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11월1일(일) 맑음
일어나니 몸이 뻐근하다. 어제 소풍 때 찬바람을 많이 쐬어 그런 것 같다. 아침 먹고 오래 누워 臥禪와선하다. 몸 안에서 빛이 환하게 비치며 온기가 온 몸을 감싼다. 스스로 치유가 된다. 正眼정안에게 문자 보내어 일찍 귀가하여 휴식을 취하라하였더니만, 草岩초암이 시아버지초상을 치루고 있다는 소식을 전한다. 호연과 원정, 아미화와 문아와 함께 경상대병원 장례식장으로 가서 초암의 시아버지 영전에 향 한 개비 올리다. 문아가 차 한 잔 올리고 함께 망자를 위한 자애명상에 들다. 초암의 남편과 자식들과 인사를 나누다. 초암의 아들딸은 모두 잘 생기고 늠름하다. 돌아오는 길에 茶樂다락에 들러 여담을 나누고 하루를 마무리하다. l1월의 초하루가 이렇게 떨어진다. 인생의 나무에서 한 잎이 떨어진 것이다. 이제 떨어진 잎이 남아있는 잎보다 많아진다. 하이쿠를 읽다. 료칸良寬, 잇사一茶, 부손蕪村
뒤를 보여 주고 앞을 보여 주며 떨어지는 잎
나비가 못 되었구나 가을이 가는데 이 애벌레는
가을바람 분다 눈 속에 있는 것 모두 시
언제든 죽을 수 있는 풀이 꽃도 피우고 열매도 맺고
시간, 공간, 이 나무 이곳에 시든다
2015년11월2일(월)맑음
가을 기운 때문인지 자다 깨다, 깨다 자다. 누웠다 앉았다, 앉았다 누웠다. 불현 듯 일어나 하이쿠를 쓴다.
꿈속에 깨달았는데 깨어보니 원래 그 자리
너는 나의 꿈속 나는 너의 꿈속 꿈속에서 다시 꿈을 꾸네
봄인가 했더니 여름 이미 지났고
가을인가 했더니 잎 다 떨어진 초겨울
죽음은 뒤따라오며 삶의 뒤를 봐주는데
삶은 여봐란 듯 앞으로만 달아나고
오전에 붓을 빨아놓고 종이를 적당한 크기로 오려서 법명을 쓰다. 저녁에 월요명상 나가다.
돌아와 유투브에서 조성진의 쇼팽 피아노 콘쩨르토 E단조 작품 11을 듣다. 조성진은 제17회 쇼팽 피아노 콩쿠르 우승자이다. 그의 연주야말로 건반을 유리알 삼아 굴리는 유리알유희이다. 손끝에서 전기가 흐르고 손가락이 춤을 춘다. 온 몸에서 전율이 느껴진다. Marvellous! Magnificent!
2015년11월3일(화)맑음
일묵스님 동영상 강의 듣다. 오후에 진주성 한 바퀴 돌다. 이상하게 피곤하여 푹 쉬다.
2015년11월4일(수)맑음
죽향에서 저녁 먹고 진주성 한 바퀴 돌다. 수요명상을 이끌다. 明星명성과 蕉月초월이란 법명을 주다. 거사들의 법명을 이미 지어놓았으나 다음 주 수요일에 주기로 하다. 호연거사가 <강린포체>를 빌려준다.
2015년11월5일(목)맑음
아침에 정진하다. 오후에 죽향으로 가서 전현수박사의 <정신과 의사의 체험으로 보는 사마타와 위빠사나>를 독파하다. 전박사는 미얀마 파욱 센터에서 시키는 대로 공부를 해서 성취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사선정에 들어 자기의 전생과 내생을 보고, 다시 사무색처에 들어가는 경험과 아비담마를 체험으로 확인하는 대목이 인상적이다. 현재 위빠사나를 수행하는 한국 스님들 사이에서는 파욱센터의 공부 방법에 대한 견해는 정해지지 않은 유보상태이다.
2015년11월6일(금)비
가을 비 내린다. 대구 관오사로 가다. 대견스님이 미리와 있다.
2015년11월7일(토)비
아침 먹고 가창댐 지나 운흥사로 드라이브가다. 지우스님이 운전하고 도연(통도사), 대견, 혜진 등등 스님과 함께 가을 산길을 걷다. 비에 젖은 가을 산색이 선연하다.
