸보고 사적인 마음도 들어간 잠자리란걸 알았다.
요리라는게 재료 장만부터 손질까지 시간을 필요로 하고
정성을 요한다.
잡채라니... 여러가지 재료에 정갈한 채썰기에
따로볶는 번거로움을 요하는 음식을 해준다.
"진심이야?"
혜경이 재곤에게 처음하는 반말이다.
저 대사를 할때 전도연의 그 풍부한 표정이란...
약간의 설렘, 기쁨, 찰나의 의심과 기대...
누구의 말처럼 소설로 치면 2~3 페이지는 서술했을
혜경의 심정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내 이름은 정재곤 입니다.
잘들어. 난 형사고 넌 범죄자 애인이야.
난 내 일을 한거지 널 배신한게 아니야."
준길을 체포하기 위해 형사라는걸 숨기고 영준이
행세한게 드러나 모든게 끝이나고 몇달만에
다시 만난 아니, 찾아간 혜경에게 변명 아닌 변명을 해 본다.
저 말을 하고 돌아서는 재곤을 혜경은 '이영준'이라고 부르며
그를 향해 칼을 꽂는다.
아마 준길을 배신한 자신의 속죄가 아닐까?
그 사람을 대신해 너에게 복수한거라고 꼿꼿이
서 있었지만 아무일 없다는듯 경찰들을 돌려보내는
재곤의 행동에 무너져 버린다.
"새해는... 복 많이 받아라 시발년아"
올 한해는 어디 도망갈 곳도 없이 꽉 막힌
혜경의 사주에 자신도 일조한것 같아 저렇게라도
용서를 구한건지도 모른다.
혜경이 준 저 상처는 재곤에게 싫은 기억이 될까?
혜경은 재곤을 찌를때 손의 느낌을 더러운 기억으로 떠올릴까?
사랑의 반대말은 미움이 아니라 무관심이다.
미움이 있다는건 아직 그 사람에 대한 미련이 있다는게 아닐런지...
이 영화는 불친절하다.
스토리의 개연성도 좀 모자르고 뭐 애초에 관객을 이해 시킬려는
마음도 없어 보였다.
하지만, 전도연의 하드캐리에 같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다른
배우들의 연기로 충분히 몰입이 되었고
개인적으론 며칠동안 계속 마음속에 남아있는 영화였다.
이게 무슨 하드보일드한 영화야??
첫댓글 연기력이 바탕이 되면 개연성이 부족해도 영화가 재미가 없게 느껴지진 않더라...
그래서 감독이 그렇게나 배우에게 갈망하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