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기의 풍경
임병식
오랜만에 버스를 타려고 정류소에 갔다가 뜻밖의 풍경을 만났다.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 몇 명이 의자에 앉아 있을 뿐, 도로변으로 나가 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도 스피커에서는 같은 안내 방송이 계속 흘러나왔다.
“777번 버스가 곧 도착합니다. 뒤로 물러나 주십시오.”
버스 도착 안내 시스템의 음성이었다. 다소 강한 억양 때문인지 훈계하듯 들렸다. 앞으로 나가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도 같은 안내를 되풀이하는 모습이 조금은 우스꽝스럽게 느껴졌다.
생각해 보면 우리 주변에는 이런 풍경이 적지 않다. 예전 횡단보도에서는 “좌우를 살피고 건너시기 바랍니다.”라는 안내가 흘러나왔지만, 이제는 남은 시간을 숫자로 표시하며 걸음을 재촉한다. 어떤 곳은 센서까지 설치해 보행선만 넘어도 곧바로 경고음을 울린다.
모두 안전과 편의를 위한 변화다. 그러나 버스 안내 시스템은 아직 사람보다 프로그램에 더 충실한 듯했다. 정류소의 상황과는 상관없이 정해진 문구만 반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기술은 먼저 들어왔지만 사람의 상황을 헤아리는 능력은 아직 그 속도를 따라오지 못한 것이다.
새로운 기술은 처음에는 어딘가 어색한 흔적을 남긴다. 사람 손에 충분히 익기 전까지는 시행착오가 먼저 드러난다. 요즘 눈썹 시술을 받는 사람이 많은 것도 그렇다. 솜씨 좋은 전문가의 손을 거치면 자연스럽지만, 그렇지 않으면 금세 인공적인 흔적이 드러난다. 새로운 기술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비로소 사람에게 어울리는 모습으로 다듬어진다.
버스 안내 시스템도 언젠가는 그렇게 변할 것이다. 정류소에 사람이 있는지, 승객이 어느 위치에 서 있는지까지 파악해 필요한 순간에만 안내하고, “777번 버스, 한재 방면입니다.”, “777번 버스, 미평 방면입니다.”처럼 행선지까지 알려 준다면 훨씬 친절한 안내가 될 것이다. 같은 번호라도 운행 방향이 달라 헷갈리는 일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은 인공지능이 우리 삶 속으로 빠르게 스며드는 과도기다. 새로운 기술은 처음부터 완전하지 않다. 사람은 기술의 빈틈을 견디며 그것을 길들이고, 기술은 다시 사람에게 맞춰 조금씩 진화한다.
언젠가 인공지능이 사람의 의도와 상황까지 자연스럽게 헤아리는 시대가 오면, 오늘 정류소에서 들었던 그 반복된 안내 방송도 한 시대의 미숙함을 보여 준 풍경으로 기억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미소를 지으며 말할지 모른다.
“그때는 기술도 사람처럼 자라나던 시절이 있었지.”
(2026)
첫댓글 새로운 기술의 어색함을 '인공적인 눈썹 시술'에 비유한 대목은 놀라운 착상입니다.
기계의 미숙함을 꼬집는 데 그치지 않고 한재 방면, 미평 방면처럼 실제 승객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행선지 안내라는 구체적인 의문점을 해결하려는 것은 현재 필수입니다. 저도 낭패를 봤습니다. "그때는 기술도 사람처럼 자라나던 시절이 있었지."라는 인간과 기술이 서로를 길들이며 함께 성장해 나가는 과정으로 바라보는 따뜻하고도 관조적인 시선이 긴 여운을 남깁니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우리가 기계를 어떻게 바라보고 길들여 가야 하는지 깊이 생각해 보게 만드는 격조 높은 글입니다. 당일 맛도 없는 삼계탕 초대에 고생만 하시어 면목이 없습니다. 하필 조리사가 새로 부임하여 시행착오의 분기점에 시험대상의 날이었던 같습니다.^^
요즘 각분야에 인공지능이 도입되고 있는데 지금은 과도기인것 같습니다.
시행착오를 하는 것이 예교스럽기도 하고 못마땅하기도 합니다.
차차 개선되면 좋아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머지않아 각자 피지컬AI 비서를 부리는 사회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이 우리생활 가까이 적용되어 전에는 보지못한 풍경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한데, 그것에 상황과 맞아떨어지면 좋은데 아직은 그렇지 못하고 엇박사를 내고 있어
웃음을 자아내게 합니다.
그 추세가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으니 금방 고쳐지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