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쿠엘류의 기자회견이 있을 예정이다.
사임인지 유임인지 쿠엘류와 협회의 공식적 입장은 나와있지 않은 상태지만, 여러 정황상 사임이 유력하다. 머, 쿠엘류가 기자회견서 "나는 계약기간까지 책임을 지겠다!!"는 식의 기존의 보도를 뒤짚는 용감한 발언을 하면, 일단은 그 용기가 가상해서라도 임기를 채워주는게 도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쿠엘류도 생각이 있으면 1년 넘게 자신을 백수생활에서 면하게 해준 한국축구를 위해 본인이 무슨 선택을 해야하는지 정도는 파악하고 있을 거라고 본다.
쿠엘류 사임에 대해선 또 몇일간 말이 많을 것이 분명하다.
그런 의견들의 대세는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축협의 책임소재를 묻는 것이 대부분일게다. 이런저런 의혹은 많다. 하지만 분명한 건 쿠엘류가 수준 이하의 팀들을 상대로 보여준 성적과 실망스러운 경기력은 명백한 사실이지만, 선수선발 과정에서 간섭, 지원부족, 흔들기 등 축구협회에 대한 팬과 언론의 의혹은 그야말로 의혹일 뿐이라는 것이다.
분명 마찰은 있었을 것이다. 국내코치들과의 대화부족에 따른 갈등이나 축협에 의사전달하는 과정에서 서로 오해했다든가 하는 부분 말이다. 하지만 그 정도의 마찰은 외국인 감독을 영입한 축구협회라면 어딜 가나 발생할 일이다. 그걸 풀어나가는 데는 축협이나 코치들의 역할 이상으로 감독 본인의 역할이 중요하고..
무슨 신사의 나라 잉글랜드 FA 같은데는 에릭손 하는걸 "감독이 하는거면 다 존중합니닷!!"하고 수수방관할 성 싶나? 일본축구와 십수년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 온 지코도 간섭은 받는다. 왜? 협회와 외국인 감독은 고용자 vs 피고용자의 관계이기 때문이다. 100만달러(축협 1년 예산의 1/10 수준이다, 이거땜에 유소년축구나 시설확충 등에 들어갈 예산에 큰 제약을 받는다. 근데 각급대표팀 감독을 다 외국인으로 하자고?? -..-)가 넘는 어마어마한 연봉을 들여 데려온 사람이 일을 잘하기는 커녕 엉망으로 꼬아 놓는데 가만히 있는다면 그건 회사 말아먹을려고 작정한 거 아닐지..
지난 1년 2개월여의 시간동안 쿠엘류가 보여준 모습. 비관적으로 본다.
부임 초기에 나왔던, "쿠엘류의 기술축구는 한국축구에 맞지 않다" 식의 붕뜬 평가가 아니라 경기장에서 보고 중계에서 본 "감독 쿠엘류"의 경기 시 전술, 선수기용에서 경기가 없을 시의 언론에 대한 태도, 언행 등을 통해 유추할 수 있는 성격 등 복합적인 부분을 아우르는 지도력이 우리가 들어온 이름값이나 축협이 바치는 연봉에 비춰볼 때 수준이하라는 것이다.
특히 그 시간은 월드컵 이후 새로운 변화와 세대교체 등을 모색해야 할 대표팀에겐 중요한 실험의 시간들이었는데 그걸 홀라당 까먹어버렸다는 점에서 더 아깝고, 그래서 쿠엘류에게 화가 나는거다. 누가 당장 월드컵때와 같은 경기력과 성적을 요구했나? 팬들도 일단은 지켜보자는 게 대세였는데 괜히 찌라시에서 뻔한 레퍼토리로 떠들어대니 혹해서 예전으로 회귀한게 쿠엘류 본인 아닌가? 축구협회와 팬들(허접 축구지식인을 가장한 냄비들 빼고)이 요구한건 길게 내다보고 변화하는 것과 올해 있을 아시안컵에서 현재 아시아권에서 우리가 갖는 위치와 명성에 맞는 성적을 거둘것, 그리고 월드컵 2차예선(역대 월드컵 대표팀 중 2차예선에서 곤란해 한 대표팀이 있었나?)을 수월하게 치루라는 것 아니었나?
