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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산육곡(屛山六曲) / 권구
(1곡)
부귀를 구하지말고, 가난이라 싫다 마라.
인생 백 년 한가하게 살자 하니 이내 뜻이라.
백구야, 날아가지 마라, 너와 세상 잊으리라.
(2곡)
높은 절벽 선 아래로 한 줄기 긴 강 흘러간다.
백구를 벗을 삼아 낚시꾼으로 늙어 가니
두어라, 세상 소식이야, 나는 몰라라 하노라.
(3곡)
보리밥 파 생채를 알맞게 먹은 후에
초가집을 다시 쓸고 북창 아래 누웠더니
눈앞의 넓은 하늘 뜬구름만 오락가락 하는 구나.
(4곡)
빈 산속에 가는 달에 홀로 우는 두견새야
꽃잎 떨구는 거센 바람에 어느 가지 의지하랴
뭇 새들아, 한탄하지 마라, 나 또한 설워하노라.
(5곡)
저 까마귀 울지 마라, 이 까마귀 쫓지 마라.
안개에 묻힌 숲에 해마저 저물거늘
가엾구나, 외로이 나는 봉황 갈 곳 없어 하는구나.
(6곡)
서산에 해가 진다, 고깃배가 떠 있는가.
대 낚싯대 둘러메고 십 리 모래밭 내려가니
안개 속 서너 갯마을이 무릉인가 하노라.
💙정리
(1) 갈래 : 평시조, 연시조
(2) 성격 : 자연친화적, 강호한정,의지적, 비판적, 예찬적
(3) 주제 : 자연에서의 안빈낙도의 삶
💛특징
1) 자연물(백구, 두견 등)을 활용하여 화자의 정서를 표출
2) 자연과 속세라는 공간을 대비시켜 시상을 전개함
→ 세속적인 삶에 대한 비판도 나타남.
4. 이해와 감상
정치적으로 혼탁한 세상을 벗어나 한가로운 삶을 살고자 다짐하고 실천하는 가운데, 현실에 대한 강한 미련과 집착을 버리지 못하여 심리적 방황을 드러내고 있는 연시조이다. 18세기 향촌 사대부들의 세계관이 잘 드러난 작품으로 총 6수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 내용은 자연 속에서 삶을 살아가던 사대부의 세계관을 잘 보여 주고 있다.
❤️입암이십구곡 / 박인로
<제1수>
무정(無情)히 서 있는 바위 유정(有情)하여 보이ᄂᆞ다.
최령(最靈)ᄒᆞᆫ 오인(吾人)도 직립불의(直立不倚) 어렵건만
만고에 곧게 선 얼굴이 고칠 적이 업ᄂᆞ다.
[풀이]
무정하게 서 있는 바위 유정하여(정이 있어) 보이는구나
가장 영특한 우리도 의지하지 않고 꼿꼿이 서 있기 어렵거늘
오랜 세월 곧게 선 모습 변할 적이 없구나.
*최령한: 가장 영특한
*직립불의: 의지하지 않고 꼿꼿하게 바로 섬
▶주제: 항상 곧게 서 있는 바위를 예찬함
<제2수>
강가에 우뚝 서니 쳐다볼수록 더욱 놉다
바람 서리에 불변ᄒᆞ니 뚫을수록 더욱 굳다
사람도 이 바위 같으면 대장부인가 ᄒᆞ노라.
[풀이]
강가에 높이 솟으니 이를 우러러 볼수록(쳐다볼수록) 더욱 높다.
바람 서리에 변하지 않으니 이를 뚫음에 더욱 곧다(뚫어 볼수록 더욱 곧다)
사람도 이 바위 같으면 대장부인가 하노라.
*흘립: 산이나 바위, 나무 따위가 깎아지른 듯이 높이 솟아 있는 모습
*앙지, 찬지: "안연이 크게 한숨 지으며 탄복하기를 공자님의 가르침은 쳐다볼수록 점점 높아지고, 뚫으면 뚫어 볼수록 점점 굳어진다" <논어>에서 따온 말
▶주제: 시련에도 변치 않는 바위를 예찬함
<제3수>
말 한마디 업슨 바위 사귈 일도 업건만은
고모진태(古貌眞態)ᄅᆞᆯ 벗 삼아 안ᄌᆞ시니
세상에 이익되는 세 벗을 사귈 줄 모ᄅᆞ노라.
<제5수>
탁연직립(卓然直立)ᄒᆞ니 본받을 직하다마는
구름 깊은 골짜기에 알 이 있어 찾아오랴
이제나 광야에 옮겨 모두 보게 ᄒᆞ여라
[풀이]
빼어나게 뛰어나 꼿꼿히 바로 서니 본받을 만하다마는
구름 깊은 골짜기에 알 사람이 있어 찾아오겠는가
이제나 광야에 옮겨 모두 보게 하겠노라
*탁연직립: 여럿 가운데 빼어나게 뛰어나 꼿꼿하게 바로 섬
▶주제: 입암의 기이한 경관이 많으나 오지 않는 사람을 안타까워 함.
<제6수>
세정(世情)이 하 수상하니 나를 본ᄃᆞᆯ 반길넌가
왕기순인(枉己循人)ᄒᆞ야 내 어디 옮아가리오
산 됴코 물 됴ᄒᆞᆫ 골에 삼긴 대로 늘그리라
*왕기순인 : 자기 몸을 낮춰 남을 좇음
<현대어역>
세정이 하 수상하니 나를 본들 반길런가
왕기순인(枉己循人)하여 내 어디 옮아가료
산 좋고 물 좋은 골에 생긴 대로 늙으리라
<풀이>
초장 : <5수>의 화자의 말에 대한 바위의 답입니다. <5수>의 종장에서 사람들이 노력하여 산을 오르면 기이한 볼거리도 많을 것이라는 화자의 말에 대한 답변으로 볼 수 있는데, 바위는 설의를 사용해 세상의 인심이 하도 수상하니 나를 보아도 (당신처럼 자신을) 반기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적 태도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세정은 이런 의미에서 화자의 대조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중장 : 설의를 통해 바위의 의지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왕기순인은 내 몸을 굽혀 남에게 의지한다는 의미로 <5수>의 탁연직립과 대조적인 의미를 지니고, 어디는 <5>수의 구름 깊은 골짜기, <6수>의 산 좋고 물 좋은 골과 대조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자신을 굽혀 어디(세상)로 가고 싶은 생각이 없다는 것이지요.
종장 : 종장 역시 바위의 의지가 드러나 있습니다. 지금 이곳에서 계속 살아가리라는 다짐이 드러나 있는데, 이때 산 좋은 물 좋은 골은 바위가 현재 있는 곳으로 중장의 어디와 대조적인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제7수>
천황씨(天皇氏) 처음부터 이 심산에 혼자 있어
너 보고 반기기를 몇 사람 지냈던고
만고의 허다 영웅을 들어 보려 하노라
<해설>
: 초장의 혼자 있어의 주체는 바위입니다. 바위는 심산에 오래전부터 혼자 있는 것이지요. 이때 심산은 <5수>의 구름 깊은 골짜기, <6수>의 산 좋고 물 좋은 골과 의미상 통하는 시어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중장과 종장에서 화자는 깊은 골짜기에서 혼자 지내며 너를 보고 반긴(=네가 만난) 영웅들의 이야기 좀 들어보자고 바위에게 말을 건네고 있습니다. <8수>에서는 화자의 물음에 대한 답으로 바위가 만난(=바위를 반긴) 영웅들이 나와야겠지요?
<제8수>
소허(巢許)* 지낸 후에 엄 처사*를 만났다가
아쉽게 여의고 알 이 없이 버려 있더니
오늘사 또 너를 만나니 시운인가 하노라
*소허 : 소부(巢父)와 허유(許由). 상고 시대의 대표적인 은자(隱者).
*엄 처사 : 엄자릉(嚴子陵). 한나라 광무제 때의 은자(隱者).
▲풀이
바위가 만난(바위를 반긴) 영웅들이 제시돼 있습니다. 초장의 소허(소부와 허유), 엄처사(처사 : 세상에 나가지 않고 초야에 묻혀 사는 선비)가 바로 그들이지요. 소허와 엄처사의 공통점은 은인지사(벼슬을 하지 않고 숨어 지내던 선비)의 삶을 살아간 이들로 이들의 모습은 바위(자연 깊은 골에 살며 꿋꿋한 의지를 지님)와 유사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에서 이들이 바위를 보고 반겼다고 볼 수 있겠지요.
또한 화자 역시 소허, 엄처사처럼 바위를 보고 반기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니고, 종장을 보면 바위는 이런 화자를 앞서 나온 소허, 엄처사처럼 영웅인 양 간주하고 있습니다.
<제9수>
조용히 다시 묻자 너 난 지 몇 천 년인고
네 나인 필연 많고 내 나인 적건마는
이제는 너와 나와는 함께 늙자 하노라
▲풀이
중장에 바위(나이가 많음)와 화자(바위에 비해 나이가 적음) 간의 대비가 쓰이긴 했지만, 종장에서 함께 늙자 하노라며 대상과의 시간 차이를 극복하고 있고, 화자의 이 같은 말 속에는 대상에 대한 친화의 태도, 지향적 태도가 담겨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핵심정리
▶갈래 : 연시조, 평시조
▶주제 : 입암의 곧고 우뚝한 모습의 예찬 및 그를 보기 위해 기울여야 하는 노력
▶특징
무정물인 바위에 감정이입을 하여 대상을 예찬하고, 자연물에 인격을 부여함.
논어의 구절을 인용하여 바위의 덕을 예찬함.
세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드러냄
대상을 의인화해 대화체를 통해 시상을 전개하며 친근감을 드러냄
▶문학사적 의의 : 바위의 절경을 보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하듯 훌륭한 인격을 갖추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함을 비유적으로 표현함.
이해와 감상
우뚝 솟아 있는 바위가 지닌 긍정적 속성에 주목하여 인간에게 주는 교훈을 찾고 있는 작품이다. 제1수는 남에게 의지하지 않고 항상 변합 없이 서 있는 바위의 곧음을, 제2수는 홀로 우뚝 솟아 있는 바위의 높은 기상과 풍상에도 불변하는 바위의 굳은 절개를 찬양하고 있으며, 제3수는 노력하면 입암의 기이한 경관을 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찾지 않는 사람들의 우매함을 지적하고 있다.
❤️명월음 (明月吟) /최현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청천(淸天)에 떠 있는 달아.
얼굴은 언제 나며 밝기는 뉘 삼기뇨.
서산에 해 숨고 긴 밤이 침침한 때
청렴을 열어 놓고 보경(寶鏡)을 닦아 내니
일편광휘(一片光輝)에 팔방(八方)이 다 밝았다.
하룻밤 찬바람에 눈이 온가 서리 온가.
어이 한 천하가 백옥경이 되었는고.
동방이 채 밝거늘 수정렴을 걸어 놓고
거문고를 비껴 안아 봉황곡을 타 짚으니
소리마다 맑고 널리 퍼져 태공(太空)에 들어가니
달나라 계수나무 밑에 옥토끼도 돌아본다.
유리 호박주를 가득 부어 권하고자 하니
유정한 상아도 잔 밑에 빛난다.
청광(淸光)을 머금으니 폐부에 흘러들어
호호(浩浩)한 흉중(胸中)이 아니 비친 구멍 없다.
옷가슴 헤쳐 내어 광한전에 돌아앉아
마음에 먹은 뜻을 다 사뢰려 하였더니
마음 나쁜 부운(浮雲)이 어디서 와 가리었는고.
천지가 캄캄하여 온갖 사물을 다 못 보니
상하 사방에 갈 길을 모르겠다.
우뚝 선 산봉우리 끝에 달빛이 비치는 듯
운간(雲間)에 나왔더니 떼구름이 미친 듯 나오니
희미한 한 빛이 점점 아득하여 온다.
중문을 닫아 놓고 뜰에 따로 서서
매화 한 가지 계수나무 그림자인가 돌아보니
처량한 암향(暗香)이 날 좇아 근심한다.
소렴(疏簾)을 걷어 놓고 동방(洞房)에 혼자 앉아
금작경 닦아 내어 벽 위에 걸어 두니
제 몸만 밝히고 남 비칠 줄 모른다.
둥근 비단 부채로 긴 바람 부쳐 내어
이 구름 다 걷고자. 기원 녹죽(綠竹)으로
일천(一千) 장(丈) 비를 매어 저 구름 다 쓸고자.
장공(長空)은 만 리오 이 몸은 진토(塵土)니
엉성한 이내 뜻이 헤아려 보니 허사로다.
가뜩 근심 많은데 긴 밤이 어떠한고.
뒤척이며 잠 못 이뤄 다시금 생각하니
영허 소장(盈虛消長)이 천지도 무궁하니
풍운이 변화한들 본색(本色)이 어디 가료.
우리도 단심(丹心)을 지켜서 명월(明月) 볼 날 기다리노라.
어휘 풀이
(1) 청렴 : 젊은 여인이 쓰는 경대 / 보경(寶鏡) : 보배로운 거울. 소중한 거울.
(2) 일편광휘(一片光輝) : 한 조각 환하게 빛나는 빛. / 팔방(八方) : 이곳저곳. 모든 곳.
(3) 백옥경 : 도교에서 하늘 나라에 있다고 하는 상제의 궁궐.
