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계륵 鷄肋
*그림 - 황하와 오드로스 지역 (북쪽을 향하여 凸 형의 안쪽을 지칭함)
( * 당시, 만리장성의 동쪽 끝이 북경 바로 우측 산해관인데, 자료미비)
새해,
대인 회의가 끝나고 초원에 봄이 찾아왔다.
그런데,
이태 동안 조용하던 남 흉노 측에서 도리어 고비사막을 넘어 북침 北侵하여,
약탈 掠奪을 자행 恣行하고 있었다.
벌써 삼십여 개 부족이 피해를 보았다.
남 흉노측은 다른 것은 별로 노리지 않고 젊은 여인들을 납치해 간다.
실제, 남 흉노가 북 흉노에 비해 경제적으로는 모든 면이 풍족하다.
탐낼 것이 별로 없다.
그것은 북쪽의 고원에 비해 따뜻한 남쪽 지역에 위치해있기 때문이다.
주요 기반은 황하의 북쪽 운중 雲中과 남쪽 오르도스 Ordos (현재의 내몽고자치구)지역이다.
발해만 산해관에서 시작된 만리장성이 서쪽으로 산마루를 따라 계속 뻗어가다가
동쪽으로 흐르는 황하를 만나 음산산맥과 여량산맥이 만나는 지점에서 황하를 남쪽으로 건너,
북동 방향에서 남서쪽으로 비스듬이 사선을 긋고 있다.
황하를 기준으로 볼 때는 만리장성이 황하 이남을 포기한 유일한 땅이
오르도스 지역이다.
오르도스는 만리장성과 황하 중간에 위치하고 있는 것이다.
진 秦, 한 漢을 거쳐 명 明나라 때 비로소 운중과 음산산맥
즉, 오르도스 북쪽지역 (황하의 최북단)으로 만리장성을 새로 쌓았다.
그러니 진나라부터 한나라를 거쳐 수나라, 명나라 초기까지는 만리장성이
황하의 물줄기를 포기한 유일한 지역이 오르도스 땅이다.
황하의 물줄기 2할 이상(난주에서 삭주까지)을 포기한 지역이 오르도스다.
티벳 고원에서 발원 發源한 황하의 물줄기가 청해 靑海를 지날 때까지는 여타 강물과 다름없이 맑고 깨끗하다.
그런데, 란주 부근부터 주변의 지질이 황토로 바뀌고, 그 황토가 강으로 유입되면서 점차 탁해지다가,
오르도스 지역을 거쳐 운중과 음산산맥을 지나, 여량산맥을 만나 강줄기가 방향을 바꾸어 남하 南下할 때,
황토 黃土 고원에서 황토가 대거 유입 大擧 流入되면서 강물은 누런 색깔로 짙게 변해버린다.
그래서 황하 黃河라는 강 江의 명칭이 생겼고, 이름 그대로 그 본모습을 보여준다.
오랜 세월, 태고 太古부터 강 주변의 많은 황토가 유입되어, 강 주변과 바닥 그리고 흐르는 물의 누른 색깔이
너무 짙어, 맑아지기를 도저히 기대할 수가 없으니, 백년하청 百年河淸이란 말도 여기에서 유래되었다.
오르도스 지역을 농경민들은 척박 瘠薄한 땅이라고,
관리하기에 귀찮은 존재로 여기고 있었다.
버리기에는 아깝고, 먹기에는 얇은 살보다 오히려 뼈가 더 많아,
입에 넣기 귀찮은 계륵 鷄肋과 같은 어설픈 땅이다.
넘 주기에는 아깝고, 내가 경작하기에는 힘이 드는 그런 곳이다.
[ * 계륵 鷄肋]
[이와 관련된 고사는 진수(역사가)가 편찬한 《삼국지(三國志)》 위지(魏志) 무제기(武帝紀)의 배송지(裴松之) 주(注)에서 인용한 《구주춘추(九州春秋)》에 나온다.
왕(조조)이 환군 還軍하고자 하여 ‘계륵(雞肋-닭갈비)’이라는 영을 내리니 관속들이 무슨 뜻인지 알지 못했다.
주부(主簿) 양수(楊脩)가 스스로 군장 軍裝을 단단히 꾸리니 사람들이 놀라 양수에게 물었다,
“이를 어찌 알았습니까?”
양수가 말했다,
“무릇 계륵(雞肋)은 버리기에는 아깝고 먹기에는 얻을 것이 없는 것으로 이를 한중(漢中)에 비유한 것이니
왕께서 환군하고자 생각한다는 것을 알았소이다.”
