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멘토 모리(Memento mori)!
고대 로마에서는 원정에서 승리를 거두고 개선하는 장군이 시가행진을 할 때 노예를 시켜 행렬 뒤에서 큰 소리로 외치게 했다고 한다.
이는 라틴어로 “죽음을 기억하라는 뜻인데,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너무 우쭐대지 말라. 오늘은 개선장군 이지만, 너도 언젠가는 죽는다. 그러니 겸손하게 행동하라” 는 뜻이라고 한다.
이렇듯 ‘죽음’은 우리 인간 모두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과정이다.
그런데 한국인은 유달리 죽음에 대해 멀리하는 습관이 있다.
심지어 죽을 사(死)라고 생각해서 건물의 4층을 F층이라 하든지 아예 4층을 빼버린 빌딩도 있을 정도이다.
이번에 뜻밖에 암초를 만나 미루어 왔던 죽음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시중에 나온 죽음학에 대한 책을 사서 읽고 유튜브를 통해 죽음에 대한 강의를 들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분으로 이대 최준식 교수와 서울대 정현채 교수를 들 수 있다.
두 분 다 나와 동년배로서 현직을 은퇴하고 죽음학에 대해 각종 매체를 통해 열심히 강의하고 있다.
특히, 정현채 교수는 서울대 의과대학 내과 교수로서 일찍 죽음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졌었는데 정년을 2년 앞두고 방광암이 발생하여 방광을 절제하는 대수술을 받았다고 한다.
그런데도 죽음에 대해 두려움을 갖지 않고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 해양장 등 사후 준비를 철저히 해 두었다고 한다.
지금은 제주에 내려가 집을 짓고 부부가 행복하게 지내면서 죽음에 대한 강의도 열심히 하고 있다.
말 그대로 암이 걸림돌이 아니라 디딤돌이 된 것이다.
두 죽음학자의 주장이다.
사람은 죽음이 끝이 아니라 분명히 그 이후의 세계가 있다.
그리고 죽음을 늘 공부하고 준비해야 살아있는 하루하루가 행복해 진다는 것이다.
결국, 끝이 좋아야 한다.인간은 그 누구나 예외 없이 이 땅에 왔다가 자연으로 돌아간다.
좀 일찍 가고 좀 늦게 가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천수를 다 하고 자식들과 이웃에게 존경받고 떠난다면 참 좋은 죽음이라 할 것이다.
그런데 이런 멋진 인생 마무리를 하려면 공부를 해야 한다고 한다.
여기 한 세상 멋지게 살고 아름다운 마무리를 하고 떠난 분의 얘기를 소개한다.본 받을 점이 너무 많다.
친구 아버님을 추모하는 자리에서 친구가 말했다."친구야! 너 그거 아니?
사람이 잘 죽는 것도 실력이 있어야 돼!그런 면에서 우리 아버지는 정말 대단한 실력으로 끝까지 스승 노릇 하셨어."
고인은 반 년 전 암으로 6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으셨다고 한다.갑자기 닥친 죽음 앞에서 당황할 법도 하지만 그분은 차분히 자신의 마지막을 준비했다.
혼자 살 아내를 위해 자그마한 집으로 이사를 하고, 재산을 정리해 자식들에게
선물처럼 조금씩 나눠주셨다.
그리고 이런 말씀을 남기셨다."사람은 마지막까지 잘 아파야 되고, 잘 죽어야 된다.
그래서 아버지가 아플 때 쓸 비용, 죽을 때 쓸 비용을 다 마련해 놨다.너희들 사는 것도 힘든데 부모 병원비용까지 감당하려면 얼마나 힘들겠냐?
아버지가 오랫동안 준비해 놨으니 돈은 걱정 말고, 내가 가기 전까지 얼굴만 자주 보여줘라."
그리고 그분은 스스로 정한 병원에 입원하셨다.임종을 앞두고선 의사에게 심정지가 오면 연명치료를 하지 말라는 약속을 받고 문서에 사인까지 직접 하셨다.
