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도 농촌지역을 지나다 보면 마을 입구에 우뚝 서있는 큰 나무를 볼 수 있다. 대뜸 오랫동안 사람들이 모여 살아온 유서 깊은 마음임을 알 수 있다. 수백 년 된 둥구나무로 대개 느티나무다. 마을의 상징이면서 지킴이 역할을 톡톡하게 하고 있다. 둥구나무는 쭉쭉 올라가지 않고 옆으로 몸집이 퍼지고 매끄럽기보다는 울퉁불퉁하며 험상궂기까지 하다. 그러나 가까이할수록 아늑하고 편안한 느낌이 든다. 오랜 세월을 끌어안고 온갖 풍파를 다 겪은 역전의 용사 못지않은 풍모를 지녔다. 꼭대기에는 으레 까치집 한두 개쯤 얹혀 있다. 그만큼 까치도 한 가족처럼 함께하였음을 엿볼 수 있다. 둥구나무가 무슨 좋은 열매를 나눠주는 것도 아니고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것도 아니다. 고작 봄이 왔다고 새싹을 피우고 가을이라고 누렇게 단풍 드는 것이 전부이지 싶지만 자랑스럽기 그지없다. 둥구나무는 수백 년 동안 그 마을의 온갖 애환을 지켜본 산 증인이면서 역사이기도 하다. 그러나 어느 편을 들거나 흉을 보지 않고 그저 보고도 못 본 척 알고도 모르는 척 묵묵히 세월을 지켜왔다. 많은 사람이 와서 하소연도 했을 것이다. 남에게 털어놓지 못하는 이야기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비밀을 지키듯 아무 말이 없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은 더 좋아하고 신뢰하며 경외감을 갖기도 한다. 누가 언제 태어나고 누가 언제 죽었으며 누구의 행실이 어떤지를 훤히 꿰고 있다. 누가 누구네 자손이며 그 자손들이 언제 마을을 떠나가고 언제 찾아왔었는지 다 지켜보았다. 둥구나무는 동네 앞이 확 트이고 지대가 다소 높은 마을 입구에 자리를 잡고 있어 동구 밖을 훤히 내다볼 수 있다. 둥구나무는 자신이 할 일을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비가 오든 눈이 오든 한 번도 꾀를 부리거나 한눈파는 일이 없다. 마을 사람들을 눈여겨보며 품에 안고 나이테를 새기듯 소중하게 여겼을 것이다. 마을이 흥하는 만큼 둥구나무도 신바람 났을 것이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보호수로 지정을 받기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