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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 거치면 모텔도 특급호텔로…” | ||
[이코노믹리뷰 2004-09-09 09:45] | ||
“호텔 아미가를 국내 최고의 특급호텔로 만들겠습니다.”
아미가 호텔의 김희수(55) 신임 총지배인은 요즘 하루 25시간을 살고 있다. 700억원의 자금을 투자해 대대적인 리노베이션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최근 로비와 컨벤션 센터를 완공한 데 이어, 10월 그랜드 오픈에 맞춰 9개의 식음업장과 300개의 객실을 새롭게 꾸미고 있다.
김희수 지배인은 30년 동안 그랜드 하얏트, 리츠칼튼, 메리어트 등에서 식음료 수석부장을 지내는 등 호텔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호텔리어.
호텔은 그의 인생을 대변한다.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는 호텔의 막내부터 최고의 자리인 총지배인까지 평생에 걸쳐 두루 겪어낸 입지전적인 인물인 그가, 처음부터 끝까지 떨쳐낼 수 없던 생각은 ‘고객 만족’이었다.
처음 그가 고객 만족 개념을 접했던 시점은 그의 고향인 경주의 관광호텔에 들렀을 때였다고 한다. 고객을 극진히 모시는 종업원들의 세련된 매너와 예의 바른 모습이 그에게 크게 다가왔다는 것.
‘고객에게 만족을 선사하는 호텔리어의 프로페셔널한 모습’에 깊이 감동한 그는 결국 호텔리어가 되겠다는 결심을 했고, 서울 로얄호텔에 취직하여 주방에서 그릇 닦는 일로부터 시작하여 청소, 서빙 등의 일을 차례로 익혀 나갔다.
나이가 어렸고, 게다가 원하던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 힘든 것을 모르고 열심히 일했다. 그는 이 시절을‘고객을 위한 엔터테이너로 변모하는 과정’으로 생각한다. 고객에게 큰 즐거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몸소 체득했던 소중한 시절이었던 것이다.
그는 고객만족의 첫 걸음은 고객의 입장에 서서 생각해 보는 것이라 생각한다. “30년 동안 주방에서 테이블에 이르기까지 고객이 거쳐 가는 동선을 따라가며 불편한 점이 없는지 매일매일 확인했습니다. 고객의 입장이 돼야 고객의 마음을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총지배인의 자리에 오른 지금도 그는 이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고객만족은 도어맨에서 총지배인까지 모든 직원이 추구해야 할 가치입니다. 총지배인이 돼서 달라진 것이 있다면 고객을 만족 시켜야 하는 영역이 넓어졌다는 것뿐입니다.”
그는 진정으로 고객을 만족시키려면 직원을 사랑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호텔 밑바닥에서 시작해 최고의 자리에 올랐으니 부하 직원들의 고충을 누구보다 잘 이해한다.
“몸에 밴 친절과 자연스러운 웃음을 선사하는 호텔이 진짜 일류 호텔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직원들이 기쁜 마음으로 일을 해야 되겠죠.”
그는 직원들에게 가까운 선배가 되어 고민을 들어 주고 존댓말을 사용하며 다정다감하게 대한다. 그러다 보니 직원들은 고충이나 어려운 일을 허물 없이 털어놓는다고 한다.
평범하게 시작했지만 그의 호텔리어의 이력은 점차 화려해졌다. 서울 로얄호텔을 필두로 조선호텔을 거쳐 그랜드 하얏트호텔에서 식음료 부장을 역임했고 리츠칼튼호텔 식음료 수석 부장, 메리어트 호텔 식음료 수석 부장, 하드록 카페 서울 총지배인을 지냈다.
화려한 경력 중에도 유독 그는 프리 오프닝 팀으로 참여하며 근무할 일이 많았다. 체인호텔인 리츠칼튼과 JW 메리어트호텔에서 창립멤버로 근무하며 식음료 부문을 한국인들의 입맛에 잘 맞도록 토착화시키는 데 공을 세웠다.
새로 오픈한 호텔에서 식음료 부서를 책임지고 꾸리는 일이란 여간 힘이 많이 드는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매번 호텔 개관 작업에 참여하는 게 기존 호텔을 그대로 꾸려 나가는 것보다 훨씬 큰 성취감을 안겨 주었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그 매력에 빠져들었다.
“저는 일복이 많은 것 같습니다. 제가 거쳐간 호텔을 보면 대부분 호텔 오픈시점이었거든요, 그래서 제 별명이 ‘오프닝 전문가’입니다.”
30년에 이르는 호텔 경력과 호텔 프리 오프닝 팀에 근무한 전문가로서의 경험을 갖춘 그는 호텔 아미가의 그랜드 오픈을 담당할 최적격 인물이다.
그는 호텔리어로서 필요한 지식을 익히는 데도 힘을 쏟았다. 글로벌한 경험을 중시하여, 1984년 미국 뉴욕의 코넬 호텔 대학을 수료하고 해외에서의 연수, 세미나 참석, 교육 등에 늘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서울보건대학 조리예술과에서 겸임교수로 후진 양성에 힘쓴 것은 특히 뜻 깊은 경험이었다.
지식과 경력의 조화를 이루며 호텔에서 전문적인 영역을 구축해 온 김 총지배인은, 그의 일터에서 진심으로 즐거움을 느껴왔다. 일을 하다 보니 개인적으로도 좋아하게 된 와인은 그가 하나의 트렌드라고 여기면서 일반인에게까지 꼭 알리고 싶어하는 부분. 위스키의 자리를 점점 와인이 대신하는 것을 직접 목도한 그는, 와인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즐거운 마음으로 2003년 《와인이야기》라는 책을 공동으로 저술하기도 했다. 편안하게 즐기는 마음으로 쓴 책을 통해 직원들에 대한 와인 교육이 이뤄지고 있으니, 그에 대한 직원들의 존경심은 절로 높아진다.
호텔 아미가의 총지배인으로서의 그의 계획은 그간 체인 호텔의 식음료 부문을 우리나라 풍토 에 맞게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듯, 호텔 아미가 그랜드 오픈을 성공적으로 이뤄내는 것. 순수 국내 자본으로만 이루어진 국내 브랜드 호텔인 만큼, 이번 성공의 값어치가 예전에 비할 수 없이 클 것이라 자부하는 김 총지배인의 들떠있는 목소리에서, 호텔리어로서의 그의 강력한 에너지가 느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