(4) 수정렴(水晶簾) : 수정으로 만든 구슬을 꿰어 꾸민 발.
(5) 요금(瑤琴) : 옥으로 장식한 거문고.
(6) 성성(星星) : 이십팔수의 하나. 남쪽의 넷째 별자리
(7) 청원(請援) : 도와주기를 청함. / 태공(太空) : 아득히 높고 먼 하늘.
(8) 봉황곡 : 당나라 현종이 즐겼다는 봉황우의곡의 준말.
(9) 파파계수하 : 달나라에 있다는 계수나무 밑.
(10) 유리 호박주 : 매우 맑은 호박잔에 따른 술.
(11) 상아 : 달나라에 있다는 아름다운 여인. 항아(姮娥)라고도 함.
(12) 청광(淸光) : 맑은 빛
(13) 호호(浩浩)하다 : 한없이 넓고 크다. /흉중(胸中) : 가슴 속.
(14) 광한전 : 옥황상제가 머물러 사는 궁궐.
(15) 천지희맹 : 하늘과 땅이 캄캄하여 눈이 안 보임.
(16) 요잠반각 : 멀리 아득히 보이는 우뚝 솟은 산 봉우리의 반쪽 끝.
(17) 소렴 : 엉성하게 짠 문발.
(18) 금작경 : 황금까치를 조각한 거울.
(19) 단단환선 : 비단으로 만든 둥근 모양의 부채.
(20) 기원녹죽 : 중국 하남성 기현에 있는 정원에서 나는 푸른 대나무.
(21) 장공(長空) : 멀고 먼 하늘. /진토(塵土) : 먼지와 흙.
(22) 서의하다 : 성기다. 엉성하다.
(23) 전전반측(輾轉反側) : 밤에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며 이리저리 뒤척임.
(24) 영허소장 : 달이 차고지며, 초목이 자라고 스러짐.
(25) 본색(本色) : 본래의 빛깔. 본래의 성질.
(26) 단심(丹心) : 변하지 않는 정성스러운 마음. 일편단심(一片丹心). 변함없는 충성심.
<현대어 풀이>
달아, 달아 밝은 달아. 맑은 하늘에 떠 있는 달아. 얼굴은 언제 나오며, 밝게 비추는 것은 누가 시킨 것인가? 서산에 해가 숨고, 긴 밤이 침침하게 어두울 때, 청렴을 열어놓고 거울을 닦아내니, 한 조각 빛추는 빛이 온 세상에 다 밝았다. // 서사: 온 세상을 밝게 비추는 달에 대한 예찬(=임금의 덕 찬양)
하룻밤 찬 바람이 불어서 눈이 온 것인가? 서리가 온 것인가? 어찌하여 온 천하가 옥황상제가 산다는 궁궐처럼 아름답게 변했는가? 동쪽이 밝아오니 수정처럼 아름다운 발을 걸어 놓고, 아름다운 거문고를 비스듬히 안아 봉황곡이라는 노래를 연주하니, 별들이 청하여 먼 하늘에 들어가고, 계수나무 아래에 옥토끼도 돌아본다. 호박잔에 따른 술을 가득 부어 권하고 하니, 정이 넘치는 항아도 잔 밑에서 빛난다. 맑은 빛을 머금으니, 폐부에 흘러들어, 한없이 넓은 가슴 속이 아니 비친 구석이 없다. // 본사1:달빛에 취해 타는 거문고 소리가 온 세상에 퍼짐
옷가슴을 헤쳐 내어 옥황상제가 머물러 산다는 궁궐에 돌아 앉아 마음속에 먹고 있는 뜻을 다 아뢰려 하였더니, 맘 나쁜 뜬 구름이 어디에서 와 가리고 있는가? 하늘과 땅이 캄캄하여 앞이 보이지 않아 모든 사물을 다 보지 못하니, 상하 사방에 갈 길을 모르겠구나. 우뚝 산봉우리의 끝에 옛날 빛이 비치는 듯하고, 구름 사이에 나왔더니 떼 지어 구름이 미친 듯이 나오니, 희미한 빛이 점점 멀어져 온다. 중문을 닫아놓고 정반에 따로 서서, 매화 한 가지가 계영인가 돌아보니, 처량한 매화의 향기가 나와 마찬가지로 근심하는 듯하구나. 문에 있는 발을 걷어 놓고, 동방에 혼자 앉아 거울을 닦아내어 벽 위에 걸어두니, 제 몸만 밝히고 남을 비출 줄 모르구나. 본사2; 구름이 몰려와 달을 가려 근심함
둥근 비단 부채로 긴 바람을 부쳐 내어, 이 구름을 다 걷어다가 대나무로 큰 빗자루를 만들어 저 구름을 다 쓸어갔으면 좋겠구나. 먼 하늘은 만 리요, 이 몸은 먼지와 흙과 같은 존재이니, 엉성한 나의 이 뜻이 헤아려보니 헛된 일이구나. // 본사3 :부채와 비를 만들어 구름을 걷어 내고 싶은 마음(=구국의 염원)
가뜩이나 근심이 많은데, 긴 밤이 어떠하겠는가? 뒤척이며 잠 못 이루며 다시 생각하니, 달이 차고지며, 초목이 자라고 스러짐이 천지도 무궁하니, 바람과 구름이 변하더라도 본래의 성질이 어디 가겠는가? 우리도 임금에 대한 충성심을 지켜서 밝은 달을 볼 날 기다리겠노라. // 결사: 단심을 지켜 밝은 달을 다시 볼 수 있는 날을 기다림(=변함없는 충정과 미래에 대한 기대)
핵심 정리
▶연대 : 선조27년 임진왜란 때로 추정
▶성격 : 비유적, 상징적, 애상적, 우의적, 의지적
▶형식 : 78구로 이루어진 가사
▶주제 : 우국(憂國) 연주(戀主)의 지극한 정(情)을 노래
작자 : 최현
▶화자의 정서와 태도 : 구름이 달을 가린 것을 걱정하며, 다시 밝은 달을 보고자 함.
▶특징 :
자연물을 상징적 의미로 사용하고, 대비되는 사물을 통해 내용을 전개함.
부정적인 시대 상황(나라의 환란)을 구름에 달(임진왜란으로 몽진 길에 오른 임금)이 가려진 것으로 표현함.
구름을 없애려는 실천적 의지를 단단환선, 일천장비라는 소재를 통해 표현함.
유사한 문장구조를 활용해 시상을 전개하고 있다.
의문형 어미를 활용해 화자의 심리를 나타내고 있다.
후각적 심상을 활용해 화자의 정서를 강조하고 있다.
계절적 소재를 활용해 대상에 대한 정서를 나타내고 있다.
이해와 감상
조선 선조 때 최현(崔睍)이 지은 가사. 모두 78구. 작자의 다른 가사〈용사음 龍蛇吟〉과 함께 ≪인재속집 婦齋續集≫ 권8에 실려 전한다.
제작 시기는 1594년(선조 27)에서 1597년 사이로 추정된다. 임진왜란으로 몽진(蒙塵) 길에 오른 임금을 명월에 비겨, 우국연주(憂國戀主)의 지극한 정을 노래한 내용이다.
임진왜란으로 몽진 길에 오른 임금을 명월에 비겨, 우국연주의 지극한 정을 노래한 내용으로 달이 찼다가는 기울고, 구름에 가려졌다가는 어느새 모습을 나타내듯 나라의 환난도 머지않아 물러나리라는 의지를 담았다. 용사음이 직접적인 전란의 상황 속에서의 비분강개를 토로한 내용이라면 이 작품은 구름에 가린 달을 보는 안타까움을 개인적인 서정에 중점을 두어 서술하였다.
❤️성산별곡(星山別曲)/ 정철
어떤 길손이 성산에 머물면서
서하당 식영정 주인아 내 말 듣소
인간 세상에 좋은 일 많건마는
어찌 한 강산을 갈수록 낫게 여겨
적막 산중에 들고 아니 나오신가
송근을 다시 쓸고 대평상 자리 보아
잠시간 올라앉아 어떤가 다시 보니
하늘가의 뜬 구름이 서석을 집을 삼아
나는 듯 드는 모습 주인과 어떠한고
창계의 흰 물결이 정자 앞에 둘렀으니
직녀의 좋은 비단 그 누가 베어 내어 1
잇는 듯 펼치는 듯 요란도 하구나
산중에 책력없어 사시를 모르더니
눈 아래 펼친 경치 철철이 나타나니
듣거니 보거니 일마다 선계로다
매화창 아침볕의 향기에 잠을 깨니
산 늙은이 해야 할 일 아주 없지 아니하다
울밑의 양지 편에 오이씨 뿌려두고
매거니 돋우거니 비 온 김에 손질하니
청문의 고사를 지금도 있다 하리
서둘러 짚신을 신고 대지팡이 흩어 짚으니
도화핀 시냇길이 방초주에 이었구나
맑게 닦은 거울속 절로 그린 돌병풍
그림자 벗을 삼고 서하로 함께 걸어가니
도원은 어디인가 무릉이 여기로다
남풍이 잠깐 불어 녹음을 헤쳐 내니
때를 아는 꾀꾀리는 어디에서 왔었던고
희황베개 위의 풋잠을 얼핏 깨니
공중 젖은 난간 물 위에 떠 있구나
삼베옷 걸쳐 입고 갈건을 기울여 쓰고
구부락 비기락 보는 것이 고기로다
하룻밤 비 기운에 홍백련이 섞어 피니
바람기 없어서 온 산이 향기롭다
염계를 마주 보아 태극을 묻는 듯
태을 진인이 옥자를 헤쳤는 듯
노자암 건너보며 자미탄 곁에 두고
장송을 차일삼아 돌길에 앉아 보니
인간 세상 유월 달이 여기는 삼추로다
맑은 강에 떠있는 오리 백사장에 옮겨 앉아
백구를 벗을 삼고 잠 깰 줄 모르느니
무심하고 한가함이 주인과 어떠한고
오동나무 사이 달이 사경에 돋아 오니
천암 만학이 낮인들 그러할까
호주의 수정궁을 그 누가 옮겨왔나
은하 건너 뛰어 광한전에 올라간 듯
짝 맞은 늙은 솔일랑 낚시터에 세워 두고
그 아래 배를 띄워 가는 대로 던져두니
홍료화 백빈주 어느 사이 지났는지
환벽당 용의 못이 배 앞에 닿았어라
맑은 강 푸른 풀밭 소 먹이는 아이들이
석양의 흥취에 겨워서 피리를 빗겨 부니자세히 알아보기교과서책필기문학의 해석쓰기춘향전
물 아래 잠긴 용이 잠 깨어 일어날 듯
내 기운에 나온 학이 제 깃을 벌리고
반공에 솟아 뜰 듯 소선의 적벽은
가을 칠월 좋다는데 팔월 십오야를
모두 어찌 내세운가 비단구름 다 걷히고
물결이 잔잔할 제 하늘에 돋은달이
솔위에 걸렸거든 잡다가 물에 빠진
적선이 요란쿠나 공산에 쌓인 잎을
삭풍이 거둬 불어 떼구름 거느리고
눈조차 몰아오니 천공은 호사하여
옥으로 꽃을 지어 만수 천림을
꾸며도 내었구나 앞 여울 가려 얼어
외나무다리 걸쳤는데 막대 멘 늙은 중이자세히 알아보기책교과서필기춘향전쓰기문학의 해석
어느 절로 간단 말인가 산 늙은이 이 부귀를
남에게 자랑 마오 아름다운 은세계를
찾으리 있을세라 산중에 벗이 없어
책을 쌓아두고 만고 인물을
거슬러 헤아리니 성현도 많거니와
호걸도 많고 많다 하늘 만드실 때
곧 무심 할까마는 어찌 한 시운이
일고 기울고 하였는고 모를일도 많거니와
애달음도 그지없다 기산의 늙은 고불
귀는 어찌 씻었던가 박소리 핀계하고
지조가 더욱 높다 인심이 얼굴 같아
볼수록 새롭거늘 세사는 구름이라
험하기도 험하구나 엊그제 빚은 술이
얼마나 익었는가 잡거니 밀거니
싫도록 기울이니 마음에 맺힌 시름
적으나마 풀려진다 거문고 줄에 얹어
풍입송 이로구나 손인지 주인인지
다 잊어 버렸어라 창공의 떠있는 학이
이 고을의 신선이라 휘영청 달빛 아래
행여 아니 만나잔가 손이 주인에게
이르대 그대 긴가 하노라.
💜< 핵심 정리 >
· 갈래 : 서정 가사. 양반 가사. 정격 가사
· 연대 : 명종 15년(1560)
· 율격 : 3(4).4조 4음보
· 문체 : 운문체. 가사체
· 구성 : 84절 169구. 서사, 본사[춘·하·추·동경(春·夏·秋·冬景)], 결사의 3단 구성
서사 - 엇던 디날 손이 星山(성산)의 머믈면서~
춘사 - 梅窓(매창) 아젹 벼태 香氣(향기)예 잠을 깨니~
하사 - 南風(남풍)이 건듯 부러 綠陰(녹음)을 혜텨 내니~
추사 - 梧桐(오동) 서리들이 四更(사경)의 도다 오니~
동사 - 空山(공산)의 싸힌 닙흘 朔風(삭풍)이 거두 부러~
결사 - 山中(산중)의 벗이 업서 漢紀(한기)를 싸하 두고~
· 성격 : 전원적. 풍류적
· 배경 : 창평 지곡리 성산(昌平芝谷里星山-지금의 전남 담양군 남면 지곡리)에서 처외재당숙(妻外再堂叔)인 김성원(金成遠)을 경모하여 그 곳의 풍물(風物)을 4계절에 따라 읊은 작품이다.
