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속의 콩쿨대회 남구현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시는 진천군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 진천극장에서 방영되는 영화는 "미워도 다시한번"입니다. 눈물없이는 볼수없는 영화 "미워도 다시한번" 사랑했기에 헤어져야만했고,사랑했기에 다시 만날수밖에 없던 영화 "미워도 다시한번"이 오늘저녁 상영되오니,진천군민 여러분께서는 한분도 빠짐없이 찾아오시어 신영균,문희 주연의 "미워도 다시한번"을 관람하시기 바랍니다.
저녁이 되면 지금의 농협군지부자리에 있었던 진천극장에서는 위와같은 방송이 크게 들렸다.그럴때면 우리꼬마 녀석들은 그 영화가 너무나 보고싶었지만,국민학교생이었던 우리들은 영화관을 들어갈수없음을 잘알았기에 진천극장은 나중에 커서는 꼭 들어가고 싶은곳중의 하나였던것이다. 그러다가 아주 운좋게 이따금 학교에서는 단체영화를 보여주곤했다. 단체영화를 간다고 하는날에는 정말 신났다."빨간 마후라"와 "저 하늘에도 슬픔이"라는 영화는 지금도 눈에 생생하다.저하늘에도 슬픔을 보는 도중에 여학생들은 먼저 울음을 터트렸다.이곳저곳에서 훌쩍훌쩍하는 소리가 조금씩 들리더니 나중에는 남학생까지 코를 훌쩍이며 영화속의 슬픔속으로 빠져들어 이내 극장안은 눈물바다를 이루었으니,당시 영화가 만들어낸 공감대는 이토록 우리들에게 정서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했던것으로 기억된다.
추석때가 되면 시골에서는 콩쿨대회가 열렸다. 1970년대초 시골장터에서 콩쿨대회가 열리는 날이면 인근마을에서 저녁을 먹은후 사람들이 구름같이 모여들었다. 야...저 동네사람들이 더많다.아냐 우리동네사람들이 더많다 하면서 집을 떠난다.드디어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무대앞 땅바닥에 앉아 번쩍번쩍하는 무대장식을 바라보는 어린 나는 참으로 가슴설레는 시간이었다.누가 더 노래를 잘할까?어느동네 가수가 더 잘부를까?그 당시 유행했던 배호,이상열,김상진,나훈아의 노래는 단골메뉴곡들이었다. 마침 우리동네 동훈이형이 노래를 부를때면 손에 땀을 쥐고 들었다.콩쿨대회가 끝난후 시상식이 끝날때면 누가 1등인가에 시선이 집중되곤했다. 진천콩쿨대회의 전설로 내려온 이철세라는 분은 각종 노래를 휩쓸었던 콩쿨대회의 전설이었다.그분 얼굴이 가물가물하다.지금도 여전히 노래를 잘부르시겠지..
세월이 흐른후 이런 추억들을 찾아볼수 없는 안타까움에 나는 추억속의 콩쿨대회를 생각해본다.요즘은 컴퓨터와 스마트폰으로 각종 문화생활을 각자가 즐기는 시대에 누군가와 더불어 함께 즐길수있는 놀이와 명절의 세시풍속이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리라. 머지않아 추석이 되면 고향떠난 가족들이 고향을 찾아온다. 지난주에 벌초를 한날에는 육촌동생까지 한자리에 모여 조상님의 산소를 깨끗이 단장한후,준비해온 음식을 식사를 나누며 소주한잔 건네면서 그간의 안부를 묻고 세상사는 이야기를 나누어보는 시간을 가졌다.하지만 정작 추석명절날이면 아침차례를 지내고,성묘를 다녀온후 마주않을 시간도 없이 처갓집으로 향하고,길이 막힐까봐 집떠날 준비에 여념이 없다. 올해는 다행히 추석연휴가 길어 그리 바쁘게 떠나지 않겠지만,정작 추석의 우리고유의 세시풍속을 즐길만한 일이없는것이 안타까울 뿐이다.세시풍속은 시대에 따라 변하기 마련이지만,변해도 너무나 빠르게 변해가는 이시대에 사는 우리들이 가족,이웃과 함께 즐길만한 놀이가 뭐가 있을까 생각해본다.
며칠전 마을 친구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우리마을도 콩쿨대회를 열어보자는 이야기를 제안하였다. 마을 개발위원회를 열어 통과한후 추진위원회를 서너차례 열어 열심히 준비중에 있다. 매월 두번씩 공연을 갖는 이월면 섹스폰 동호회,남도민요를 잘부르시는 마을주민,전자올갠을 잘하시는 우리마을 공업사 형님이 흔쾌히 재능기부를 하신단다. 주민노래자랑도 신청자접수를 하는 중이다.노인회,부녀회,청,장년회에서 각각 두세분씩 추천하고,외부손님도 몇분 신청하면 열명정도의 노래자랑 공연이 될것이다. 시상품은 아마도 진천장에서 구입한 양은냄비와 동네분들이 기증하는 각종 농산물도 될것이다. 추석전날 18일 오후 다섯시부터 마을공원에서 삼겹살파티를 하면서 이웃간의 정과 고향의 정을 나누는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기대해본다. 한여름 무더위에 지친 심신을 떨쳐내고 가을바람 소슬부는 저녁에 보름달을 보면서 나누는 술한잔에 우리는 가족사랑,이웃사랑 마을사랑,고향사랑의 정취를 느낄수 있을것이다. 이름하여 제1회 문화마을 한가위 한마음 축제이다. 추석전날 옛추억이 생각나시는 분께서는 서슴치마시고 차를 몰고 이월문화마을로 오시어 우리마을 주민들과 함께 추억속의 콩쿨대회를 즐겨보시기를 바라본다.동훈이형과 이철세 아저씨도 초대하여 그때 그 시절을 회상하며 노래한곡 들었으면 좋으련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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