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5시 30분에 맞춰진 랑님의 폰 알람소리가 휴일과는 상관없이 성실하게 알려준다.
새벽잠을 좀더 자도 되는데. 뒤척거리다가 아랑님이 깨우는 소리에 겨우 일어 났다.
아침일찍 KTX 편으로 대전으로 가야 하는 랑님의 아침상을 차려 주고. 몽롱한 정신으로 배웅을 하였다.
혼자 휴일을 보내야 하는 날이다. 뭐. 새삼스러울 일도 아니여서 오늘은
사진전과 미술관람을 할까 하다가 컨디션이 좋질 않아서 집에서 쉬기로 작정을 하고 있는데
흐르는 시간이 아까운 생각도 들어서 왠지 쉬는게 달콤함은 없어지고, 몸과 마음이 살짝 우울한 기분에 빠져든다.
그때 교회예배를 보고 오던 그녀가 날이 참 좋은데 산책을 가자고 한다
통화를 하고는 봄볕을 받으며 가볍게 산책을 나섰다.
해마다 젤 먼저 벚꽃을 피우는 벚나무도 꽃망울이 곧 터질 듯 하다.
엉~ 벌써 설레임으로 분홍빛의 진달래 꽃이 피네~! 봄이 성큼 다가 왔음을 알게 된다.
걷다가 활짝 핀 매화향도 바람결에 반겨주고. 따스한 햇살에 몸을 샤워하고 나니 우울한 기분은 어느덧 사라져 버린다.
산책의 묘미다. 이때 랑님의 전화.대전에서의 볼일이 일찍 끝나고.
동화사에서 둘째시동생이랑 간장게장으로 점심을먹고는 바로 울산으로 갈건데
도착하면 곧장 부산으로 병문안 갈거니까
늦어도 5시까지는 원한다면 준비를 하고 있으란다.
좀더 산책을 하고 싶었지만. 그녀도 오늘은 짧게 걷자고 해서. 랑님과 같이 부산으로 가기로 맘 먹었다.
다른 부부 한쌍과 함께 부산으로 병문안을 가는데
퇴근시간에 도로에 차들이 많다. 울산시내까지 빠져나오는데 한시간이 넘게 걸려 버리지만
수다를 떨면서 부산 구서동 근처에 병원을 찾아 갔다.
환자는 다행히 크게 다친게 아니고. 손가락 봉합수술을 잘 받고 표정이 환하게 보여 안심했다.
병실에서 잠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었다. 사고가 나기 전에 환자 부인이 운세를 봤는데 2~3월에 구설수가 있다고 했단다.
그 구설수가 희한하게 맞아 들어간다. 다치기 전 사고가 아닌데 차량 시비에 애매하게 꼬이면서 신경을 쓰이게 한 일인데
마트 주차장에 속도가 나지 않는 곳인데 사기범이 주차를 애매하게 해 놓고는 대물과 대인보상을 요구 했다고 한다.
흐릿한 cctv와 선명한 경찰 컴퓨터를 통해서 추적 조사 해봤더니
본인은 사기범 차를 건들지 않았다는 걸 확실하게 드러내 보여주었다고 한다.
사기범과 상대편 보험사직원은 경찰에 맡기고 조용히 일을 마무리 지었다고 한다.
그 전에 좋은일이 자주 있더니 어쩜 액댐을 했으니 이만한게 다행이라는 이야기를 유심히 들었다.
부산까지 병문안을 왔다고 고맙다며 제수씨들에게 저녁을 사겠다고 하는데 만류하고는 병실을 나왔다.
밤바람이 좀 불긴 하는데 많이 춥지는 않아서 기분이 좋았다.
랑님이 배도 고픈데 동래. 온천장 허심청 근처에서 꼼장어로 저녁을 먹자고 했다.
오랫만에 가본 온천장 밤거리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추억의 꼼장어 식당을 찾아 가기는 좀 바쁘고,
앗차하면 저녁시간이 넘 늦어지니까 허심청 부근에서 딱 끌리는 식당을 택했다.
손님이 북적이는식당은 일층은 자리가 없고 이층으로 올라갔다.
이층에서 겨우 자리를 잡고는 꿈틀꿈틀거리는 산꼼장어 5만원짜리와
반주로는 소주 한병을 주문해서 넷이서 배부른 저녁을 맛있게 먹었다.
운전에 부담이 없는 부부는 소주 한병을 더 시키더니
살짝 오른 취기 탓에 러브샷을 애교스럽게 하기도 하면서 즐겁게 마셔주었다.
옆테이블에는 장전동 부산대에서 온 단체팀들이 분위기를 띄우면서 술잔을 들고.
꿈틀꿈틀 산꼼장어집 시끌벅적한 분위기에 선뜻 적응이 안되고
부산에 다른지역에 내가 와 있다는 것이 살감된다.
주택단지에 학교가 근접한 조용한 울동네 있다가 이런 분위기도 가끔은 활기차다고 느껴졌다.
저녁을 먹고는 해운대 달맞이고개로 넘어 오다가 까페에서 차를 마시고 보름달의 운치를 맛보면서 집으로 돌아 왔다.
오랫만에 병문안으로 들리게 된 부산 금정산과 허심청온천. 산곰장어. 달맞이길로 가끔 놀러가도 좋겠다.
});
첫댓글 하루를 길게 다양하게 재미있게 보내셨네요.
경주에 있다가 부산집에 가면 도회지의 활기를 느낄 수 있어 좋기도 해요.
달맞이길로 해서 송정으로 기장으로 드라이브를 하고 오면 멀리 여행이라도 하고 온 듯한 기분이예요.
한번씩 색다른 분위기를 맛보면서 유쾌하게 살아 갑시다.^^
느티나무님의 나와바리 장소이지요? 온천장은 아닌 듯 하고.. 오랫만에 색다른 분위기가 신선한 밤나들이 였습니다.
허심청,달맞이 고개, 온천장, 산책, 즐거움을 담뿍 머금은 단어들이네요.
수필작가님들이 두 분이 떡 하니 계시는데 글쓰기가 쉽지 않습니다. ㅎㅎ
어제 부산에서 즐거움을 담뿍 머금은 시간을 가지게 되어서 좋았습니다.
일탈 : 매번 반복되는 일상에서 탈출하여 새로운 세상의 공기를 마셔보는 것도 멋지네요
백조도 직장인들처럼 나름 꽉 짜여진 일상에서 (병문안) 겸 가끔 이러한 일탈은 기분전환이 되었어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