· 제재 : 성산(星山)의 사계절의 변화에 따른 풍경과 식영정 주인 김성원의 풍류
· 주제 : 성산(星山)의 풍물과 풍류. 절경(絶景) 속에서의 풍류 예찬
· 의의 : 송순의 ‘면앙정가(俛仰亭歌)’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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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어, 시구 풀이
· 星山(성산) : 송강(松江)이 을사사화(乙巳士禍)로 인해 아버지를 따라 낙향(落鄕)하여 등과(登科)할 때까지 10여 년간 수학한 현재의 전남 담양군 남면 지곡리
· 棲霞堂(서하당) 息影亭(식영정) : 서하당은 김성원(金成遠)이 지은 자신의 당우(堂宇)이고, 식영정은 석천(石川) 임억령이 을사사화를 미리 알고 퇴관(退官) 은퇴하자 그를 위해 지어 준 정자임
· 主人(주인) : 송강(松江)의 처외재당숙(妻外再堂叔)인 김성원(金成遠)을 가리킴
· 竹床(죽상) : 대나무 상(床)
· 瑞石(서석) : 상서로운(깨끗한) 돌. 광주 무등산 마루에 있는 서석대(瑞石臺)
· 滄溪(창계) : 식영정(息影亭) 앞을 흐르는 작은 시내.
· 天孫 雲錦(천손운금) : ‘천손’은 직녀성의 다른 이름이고, ‘운금’은 구름 같은 비단을 말함. 직녀가 짠 아름다운 비단, 곧 은하수
· 헌사토 헌사할샤 : ‘헌사하다’는 야단스럽게 떠들거나 시끄러운 것을 나타내나, 여기서는 몹시 호화스럽고 아름다움을 가리킴
· 혜틴 : 흩어진
· 아젹 벼태 : 아침 햇볕에
· 山翁(산옹) : 산촌에 있는 늙은이. 김성원(金成遠)을 가리킴
· 삐허 두고 : 뿌려 두고
· 빗김의 : 비 온 김에
· 달화 내니 : 다투어 내니. 손질하여 내니
· 靑門 故事(청문고사) : 청문의 옛일. ‘청문’은 한나라 장안성의 동남문인데 소평(邵平)이 창문 밖에 외를 심었으므로 그것을 청문과(靑門瓜)라 하였음
· 芒鞋(망혜) : 짚신. 미투리
· 뵈야 : 죄어. 재촉하여
· 흣더디니 : 흩어 던지니. 함부로 던지니
· 닷볷다 : 몹시 닦다
· 明鏡(명경) : 거울같이 맑은 물
· 건듯 : 한 줄기 바람이 스쳐 부는 모양
· 羲皇(희황) : 복희씨
· 니믜 : 여미어
· 葛巾(갈건) : 칡베로 만든 두건
· 기우 : 기울여. 비스듬히
· 구부락 비기락 : 몸을 구부렸다가 혹은 기댔다가
· 㾾溪(염계) : 송나라의 도학자 주돈이(周敦頤). 자는 무숙(茂叔)으로 염계(㾾溪) 사람. <애련설(愛蓮說)>이란 글을 씀
· 太乙 眞人(태을진인) : 천지의 도를 터득한 신선
· 玉字(옥자)를 혜혓는 듯 : 우왕(禹王)이 잠을 깨어 황제지악(皇帝之岳)에서 돌을 헤쳐 그 속에서 황제가 남긴 비결서인 ‘금간옥자(金簡玉字)’를 얻은 것처럼
· 鸕鶿巖(노자암) : 식영정 아래 창계(蒼溪)에 있는 바위 이름
· 紫微灘(자미탄) : 식영정 아래에 있는 여울 이름
· 石逕(석경) : 돌이 많은 좁은 길
· 人間(인간) : 인간 세계. 속세(俗世)
· 三秋(삼추) : 늦가을
· 올히 : 오리
· 主人(주인)과 엇디한고 : 식영정의 주인 김성원과 비교할 때 어떠한가?
· 千巖萬壑(천암 만학) : 많은 바위와 계곡, 즉 깊은 산을 형용한 말
· 湖洲(호주) : 복주부(福州府) 서호(西湖)에 있는 섬
· 廣寒殿(광한전) : 달 속에 있다는 궁전
· 짝마즌 : 짝이 맞은, 즉 한 쌍의
· 釣臺(조대) : 낚시터
· 紅蓼花(홍료화) : 붉은 여뀌꽃
· 白蘋洲(백빈주) : 흰 마름꽃이 피어 있는 물 속의 작은 섬
· 環壁堂(환벽당) : 성산(星山) 맞은편 작은 언덕 위에 있는 집. 김성원의 사촌 김윤제(1501-1572)가 지어서 살던 집
· 용의 소히 : 성산의 승지(勝地)의 하나인 용추(龍湫)를 이름
· 어위 : 흥(興)
· 계워 : 겨워. 이기지 못하여. 못 이기어. 못 견디어
· 빗기 부니 : 비스듬히 대고 부니
· 내끠예 : 연기 기운에
· 蘇仙(소선) : 송나라의 문인 소동파. 이름은 식(軾)
· 赤壁(적벽) : <적벽부(赤壁賦)>. 소동파가 적벽강에서 뱃놀이를 하고서 지은 글
· 秋七月(추칠월) : 음력 칠월. 상월. 양월
· 과하는고 : 칭찬하는가
· 纖雲(섬운) : 엷고 고운 비단 같은 구름
· 四捲(사권) : 사방으로 걷힘
·채 잔 적의 : 다 잘 때에
· 잡다가 빠딘 : 이태백이 채석강(採石江)에서 술이 취하여 물 속에 비친 달을 잡는다고 들어가 빠져 죽은 것을 가리킴
· 謫仙(적선) : 하늘에서 귀양 온 신선(神仙). 이태백을 가리킴
· 거두 부러 : 거두어들이듯이 불어. 휩쓸어 불어
· 天公(천공) : 하느님. 조물주
· 호사로와 : 호사로워. 일 꾸미기를 좋아하여
· 만수 천림(萬樹千林) : 수많은 나무와 수풀
· 가리 어러 : 가리어 얼어. 덮어서 얼어
· 獨木橋(독목교) : 외나무다리
· 빗겻는데 : 비껴 놓여 있는데
· 山翁(산옹) : 김성원을 말함
· 瓊瑤窟(경요굴) : 달나라 아름다운 구슬의 굴. 여기서는 성산을 가리킴
· 隱世界(은세계) : 은거지(隱居地)
· 黃券(황권) : 책을 말함
· 거스리 : 거슬러
· 삼기실 제 : 하늘이 사람을 태어나게 할 적에
· 일락배락 : 일어났다가 떨어졌다가. 흥했다 망했다가. ‘배다’는 ‘망하다’, ‘망치다’의 뜻임
· 箕山(기산) : 옛날 요 임금 때 허유(許由)와 소부(巢父)가 숨어 살았다는 하남성(河南省)에 있는 산
· 고불 : 고불(古佛). 나이가 많은 사람. 옛날의 불상. 여기서는 허유(許由)를 말함
· 박소래 핀계하고 : 표주박 하나도 귀찮고 성가시다 핑계하여 내던져 버린 후에
· 조장 : ‘지조 행장(志操行狀)’의 준말
· 낫 : 낯(얼굴)
· 어도록 : 얼마나
· 거후로니 : 기울이니
· 져그나 : 다소나마
· 하리느다 : 낫는다. 풀린다
· 시옭 언저 : 거문고 줄에 시옭을 얹어 가락을 탐
· 風入松(풍입송) : 악곡의 이름
· 이야고야 : 이었구나. 끊어지지 않는구나
· 瑤臺(요대) : 신선이 사는 곳
· 행혀 : 행여. 혹시
▶ 작품 해설
1560년(명종 15년) 작자가 25세 때 창평 지곡리 성산(昌平芝谷里星山 - 지금의 전남 담양군 남면 지곡리)에서 처외재당숙(妻外再堂叔)인 김성원(金成遠)을 경모(敬慕)하여 그 곳의 풍물을 4계절에 따라 읊고, 서하당(棲霞堂)의 주인 김성원의 풍류도 함께 노래한 것이다.
모두 84절 169구로 되어 있으며, 내용은 ① 서사(緖詞), ② 춘경(春景), ③ 하경(夏景), ④ 추경(秋景), ⑤ 동경(冬景), ⑥ 결사(結詞)로 나뉜다. 보편성이 모자란다는 점도 있으나, 작자의 개성과 얼이 풍부하게 나타나 있는 작품이다. 작품집 <송강가사(松江歌辭)>에 실려 전하고 있다.
이 작품의 내용은 서사에서 김성원과 성산(星山)에 대하여 읊고, 본사에서는 사계절에 따른 아름다운 경치를 노래하였으며, 결사에서는 독서, 음주(飮酒)와 탄금(彈琴) 등 주인 김성원의 풍류 생활을 부러워하는 것으로 짜여 있다. 단락별로 자세히 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서사는 ‘디날 손’이 ‘성산(星山)’에서 생활하는 이유를 ‘식영정 주인’에게 묻는 것부터 시작된다. 그러면서 ‘天邊(천변)의 떠나는 구름’을 ‘주인’의 모습에 견주면서 ‘정자(亭子)’ 주변의 운치 있는 자연 환경과, 무한히 반복되며 ‘쳘쳘이 절노나’는 사철의 자연 경관을 선경(仙境)에다 비유하고 있다.
본사의 첫 단락인 춘사(春詞)에서는 ‘靑門 故事(청문고사)’를 인용하면서 봄날 ‘仙翁(선옹)의 해욜 일’ 즉 산중(山中) 생활을 노래하고, ‘방초주(芳草洲)’를 무릉 도원에 비기면서 봄날 한가로운 마음으로 자연을 즐기는 삶의 여유를 노래한다.
하사(夏詞)에서는 성산의 한가로운 여름 경치 속에서 ‘꾀꼬리리’ 노랫소리에 ‘픗잠’을 깨어 ‘空中(공중) 저즌 欄干(난간)’에서 ‘고기’를 보며 즐기는 내용이다. ‘紅白蓮(홍백련)’의 향기 속에 인간 만사를 모두 잊고 ‘太極(태극)을 믓잡는 듯’, ‘玉字(옥자)를 헤혓는 듯’하며 진리를 탐구하고 신선이나 된 듯 느끼면서 대자연의 품 속에서 안온한 삶을 누리는 내용이 전개된다.
추사(秋詞)에서는 ‘銀河(은하)를 띄여 건너 廣寒殿(광한전)의 올랏는 듯’한 기분으로 오동나무에 환한 달이 걸린 풍경을 읊고, ‘釣臺(조대)’ 아래 배를 띄워 배 가는 대로 맡겨 ‘용(龍)의 소’에 이르는 뱃놀이의 풍류가 목동들의 ‘短笛(단적)’ 소리에 한층 운치를 더함을 노래하고 있다.
동사(冬詞)에서는 온 산 가득 눈으로 뒤덮인 새로운 겨울 성산(星山)의 풍경을 그렸다. 성산의 겨울 경치에 매료되어 ‘늘근 즁’에게조차 ‘남다려려 헌사 마오’라고 당부하며 자연 속의 삶을 지키고자 하였다. 그러나 자연을 즐기는 마음의 부귀를 혼자서만 누리려 함은 아니었을 것이다. 속세의 유혹으로부터 행여나 마음 잃어 흔들릴까 저어하는 몸짓이 아닐까 한다.
결사(結詞)에서는 험하디 험한 세상의 모든 시름 접어 두고 ‘술’과 ‘거믄고’로 ‘손’과 ‘주인’도 잊을 정도로 도도한 흥취에 젖은 산 속 풍류를 노래하고 있다. 어찌 보면 아무래도 잊기 어려운 현실에 대한 강한 미련을 드러낸 것으로도 보인다. ‘마음에 매친 시름’이 다름 아닌 현실에의 갈등으로 생각되며, 때를 기다리며 자연 속에 웅크리고 있는 모습이 연상되기 때문이다. 성산의 자연 속에 묻혀 지내는 ‘주인’을 ‘손’이 ‘長空(장공)의 떳는 鶴(학)’에 비겨 ‘眞仙(진선)이라 칭송하면서 작품을 매듭 짓고 있다.
