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주인/ 변화
이하나 어르신 댁에 모니터링을 진행하려고 방문을 했다.
현관문을 열고 인사를 하며 들어서자 “어서 와”라고 하며 반갑게 맞아 주셨다
어르신은 주걱과 밥그릇을 손에 들고 밥을 담고 계셨다.
“먹을 복이 있네, 같이 밥 먹자”
이른 시간이고 아침을 먹고 와 거절하려고 하였으나 말을 꺼내기도 전에 내 몫의 밥도 그릇에 담아 주셨다.
“아침에 아드님 전화가 왔는데, 냉장고 안의 소고기 꼭 구워 드시라고 했어요”
아들이 선생님에게 문자를 했으나 확인을 하지 않자 전화를 주셨다고 한다.
“제가 뭘 도와 드릴까요”
선생님은 집에서 가져온 상추를 씻고 계시며 냉장고 안의 소고기를 꺼내 구워 달라고 하셨다.
식탁 위에는 어르신이 직접 담아 주신 밥과 단골 반찬 가게에서 구입한 물김치, 선생님 시어머니가 해주신 들깨 머위 나물 등 뚝딱 한 상이 차려졌다.
“우리 막내가 반찬을 잘한다, 반찬해서 보내주는데 맛있어, 솜씨가 좋아”
좀처럼 며느리 자랑을 하지 않는 어르신인데 음식 솜씨가 좋다고 하며 막내며느리 자랑도 하셨다.
어르신은 오늘따라 밥이 맛있다고 하시며 밥 한 공기를 다 드시고 더 드셨다.
최근 어르신에게 많은 변화가 생겼다.
짜증도 자주 내고 감정의 기복이 심하던 어르신인데 웃음이 많아지셨다고 한다.
주말 부부인 막내아들과 어르신은 함께 거주하신다.
아들이 퇴근하고 오면 잔뜩 찡그린 얼굴로 이유 없이 짜증도 내어 많이 힘들어하셨다.
어르신 집에는 CCTV가 달려 있다.
어르신 건강 상태를 확인하려고 달았다고 하지만 서비스를 진행하는 선생님의 입장에서는 불편할 수 있다.
아들은 가끔 CCTV 화면을 보신다고 한다.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며 어르신이 활짝 웃는 모습을 자주 보셨다고 한다.
아들은 어르신의 변화를 보고 먼저 감사하다고 전화를 주시기도 하셨다.
냉장고 안의 삼겹살은 선생님 가져가시라고 아들이 말했다고 하는데 선생님 먹을 사람이 없다고 가져가지 않으시려 했다.
양념할까? 어떻게 하지 고민하시던 선생님이 어르신에게 여쭤보았다.
어르신은 양념하지 않은 그냥 고기가 좋다고 해 소분해 냉동 보관하기로 했다.
고기가 드시고 싶어 하는 날 꺼내어 구워 드린다고 하셨다.
뜻하지 않은 소박한 만찬에 마음마저 넉넉한 하루가 되었다.
어르신의 변화에 감사하고, 걱정과 달리 어르의 관점에서 잘 맞춰 주시고 있는 선생님에 노고에 한 번 더 감사한 하루였다.
2024년 5월 13일 월요일 이선주
첫댓글 어르신의 긍정적인 변화의 노고를 요양보호사선생께 돌리는 팀장님의 마음이 멋집니다.
선생님과 팀장님 모두 어르신을 위해 애쓰시는 마음이 참 따뜻하네요~
뚝딱 차려진 밥상이 정이 있고 맛있어보입니다.
요양보호사 선생님이 어르신을 진심으로 섬기고 보호자 아들이 관심과 챙김이 있어 어르신이 행복할수 밖에 없겠어요.
어르신, 보호자, 요양보호사 삼박자가 잘 맞고 요양보호사를 지원하는 사회복지사가 있어 어르신의 큰 변화가 생기지 않았을까요?
앞으로도 방문요양서비스를 통해 어르신의 자주적인 삶을 지원해주었으면 합니다.
이 밥상의 주인은 우리 효센터 식구 모두입니다.
효센터가 모시는 어르신의 일상에 웃는 날이 많았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