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수 있을까요? 해냈어요!!!”
며칠 전 하람 인근에서 장사를 하시던 사장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혹시 김유미씨 정기적으로 일할 수 있을까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하루에 3시간씩 일하고 월급을 받는다는 내용이다.
평양감사도 하기싫으면 못하는 것이기에 무엇보다도 당사자인 유미씨의 의견이 중요했다.
단번에 유미씨의 허락이 떨어지고 어떻게 시작 할지 궁리에 들어갔다. 왜냐하면 직장이 하람 근처가 아닌 새로운 낯선 곳이기 때문이다.
먼저 교통편을 알아보고 하람에서 직장까지의 경로 파악에 들어갔다.
605번 버스를 타고 가양동까지 가서 다시 도보로 반찬가게를 찾아가야했다. ‘잘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먼저 앞섬과 동시에 ‘할 수 있어! 해보자!’ 라고 마음먹는다.
또 무엇을 준비해야 하지? 교통카드, 핸드폰, 비상금 등이 필요했다.
유미씨와 하나하나 준비한다. 교통카드 충전소에서 카드를 직접 충전해보고, 핸드폰으로 하람과 이 팀장에게 전화도 해본다. 버튼 하나하나에 힘이 들어가고 어설프다. 터치해도 되는데 굳이 미는 동작으로 자꾸 결번이 된다. 그럼에도 포기란 없다.
드디어 첫 출근 날이다.
얼굴이 상기되고 목소리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직장 다녀오겠습니다.”첫 걸음부터 많은 이야기들이 시작되고 반복된다. 기억하고 기억하길 바라며 출근이 시작된 것이다.
어디에서 몇 번 버스를 타고 어디에서 내려야 하는지, 내리기 전엔 무엇을 준비하고 벨은 언제 눌러야 하는지 등 어느새 앵무새처럼 반복하고 따라하는 과정이 6일간 지속되었다.
함께하는 과정 가운데 서서히 유미씨의 역할들이 늘어간다. 투명인간이 되어 함께하는 이 팀장을 뒤로하고 유미씨 스스로가 버스를 타고 내릴 곳을 확인한다. 얼굴엔 걱정 근심이 가득하다. 준비한 버스카드로 내릴 곳이 다가오자 자꾸 뒤돌아 본다. 머리를 콕콕 찍으면서 고민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그럼에도 굳이 나는 모른척한다. 온 촉각이 다 유미씨에게 향해 있으면서도 애써 감춘다.
그러던 어느 날 유미씨가 내릴 곳 한 정거장 전에 벨을 눌렀다. 순간 나는 큰 소리로 “죄송합니다. 잘못 눌렀어요”라고 외쳤다. 신기하게 유미씨도 자동으로 따라한다. 비록 실수는 했지만 잘했다고 힘주어 격려한다. 유미씨에게 얻어진 배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 한 번은 비가오고 어스름한 어둠이 깔리고 있는 날이었다. 퇴근해 내려야하는 곳이 다가오자 유미씨가 안절부절 한다. 다른 사람이 먼저 벨을 눌렀다. 유미씨의 고개가 이곳저곳을 바쁘게 살핀다. 그러다 갑자기 벌떡 일어나 “기사 아저씨 세워주세요”라고 외친다. 바로 유미씨에게 다가가 이미 지나쳤으니 이번에 내리자고 이야기하며, 새로운 경험을 나누고 대처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어깨가 약간 쳐져있다. 그래도 유미씨의 목소리를 내서 너무 멋있었다고 힘을 실어준다.
이런 실수를 거듭하는 과정 속에서 유미씨는 조금씩 성장하고 있었다.
‘가양도서관, 대전역 중앙시장’을 반복해 중얼거린다. 잘 타고 내렸다. “앗싸~”둘이 파이팅 한다. 이젠 걱정이 점차 미소로 변해간다.
드디어 유미씨의 ‘나 홀로 출근’이 시작된 날! 이 팀장이 더 걱정이다. 물가에 내 논 아이를 걱정하는 마음이 아마도 그런 심정이었으리라... 핸드폰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2시가 다가올수록 더욱 그러하다. 전화벨이 울렸다. “팀장님 저 잘 도착 했어요. 해냈어요!”승전보가 울렸다. 목소리가 떠나갈 정도로 크고 넘친다. 덩달아 나도 그러했다. 순간 밀려오는 행복감이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나도 이런데 유미씨는 어땠을까? 그 표정을 보진 않았으나 이미 목소리가 모습을 전하고도 남았다. 좌우로 고개를 흔들며 리듬을 타던 유미씨의 직장 출근길. 내가 본 모습 중 가장 행복했던 유미씨의 마음속 사진 한 장이 되었다.
오늘도 유미씨는 당당하게 반찬가게로 출근한다.
내일도, 모레도 계속될 것이다.
유미씨의 첫 월급이 들어오는 날이 가까워진다.
행복이 자란다.
꿈이 자란다.
「유미씨의 멋진 둘레사람이 되어주신 반찬가게 사장님께 감사를 드리며, 18년 11월 김유미씨의 고운 직장취업 단풍잎을 책갈피로 간직한다.」
2019년 2월 20일 수요일 늦은 밤
입주자 지원에 대하여 생각하다가 나도 모르게 사회복지정보원에 들어온다.
작년 마무리를 어떻게 했는지 정리도 제대로 하지 못한채 19년을 맞으며
벌써 2월이 지나가려한다.
그런데 웬지 작년 11월에 기록했던 유미씨의 직장 취업기를 올리고싶다.
그냥...
첫댓글 "“팀장님 저 잘 도착 했어요. 해냈어요!”승전보가 울렸다. 목소리가 떠나갈 정도로 크고 넘친다. 덩달아 나도 그러했다. 순간 밀려오는 행복감이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나도 이런데 유미씨는 어땠을까? 그 표정을 보진 않았으나 이미 목소리가 모습을 전하고도 남았다. 좌우로 고개를 흔들며 리듬을 타던 유미씨의 직장 출근길. 내가 본 모습 중 가장 행복했던 유미씨의 마음속 사진 한 장이 되었다."
이주경 팀장님~
읽는 저도 행복합니다.
유미 씨의 직장생활 응원합니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며 즐겁고 고마운 일이 많아지기 바랍니다.
네~ 늘 고맙고 감사합니다. 직장 출근하며 여러가지 사연들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함이 더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