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미카제 조종사 vs 러 파병 북한군
2024.11.22 한경 김동욱기자
제2차 세계대전 말기 격전지 오키나와로 가는 길목인 가고시마현 도카라열도에는 ‘불시착’한 비행기가 줄을 이었다.
세 번이나 불시착했다가 귀환한 한 특공대원은 끝까지 “고의로 불시착했다”고 말하지 않았다. 그저 기체에 결함이 있었다고만 주장했다. 자살 편대들이 ‘지원’의 형식으로 등 떠밀려 출진했지만, 그 속에서 개인들은 필사적으로 저마다의 ‘살길’을 찾았던 것이다.
북한도 러시아도 떳떳하게 ‘참전했다’고 밝히지 못하는 명분 없는 더러운 전쟁에, 자국 군복을 입지도 못한 ‘용병’ 북한군은 총알받이가 돼 최전선으로 떠밀리고 있다.
‘고기 분쇄기 전술’이라는 용어로 대표되는 러시아의 군사 문화는 예부터 인명 경시로 악명이 높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도 자신을 사지(死地)로 내모는 것에 치를 떤 수많은 러시아인이 침략자 나치 독일의 편에 서서 조국에 총을 겨누며 제 살길을 찾았을 정도다.
독일어로 자발적 조력자라는 뜻을 지닌 ‘힐프스빌리게’의 약칭인 ‘히비’로 흔히 불리던 반(反)소련 활동자는 그 수가 60만 명을 넘었다.
옛 악습을 버리지 못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도 문자 그대로 ‘사람을 갈아 넣는’ 전술을 반복하고 있다. 러시아군만 하루 사상자가 1000여 명에 이르는 소모전이 이어지고 있다.
언어도, 환경도 모두 낯선 이국의 전장에 던져진 북한군의 처지는 자폭할 미군함을 찾아 망망대해를 떠돌던 가미카제 특공대원과 다를 바 없다.
‘북한판 불시착’은 이미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