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 문화 산책-‘봄날’에의 초대
4년 전의 일로, 그때가 봄날이었다.
나와 그녀가 인연이 된 때가 그랬다.
2013년 2월 25일 월요일 오후 8시, 서울 서초동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베르디 4대 오페라 갈라콘서트’라는 음악회가 공연되던 그날이었다.
그 공연은 그 석 달 전인 2012년 12월 3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124 한국언론재단 20층 프레스클럽에서 있었던, 제 5회 대한민국오페라대상 시상식에서 수상을 한 성악가들이 대거 출연해서 그 기량을 뽐내는 무대였다.
나와 이미 친분이 깊은 조선오페라단 최승우 대표가 그 공연을 기획했고, 그래서 그 최 대표의 초대로 아내와 함께 그 공연에 발걸음을 했던 것이다.
이날 공연이 끝난 뒤에 최 대표가 내게 이날 공연의 지휘를 맡은 여성 지휘자를 소개해줬는데, 그 소개가 나와 그녀와의 첫 만남의 인연이 된 것이다.
헤럴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김봉미 지휘자가 바로 그 주인공이었다.
이날 그녀의 지휘가 참 감명 깊어서, 그 이후에 종종 그녀가 지휘를 하는 음악회에 아내와 함께 발걸음 하고는 했었다.
그때마다 늘 깊은 감동을 가슴에 담고는 했었다.
어떤 때는 그 감동을 한 편 글로 남기기도 했다.
다음은 그 중 한 편으로, 2014년 5월 22일 내가 카페지기인 우리들 Daum카페 ‘아침이슬 그리고 햇비’ 사랑방에 ‘Sweet People-오페라 이야기, 김봉미와 함께’라는 제목으로 게시한 글 전문이다.
학의 날개 짓 같기도 했다.
매의 눈빛 같기도 했다.
때론 포효하는 사자의 위엄 같기도 했다.
그렇듯 우아하고 매섭고 세찬 분위기를 함께 안고 있었다.
고운 명주실 한 가닥을 뽑아내는 것 같았고, 검객의 칼끝이 상대의 가슴팍을 겨누어 치고 드는 것 같았고, 격투기 선수가 휘두르는 돌주먹 같았다.
지휘봉을 잡은 그 손짓이 그랬고, 몸짓이 그랬다.
여성 지휘자 김봉미씨가 그 손짓 몸짓의 주인공이었다.
지난 주 토요일인 2014년 5월 17일의 일이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우면산 자락에 자리 잡은 예술의 전당 광장은 그야말로 잔치 분위기였다.
이날 오후 6시에 그 광장 야외무대에서 펼쳐지는 공연 때문이었다.
바리톤 김동규와 함께 하는 ‘오페라 이야기’가 바로 그 공연으로, 여성 지휘자 김봉미의 헤럴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연주에 소프라노 강민성과 테너 이원용이 더 출연하고 있었다.
모처럼 맑은 날씨에다 따뜻하기까지 해서 음악을 좋아하는 시민들이 많이 몰려들었다.
시민들의 열렬한 박수와 함께 시작된 그 공연에서 누구보다도 더 내 시선을 끈 출연자가 바로 김봉미 지휘자였다.
시원한 지휘가 내 마음까지 시원하게 터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냘픈 몸매였지만, 터져 나오는 열정은 너무나 뜨거운 것이었다.
그 감동스러운 지휘 모습을 순간포착 했다.
그 열정적인 분위기를 김봉미 지휘자 그 본인에게 전해주고 싶어서였다.
그렇게 찍은 영상 몇 점에 이렇게 문장을 보탰다.
「박력적인 지휘, 정말 감동이었어요. 몇 장면 순간포착 해봤어요. 그리고 한 편 글로 쓸 겁니다. 공개도 할 거고요. 참 고마웠어요.」
곧장 답이 왔다.
다음은 그 답 전문이다.
「감사합니다~ ^^* 이렇게 보내주시지 않으면, 남아 있는 사진이 하나도 없어요 ㅋ」
기쁘다는 의미를 담은 ‘^^’라는 문자에, 별을 상징하는 ‘*’라는 표까지 붙여서 반짝 빛을 더하고 있었다.