▶ 심화 학습 자료
이 가사는 조선조 사대부들의 전형적인 삶의 한 단면을 보여 준 작품이다. 작품에 관련된 인물들의 생애와 견주어서 좀더 정확히 표현한다면, 16세기 조선조 사대부들의 삶의 한 방식을 드러내 준 작품이라 하겠다. 조선조의 사대부들은 사유의 토지를 생활 근거로 하여 나아가 조정의 관료로서 치국평천하(治國平天下)의 이념을 실현하고자 하였고, 물러나면 수신제가(修身齊家)에 더욱 힘쓰면서 강호의 처사로서 자연을 벗삼아 여유로운 삶을 누렸다. 바로 이러한 사대부들의 생활의 양면성이 그들로 하여금 관료적 문학과 처사적 문학의 세계를 넘나들게 하였다. 이렇게 토지에 기반을 둔 생활 근거가 확고하게 마련되어 있었으므로 이현보(李賢輔)나 송순(宋純) 윤선도(尹善道) 등과 같은 여유만만한 강호 생활이 가능했으며, 관료나 처사의 위치에 관계없이 이른바 귀거래(歸去來)의 강호 생활을 높이 평가하는 관념적 풍조 또한 보편화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 이상의 실현을 목표로 하는 성리학의 학문적 성격으로 보아 사대부들의 귀거래의 추구를 결코 그들의 본뜻으로 이해하기는 어렵다. 그들은 현실에서 물러나 자연에 몰입한 듯, 현실에 대한 모든 미련을 떨치고 숨어 지내다가도, 때를 만나 기회만 오면 그 자연을 서슴지 않고 버리고 현실에 뛰어들곤 했다.
결국 이 작품에서의 자연도 사대부들의 임시 터전으로서 잠시 쉬었다 훌쩍 떠날 휴식처에 머물고 있다. 자연은 도의와 심성을 기르는 군자의 벗일 뿐이지 완전히 응합된 삶을 이루어야 할 대상은 아니었다, 이렇게 보면 이 작품은 귀거래(歸去來)를 명분으로 삼고 때를 기다리며 쉬어 가는 안식처로 자연을 인식하였던 16세기 조선조 사대부들의 전형적인 자연관이 여실히 드러난 작품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수월정청흥가 / 강복중(姜復中 1563~1639)
01.
청계 물에 목욕하고 갈마산의 취잎 뜯어
된장에 끓여 먹고 수월정에 흩어 걸어
주야로 북쪽을 황하여 임 그리며 우옵니다
02.
율령천 깊은 못에 낚싯대 들고 흩어 걷다.
아침밥 좋게 역고 긴 줄음을 내었으니
세상에 걱정 많은 벗이 이 뜻 알까 하노라.
03.
율렁천 흐른 물이 대산으로 지나간다
조각조각 복숭아꽃 어디에서 떠 오느냐.
아희야. 무릉을 묻거든 예가 거기라 하여라
04.
대산의 바위 하나 세상에서 버렸거늘
떨어친 꽃 흙먼지를 내 쓸고 혼자 노니
건곤도 다정히 여겨 함께 늙자 하는구나.
05.
수월정에 마음 두고 대산에는 몸을 두니
이 몸이 둘이라면 같라 두고 아니 놀랴
이몸이 다만 하나이니 오락가락 하는구나
06.
평생에 내 벗 없어 창밖에 솔대뿐이라
주야로 맑은 바람에 맞으며
굽혔다 일어나여 춤을 추니
지금의 순임금 거문고 노랫소리는
어제인 듯하구나.
07.
한 평생 낚시대 들고 청계변을 흩어 걸어
시 길게 읇고 달을 보다 돌아올 길 잊었거늘
아내는 저녁 죽 식어가니 빨리 오라 재촉하네
08.
율령산의 갈매기야 달 없다고 살펴보는가.
흩어진 바둑돌을 뉘 도적 하랴마는
그래도 너희가 아니면 그것 어이 믿으랴
09.
가난함이 내 분수라 부귀공명 모르노라.
강호에 벗이 없어 같매기뿐이로다
갈매기야 야단스레 마라 세상 알까 하노라.
10.
상산의 사호들이 율령천에 모여 있어
한잔 술에 취했다가 나에게 이르기를
평생을 삼신산 불사악 먹은 후에
죽지 말자 하는구나.
11.
무산의 신녀들이 동령천에 따라 와서
도원은 여기로다. 십이봉은 어디인가.
저 건너 저 봉이라 하되 나도 몰라 하노라.
12.
산과 물을 희롱하여 풍경만을 좋게 여겨
꽃 피고 잎 질 때 정처 없이 다니거늘
세상은 청계변에서 낚시질하는 늙은이를
미친이라 하는구나.
13.
내 마음 둘 데 없어 노래를 지었는데
마음이 옳은 이는 다 옳다 하지마는
어쩌다 간신배들은 이도 그르다 하는구나.
14.
율령천 갈매기가 나에게 이른 말이
세상의 옳고 그름 모르고 늙으소서.
우리는 말 한 마디 하지도 않았는데
검다 희다 하는구나.
15.
율령천 흐른 물이 백이숙제 원성되어
한 때도 그치지 않고 여울마저 우는 소리
지금의 임금 위한 충정 못내 울던 소리로다.
16.
칭계에 도사 있어 학 한 쌍을 비껴 타고
오르고 내리면서 흔적 없다 자랑마라.
조만간 구름 탈 신선이니 너와 내가 다를까.
17.
위수에서 낚시하던 늙은이와
청계 못에서 낚시하던 늙은이를
공평한 세상 의논 누가 낫다 의논할까
아무리 태공망 여상인들 그나 내가 다를까
18.
청계 못 달 밝은 방 슬피 우는 기러기야
쌍쌍이 높이 떠서 누굴 그려 울고 있나.
우리도 외짝이 되어 임만 그려 우노라.
19.
충효도 못하고 내 비록 죽을지언정
깊은 밤 밝은 달에 두견의 넋이 되어
평생에 임금 부친 못 모신 원한으로
배꽃 핀 가지 위에 봄비가 되었으니
행인도 내 뜻 아는지 말 멈추고 시름하누나.
20.
대산 맨 윗봉우리 내 혼자 울라와서
소리쳐 실컷 울고 생각하니 임이로다.
평생에 임금 부친 위한 슬픈 마음이야
한 때인들 잊으리까.
21.
백년을 살다 죽어 하루아침에 신선 되어
아침에는 구름을 저녁에는 비를 타고
멀리까지 날아 오르리라.
그 후에 하늘과 땅, 해와 달과
함께 늙자 하노라.
💛특징
화자가 머무는 공간과 세속을 대조적으로 드러냄.
청각적 심상을 활용하여 화자의 정서를 드러냄
<작품 이해>
수월정의 아름다운 경치를 사랑하며 비록 가난하게
생활하지만, 분수에 맞게 살려는 의지를 보여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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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현상의 특징
*의문의 형식을 활용해 화자의 내면을 드러냄
▣ 주제
수월정 주변의 아름다운 자연 친화적 삶과 연군의정
갈래 : 연시조(총21수)
성격:자연 친화적, 연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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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핵심 내용 및 주제
주제: 수월정의 맑고 깨끗한 풍경 감상과 자연 속에서 느끼는 즐거움(청흥, 淸興).
공간적 배경: 전남 담양군 고서면에 위치한 '수월정'으로, 제봉 고경명이 이름을 붙인 정자입니다.
정서: 속세를 벗어나 자연과 하나 되는 물아일체(物我一體)의 경지와 유유자적한 삶의 태도를 노래합니다.
2. 구절 해석의 특징
수월(水月): '물에 비친 달'이라는 뜻으로, 정자 아래 흐르는 냇물과 밤하늘의 달이 어우러진 맑고 영롱한 분위기를 강조합니다.
청흥(淸興): '맑은 흥취'를 의미하며, 인위적인 즐거움이 아닌 자연 그대로에서 얻는 깨끗한 정신적 즐거움을 표현합니다.
💙주요 내용 및 해석
자연 감상과 초탈 (1수~10수 등):
청계천, 갈마산 등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낚시를 하고, 백구와 벗 삼으며 즐거워합니다.
"인간 시비를 모르고 늙으소서"와 같은 구절은 속세의 번거로움을 잊고 자연 속에서 유유자적 살고 싶은 마음을 나타냅니다.
눈 내린 겨울 풍경을 묘사하며, 조물주가 만든 아름다움을 감탄하는 내용이 자주 등장합니다.
충심 표현 (20수 등):
"대산 상상봉에 내 혼자 올라와서 / 실컷 울고 생각느니 임이로다" 와 같은 구절에서, 자연 속에서도 임금에 대한 그리움과 충성심(위군부애정, 爲君父愛情)을 잊지 않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자연을 즐기면서도 나라와 임금을 생각하는 양반 사대부의 이상을 담고 있습니다.
💙작품의 특징
연시조: 여러 수가 연결된 형태의 시조로, 각 수마다 다른 자연 풍경과 정서를 담고 있습니다.
💛겨울 배경: 눈 덮인 겨울 산의 풍경이 자주 등장하여 계절적 배경이 겨울임을 알 수 있습니다.
💛'수월정'의 의미: 수월정은 화자가 자연 속에서 시름을 잊고 흥취를 느끼는 공간이자, 임금에 대한 충정을 표현하는 중심 무대가 됩니다.
❤️님으람 금성 회양의 오리나무가 되고 / 이정보(李鼎輔)
前腔 내 님믈 그리와 우니다니
(내가 님을 그리워하여 울며 지내니)
中腔 산졉동새 난 이슷요이다
(산접동새와 난 비슷합니다)
後腔 아니시며 거츠르신 아으
(참소가 진실이)아니며 거짓인 줄은)
附葉 잔월효성(殘月曉星)이 아시리이다
(지는 달과 새벽 별이 아실 거십니다 )
大葉 넉시라도 님은 녀져라 아으
(넋이라도 임과 함께 살아가고 싶어라)
附葉 벼기더시니 뉘러시니잇가
(내가 허물이 있다고) 우기던 사람이 누구였습니까?)
二葉 과(過)도 허믈도 천만 업소이다
(제게는) 잘못도 허물도 전혀 없습니다)
三葉 힛마리신뎌
(뭇 사람들의 모함입니다)
四葉 읏븐뎌 아으
(슬프도다)
附葉 니미 나 마 니시니잇가
(님이 나를 벌써 잊으셨습니까)
五葉 아소 님하 도람 드르샤 괴오쇼셔
(임이여, 돌이켜 돌으시어 사랑해주소서)
-정서, 「정과정」-
강천(江天)의 혼자 셔셔 디 구버보니
(강가에 혼자 서서 지는 해를 굽어 보니)
님다히 소식이 더욱 아득뎌이고
(님 계신 곳 소식이 더욱 아득하기만 하구나)
모첨(茅簷) 자리의 밤듕만 도라오니
(초가집 찬 잠자리에 한밤중이 돌아오니)
반벽청등(半壁靑燈)은 눌 위야 갓고
(벽 가운데 걸려있는 청사초롱은 누구를 위하여 밝혀 놓았는가?)
오며 리며 헤며 바니니
(오르내리며 헤매며 방황하니)
져근덧 역진(力盡)야 풋을 잠간 드니
(잠깐 사이에 힘이 다해 풋잠을 잠깐 드니)
정성이 지극야 의 님을 보니
(정성이 지극했던지 꿈에 님을 보니)
옥 얼굴이 반이나마 늘거셰라
(옥같은 얼굴이 반도 넘게 늙어 있구나)
의 머근 말 슬장 쟈 니
(마음 속에 품은 생각을 실컷 사뢰려 하니)
눈물이 바라 나니 말인들 어이 며
(눈물이 바로 나니 말은 어찌 하며)
정(情)을 못 다야 목이조차 몌여니
(정을 풀지도 못하여 목조차 매니)
오뎐된 계성(鷄聲)의 은 엇디 돗던고
(방정맞은 닭소리에 잠은 어찌 깬단 말인가)
어와 허사로다 이 님이 어 간고
(아아 헛된 일이로다 이 님이 어디 갔는가)
결의 니러 안자 창을 열고 라보니
(잠결에 일어나 앉아 창을 열고 바라보니)
어엿븐 그림재 날 조 이로다
(불쌍한 그림자만이 나를 따를 뿐이로다)
하리 싀여디여 낙월(落月)이나 되야 이셔
(차라리 죽어서 지는 달이나 되어)
님 겨신 창 안 번드시 비최리라
(임 계신 창 안에 환하게 비치리라)
각시님 이야니와 구비나 되쇼셔
(각시님, 달은 커녕 궂은 비나 되십시오)
님으란 회양(淮陽) 금성(金城) 오리남기 되고 나삼사월 츩너 출이 되야
(님은 회양 금성의 오리나무가 되고 나는 삼사월의 칡넝쿨이 되어)
그 남긔 그 츩이 낙거믜 나븨 감듯 이리로 츤츤 저리로 츤츤 외오 프러 올이 감아 밋붓터 지 곳도 뷘 틈 업시 주야장상(晝夜長常) 뒤트러져 감겨 이셔
(그 나무에 그 칡넝쿨이 납거미가 나비 감듯 이리로 칭칭 저리로 칭칭 왼쪽으로 풀고 오른쪽으로 감아 밑부터 끝까지 한 곳도 빈틈 없이 밤낮으로 항상 길게 뒤틀어져 감겨 있어
동(冬)섯 바람비 눈셔리를 아모리 마즈들 플닐 줄이 이시랴
(동지섣달 바람비 눈서리를 아무리 맞은들 풀릴 줄이 있으랴
님이랑 칭칭 감겨 있음 = 만족감, 일체감, 충일감)
💜[해제]
임과 함께 있고 싶은 간절한 마음을 오리나무와 칙녕쿨의 얽힘에 빗대어 노래한 사설시조이다.
특히 중장의 반복되고 열거되며 확장된 표현들은 화자의 소망을 잘 드러내고 있다.