이것이 그렇게 어려운 목표고 2002 월드컵을 위해 히딩크에게 엄청난 댓가를 치루면서 해준 말도 안되는 지원들이 필요한 목표였을까? 그런 지원이 안된다는 현실은 팬들이 더 잘 알고 있지 않은지, 근데 왜 그걸 쿠엘류 옹호의 제1원인으로 들먹이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그리고 그에겐 1년 2개월간 수준이하의 팀을 상대로 패하거나 비긴 결과라는 것이 명백하게 있다. 오늘 우리 여자 올림픽 대표팀은 괌과 대결해 7-0 승리를 했다. 수준차만큼의 결과이다. 비록 기후나 환경 등이 악조건이라 변명하고 싶다면,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악조건에 남자 올림픽 대표팀은 말레이시아 현지에 가서 1-0 "승리"를 얻어온 것에 비춰볼 때 뭐라 대답할 것인가?(말련과 몰디브의 수준차? 베트남과 네팔의 수준차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오만과 베트남에 질 수도 있고, 몰디브에 비길 수도 있다? 축구의 의외성이야 어쨌든 그 경기들은 대표팀의 향후 일정을 결정짓는 중요한 대회의 예선들이다. 우루과이에 지든, 아르헨티나에 지든 그건 평가전이니 상관없다. 하지만 1위 아니면 떨어지는 상황에서 그것도 우리와는 레벨차가 현격히 나는 국가를 상대로의 패배는 용납되어져선 안된다. 쿠엘류도 말하지 않았나? 상대가 어떻든, 그것이 예선이든 본선이든 실전에선 최선의 노력을 다해 승리를 얻어야 한다고.. 그 말을 실천하지 못한 건 쿠엘류 본인이고 그럼 책임을 져야한다.
팬들이 현실을 분명히 인지했으면 좋겠다. 낙관적으로 관망하고 있는 2006년 독일월드컵 본선은 거켱 지역 최종예선조차 밟지 못할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는게 작금의 상황이라는 것을.. 아시안컵 예선 탈락, 월드컵 2차 지역예선 탈락이 현실이 되어야만 지금의 상황을 이해할 수 있나? 아, 그때 왜 그랬을까, 당시에 왜 그런 선택을 못했을까 하고 후회할텐가? 그걸 알고 축협을 비판하든 쿠엘류를 옹호하든 했으면 하는 것이다.
내 개인적 입장에서는 월드컵 본선 못가도 상관은 없다. 동기부여도 없고 해외파 오냐, 안오냐에 더 관심가는 대표팀 경기보다야 K리그나 유럽축구 보고, 아마축구 보는것이 나같은 축구팬으로서 더 큰 의미가 부여되고 즐거운 일이니까..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번 월드컵에 못 나가거나, 아시안컵에서 만족스러운 수준의 성적(중국에서 열리는 것임을 감안하면 최소 준우승 이상의 성적은 나와야 한다)을 거두지 못할 경우 그에 따를 한국축구의 도미노 현상이 걱정되는거다. 거시적으로 볼때 올해 대표팀은 그 어느때보다 중요한 시기에 놓여져있다는 것이다.
현재 쿠엘류가 사임하냐, 유임하냐는 문제는 외국인 감독은 한국축구에서 살수 없네, 어쩌네 하며 10년 뒤 한국축구를 걱정할 문제가 아닌 당장 내일모레 한국축구가 사느냐 죽느냐가 당면한 문제라고 본다. 언론이나 팬들이 말하는 것 이상으로 중차대한 문제란 것이다.
솔직히 우습기도 하다. 김호곤은 중요하지도 않은 평가전에서 이겨도 경기내용을 갖고 못 죽여 안달인데, 쿠엘류는 당장의 실전에서 패하거나 비겨도 옹호되고.. 이건 언론과 축구팬들이 뭔가 큰 오류를 저지르고 있다는 증거 아닌가? 요즘도 김호곤 욕하는 팬 있나? 있어도 예전에 비하면 거의 눈꼽만큼인 거 같은데. 물론 LG 이전 과정에서 축구팬들이 자발적으로 보여준 행동들을 보며 박수를 치고 싶지만, 그 밖의 여러 상황에서는 오류 투성이의 말과 행동들이 많다. 여론수렴의 집단이나 견제세력을 뛰어넘어 배놔라, 감놔라.. 이건 어쩌면 한국축구가 발전하는데 있어 적잖은 태클로 작용할 수 있다.
