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21주일 (나해)
여호수아 24,1-2ㄱ.15-17.18ㄴ 에페소 5,21-32 요한 6,60-69
2024. 8. 25.
주제 : 하느님의 뜻을 따르는 삶은?
사람이 올바르게 산다는 일은 중요한 문제입니다. 사람이 드러내는 모습은 세상에 사는 사람의 숫자만큼이나 다양하겠지만, 그렇게 여러 가지로 드러나는 사람의 생각과 모습들이 모여서 우리가 사는 세상을 이룹니다. 세상에서 내가 하는 일들이 내 생각대로만 이루어지면, 그 세상은 얼마나 좋겠습니까? 내 생각대로만 이루어지면 세상의 모습은 마음에 들 것이라고 굴뚝처럼 높은 생각을 해도, 실제로 그 일이 사람의 생각대로 가능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입니다.
오늘 첫째 독서로 들은 말씀은 ‘히브리 백성이 이집트를 탈출’하여, 갈대바다를 건너고, 시나이 광야를 질러, 가나안 땅을 점령하는 일을 마치고 ‘스켐’에 이르러, 하느님의 백성이 되는 과정인 ‘신앙대회를 여는 얘기’를 전합니다. 성경에 나오는 이 내용을 가리켜, ‘스켐에서 열린 신앙대회’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표현하는 신앙의 다짐과 선언을 통하여, 광야를 가로지른 히브리 백성, 이집트라는 큰 나라에서 노예생활을 했던 사람들이 하느님의 백성으로 바뀝니다.
개신교에서는 이 내용을 본받아서 ‘신앙대회’를 여는 일이 있지만, 천주교회에서는 이러한 내용을 말하는 일이 없이 형태를 바꾸어 다른 행사를 엽니다. 신앙인으로 사는 사람들이 태어난 곳도 다르고, 나라를 이루어 사는 장소도 다르지만, 사람들이 하나의 신앙을 가진 사람으로서 하느님의 백성이 되는 일을 어떻게 설명하겠습니까? 하느님의 백성이 된다는 표현의 뜻은 부모와 조상이 같은 것을 기본으로 하여 로봇처럼 한 가지 생각으로만 산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하느님의 백성이 된다는 것은, 하느님의 뜻을 내 삶의 중심에 두고, 그 뜻에 충실하게 살겠다는 약속을 하고, 그 약속을 실천하는 사람이 되겠다는 일로 시작하는 일입니다.
한 가정의 삶이 순탄하고 평안하게 되려면, 남자와 여자, 남편과 아내의 관계가 좋아야 합니다. 남편이나 아내라는 두 사람 중에서 어느 쪽이 무조건 순종하거나 복종해야 한다거나, 어느 한쪽이 싸움에서 무조건 져야 한다는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같은 모습을 우리는 신앙에서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사람은 자기의 삶이 없이 무조건 하느님의 뜻에 복종해야 할까요? 사람은 하느님의 뜻을 실천한다면서 그저 아무런 생각도 없이 기계적으로 따라 살기만 하면 되는 일일까요? 하느님의 뜻은 하늘의 높은 곳에서 땅에 사는 사람을 내려다보듯이 무조건 옳다고 인정해야 하며, 사람의 생각은 언제나 잘못이라는 자세로 해석해야 옳다고 할까요? 이런 질문에 사람의 사정을 생각하면서 여러 가지로 대답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내가 하는 대답이 정말 옳다고 말하려면, 그로 인해서 만들어지는 결과도 옳을 수 있어야 합니다.
남에게서 좋은 소리를 듣고, 그렇게 듣는 소리가 내 삶을 통해서 표현되게 하려면, 내가 하는 행동은 내가 세운 기준을 드러내는 일이 아니라, 나에게 다가오는 하느님의 뜻을 따라야 한다고 말하고, 그때 내가 실천해야 하는 일은 때때로 나에게 힘들고 아플 수도 있습니다. 어떻게 살든지 나는 세상에서 옳게 산다고 하겠지만, 사람이 드러내는 삶이 하느님의 뜻에 일치할 만큼 올바르게 사는 것은 아무나 하는 일은 아니기에 힘겨울 수도 있습니다. 사람이 드러낼 수 있는 큰 능력을 부정(否定)하자는 소리는 아닙니다. 다만, 사람이 드러내는 모습이 올바른 길을 가면 좋겠다는 뜻에서 하는 소리입니다.
하느님의 뜻을 삶의 중심에 두지 않으면, 우리가 만드는 삶의 결과는 어떤 모양으로 드러날지 아무도 모릅니다. 저마다 사람이 하는 생각이 옳을 수는 있습니다. 저마다 사람이 하는 생각이 옳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개인에게만 좋은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또 다른 대상에게도 좋은 모습이 되게 하려면 우리의 생각과 마음의 자세가 넓어져야 하는 일입니다.
사람으로 살면서 하느님의 뜻을 존중하고 그 뜻을 실천해야 한다는 소리는 하느님께 바치는 영광을 높이는 일도 되지만, 사람을 비참하게 만들려고 하는 소리는 아닙니다. 사람이 바치고 칭송하는 영광이 하느님께 훌륭한 선물이 된다면 하느님께서는 그 선물을 받으시고 인간을 비참하게 만드시거나 파멸하도록 하실까요? 아니라고 생각해야 옳을 것입니다. 사람에게도 좋은 선물을 내리실 거라고 믿는 것이 신앙인의 올바른 자세입니다.
한 가정이 평화롭고 올바른 삶의 모습을 보이려면 남편과 아내 아내와 남편 부모와 자녀의 사이에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때라야 하느님의 뜻은 우리의 삶에 좋은 결과를 만든다고 말할 것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