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선생님이 되다
김종득/글무늬문학사랑회
카톡! 카톡! 요란하게 울리는 모바일 폰을 열어본다. 어릴 적 모습만 아련히 떠오르다 지워지는 이름들이 모여 있는 초등학교 동창생들 단톡방이다.
서로 안부를 묻고 누가 어떻게 살고 있으며 어디에서 무엇을 하며 지내는지 대충 소식이 전해진다. 4,50여년간을 제각기 떨어져 살아왔으니 어떤 모습들로 변해 있을까 그려본다 한국에 사는 친구들은 일찌감치 동창회가 조직되어 정기적인 모임과 행사 때 찍힌 사진들이 낯설지 않았으나
우리동네에서 함께 살았던 친구들 한 두 명 말고는 가물 가물 잡히지 않는다
한 친구가
내 소식이 너무 궁금 하고 보고 싶어 수소문 끝에 모바일 폰 번호를 알아 내어 단톡방에 초대한
건 너무 고맙지만 이민생활 20년 동안 무심하여
미안한 마음이다
“안녕 하세요? 시드니에 살고 있는 김종득 입니다.”어색하게 살며시 나의 존재를
드러내 본다. 순간 단톡방이 아수라장이 된다
“야 ----'너 ᆢ키가 크고 순하디 순한 꺼벙이 김종득, 학교 다닐 때 여자 애들 한테도 맞고 다녔지?” 나도 잊고 있던 여러가지 추억들을 친구들이 상기시켜준다
누가 누군지 도 잘 모르겠다. 어떤 여자 친구가 방광 국민학교 28회 졸업사진을 올려서 200명 가까이 찍힌 사진 중에 나를 콕찍어 내며 “너 이 모습 맞지?”
아련해지는 감정속에 질문들이 쏟아진다
언제 어떻게 시드니로 이민가서 살게 되었는지.바람따라 소식은 들었지만 무엇을 하며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는지.
나 역시 나의 모습이 회상되어 떠오르기 시작한다
2004년 2월 4일,14살 13살 두 딸을 양손에 잡고 시드니행 비행기를 처음 탔다. 아무 대책 없이 오직 애들 유학에만 관심 있었다
영어 한마다 못하는 나로써 무모하지만 용감했다. 그래도 나는 한국말은 잘하지 않는가. 나는 사역지 교회 주일학교에서 한글을 가르치기로 했다. 대상은 3세에서 18세 모두 20여명이었다. 우리 딸들은 반주를 맡았고 보조 교사로 발을 맞쳐주었다, 다행히도 한국인 부모 자녀들은 한국말을 조금 이해하는 듯했다
하지만 문화 차이는 쉽게 적응하지 못했다. 내가 먼저 영어를 접해야 하는 것이 제일 급선무였다. 나의 첫 영어 선생님은 제이콥(Jacob)으로 뉴질랜드인인데
우리집에서 함께 사는 쉐어생(home mate), 영어학교 강사다.
한국에서도 천안에서 1년간 영어를 가르쳤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한국말도 조금은 이해하는 듯 했다. 나는 제이콥에게 나의 영어 선생님이 되어주기를 요청했다. “나는 진지하지 않는 학생은 싫어 합니다.”라며 단번에 거절했다. 그러나 나의 끈질긴 요청에 본인 시간이 허락하는 동안 하루에 조금씩 하기로 했다. 많은 도움을 받았다. 고마운 선생으로 기억 속에 남아있다.
우리 애들은 고맙게도 어려운 환경속에서도 잘 적응해 주었고 성장해서 대학까지 마치고 좋은 직장생활을 했다. 지금은 새로운 보금자리로 독립해 나갔다
그동안 잊고 지냈던 제이콥에게서 급하게 만나자는 전화가 왔다. 오랜만에 만난 반가움도 뒤로 한채 나를 보자 마자 그는 서툰 한국말로 한국어 선생님이 되어 달라 한다. “퓨하하하!" 억지로 웃음을 참으며 자초지종 들어보니
K.pop Kfood K.culture Klanguge열풍이 세상을 뜨겁게 달구어 본인도 한글 학교에 수강신청을 했다는 것이다. 시드니 시내에 한국어 학교가 몇십개 생겨난 것도 그를 통해 알게된 정보이다. 본인이 학교에서 공부한 노트를 꺼내 보이면서 일일이 열거했다. 영어강사 동료들 여러명이 과외 지도교사를 찾던 중 존(나)이 생각 났다고 한다. 웃으면서 한국말로 던져본다
"나는 진지하지 못한 학생들은 싫어 합니다."
그는 영어로 답한다. 자기와 동료들은 절실하다고 한다. 다음주 홈파티에 초청하니 만나보고 결정해도 된다며 꼭 홈파티에 오라고 다짐한다
약속 날짜가 다가오자 살짝 긴장이 됐다. 그들은 영어학교의 유능한 강사들이다. 각국에서 모여든 학생들을 기초에서 고급영어 까지 아우르는 유능한 선생님들이다. 그들에게 책잡히지 않으려면 무슨 옷을 입어야 할지.
어떤 걸 준비해야하나 이것 저것 점검해 본다
꽃한다발을 사 들고 약속 장소에 들어서니 제이콥이 뛰어 나온다
스피커에서 강남 스타일 노래가 울려퍼지고 풍선으로 둘려쳐진 바베큐대에는 삼겹살이 올려져 있다. 김치도 보인다. 어디에서 사왔는지 소주병도.눈에 띈다
십여명 넘는 남녀강사들은 존을 외치고손뼉치며 환호한다. 어리둥절 했던 긴장감 이풀어진다. 삼겹살과 김치도 거침없이 먹으며 맵다고 호들갑을 떤다. 포크와 나무젖가락이 바쁘다. 영어와 한국말을 섞어 가며 질문은 쏟아진다
송중기와 송혜교는 어떻게 되었고 싸이가 시드니 공연을 했을 때 너무 환상적 이었다. 한국에 너무 가보고 싶다고 한다.
제이콥은 나를 시인이라고 소개하며 나의 시 ‘정원’ 동영상을 보여준다
번역기로 돌려서 영어로도 읽어보고 너무 좋아한다
나의 염려는 간 곳 없고 그들과 하나되어 웃고 떠들고 먹고 마셨다. 나는 정기모임에 동참하어 한글학교에서 배우고 정리되어진 한국어를 영어 공부방법( 과거 현재 미래), 표현들을 접목 시켜 정리해 주었다
이방인 인 나도 저들의 틈새에서 노랑 꽃망울을 터트려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