雲興秋色照, 운흥추색조
深谷丹葉路; 심곡단엽로
寺空雨破寂, 사공우파적
何物聞中道. 하물문중도
구름 일어 가을 산 빛 곱게 비치니
깊은 계곡 단풍든 길 걷노라,
텅 빈 절
빗소리 적막을 두드리는데
누가 중도의 소식을 듣는가?
오후2시부터 대견스님이 <남전과 북전의 계율의 비교와 이해>를 발제하다. 여러 스님네들이 밤10시까지 토의하다. 승려생활에서 생생하게 느꼈던 문제점과 의심들을 제기하면서 열띤 질문과 대답이 오갔다. 실라sila와 계vinaya를 구별할 줄 알아야한다. 지계청정은 열반에 필수불가결한 조건이다. 한국승가의 계맥은 오리무중이며 3사7증 자체가 원천적으로 청정하지 않았으며, 수계절차가 비합법적이다. 토론이 끝난 후에도 여운이 남아, 주지스님 방에서 각묵스님과 대견스님과 12시까지 대화하다가 같이 자다.
2015년11월8일(일)비
아침을 공양을 받다. 대구 수목원 앞 식당에서 대구 초기불교수행 불자들이 아침공양을 대접한다. 이어서 수목원을 같이 포행하다. 비에 젖은 수목원 풍경이 아름답다. 달서구 신당동 성서시장에 있는 미얀마 포교당(Cittasukha Myanmar Monastery)으로 가다. 대구 인근에 있는 미얀마 불자들이 모여 카티나Kathina행사를 하는 날이다. 스님들께 가사를 보시하는 행사이다. 위세이따(Ashin Vicitta)스님을 비롯한 미얀마스님들이 우리를 초청했다. 미얀마 불자들은 돈 벌러 온 노동자들이거나 유학 온 학생들이다. 합장하여 자비경을 외운다. 미얀마 식으로 차려진 점심 공양을 하다. 짜이도 맛있게 마셨다. 관오사 주지스님의 격려사가 있고 난 후, 나에게로 마이크가 넘겨져 인사말을 했다. 멀리 한국에 온 것을 기회로 삼아 모두 꿈을 이루기를, 원하는 것 모두 성취하기를, 불교의 정통성을 잘 지켜온 미얀마 불자로서의 자존심을 잃지 말기를 축원했다. 모든 것이 잘 되기를. 선하게 사는 것이 최상이다. 다르마가 모는 것을 이긴다고 외쳤다. 빗속을 달려 서부정류장에 내리다. 버스 타고 진주로 돌아오다.
2015년11월9월(월)흐림
아침 늦잠자다. 남은 밥 끓여먹고 사과와 감을 맛보다. 가을이 이제 거의 다 지나갔는가? 저녁 햇살을 받으며 죽향으로 걸어가다. 육도윤회도를 칼라로 복사하여 법문자료를 준비하다. 문아보살이 차려준 저녁을 아미화, 반야성, 문아, 단송거사와 함께 먹다. 차를 마시며 강의를 기다리니 초록이 제일 먼저 온다. 마음의 육도윤회를 이야기하니 숙연해진다. 수타니빠타를 독송하다. 사바세계의 모퉁이에서 하루를 이렇게 보낸다. 먼지 한 알 우주에서 먼지 보다 작은 존재가 먼지 보다 큰 것을 생각하고 <먼지 밖>을 꿈꾼다. 그래서 마침내 <먼지가 사라진 경지>를 본다. 리진(離塵), 피진(避塵), 출진(出塵), 멸진(滅塵).
2015년11월10일(화) 맑음
일광스님과 점심 먹고 죽향으로 나가다. 차를 마시고 진주성을 산책하다. 돌아와 쉬다.
끊임없이 사람
쉬었다 가는 여름
들판의 돌 하나 野一石
문을 나서서
열 걸음만 걸어도
넓은 가을바다 秋海廣 -마사오카 시키(正岡子規,1867~1902)
첫댓글 ~()()()~
에긍, 초암 시아버지께서 돌아가셨군요~ 오늘 사실을 알고 초암보살님의 슬픔을 뜨올려봅니다 고인의 극락왕생을 기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