각설하고 그 밖의 일을 첨언하면, 후임은 어제까지 언론에서 떠들던 김호감독이 아닌 박성화 임시 체제로 간다고 하는데, 박성화 감독의 능력을 의심하긴 커녕 한국지도자 중 가장 색깔있고 가능성 있는 지도자로 평가하는 나로서도 청소년대표팀을 맡고 있는 사람에게는 아무리 한달이라도 임시직을 맡기는 건 좋은 선택으로 보이지 않는다. 보도에 따르면 한달후에 외국인 감독 영입해서 아시안컵을 치룰 모양인데 그때까지는 기간이 너무 짧아 뭘 해볼 수 있을거라고도 보여지지 않는다. 축협이 아시안컵 포기했나? 아니라면 그냥 김호감독 체제가 가장 옳은 선택이라고 보이는데 조중연이가 태클 걸었나? 왜 일이 잘되다가 삼천포로 빠지는 거냐? -_-
아시안컵 우승을 거두지 못할 경우 지난 월드컵에서 우리가 이룩한 성과는 파도 앞 모래성처럼 한번에 무너질 것이 자명한 사실이다. 쿠엘류야 그걸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라 짜른다고 해도, 최선의 성과를 낼 수 있는 감독을 앉혀야 한다면 아시안컵은 국내지도자가 맡는게 낫다고 생각하는데 그렇다면 역시 최선의 선택은 김호다.
그냥, 김호로 가라.. 그 담에 바꾸든 어쩌든.
아시안컵 우승해서 중국이고, 이란이고 입으로 설쳐대는 놈들 암말 못하게 해란 말이다. 유상철이든 안정환이든 박지성이든 대회 MVP 돼서 AFC 올해의 선수상 좀 가져와 보란 말이다. 수십년간 아시아 최강을 공인하는 컵도 없이 십여년간 AFC MVP도 없이 우리가, 우리선수들이 아시아 최강이라 자부하는 게 말이나 돼나?
참, 외국인 감독을 짜르는 건 협회로서도 상당히 난감한 문제다. 외국인 감독 한번 델꼬 오려고 하면 축협 국제부 직원들을 중심으로 다른 부서까지 죽어난다. 그게 싫어서라도 별 문제 없음 유임으로 넘어갈려고 한다. 그런 협회가 짜른다고 하면 그건 정말 적잖은 문제가 있는거란 생각 안드나?? 실제로도 짜를 타이밍은 작년 오만전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지금처럼 아시안컵에 대한 부담이 크진 않았을테니.. 근데 당시 협회가 안 짜른다고 먼저 공포했었다. 협회가 지네 입맛대로 짜르고 붙이고 한다는 어림짐작은 하지말길 바란다. 걔네두 상식은 있는 애들이다. 아, 기술위 비상근직 문제도 비판되어질 문제긴 하지만 이번 쿠엘류 사임과 결부되어 비난받을 부분은 아니라고 본다. 대체 팬들의 여론을 어디서 주도하는지는 모르지만 다 한결같은 얘기들뿐이다. 것두 별 알맹이는 없는..
첫댓글 사태를 낙관해서 쿠엘류에게 기회를 주자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란 결과만 놓고 중간에 끌어내리는 경우가 하도 많으니 원칙대로만 하자는 거였죠. 여러가지 원인이 있기에 결국 물러나게 되었지만, 개운치는 않네요. 아님 지금까지 충분한 기회를 주었다고 생각하는건지..?
너무 신사이지 않은가 싶었슴..히딩크처럼 밀어붙이는 면모보단 그저 나긋나긋하게 계셨던 분..좀 아쉽기도 하고 괜히 미안스러워지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