[구성]
초장:오리나무와 칠녕쿨이 되고 싶은 임과 나
중장: 감겨 있듯 임과 붙어 있고 싶은 마음
종장: 어떤 상황에서도 임과 떨어지고 싶지 않은 마음
[주제]
임과 떨어지지 않고 함께 있고 싶은 간절한 마음
❤️별사미인곡 / 김춘택
이보소 져각시님 셜운말 그만하오
(이보소 저 각시님 서러운 말씀 그만 하오)
말을 드러니 셜운줄 다모를쇠
(말씀을 들어보니 서러운 것이 끝이 없소)
인년인들 가지며 니별인들 갓탈손가
(인연인들 한가지며 이별인들 같을 것인가)
광한젼 백옥경의 님을뫼셔 즐기더니
(광한전 백옥경에 님을 모셔 즐기다가)
니래 였거니 재아을 업손가
(이별을 하였거니 재앙인들 없을 것인가)
해다 저문날의 가줄 설워마소
(해 다 저무는 날이 가는 것을 서러워마소)
엇더타 니내몸이 견흘데 전혀없내
(정녕코 이 몸을 견줄데가 전혀없네)
광전 어대머오 백옥경 내아던가
(광한전이 어디 있던가 백옥경을 내가 알던가)
원앙침 비취금의 뫼셔본적 히없내
(원앙침과 비취금을 모셔본 적이 없네)
내얼골 이거동이 무엇로 남길고
(내 초췌한 얼굴과 거동으로 어찌 임을 사랑할꼬)
질을 모거니 가무야 더니가
(길쌈을 모르거니 춤과 노래 더 이를가)
엇인지 님향 조각이 (무엇이 어떻던지 님 향한 일편단심)
을 하리 심기시고
(한 조각 마음은 하늘이 주시고)
셩현이 가라치서
(세상 이치 통달한 성인이 가르치시어)
뎡학이 알펴잇고 부월이 두해이셔
(끝없는 지옥은 눈앞에 시퍼런 도끼는 뒤에 있다하더라도)
일백번 죽고죽어 뼈가 길니된후도
(일백번 죽고죽어 뼈가 가루가 될 지언정)
님 향 이이 별손가
(님을 향한 이 마음이 변할리야 있을 것인가)
나도 일을가저 의업 것만어더
(나도 일을 가져서 남이 없는 것만 얻어서)
부용화 오짓고 목난으로 사마
(연꽃으로 옷을 짓고 목련으로 꽃신을 신어서)
한긔 맹셰여 님섬기랴 원이러니
(하늘에 맹세하여 남 섬기는 것이 소원이건만)
조물 긔가 귀신이 희즈온가
(조물주의 시기인가 귀신이 훼방을 놓는 것인가)
내팔 그만니 사을 원망가
(내 팔자가 이러니 어찌 사람을 원망할 수 있으랴)
내몸의 지은죄를 모니 긔더죄라
(내 몸의 지은 죄를 몰라서 더 큰 죄인가)
나도 모거니 이어이 아도던고
(나도 모르는데 남이 어이 다 알리요)
한하 살인가 이몸의 되녀이셔
(하늘이 이 몸을 그리되게 하셨는가)
💙핵심정리
▶갈래 : 가사
▶주제 : 임 향한 일편단심
▶특징 : 사랑 받지 못한 여인 ⇒ 사랑 받지 못한 신하: 폭넓은 공감대 형성<특수한 사연을 일반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인간의 보편적 감정에 호소)로 전환하여 폭넓은 공감대 형성>
▶시상전개
▪ 시적화자(유배지고독과 외로움)
↓
▪ 부용화 옷(一片丹心임에 대한 변함없는 사랑과 정성)
↓
▪ 광한전 백옥경군선(임 계신 곳임과 함께 하고픈 소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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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와 감상
조선 숙종 때 김춘택(金春澤)이 지은 가사. 지은 시기는 작자의 문집인 ≪북헌집 北軒集≫ 권4 논시문(論詩文)을 통하여 알 수 있다. “……내가 제주에 와 우리말로 <별사미인곡>을 지으니, 이는 정철(鄭澈)의 양미인곡(兩美人曲)에 추화(追和)한 것이다…….”라는 논시문의 기술에 의해 작자가 제주도에 유배된 1706년(숙종 32) 4월에서 1710년 6월 사이에 <별사미인곡>을 지은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작품은 4음보 1행으로 계산하여 모두 79행이며, 율조는 3·4조가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다. 가사의 분량은 양미인곡을 모방하여 창작하였으나 구성은 <속미인곡>과 같이 대화체로 되어 있다.
가사의 서두는 가사 중의 갑녀(甲女)라 할 수 있는 여인이 “이보소 저 각시님 설운말 그만오.”라고 시작하여 마치 앞에 어떤 하소연을 들은 듯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이는 <속미인곡>을 연상하고 그렇게 한 것이 아닌가 한다.
여기에 대하여 가사 가운데 을녀(乙女)라 할 수 있는 여인이 자기의 소회를 풀기 시작한다. 곧, 그는 자기가 광한전 백옥경에서 임을 뫼시다가 아양을 부려 그것이 재앙이 되어 이렇게 이별하게 되었음을 토로한다. 그리고 스스로 아무런 재주도 없어 임에게 사랑받을 수 없음을 말하고 임에 대한 자기의 사랑이 변할 수 없음을 강조한다.
그러면서 자기가 지은 죄를 스스로 모르니 그것이 더욱 큰 죄라 하며 자기가 지은 죄를 자기도 모르니 다른 사람이 어찌 알겠느냐고 하여 스스로의 허물에 대한 회의를 나타내고 있다. 또 임을 위하여 산호(珊瑚) 재기와 백옥함에 임의 옷을 간수하고 있지만 임에게 가져다 줄 사람이 없으며 혹시 가져간다 하여도 임이 보시기나 할 것인가라고 하여 자포자기하는 심정도 나타내고 있다.
그리하여 이생에서 임을 가까이 못하는 안타까움은 차라리 후생에서 구름이 되어 임에게 덮이고 싶다고 하였다. 그것을 임이 싫다고 하면 다시 바람이 되어 여름날 임을 부쳐주고 싶다고도 하고, 그것도 싫으면 명월(明月) 혹은 명산대천·노목·지초·오현금·말·새·짐승 등이 되어서라도 임에게 가까이 있고 싶다고 하소연한다.
이에 대하여 갑녀는 을녀가 이렇게 된 것은 팔자며 천명이니 구름이나 바람이 되면 무엇하겠느냐며 차라리 술이나 잔 가득 부어 마시고 한시름 잊으라고 권하는 것으로 끝을 맺고 있다.
대화체 구성이라는 점에서 <속미인곡>에 가까우나 내용에 있어서는 <사미인곡>의 영향도 보인다. 군주에 대한 원망은 거의 보이지 아니하고 간절한 충성을 읊었다는 점에서 연군가사의 면모가 두드러지며, 유배가사로서도 가사문학사상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저자는 스스로 이 가사를 지어놓고, 정철의 가사에 비하여 그 말은 더욱 아름답고 그 곡조는 더욱 처량하다고 자부하고 있다. 그러나 언어의 구성은 능란하다 하여도 양미인곡에 비하여 정제되지 못한 점이 있다. 국문학사상 미인곡계 가사 가운데 한 부분을 차지하는 가사로서 의의를 지니며, 당쟁으로 얼룩진 조선조 역사의 반영으로서도 의미를 지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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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철의 “사미인곡”과의 비교
정철의 사미인곡에 비하면 임과 헤어진 화자의 절실한 감정 표현이 모자라며 후반부에 군소리를 장황하게 늘어놓은 것이 단점이지만 순한글을 사용하여 정연한 율조아래 평이한 언어를 구사하고 있어 친근감을 느끼게 한다.
▲이진유의 “속사미인곡”
정철의 사미인곡을 모방한 동일한 주제와 내용을 가진 작품 중에 하나다. 기행체 구성 방식을 도입하여 유배 당한 자신의 처지를 천상에서 내려와 임을 그리워하는 여인에 비유하였다. 기행을 하게 된 동기, 유배지로 향하는 출발 과정, 유배지에서의 견문이 세세하게 진술되어 있으나 회정(懷情)은 언급되지 않았다. 유배(이별)의 동기가 자신의 죄 때문도 아니고 임이 박정해서도 아니라 자신을 질투한 여인들의 참소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여인들을 정적으로 묘사하여 자신의 유배가 노론 일당의 모함임을 우회적으로 표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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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택(金春澤, 1670년 1717년)은 조선후기의 문신, 외척, 작가이다. 자(字)는 백우(伯雨), 호는 북헌(北軒), 본관은 광산이다. 숙종의 장인 김만기의 손자이다. 종조부인 김만중의 문하생이다
별사미인곡은 숙종 때 북헌 김춘택이 지은 작품이다. 김춘택은 숙종 계비인 인현황후 김씨의 친정 조카인데 장희빈으로 인해 인현왕후가 폐비되었을 때, 글로 연좌 되어서 다섯 번이나 유배되고 세 번이나 옥에 갇혀 30여년을 고생했는데 이 별사미인곡은 그가 제주로 유배되었을 때 1708년(숙종 34)에 지은 것이다. 순 한글로 표현되어 있고 율조의 흐름과 언어구사가 평이하여 친근감을 갖게 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희설(喜雪)/ 홍계영
올해가 이상하여 겨울 하늘에 눈 없으니
지혜 높은 우리 주상 근심이 매우 크셔
수랫간에 명을 내려 음식을 줄이시고
궁궐에 음악을 금하게 하셨구나.
예관에게 명을 내려 산천에 빌라시니
정성이 지극하여 하늘에 통하였도다.
옥황상제 감동하셔 백제를 빨리 불러
향안 앞에 끓게하고 선관에게 명 내리니
황제 명을 받들어서 절하고 물러나매
등륙이 뒤를 좋네.
백패와 호기는 앞으로 인도하고
옥비와 소아는 좌우에서 부축하며
만리 밝은 하늘에서 인간 세계 굽어보고
눈 내리던 옛 솜씨를 잠깐 내어 보이려니
날씨도 어두워지고 위엄도 성하구나.
빽빽하게 엉긴 구름 사면에서 피어나니
회오리바람 높이 불며 천지가 어둡구나.
분분한 무슨 것이 볼수록 성글으니
구슬 발이 흡어져서 비단 장막 침노하더니
순식간에 도끼 되어 우주에 가득하고
곤륜산에 옥을 부어 옥가루가 날리는 듯
광한전에 용을 빨아 비늘이 빛나는 듯
부용성 넘은 곳에 백옥 나무 몇 그루인가.
천년 동안 꽃이 피어 오랜 세월 흰 빛인데
선동이 일이 많아 가지를 흔드누나.
점점이 바람따라 나부끼며 떨어지니
세상의 배꽃과도 같다고도 하련만은
여섯 모는 무슨 일인가. 꽃과는 다르더냐.
하늘의 직녀는 선궁에서 혼자 있어
하는 일이 전혀 없네.
옥베틀에 올라 앉아 금북을 던졌으니
하룻밤 새 얼음 같고 서리 같은 흰 비단을
몇 필이나 끊었단 말인가.
은하수 맑은 물에 천백 번 씻어내어
백옥 상자 깊은 곳에서 금속도로 찾아 잡고
절묘하게 희롱하니 조각조각 꽃이로세.
인간으로 흩어 내어 모든 눈을 놀라게 하니
조화도 무궁하고 재치도 너무하다.
오랑캐 땅 북쪽 웅덩이 한충신을 먹이느냐.
채주의 한밤중에 당 군사를 도우느냐
사방으로 흡날리니 소금 만 말 헤아리는 듯
반공중에 배회하니 천만 학이 춤추는 듯
수풀을 단장하고 대륙에 옷 입힌다
보잘것없는 못난 이들 탁한 가슴속을
이같이 희게 만들었구나.
천상 선녀 고운 얼굴도 하얗게 탈색하니
인간 여자 분바른 뺨 얼굴도 부끄럽다.
해 저물 때 사마상여의 병을 얻어
가죽 겹옷 입었어도 병세가 과도하다.
눈보라가 잠깐 자고 섬돌 아래 고요하거늘
마루 창을 넓게 열고 병든 눈을 높이 드니
만리 밖 땅과 하늘 무한하던 청산이
잊그제 소년에서 흰 늙은이 되었구나.
종남산의 푸른 기운 쓸린 듯 하였으니
삼각산의 푸른 이끼 뉘라서 감추는가.
아미산 검각 너머 파촉이 어디인가.
설산의 진면목을 여기에서 더 보겠다.
어화, 조물주의 변화도 그지없다.
수 많은 백성들을 사치하게 한단 말인가.
집마다 구슬방이요, 섬돌마다 옥계단이네.
내 집이 찬란하니 거처는 좋다마는
선비에게 과분하니 마음이 불안하다.
거리마다 마을마다 고운 옥이 널렸으되
줍지도 아니하니 풍속도 좋을시고
수레바퀴 흰 띠는 쌍으로 비껴가고
말발굽은 은잔 되어 하나하나 뚜렷하니
장인의 기술인가 천하의 솜씨일세
빈 계단위 새자취는
시골 절의 황폐한 누대 위에
창힐의 글자로 또렷이 찍혔으니
석양의 찬하늘로 날아드는 저 까마귀
눈빛을 더럽힐사
천지 만물중에 네 홀로 부류 다르니
흰 저고리 흰 치마로 갈아입어 보자꾸나.
