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뉴스통신 = 박정길 기자] 네팔 경찰이 지난 28일(현지시각) 전 총리 KP 샤르마 올리와 전 내무장관 라메쉬 레카크를 각각 박타푸르 자택에서 전격 체포했다. 지난해 9월 발생한 이른바 ‘Z세대(Gen Z) 시위’ 당시 사망 사건과 관련한 살인 수사에 따른 조치다.
경찰은 “긴급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두 인사를 구금했다. 이번 작전은 발렌드라 샤 총리가 주재한 심야 각료회의 직후인 오전 5시께 시작됐다. 정부는 전직 판사 가우리 바하두르 카르키가 이끈 조사위원회의 권고를 즉각 이행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카르키 위원회는 올리 전 총리와 레카크 전 장관, 그리고 전 경찰청장 찬드라 쿠베르 카풍을 형법 181조와 182조에 따라 기소할 것을 권고했다. 해당 조항은 과실 또는 무모한 행위로 인한 사망을 다루며, 최대 3년에서 10년의 징역형과 10만 네팔 루피(약 1000달러)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조사 결과, 고위 당국자들이 사전에 입수한 정보를 적절히 활용하지 못해 폭력 사태를 막지 못했고, 이로 인해 77명이 사망하고 수십억 원 규모의 재산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체포 직후 수도 카트만두는 긴장 상태에 빠졌다. 올리가 속한 공산당(UML) 지지자들은 마이티가르 만달라에서 경찰 저지선을 뚫고 항의 시위를 벌였다. 올리 전 총리는 구치소 수감 전 절차에 따라 트리부반대학 병원으로 이송돼 건강 검진을 받았다.
한편 네팔 의회 주요 정당인 네팔 의회당은 성명을 내고 카르키 보고서를 “편향적이며 명백히 결함이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지난해 9월 9일 발생한 방화와 기물 파손 행위가 보고서에서 충분히 다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태의 뿌리는 2025년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청년 활동가들은 정부 부패와 페이스북·유튜브 등 26개 소셜미디어 플랫폼 금지 조치에 반발해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진압 과정에서 보안군이 실탄 사용 등 과도한 무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레카크 장관은 “도덕적 책임”을 이유로 사임했다. 이후 정치적 파장이 커지면서 올리 총리도 결국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번 사건은 네팔의 법치주의를 시험하는 중대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정부는 30일 법원에 긴급 체포영장의 정당성을 인정해달라고 요청해야 한다. 현행법상 긴급 체포는 도주나 증거 인멸 우려가 있는 경우에만 허용되는데, 변호인단은 이미 이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다고 반박하고 있다. 법원이 영장을 인정할 경우 두 인사는 최대 25일간 구금 상태에서 조사를 받게 되며, 기각될 경우 즉시 석방된다. 결과에 따라 이번 사건이 정당한 사법 절차로 평가될지, 아니면 ‘정치 보복’ 논란으로 비화할지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