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판장은 오전 5시에 기상을 합니다. 학업을 마치고 직장생활을 시작한 후로 아침형 인간으로 변신하여 여태 그리 지내고 있으니 20년도 넘게 몸에 밴 습관입니다. 월급쟁이 시절에는 아침시간을 활용해서 운전이나 수영 등 평소 해보고 싶었던 것들을 배우고 단련하는 시간으로 활용을 했고, 강구막회에서 일을 시작한 이후로는 새벽에 수산시장에서 장을 봐오고 밑손질을 하는 것이 갑판장의 오전일과가 되었습니다.
이런 사정을 모르시는 분들은 강구막회의 영업시간이 정오부터 오후 1시 30분까지 한 시간 반과 오후 5시 반부터 10시 반까지 다섯 시간을 합해 하루에 여섯 시간 반이니 참 편하게 장사를 한다 하시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편하게 장사를 하려면 속초나 묵호, 포항, 강구 등지에서 밑손질을 마친 것을 받아 쓰면 되지만 그래서는 갑판장의 마음이 떳떳하지를 않습니다. 강구막회 식구들의 손을 거친 것이 아니고서는 맛과 품질을 보증할 수 없으니 일일이 몸고생을 할 수밖요. 덕분(?)에 아내와 여사님들까지 덩달아 몸고생을 하십니다....가 아니고 그 양반들이 갑판장보더 훨씬 바지런하고 손끝이 야무지싶니다. 그래서 오히려 갑판장이 호된 시집살이(?)를 하고 있습니다. 진짭니다.
아침식사를 하러 나온 거리풍경/광복로, 부산
가족여행(이라 쓰고 출장이라 읽음) 중이지만 역시나 오늘도 나홀로 아침식사입니다. 朝中夕夜를 꼬박 챙기는 四食人 갑판장과는 달리 아내는 二食人이요, 딸아이는 좀비 코스프레 중이니 어쩔 수가 없습니다. 그래도 시내 한복판에 숙소를 잡아놓으니 서너 발짝만 나서면 아침식사를 할 곳이 즐비합니다.
'Morning Coffe & Toast'가 적혀 있는 입간판/광복로, 부산
먹이를 찾아 산기슭을 어슬렁거리는
하이에나를 본 일이 있는가
짐승의 썩은 고기만을 찾아 다니는
산기슭의 하이에나
나는
하이에나가 아니라 표범이고 싶다.
산정 높이 올라가 굶어서 얼어서 죽는
눈 덮인 킬리만자로의 그 표범이고 싶다.
closed
끼니를 찾아 광복로를 어슬렁거리는
부량자를 본 일이 있는가
식당의 쓰레기통만을 찾아 다니는
광복로의 부량자
나는 부량자가 아니라 손님이고 싶다.
부산까지 내려와 모닝커피 찾아 마시는
문 닫힌 나담카페의 첫 손님이고 싶다.
흙ㅠ.,ㅠ 문 닫혔으요.
재첩국정식/섬진강, 부산
문 닫힌 나담에서 낙담을 하곤 바로 옆에 있는 재첩국집으로 들어 갔습니다. 아침끼니라 간단히 재첩국으로 해장이나 하려는데 그냥 재첩국은 없고 재첩국정식이 있습니다. 1인분에 8천원으로 재첩국과 몇 가지 반찬에 쌈거리와 고등어무조림이 두 토막이 더 나왔습니다. 상을 받고 나서도 아침부터 왠 쌈에 왠 고등어조림이람 했는데 막상 고등어조림을 맛보니 재첩국보다 돋보입니다. 부산이 활어나 꼼장어 등 각종 수산물로 유명하지만 고등어도 절대 빠뜨릴 수 없는 주요 먹거리입니다. 새벽에 자갈치에서 경매 받은 생물 고등어를 반찬이나 안주삼아 부산에서 먹는 맛은 분명 기동찰 겁니다.
노량진수산시장에서 당일 경매로 풀린 부산출신의 생물 고등어만 먹어봐도 시중에서 흔히 보는 며칠 묵은 고등어나 냉동 고등어 따위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살집이 야들하니 참 맛있습니다. 나중에 기회가 닿는다면 부산에서 아예 작정하고 고등어요리를 먹어봐야겠습니다.
나담/광복로, 부산
알고보니 나담은 진작(오전 7시)부터 문을 열어 두었는데 쥔장이 깜빡하고 'closed' 푯말을 'open'으로 바꾸질 못했답니다. 이상은 문밖에서 서성이던 갑판장을 발견하곤 반갑게 맞이하던 여사님의 변이었습니다.
부산여행을 기획하면서 부산의 로스터리 카페에 대한 정보도 취합 했었는데 나담에 대한 정보는 빠졌습니다. 우연히 들른 집 치고는, 아니 작정하고 들렸어도 만족했지 싶습니다. 이번 부산에서의 일정 중에선 가장 인상적인 시간입니다. 지난 5월 포항의 아라비카에서 강하게 내린 강배전의 케냐(커피 내리는 모습을 보지는 못했지만 향과 맛을 보건데 넬드립을 한 것으로 추정)를 마신 이후로 진득하게 붙는 맛에 꽂혀 나담의 여사님께도 '혹시 강배전중에서 찐하게 내려 주실만한 것이 있을까요?'라고 물었더니만 바로 '탄자니아를 에스프레소스럽게 내려 드릴까요?'라는 답을 건냅니다.
강배전 탄자니아원두를 멜리타 드립퍼로 에스프레소스럽게 내린 추출물/나담
한 시간 가량 머물렀을 겁니다. 카운터 자리에 앉아 킬리만자로의 표범무늬 상의를 입은 중년의 여사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느라 카페의 이모저모를 살피지는 않았습니다. 그 것 보다는 커피와 카페, 살아가는 이야기에 방점을 두었습니다. 진공관 엠프를 통한 클래식한 선율이 흐른다든지, 문밖에 'since 1968'이란 푯말을 걸어놓은 근거가 충분한지는 그 다음입니다.
<갑판장>
& 덧붙이는 말씀 : 부산의 아침을 함께 했더라면 아내도 참 좋아라 했을텐데 말입니다. 하지만 아내에게는 꿀잠도 참 중요합니다. 휴가중이니까요.
첫댓글 일전에 긴자 커피숍을 가보니
우리나라에 흔한 케냐가 없더군요.
여쭤보니 대신 탄자니아를 취급한다셔서 추천하신걸 마셨는데 참 좋았던 기억이 납니다.
짧은자 커피숖에 가보니...
쿨럭, 지송합니다.
잘 봤구먼...
쉬엄 쉬엄 봐. 갈길이 머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