뜰가의 큰 돌에는 흰 호랑이 앉은 듯하니
이비장이 보았다면 오호궁을 당겼으리라.
고목의 늙은 가지 하나하나 옥룡일세
비구름을 언제 얻어 하늘로 오르려니
네 등을 잠깐 빌어 계수나무 꺾어보자.
그윽한 흥취 깊어지니 질병을 다 잊겠다.
학창의를 잠깐 입고 청려장을 높이 짚어
바닥없는 신을 신고 눈 밟으려 배회하니
맹영이 있었어도
나 역시도 신선이라 할 것이라.
패교 위에서 우둔하게 웅크리고
어깨 솟은 늙은이 그 뉘런고.
오랜 세월 나를 아는 사람은 나로구나.
남양 땅 와룡 선생 교만도 할셔이고
중산의유비를수고하게한단말인가.
나 같은 남양인도 큰 꿈을 깨달으니
이 자리의 풍운을 어느 해에 느껴볼꼬.
잠들고 일어나기 달게여긴
원씨는 우습기 가이없다
아이야 쓸지마라, 내 계단이 상하겠다.
아이야 덮지 마라, 내 섬돌이 추하겠다.
도간의 나무조각 요긴은 하건마는
깨끗함은 거의 없다.
큰 눈이 점점 쌓여 잠깐 길이 묻혔으니
몇 자나 왔단 말인가. 한 길이나 하겠구나.
풍년 징조 내어 놓고 상서로움 그지없다.
궁궐에 기쁜 빛이 임금을 웃게하니
임금이 쾌차하니 이 아니 기약할까
부귀한 뉘 집들은
박산 향로를 좌우로 벌려 놓고
금물 들인 휘장 아래 고량주를 기울이며
눈쌓이 추위를 다 잊었으니
따뜻한 기운이 봄과 같았구나.
어화, 이 백성들 다 같은 인생으로
괴로움과 즐거움이 하늘과 땅 차이일세.
푸른산은 아득한데 초라한 초가집에서
누워서 달을 보고
걸인은 거적을 백번이나 기웠구나.
어화, 우리 성상
깊은 궁에서 우리를 측은히 여기시어
주목왕의 황죽가를 한 곡조 부르면서
초장왕이창고를 열 듯이
백성 위한 어진 정치 하시려니
서산에 날이 지고
눈 올 듯 하였어도 거리낌이 없었구나.
부친이 숙직하여 계방에 계시거늘
찬 하늘 눈보라에 소식이 어떠시니
높고 높은 금려의 찬 기운이 염려로다
풋잠을 잠깐 들어 한 꿈에 깨어나니
북 궐의 물시계소리 사경이 거의로다.
찬바람이 칼 같아서 검은 구름 베어내니
은하수 한 줄기가 예부터 아름다워
뉘라서 받치기에 떨어질 줄 모르나니
중천에 밤이 들어 백옥 쟁반 솟아 뜨니
천지는 개벽하되 달빛은 예와 같다.
위 아래로 희고 깨끗해 천지가 한 빛인데
눈 색과 달빛은 어느 것이 낫단 말인가.
장안의 팔만 집들 낮처럼 밝혔으니
옥을 묶었는 듯, 은을 쌀았는 듯
흰바다의 신기루인가, 동국의 눈 궁전인가.
서광이 밝게 비춰었고
계수나무 그림자가 춤추듯 나부끼니
어화, 이런 세계 또 언제 보았던가
신선이 사는 곳이 이보다 더할쏘냐.
가볍게 날아오르는 상쾌한 기분은
병든 몸에 사무치며
깨끗한 햇빛은 두 눈에 베어난다.
엇그제 덜낸 흥을 오늘에야 즐겨보자
우뚝한 모습으로 옥난간에 의지하니
팔랑거리는 이 몸이 다만 칠 척 뿐이로세.
초은사를 높이 읊어 왕자유를 생각하니
외로운 배 달을 싣고 흥이 다하거늘
돌아오는 그 기상이 만고에 기특하다.
도도하게 긴 노래로 달에게 묻는 말이
오초의 땅 동남쪽을 눈 아래 굽어보니
악양루 고소대의 풍경이 어떠하나
높이 솟은 오악은 만길 옥을 벌렸으며
어렴풋한 제주의 구점연은
어디가 숨었는가.
오늘밤맑게 즐김을 내게도 나눌쏘냐.
어이하면 섭선을 든 도사를 불러내어
은교를 다시놓고 하늘에 능히 올라
인간에서 못 본 세계 천상에서 구경하고
조물주를 만나보아 온갖 변화 물은 후에
호마배를 얻어 내어 군산주를 가득 붓고
서왕모의 복숭아를 안주하여
북두칠성 기울여서 권한 후에
나 한 잔 부어 먹어 찬 몸을 녹이고자.
찬 몸만 녹이겠나. 불노인이 되자꾸나.
어화 이내 몸이 천지에
천지에 장쾌한 유람을 아니하고
무엇을 하자는 말인가.
이리저리 뒤척이어 잠들기가 전혀 없네.
동창이 욱욱 밝아 태양이 치밀으니
집집마다 처마의 빗소리는 무슨 일인가.
내가 한 말 가져다가 눈에게 이르노니
네 시절 얼마인가, 삼동이 지났구나.
봄 시내의 도리화는 새 계절을 슬퍼하고
추풍에 백로는 아침을 원망하네
불의 신이 크게 화내 불바퀴를 바삐 모니
빛나는 천지가 붉은 화로에 들었어라.
천 봉우리 만 골짜기에 네 얼굴 보려한들
어디가 얻으려니
인간의 많은 일들 이같음을 탄식한다
앞산을 바라보니 눈을 이긴 저 소나무
네 계절에 무성하고 천고에 푸르르니
초목 만물 중에 너 같은 이 또 뉘런가.
세밑 마음의 약속은 푸른 솔에 의탁하고
맑은 운치의 높은 곡조 백설에 비기노라.
💛
*경실: 옥으로 만든 집.
*만가 천항: 온 거리
*경요: 옥구슬
*습유:남이 잃어버린 물건을 주움
* 말발: 말발굽
* 소의 호상: 희고 깨끗한 옷
* 이비장: 한나라 때 흉노를 토벌한 장군
*월중계: 달나라의 계수나무
*전심하니: 더욱 깊으니
💙
<핵심 정리>
갈래:가사
성격: 예찬적, 묘사적
주제:눈 내린 풍경의 아름다움과 감상
💛특징
1.눈 쌓인 풍경을 다양한 비유적 풍경을 활용하여 묘
사함.
2.중국의 고사를활용하여 풍경을 활성화함
<작품 이해>
눈이라는 소재는천상의 선계와 현실을 매개하는 소
재로작가의 현실에 대한 인식과 초월적 세계에 대
한 동경의식 등을 선명하게 보여줌
*도교적 표상들과 태평성대라는 송축의 수사는 지극
히 사적인 질병이라는 고통에 저항하기 위한 작가의
강렬한 자의식에서 출발하여 표현한 작품임
❤️夜臥誦詩有感야와송시유감 / 朴誾(박은)
枕上得詩吟不輟(침상득시음부철)
羸驂伏櫪更長鳴(리참복력갱장명)
夜深纖月初生影(야심섬월초생영)
山靜寒松自作聲(산정한송자작성)
베개 베고 시를 얻어 계속 읊조리니,
마구간의 마른 말도 더욱 길게 우는구나.
밤 깊어 초승달은 그림자를 만들고,
고요한 찬솔도 절로 소리 내누나.
老婢撥灰明兀兀(노비발회명올올)
孺人把酒勸卿卿(유인파주권경경)
醉來捉被還高臥(취래착피환고와)
未覺胸中有不平(미각흉중유불평)
늙은 종이 재를 털어 등불은 환해지고
아내는 술을 퍼와 권하는 도다.
얼큰해져 이불 덮고 다시 높이 누웠자니
가슴속 불평 있었던가 깨닫지 못하겠다.
💙
주제 = 시와 술로 근심을 달래는 화자의 불우한 처지
갈래 = 한시, 칠언율시
성격 = 애상적, 성찰적, 서정적, 묘사적
표현 = 수함경미의 4단 구조, 선경후정의 시상 전개,
의인법, 영탄법
💛특징
1.자연물을 통해 쓸쓸한 분위기를 강조하고 있음
2.선경후정의 시상 전개
3.시간의 흐름에 따른 순행적 전개
[해제] 이 작품은 연산군 때 파직을 당한 작가가 물질적, 정신적으로 힘든 상황에서 자신의 우울한 심경을 노래한 한시이다. 제목인 '야와송시유감'은 '밤에 누워 시를 옮으니 느끼는 바가 있다'라는 뜻으로, 늦은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화자의 심정을 잘 나타내고 있다.
화자는 주변의 자연물과 교감하고 아내가 권하는 술을
마시며 근심을 잊고 있다. 하지만 술에 취해야만 근심
을 잊을 수있다는 것은 오히려 시인이 처한 현실이 얼마나
처량하고 우울한지를 나타낸다.
❤️매호별곡(梅湖別曲) / 조우인
시문(柴門)을 열치고 낙엽을 바삐 쓸며
이끼 끼인 바위에 기대어 앉아 보며
그늘진 송근(松根)을 베고도 누워 보며
한담(閑談)을 못 다 그쳐 산일(山日)이 빗겼으니
심승(尋僧)*을 언제 할꼬 채약(採藥)이 저물겠다 / 자연 속에서 유유자적한 삶의 모습
그도 번거로워 떨치고 걸어 올라
만 리 쌍모(雙眸)*를 쳐들어 돌아보니
낙하 고연(孤鳶)*은 오며 가며 다니거든
망망 속물은 안중(眼中)의 진애(塵埃)로다
기심(機心)*을 잊었거니 어조(魚鳥)나 날 대할까 / 세속적 삶에 대해 경계하는 태도
태기(苔磯)에 내려앉아 백구(白鷗)를 벗을 삼고
와분(瓦盆)을 기울여 취토록 혼자 먹고
흥진(興盡)을 기약하여 석양을 보낸 후의
강문(江門)의 달이 올라 수천(水天)이 일색(一色)인 제
만강(滿江) 풍류를 한 배 위의 실어 오니
표연(飄然) 천지에 걸린 꽃이 무슨 일고
두어라 이렁셩그러 종노(終老)한들 어찌하리 / 자연 속에서 풍류를 즐기는 삶의 태도
💜
*시문(柴門) : 사립문
*심승을 언제할고 : 스님을 언제 찾을까
*쌍모 : 두 눈
*고연 : 외로운 솔개
*진애 : 티끌과 먼지, 세상의 속된 것을 비유해서 하는 말.
*기심 : 기회를 보고 움직이는 마음
*표연 : 바람에 나부끼는 모양
💙
핵심정리
▶시적 화자 : 산중에서 살아가는 나
▶시적 대상 : 자연과 속세
▶시적 상황 : 산중에서 한가롭게 풍류를 즐기며 자연과 속세에 대한 인식을 드러냄
▶시적 화자의 정서 또는 태도 : 자연에 대해서는 친화적 태도, 속세에 대해서는 부정적 태도
▶주제 : 산중(자연)에서의 한가로움과 자연 친화적 삶의 태도
💛
이해와 감상
조선 인조 때 시인 매호 조우인이 지은 가사로, 작자가 만년에 경상도 상주의 매호리에서 자연에 묻혀 한가로이 생활할 때의 정경을 노래한 작품이다. 전체 3부분으로 나눌 수 있는데, 서사에서는 벼슬을 버리고 자연 속에 묻혀 살겠다는 뜻을 노래하고 있다. 본사에서는 낙동강 서안에 있는 매호 마을에 들어가 임호정과 어풍대를 짓고 거기서 바라보는 산천의 아름다움을 유려한 필치로 묘사하였다. 결사에서는 안빈낙도와 독서궁리로 옛 성현의 마음가짐을 배우는 한편, 거문고와 술을 벗 삼아 울적한 심정을 달래며 자연과 더불어 풍류를 즐기는 흥겨운 삶을 노래하였다.