자식들에게 아버지 연명치료 여부를 결정하는 아픔을 절대 주고 싶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임종이 가까워서는 1인실로 옮기기로 미리 얘기해 두셨다. 자신이 고통에 힘겨워 하는 모습을 보고 누군가 겁먹을 수 있으니 가족들과 조용히 있고 싶
다는 뜻이었다.
친구의 아버님이 마지막으로 하신 일이 있다. 가족들 모두에게 각각의 영상편지를 남긴 것이다.
아들, 딸, 며느리, 사위, 그리고 손자들에게 가슴 뭉클한 작별인사를 하며 영상 끝에 이런 당부를 남기셨다고 한다.
"사랑하는 딸아! 아버지가 부탁이 있다. 한 달에 한 번씩은 하늘을 봐라!아버지가 거기에 있다. 너희들 잘되라고 하늘에서 기도할 테니 꼭 한 달에 한 번씩은 하늘을 보면서 살아라.힘들 때는 하늘을 보면서 다시 힘을 내거라.
"그분은 자식들에게 마지막까지 존경스러운 스승의 모습으로 살다가셨다.어떻게 아파야 하는지?
죽는 모습이 어때야 하는지?존엄성을 지키면서 인생을 마무리 한다는 게 어떤 것인지 몸소 보여주신 것이다.
우리는 주로 뭔가를 '시작'할 때 준비라는 단어를 붙인다.출산 준비, 결혼 준비, 취업 준비…그러나 마무리에는 준비라는 단어를 붙이지 않는다.
은퇴 준비가 그토록 허술하고, 임종 준비라는 단어는 금기시 돼버린 이유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60대 이후를 남은 힘, 남은 돈으로 살려고 한다.
그러나 자식들 공부시키고 먹고 살기 바쁜 현실을 버티다 보면, 어느새 거짓말처럼 노후가 눈앞에 다가와 있다.
그때부터라도 정말 '잘 죽을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자식들 형편에 따라서 아프고, 자식들 돈에 맞춰서 병원에 끌려 다녀야 한다.
부모 입장에서는 존엄성이 사라지는데다 자식들에게 너무나 미안한 상황이 벌어진다.
그 때문에 있는 대로 자식들에게 주지 말고, 내 자존감을 지키고, 마지막을 잘 정리할 수 있는 비용을 반드시 남겨 둬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자녀에게 후회와 원망 대신, 아름다운 추억과 스승다운 모습을 남길 수 있도록, 돌아가신 부모를 생각하면 미소 지을 수 있도록, 마지막 실력을 쌓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게 어디 보통 실력인가?
나이 들수록 부지런히 공부하지 않으면 그런 내공은 갑자기 안 생긴다.
육십이 넘으면 고집이 세져서 남의 말은 안 들으니 스스로라도 배우고 깨달아야 한다.
인간의 삶과 죽음에 대한 통찰이 담긴 공부를 해야만 하는 이유다.
그렇게 애써야 마지막에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죽을 것인지 결정할 수 있다.
잘 죽는 것이야말로 한사람의 인생이 담긴 진짜 실력이다.
나도 큰 병치레를 하고 나이가 칠십이 다 되니 죽음을 생각하게 된다.
평균나이가 83세 이고 잘 관리하면 90을 넘기고 100살 까지 살 수도 있다고 한다.
그래봐야 10~20년이다.
지나온 세월이 번개같이 지나갔듯이 그날도 불현듯 찾아 올 것이다.
이번 기회에 멋지게 늙어감의 기술을 하나 더 추가한다.
"잘 죽는 것도 실력이 있어야 한다. 그러니 미리미리 공부해야 한다."
첫댓글 영국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죽음에 대해 교육을 시킨다고 합니다. 그래서 가장 행복한 죽음을 맞이하는 손꼽히는 나라가 된지도 모르겠습니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정반대로 죽음에 대한 얘기를 아예 금기시하고 있습니다.
죽으면 모든 것이 끝이라고 생각하니 죽음 자체를 터부시 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번에 큰 암초를 맞이하여 죽음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특별히 기독교인에게는 죽음이 끝이 아니라 천국이 기다리고 있으니 두려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살아서도 천국, 죽어서도 천국 이것이 참 기독교인이 가야할 길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