서기 219년,
삼국지연의에서는,
한중에서 조조가 유비와 격전을 벌이고 있는 도중, 장마철이라 습한 날씨의 악조건인데,
전황도 점점 불리해지자 조조는 '군사를 물려서 한중을 포기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이날 저녁 식사는 닭고깃국이었다.
조조는 사발에 담긴 닭갈비(계륵)를 보다가 현 상황을 떠올리며 속으로 한탄 恨歎하고 있었다.
한중 땅을 먹자니 이 전쟁으로 얻을 이익이 별로 크질 않은 것 같고, 그렇다고 이대로 포기하고
유비 군에게 주자니 상대가 비웃을 것이 염려되었다.
지금까지 연전연승 連戰連勝해 오던 자신의 명성에 흠이 될 수도 있었다.
마침, 이때 하후돈이 조조에게 찾아와서
“오늘의 암호 暗號는 무엇으로 정 할까요?”라고 물어보았는데, 조조는 무심코
“계륵 鷄肋으로 하라.”라고 혼자 말처럼 중얼거렸다.
하후돈은 조조가 뜻한 바가 있겠구나 싶어 더 이상 묻지 않은 채, 그대로 병사들에게 오늘의 암구호 暗口號는
“계륵”이라고 통보했다. 그런데 모사 謀士 양수는 ‘계륵’이란 암호를 듣자,
조조가 원정을 그만두고 돌아갈 생각임을 간파해, 자신의 군사들에게
“철수할 때 혼란에 빠지지 않도록 미리 짐을 싸두라”고 명령하였다.
문제 問題는 그 다음에 일어난다.
하후돈이 양수에게 그 사유를 묻자, 양수는 자신의 생각을 가감없이 하후돈에게 설명했는데,
하후돈은 군의 총책임자로서 그 말이 옳다고 생각하고 자신도 이를 따라하기 시작하였고,
이윽고 전군에 ‘철수한다’라는 소문이 퍼져 퇴각하는 줄 알고, 군사들은 짐 싸기에 부산하였다.
그렇게 군영이 혼란스러워지자 그 이유를 조사한 조조는 평소 정치적으로 문제가 있으며,
자신의 지휘 보고 체계를 무시하고, 제멋대로 움직이는 양수에게 괘씸함과 분노,
그리고 촉한과의 전황 戰況도 뜻대로 되질 않아, 짜증이 나 있는 상태에서
자신의 속내를 들켰다는 생각에 자존심이 무척 상하였다.
그래서 양수를 '군의 사기를 동요시킨 죄'로 처형했으며, 하후돈도 하마터면 목이 날아갈 뻔했다.
이는 이심전심 以心傳心이 어긋나게 진행된 상당히 독특한 사례이다.
그 뒤 조조는 양수의 말을 부정이나 하듯이 억지로 전투를 이어갔으나,
전투 도중 위연이 쏜 화살에 인중을 맞고 앞니가 부러지는 등 죽을 위기를 겪고,
결국 한중을 공략하는 게 힘들다고 판단하고는 퇴각하였다.
참고로 연의에서 계륵에 대한 평가는
"먹기에는 살점이 없고, 버리기에는 그래도 맛이 있다(食之無肉 棄之有味)"라고 논평하고 있다.
“저 먹자니 귀찮고, 남 주자니 아깝다.”라는 우리 속담과 비슷하다.]
그러나 유목민들에게는 오르도스 지역이 귀한 토지로 대접받는다.
만리장성이 가로막고 있는 경계선의 가장 남쪽에 있는 옥토 沃土다.
농경민들은 쓸모없다며 버려둔 땅이지만,
유목민에게는 운중과 오르도스 지역이 황금 땅이다.
반은 고원지대의 사막이지만, 그래도 황하가 굽이쳐 돌아가니 농사지을 땅도 제법 되고,
각종 영양가 많은 풀도 잘 자라 목축에도 최고의 여건 與件을 갖춘 남방 한계지역 限界地域이다.
오르도스는 남 흉노의 기반 基盤이 되는 중요한 지역인 것이다.
북쪽으로 흐르는 황하의 물줄기는 적을 막아내는 자연적인 해자 垓子 역할을 해주고 있었다.
그러니 관할 영토 면적은 북 흉노의 3할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북 흉노와 비교하면 관할 지역의
토질이 비옥 肥沃하고, 기후가 따뜻하여 목초지가 풍요롭게 조성되어 가축들이 잘 자라나고 번식도 잘 된다.
따라서 주민 수나 병력은 북 흉노에 비해 뒤처지지 않는다.
모든 물자가 상대적으로 풍족한 편이었다.
그런데 한 가지 부족한 점이 있었다.
- 172.
첫댓글 계륵의 존재?
항상 우리 주변에 존재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