❤️매호별곡의 전문
명시에 바린 몸이 물외에 누어더니
갑업슨 풍월과 임자 업는 강산을
조물이 허사하야 말르을 맛겨 바리시니
내라 사양하며 닷토리 뉘 이시리
상산 동반과 낙수 서애예
연하를 헤치고 동천을 찾아 드러
죽장망혜로 처처에 도라보니
징담깊은 곳에 노프니난 절벽이오
옥갓튼 여흘은 깁 편듯 흘러있다
대는 닷그려니 정자도 지으려니
지당도 파오며 간슈도 헤오려니
<하략>
❤️풍아별곡 風雅別曲 / 권익륭(權益隆)
<제1곡>
풍아의 깁흔 뜻을 뎐하나니 긔 뉘신고
고됴를 됴하하나 아나니 전혀 업내
졍셩이 하 미망하니 다시 블너 보리라
풍아(風雅)의 깊은 뜻을 전하는 이 그가 뉘신고
고조(古調)*를 좋아하나 아는 이 전혀 없네
정성(正聲)*이 하 아득하니 다시 불러 보리라
<제2곡>
내 말이 긔 어니 몰고 또 모라라
질고를 믈을지니 원습을 갈힐소냐
셩은이 지듕하시니 못갑흘가 하노라
<제3곡>
위의도 거룩하고 녜모도 너를시니
희학을 됴하하나 학하미 되올쇼냐
아마도 성덕지션을 못니즐가 하노라
위의(威儀)도 거룩하고 예모(禮貌)*도 넓을시고
해학을 좋아하나 가혹함이 되올소냐
아마도 성덕지선(盛德至善)을 못 잊을까 하노라
<제4곡>
좌상의 손이 잇고 준중의 술이 가득
듕심을 즐길지니 외모를 휘할소냐
덤음이 공쇼하시니 시측시효 하리라
좌상(座上)의 손이 있고 술통에 술이 가득
중심(中心)*을 즐길지니 외모를 위할소냐
덕음(德音)이 밝으시니 곧 반응이 나타나리라
<제5곡>
이해 져므러시니 아니 놀고 어이하리
즐기믈 됴하하나 황함을 말지어다
아마도 직사기우야 긔냥샌가하노라
이 해 저물었으니 아니 놀고 어찌하리
즐김을 좋아하나 거칠음은 말지어다
아마도 직사기우(職思其憂)*야 그가 어진 선비일까 하노라
<제6곡>
두엇난 동고금슬 날노 즐겨 놀지어다
백년후 도라보오 화옥의 뉘 들소니
생젼의 다 즐기지 못하면 뉘웃츨가 하노라
두었던 종고금슬(鐘鼓琴瑟)* 날로 즐겨 놀지어다
백년 후 돌아보오 화옥(華屋)*의 누가 들소니
생전에 다 즐기지 못하면 뉘우칠까 하노라
💜
*풍아 : 시문을 짓고 읊는 풍류의 이치.
*고조 : 옛 곡조. 여기서는 옳은 소리를 담은 옛 곡조를 뜻함.
*정성 : 옳은 소리. 또는 옳은 곡조의 음악.
*예모 : 예절에 맞는 몸가짐.
*중심 : 마음속.
*직사기우 : 마땅히 그 근심을 생각함.
*종고금슬 : 종, 북, 거문고, 비파.
*화옥 : 화려하게 지은 집.
💙핵심정리
▶갈래 : 시조, 연시조
▶주제 : 선비의 도리와 인생무상
▶특징 : 대구의 형식을 사용하여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전달하고 있다.
💛이해와 감상
권익륭(權益隆)이 지은 연시조. 모두 6수로 되어 있으며, 수(首) 1수, 미(尾) 5수의 구성이다. 선비의 도리와 인생무상에 대하여 읊은 것으로, <고금가곡(古今歌曲)>과 <교주가곡집(校註歌曲集)>에 실려 있으며, 국문 시가 뒤에 각각 한역 시가 붙어 있다.
선비의 풍류와 문아(文雅)를 읊은 것으로, 생활의 행락(行樂)과 성은(聖恩)을 칭송한 노래이다. <고금가곡(古今歌曲)>에는 작자가 미상이나 <교주가곡집(校註歌曲集)>에는 권익룡의 작품이라 기록되었다.
첫째 수에서는 고조(古調)와 정성(正聲)을 재현시키려는 의지, 둘째 수에서는 지중(至重)한 임금의 은혜를 갚기 위한 노력, 셋째 수에서는 선비로서 희학(戱謔)을 즐기되, 지나치지 말아야 할 것, 넷째 수에서는 올바른 말을 법칙으로 삼고 본받겠다는 것을, 다섯째 수에서는 어진 선비로서 놀고 즐김을 좋아하되, 거칠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여섯째 수에서는 인생을 후회 없이 즐기고 놀자는 뜻을 나타내었다.
❤️세월이 여류하니 / 김진태(金振泰 1700년대 ?~?)
시조 26수
<제1수>
박고통금(博古通今)하니 크기도 가장 크다.
이성만물(以盛萬物)하니 근중(斤重)이 가이 없다.
두어라 환해(宦海)에 띄워 이제불통(以濟不通)하리라.
<제2수>
북명(北溟)에 유어(有魚)하니 이름이 곤(鯤)이로다.
화이위조(化而爲鳥)하니 이 이른 대붕(大鵬)이라.
천만리(千萬里) 순식(瞬息)만 여기기는 너뿐인가 하노라.
<제3수>
약(藥)이 영(靈)타 하되 효험(效驗)이 바이 없다.
청심(淸心) 절욕(節慾)하면 이 아니 선약(仙藥)인가.
아마도 이 약 이름은 사군자(四君子)인가 하노라.
<제4수>
신선(神仙)이 있단 말이 아마도 허랑(虛浪)하네.
진황(秦皇) 한무(漢武)는 깨달을 줄 모르던고.
아마도 심청신한(心淸身閑)하면 진선(眞仙)인가 하노라.
💜
먼저 자신의 자부심을 읊은 작품을 골랐다. 첫 수는 뛰어난 인물을 찬양한 것인지 스스로를 자찬한 것인지 분명하지 않지만, 능력과 지혜가 출중함에 대한 강한 자부를 표현한 것이다. 한문구절을 자주 썼는데 이는 그가 한시 작가이기도 한 데서 연유한다고 할 것이다. 옛일을 널리 알고 지금 일에도 통달했다면서 만물을 번성케 하니 무게가 헤아릴 수 없다고 했다. 이런 사람이 벼슬길에 나서야 통하지 못한 것을 다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하여 숨은 자부심을 은근히 드러내었다. 둘째 수는 <장자> 소요유편(逍遙遊篇)에 나오는 이야기를 그대로 읊은 것이다. 북쪽 바다에 이름이 곤이라는 고기가 있는데, 변하여 붕이라는 새가 되면 그 크기가 수천리가 된다는 우화를 그대로 시화했다. 아마 자신을 대붕에 비유한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 셋째 수는 매화, 난초, 국화, 대나무의 고결함을 본받아서 사람도 맑은 마음과 절제된 욕망으로 살면 선약의 효험을 누릴 것이라는 권계의 말이다. 약이 효험이 없다고 한탄하지 말고 마음을 맑게 지니고 욕심을 절제하라고 권고한 뜻은, 자신은 그렇게 살고자 노력하고 있다는 자긍심에서 나왔다고 할 수 있다. 넷째 수도 앞 시와 비슷한 의취(意趣)다. 진시황이 선약을 구하려고 동남동녀를 삼신산으로 보내고, 한무제가 신선술을 좋아하여 방사들의 말을 믿은 따위의 일은 신선이 없다는 것을 모르고 한 허랑한 짓이라는 것이다. 그러기보다는 마음을 맑게 가지고 몸이 한가로우면 그것이 바로 신선이 되는 길이라고 하여, 자신이 거기에 가깝다는 자부심을 드러내었다.
<제5수>
장공(長空)에 떴는 솔개 눈살핌은 무슨 일고.
썩은 쥐를 보고 반회불거(盤廻不去)하는구나.
만일에 봉황(鳳凰)을 만나면 웃음 될까 하노라.
<제6수>
환해(宦海)가 도도(滔滔)하니 인생대족(人生待足) 하시족(何時足)고.
공명(功名)이 오인(誤人)이라 깨다를 이 뉘 있으리.
자고(自古)로 강산풍월(江山風月)이 임자 적다 하더라.
<제7수>
모란화(牧丹花) 좋다커늘 빗김에 옮겼더니
춘풍일야(春風一夜)에 만원화개(滿院花開) 부귀춘(富貴春)이라.
어디서 빈천(貧賤)을 염(厭)하여 가지고자 하느니.
<제8수>
지저귀는 저 까마귀 암수를 어이 알며
지나는 저 구름에 비 올동말동 어이 알리.
아마도 세사인정(世事人情)도 다 이런가 하노라.
<제9수>
어화 벗님네야 착하다 자랑마소.
시비(是非) 장단(長短)이 오로다 문장습기(文章習氣)
세상에 불민농고(不敏聾瞽)는 나뿐인가 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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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현실의식이 드러나는 작품을 골랐다. 그는 앞에 나온 도덕적 자부심을 바탕으로 현실을 비판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첫 수는 권세나 이욕을 쫓는 세속적인 무리들을 우화적 수법으로 풍자하는 내용이다. 하늘 높이 떠 있는 솔개는 세속적 욕망을 추구하는 사람을 뜻하고, 썩은 쥐를 보고 빙빙 돌며 가지 않는 행위는 그들이 권세나 이욕을 탐내는 꼴을 빗댄 것이다. 이것을 세속적 명리를 초월한, 고결한 봉황에 대비시킨다면 얼마나 웃음거리가 되겠는가라고 했다. 물론 시인은 명리를 초월한 도덕적 우월감에서 이런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 수에는 벼슬살이에 골몰하는 사람들을 대놓고 비판하고 있다. 벼슬길에 다툼이 심한데 거기에서 바라는 바를 언제 채울 것이냐. 부귀공명을 바라다가 그 때문에 사람이 잘못되기 일쑤이니 이것을 왜 깨우치지 못하는가. 예부터 벼슬을 버리고 강산에 돌아가 풍월을 즐기는 사람이 적다고 그러더니 과연 그렇구나. 이렇게 읽을 수 있다. 셋째 수는 빈천을 싫어하고 부귀를 탐하는 세상인심을 은근히 비꼬는 작품이다. 사람들이 부귀를 상징하는 모란꽃을 좋다고 하는데, 봄이 되어 하룻밤 사이에 모란꽃이 피었다. 사람들은 빈천을 싫어하여 이 꽃을 가지고 싶어 하지만, 억지로 바란다고 부귀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넷째 수는 복잡한 세상살이에서 시비를 가리기가 쉽지 않다는 내용이다. 세상 사람들은 남의 일에 참견하여 시시비비를 가리기 좋아하지만 시비를 정확히 가리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라는 말이다. 까마귀의 암수를 구별하기 어렵듯이, 어느 구름에 비가 들었는지 알기 어렵듯이 세상사의 시비곡직은 사정을 완전히 알기 전에는 가리기 어렵다고 했다. 마지막 수에는 현실의 가치판단이 문장이나 하는 자들의 습관에서 나온다는 심각한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자신이 착하다고 자랑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여, 그가 자랑하는 시비장단의 가치관이 모두 글 읽은 자들의 이념에서 나온 것이 아니냐고 정곡을 찌른다. 그리하여 자신은 어리석고 귀먹은 벙어리로 세상살이에 우둔한 바보라면서 문장 하는 자들의 가치관에 개의치 않는다는 심정을 드러내었다. 사대부 지식인을 자처하는 사람들에게 심각한 도전을 한 셈이다.
<제10수>
초생(初生)에 비친 달이 낫같이 가늘다가
보름이 돌아오면 거울같이 두렷하다.
아마도 인지성쇠(人之盛衰) 저러한가 하노라.
<제11수>
하늘이 높으시되 인간사어(人間私語)를 들으시고
암실(暗室)에 기심(欺心)인들 신목(神目)이 번개로다.
아마도 높고 두렵기는 천뢰(天雷)신가 하노라.
<제12수>
벽상(壁上)에 걸린 칼이 보믜가 났다 말가.
공(功) 없이 늙어가니 속절없이 만지노라.
어즈버 병자국치(丙子國恥)를 씻어 볼까 하노라.
<제13수>
세월(歲月)이 여류(如流)하니 백발(白髮)이 절로 난다.
뽑고 또 뽑아 젊고자 하는 뜻은
북당(北堂)에 재친(在親)하시니 그를 두려 하노라.
<제14수>
저 총각(總角) 말 듣거라 소년광경(少年光景) 자랑 마라.
광음(光陰)이 덧없으니 녹발(綠髮)이 즉백발(卽白髮)이로다.
우리도 소년(少年)을 믿다가 배운 일이 없어라.
💜
여기에서는 깨우침과 늙음을 탄식하는 작품을 골랐다. 사람은 여러 가지 일을 경험하고 나이가 들어서야 깨우침에 이르게 되고, 또 그것을 고쳐 할 수 없는 노년에 이르렀음을 탄식하게 되나보다. 첫 수에는 달의 차고 이울어짐을 예로 들어 인생살이의 번성과 쇠락도 이와 같다고 깨우치고 있다. 초승달이 낫 같다거나 보름달이 둥근 거울 같다는 것은 흔한 직유다. 둘째 수는 하늘이 신목(神目)으로 보고 천뢰(天雷)로 징벌함을 두려워해야 한다는 깨우침을 쓴 것이다. 하느님은 없는 듯하지만 만유에 편재하여 사람들이 사사로이 하는 말을 다 들으며, 어두운 방에서 남을 속이려는 마음도 신령스런 눈으로 번개같이 알아낸다고 했다. 그리하여 악한 자를 천뢰, 곧 벼락으로 징벌하는 것이니 이를 두려워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가 서학에 대해서 들은 적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 작품으로 보아선 하느님의 실재를 믿고 있다. 물론 유교에서도 하늘의 관념은 있고 민간신앙에서도 마찬가지다. 여기서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마음속에 지니고 있는 하느님의 관념, 또는 사필귀정(事必歸正)의 철학을 함유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셋째 수는 병자호란의 국치를 씻지 못하고 몸이 늙어가는 것을 탄식한 작품이다. 벽에 걸린 칼은 실제 사물이기도 하고 마음속에 품은 감연한 결의를 상징하기도 한다. 보믜는 녹의 옛말이다. 오랑캐에게 당했던 병자년의 국치를 씻어보려고 굳게 다짐했지만, 아무 공도 이루지 못한 채 노년에 접어들어 칼은 녹슬고 결의는 보람 없이 되었다는 탄식이다. 숭명배청(崇明排淸)은 병자호란 후 민족의 공통된 정서였지만 세월이 흐르자 북벌론은 사라지고 북학론이 대두되었는데, 그는 아직 숭명배청의 정서를 버리지 않았다. 넷째 수는 늙어감에 대한 탄식과 모친에 대한 효심을 아울러 표현한 것이다. 세월은 물처럼 흘러서 흰머리가 나는데, 어머니께서 북당에 계시니 자신의 늙어감을 어머니께 보일 수 없어 흰머리를 자꾸 뽑는다고 하였다. 마지막 수는 젊은이에게 주는 경계다. 시간은 덧없이 흘러가니 소년이라고 자랑하지 말라고 했다. 검은 머리가 곧 흰머리가 된다면서 자신도 젊음이 매양 있을 줄 알고 믿었다가 늙음은 금방 닥치는 것임을 배우지 못했다는 것이다
<제15수>
동리(東籬)의 오상화(傲霜花)는 금취학령(禁醉鶴翎) 휘둘렀다.
