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이름을 함부로 짓는가 무학산(회원)
조갑제 TV에 "황영웅 임영웅 콘서트를 다 보고나서 씁니다"는 동영상이 있다. 이 영상 제목에 필이 꽂혀서 이 글을 쓴다 우리 동네 건물에 이런 간판이 있다. '누가 이름을 함부로 짓는가' 그렇다. 이름을 함부로 지어서는 안 되고, 장난스레 지어서도 안 되고, 버릇없이 지어서도 안 되고, 남의 흉내를 내어 지어서도 안 될 것이다. 옛 사람들은 이름을 중히 여겼는데 작명을 하는 데에 큰 원칙이 있었다. 그 중 가장 큰 것이 피휘(避諱)였다. 국호나 연호. 임금. 조상의 이름자를 쓰지 말아야 하는 법도였다. 글자만이 아니라 음이나 획도 피했다. 요사이 사람들의 이름을 보면 우스울 때도 있고 찡그려질 때도 있다. 예를 들면 여자 이름에 ‘선정’이란 이름이 있는데 흔하다. 선정이라 하면 나 같은 하천배는 선정(煽情)이 먼저 생각난다. 이럴 때는 나를 나쁘다고 볼 것이 아니라 나쁜 것이 연상되는 음(音)을 피해서 짓지 않은 사람의 마음 씀씀이를 볼 일이다. 가수 중에는 ‘황영웅’도 있고 ‘임영웅’도 있다. 영웅이란 뜻도 좋고 소리도 좋지만 이전 사람들은 통칭명사를 이름 삼는 경우는 없었다. 영웅이란 이름이 있으면 ‘호걸’이란 이름도 있어 이상할 게 없다. 이미 있는지도 모른다. 이런 식으로 요사이 사람의 이름을 예로 들어 말하자면 한도 끝도 없다. 여자 이름에 '빈' 자가 든 경우도 많다. '빈' 자를 함부로 쓸 일이 아니다. '빈'에는 첩이다는 의미가 있어서다. 임금의 첩 이름에 ‘빈’을 썼다. 장희빈은 왕비에서 강등되어 張氏로서 희빈이 되었다. 희빈은 임금의 첩 중에서 오야다. 오래 전에 미국의 유명 여배우가 우리나라에 와서 샴푸 선전 모델을 했다. 이름이 ‘섹시 마일드’였던가 그랬다. 이 배우가 미국에 돌아가서 인터뷰한 것이 우리나라 신문에도 실렸었다 “섹시란 말을 하려니까 얼굴이 화끈거려 죽을 뻔했다.” 섹시란 말의 본 고장인 미국도 저런 말을 공식석상에선 안 하는데 우린 상품 이름에도 붙인 것이다. 그것도 '마일드'까지 붙여서. 딸이 머리를 감으면서 아버지게 “아빠. 섹시 마일드 좀 건네줘” 말해도 아무 정서가 없다면 이런 말을 한 내가 역시 하천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