세심한 그 마음씀씀이가 고맙기만 하다.//
그녀가 또 지휘에 나선다고 했다.
오는 2017년 3월 9일 목요일 저녁 8시, 서울 서초동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무대에 올려지는 ‘제 4회 헤럴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정기연주회’가 바로 그 음악회라고 했다.
그 이름을 ‘봄날’이라고 짓고 있었다.
이번에는 그녀가 직접 내게 카카오톡 문자메시지로 그 소식을 전해왔다.
다음은 그 전문이다.
‘법무사님 안녕하세요 김봉미입니다^^ 카톡을 처음 드리지요? 폰을 바꾸면서 등록 안 되어서 최 대표님께 물어 번호를 이제야 알았습니다. 다음 주에 저희오케스트라 정기연주회 합니다^^ 혹시 오시면 티켓 준비 할께요*’
참 고마운 봄날의 초대였다.
그러나 요모조모 좀 챙겨봐야 했다.
그저 빈손으로 가면 되는 것인지, 표를 사야 하는지, 아니면 적은 후원이라도 해야 하는 것인지, 그리고 또 다른 사람을 동행을 해도 되는지 등, 동행을 할 수 있다면 몇 명까지 가능한지 등, 몇 가지 궁금한 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생각 끝에 단도직입적으로 물어 답을 얻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을 냈다.
그래서 이렇게 답을 했다.
‘생각지도 않았던 선물, 참 고마워요. 나는 평소 김 지휘자를 참 좋아해요. 고와서도 그렇고, 차분해서도 그렇고, 지휘가 멋져서도 그래요. 지금도 지휘자로서 우뚝한 모습이지만, 세월이 흐르고 흘러 연륜이 더 깊어지면, 정말 세계적으로 그 존재감이 찬란하게 빛날 것이라고 믿어요. 특별히 후원을 할 수 없음이 안타깝기는 하지만, 나 역시 세월이 흐르다보면 그럴 기회도 있지 않을까 싶어요. 일단 아내와 둘이 갈게요. 좌석은 어디든 상관없으니, 편하게 챙겨주시면 됩니다. 그리고 동행이 있을 수 있어요. 내가 최승우 대표로 인해서 음악을 좋아하게 되다보니, 내 주위에도 음악을 좋아하는 어중이떠중이들이 꽤나 있어요. 그 친구들이 끼어들 수도 있는데, 그들에게는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그걸 알면 주위에 공개해서 희망하는 사람들은 좀 동행하고 싶어요. 김 지휘자의 지휘 모습에 감동 좀 하게요. 어렵겠지만, 어떤 도움이 가능할지 좀 알아봐 주세요. 특히 이번 공연에 트럼펫이 포함되어 있던데, 내가 무지 좋아하거든요. 함께 할 수 있음이 너무 좋고요... 앞으로도 쭉 이런 소식 좀 전해주세요. 공연도 즐기고 또 어떤 보탬이 될까 고민도 좀 할 테니까요.’
역시 곧장 답이 왔다.
이랬다.
‘녭 많이 모시고 오세요~티켓 장수만 알려주셔요~~마니마니 알려주시구용’
딱 한 줄의 짧은 답이었다.
참 편한 초대를 해주고 있었다.
마치 ‘봄날’ 같이 따뜻한 그 마음이 너무나 고마워서, 내 도리 없이 발걸음 할 수밖에 없다.
김 지휘자가 보내준 팸플릿에 의하면, 오페라 ‘마술피리’의 아리아 ‘밤의 여왕’, 오페라 ‘나비부인’의 아리아 ‘어느 개인 날’, 오페라 ‘호프만의 이야기’의 아리아 ‘인형의 노래’, 오페라 ‘리날도’의 아리아 ‘울게 하소서’ 등, 내 귀에 익은 오페라 아리아들로 프로그램이 짜여 있었다.
감동의 봄날 밤이 될 것만 같다.
마니마니 알려달라고 했으니, 내 주위에도 그녀의 그 뜻 그대로 전한다.
선뜻 함께 나서줄 발걸음 있으면, 내 참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