주중선(酒中仙) 도연명(陶淵明)의 높은 벗이 네로구나.
우리도 성은(聖恩)을 갚거든 너를 좇아 놀리라.
<제16수>
묻노라 태화산(太華山)아 너는 어이 묵중(黙重)하나
세상 인사(人事)는 조석변(朝夕變)하거니와
아마도 용안불개(容顔不改)는 너뿐인가 하노라.
<제17수>
용(龍) 같은 저 반송(盤松)아 반갑고 반가와라.
뇌정(雷霆)을 겪은 후에 네 어이 푸르렀는
누구셔 성학사(成學士) 죽다터니 이제 본 듯하여라.
<제18수>
평생(平生)에 부럽기는 글짓기 술 먹기로다.
이태백(李太白) 유령(劉伶) 후에 시주풍류(詩酒風流) 또 뉘런고.
어즈버 아부동시(我不同時)를 불승개연(不勝慨然) 하여라.
<제19수>
평생에 원하기를 어떤 일 무엇인고.
봉황(鳳凰)의 문장(文章)과 지주(蜘蛛)의 경륜(經綸)이로다.
너희는 쓸 데 없거니 나를 준들 어떠리.
💜
그의 사람과 사물에 대한 태도를 보여주는 작품을 골랐다. 첫 수는 국화를 보고 도연명의 은둔한 뜻을 본받고자 한 것이다. 동쪽 울타리 아래 서리를 무릅쓰고 피어난 흰 국화꽃을 보고 혼란한 세상에 술로 세상을 잊고자 했던 도연명을 생각했다. 동리(東籬)는 도연명의 시 ‘음주(飮酒)’ 제5수에 나오는 “동쪽 울타리 아래에서 국화를 따다가 멀거니 남산을 바라본다.(採菊東籬下 悠然見南山)”에서 따온 말로 흔히 국화를 함축한다. 금취학령은 흰 국화의 이름인데, 학의 날개같은 흰 꽃잎을 펼친 꽃이다. 임금의 은혜를 갚은 후에 국화와 더불어 놀겠다고 한 것으로 보아 그가 서리로 다닐 때 지은 것이다. 이렇게 그는 국화를 보고 도연명의 풍류를 배우겠다는 태도를 드러냈다. 둘째 수는 태화산을 보고 변함없는 모습을 배우겠다는 자세를 보여준다. 태화산은 중국 섬서성 화음현에 있는 화산(華山)을 말한다. 산을 의인화하여 그 말없이 무거움과 인생사의 조석으로 변하는 모습을 대조하고, 산의 변하지 않는 모습을 닮고 싶다는 것이다. 셋째 수는 장원서(掌苑署)에 있는 소나무를 보고 그 변함없는 절개를 본받고자 한 것이다. 이 시로 보아 그가 서리로 다닌 것이 장원서가 아닌가 생각한다. 장원서는 성삼문의 옛 집터이고 소나무는 성삼문이 심은 것이라고 작품 뒤에 주를 달아 놓았다. 궁정의 정원 관리를 맡았던 장원서에 있는, 키가 작고 가지가 옆으로 퍼진 소나무를 성삼문에 의인화시켜서 벼락을 맞은 후에도 어찌 푸르렀느냐고 묻는다. 성삼문이 단종을 복위시키려다 죽었는데 그의 절개인양 푸르러 있어 반갑다고 했다. 넷째 수는 글 짓고 술 먹는 것을 부러워하여 이백과 유령(劉伶)을 들먹였다. 그들과 같은 때에 태어나지 못한 것이 몹시 원망스럽다고 했으니 두 사람의 술 잘 먹고 글 잘 짓던 풍류와 능력이 부러웠던 모양이다. 그의 호쾌한 기상을 볼 수 있기도 하다. 마지막 수는 봉황의 아름다운 무늬와 거미가 줄을 치듯이 일을 조직적으로 해 내는 지혜를 부러워한 것이다. 이렇게 사람과 사물이 가진 특성을 부각시켜서 그것을 본받고 싶은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
<제20수>
이롱(耳聾)과 목고(目瞽)함을 웃지 마소 벗님네야.
청산(靑山)에 눈 열리고 녹수(綠水)에 귀가 밝아
아마도 고치기 쉽기는 이 병(病)인가 하노라
<제21수>
일어나 소 먹이니 효성(曉星)이 삼오(三五)로다.
들을 바라보니 황운색(黃雲色)도 좋고 좋다.
아마도 농가(農家)의 흥미(興味)는 이뿐인가 하노라.
<제22수>
제 우는 저 꾀꼬리 녹음방초(綠陰芳草) 흥(興)을 겨워
우후(雨後) 청풍(淸風)에 쇄옥성(碎玉聲) 좋다마는
어떻다 일침강호몽(一枕江湖夢)을 깨울 줄이 어째오.
<제23수>
청천(靑天)에 떴는 구름 오며 가며 쉴 적 없어
무심(無心)한 흰 빛에 만상천태(萬狀千態) 무슨 일고.
구태여 세상 인사(人事)를 따를 줄이 어째오.
<제24수>
청풍(淸風)이 습습(習習)하니 송성(松聲)이 냉냉(冷冷)하다.
보(譜) 없고 조(調) 없으니 무현금(無絃琴)이 저렇던가.
지금에 도연명(陶淵明) 간 후니 지음(知音)할 이 없도다.
💜
끝으로 강호자연을 즐기며 한가롭게 사는 모습을 그린 작품을 골랐다. 첫 수는 자신이 세상살이에 귀먹고 눈멀어도 청산과 녹수에는 눈 열리고 귀가 밝다고 하여 세속과 강호를 대비시켰다. 그리하여 강호에 살고 싶은 병은 고치기 어렵다고 했다. 둘째 수는 가을 전원의 새벽 광경을 그려놓은 것이다. 소 먹이려고 새벽에 일어나니 샛별과 별들이 남아있는데, 들을 바라보니 누렇게 익은 벼들이 구름같이 펼쳐 있다. 이런 가을의 여유로운 전원풍경에 더없이 기분이 좋다고 했다. 셋째 수는 봄날 녹음방초 속에 우는 꾀꼬리 소리가 비온 뒤 바람에 실려 구슬 부딪히는 소리처럼 아름답지만, 그 소리 때문에 강호에 심취한 자신의 꿈이 깬다고 하여 한가로운 봄날의 강호자연을 즐기는 모습을 그려놓았다. 넷째 수는 푸른 하늘에 뜬 구름이 햇빛에 비취어 여러 가지 모양을 만들어낸다면서 그것은 마치 세상사의 천태만상을 흉내 내는 듯하다고 했다. 구름의 무심한 왕래와 변화에도 인간사의 변화무상함이 강호자연을 어지럽힐까 염려하는 심정이다. 마지막 수는 맑은 바람에 울리는 소나무의 시원한 소리가 악보에도 곡조에도 없는, 줄 없는 거문고의 환상적인 소리 같다면서, 이러한 자연의 소리를 즐겼던 도연명도 죽고 없으니 이 송뢰(松籟)소리를 알아들을 사람이 없다고 했다. 자연을 벗하여 물아일체의 경지에 이른 시인의 강호한정을 읊은 것이라 하겠다.
<제25수>
하운(夏雲)이 다기봉(多奇峰)하니 금강산(金剛山)이 일어한가.
옥(玉)갓튼 부용(芙蓉)이 안중(眼中)에 잇다만은
암아도 보고 못 오른이 그를 슬허 하노라.
【어구 풀이】
<하운(夏雲)> : 여름 구름.
<다기봉(多奇峰)> : 기괴한 봉우리가 많음.
<하운(夏雲)이 다기봉(多奇峰)> : 여름 구름은 많은 기이한 봉우리를 이룸.
<일어한가> : 이러한가.
<옥(玉)갓튼> : 옥과 같은.
<부용(芙蓉)> : 연꽃
<안중(眼中)> : 눈 속에, 눈 앞에.
<암아도> : 아마도.
<오른이> : 오르니.
<슬허> : 슬퍼.
【감상】
여름 뭉개구름 봉우리도 많으니, 금강산이 이런 모습이런가?
옥처럼 푸른 연꽃같은 봉우리가 눈앞에 펼쳐졌지만,
아마도 보고도 오르지 못하니 그것을 슬퍼하노라.
<제26수>
「냇가에 셧는 버들 삼월동풍(三月東風) 맛나거다,
꾀꼬리 노래한이 우즑우즑 춤을 춘다.
암아도 유막풍류(柳慕風流)를 입춘(立春)에도 썻더라.」
💜
세월(歲月)이 여류(如流)하니 백발(白髮)이 절로 난다.
뽑고 또 뽑아 젊고자 하는 뜻은
북당(北堂)에 재친(在親)하시니 그를 두려 하노라.
김진태(金振泰) 시조 26수 중 <제13수>
【語句】
歲月 : 세월 如流 : 흐르는 것과 같이 白髮 : 흰 머리 北堂 : 별당 親在 : 어버이가 계시다
[감상]
김진태(金振泰 1700년대 ?~?)의 시조 26수 중 <제13수> <세월이 여수하니>
늙어감에 대한 탄식과 모친에 대한 효심을 아울러 표현한 것이다. 세월은 물처럼 흘러서 흰머리가 나는데, 어머니께서 북당에 계시니 자신의 늙어감을 어머니께 보일 수 없어 흰머리를 자꾸 뽑는다고 하였다. 마지막 수는 젊은이에게 주는 경계다. 시간은 덧없이 흘러가니 소년이라고 자랑하지 말라고 했다. 검은 머리가 곧 흰머리가 된다면서 자신도 젊음이 매양 있을 줄 알고 믿었다가 늙음은 금방 닥치는 것임을 배우지 못했다는 것이다.
[생애 및 활동사항]
영조(1694~1776) 시대에 1766년(영조 42)에 증보한 『해동가요(海東歌謠)』의 부록인 『청구가요(靑丘歌謠)』에 김수장(金壽長)이 그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군헌의 작품은 뜻이 뛰어나고 향운(響韻)이 매우 맑아 시속에 물들지 않았다. 지형이 험한 무협(巫峽)처럼 쓸쓸함과 울창함이 있고, 기이한 말과 아름다운 표현은 봉래산과 영주산에 사는 신선들의 말과 같다. 일찍이 서로 알고 지내지 못한 것이 한스럽다.”라고 작품 성향을 밝히면서, 자신과 직접적 교유관계가 없었음을 아쉬워하고 있다.
또 그의 단가 “냇ᄀᆞ에 ᄒᆡ오라바 므스 일 서 잇ᄂᆞᆫ다”로 시작되는 「입춘가(立春歌)」와 “신선이 잇단 말이 암아도 허랑ᄒᆞ다.”로 시작되는 「진선가(眞仙歌)」 등 26수를 소개하고 있다.
작품은 대체로 변화가 심한 세상사나 인심 속에서도, 자연과 가까이하며 맑은 마음을 지니고 욕심 없이 살고자 하는 뜻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 밖에 늙음을 탄식한 것, 임금에 대한 충성심과 절개를 노래한 것, 문장과 경륜에 대한 소망을 읊은 것 등의 작품이 있다.
김진태(金振泰 1700년대 ?~?)는 조선후기 「입춘가(立春歌)」, 「진선가(眞仙歌)」 등을 노래한 음악인. 영조 때의 가인(歌人)이다. <청구가요(靑丘歌謠)>와 <악학습령(樂學拾零)>에 의하면, 그의 자는 군헌(君獻) 또는 군유(君猷)이고 호는 항은(巷隱)이며 본관은 경주다. 젊어서 서리(胥吏)를 지냈다. 그리고 위항(委巷)의 시단인 금란사(金蘭社)에 참여하여 한시를 짓고 활동했다. 김수장은 김진태의 작품에 대하여 이렇게 썼다. “김군헌의 작품을 보니 뜻이 뛰어나고 소리가 매우 맑아 시속에 물들지 않았다. 무협(巫峽)의 쓸쓸함이 있고, 기이한 말과 아름다운 표현은 봉래산과 영주산에 사는 신선들의 말과 같다. 일찍이 서로 알고 지내지 못한 것이 한스럽다.” 그의 시조 작품은 대체로 세상일을 개탄하고 권계(勸戒)하며, 자연을 즐기고 맑은 마음으로 강호에서 살고 싶은 뜻을 표현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