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보기는 어제 봤습니다. 회사에서 문화행사의 날이어서 봤죠. 근데 어제같은 날에 오후에 회의가 잡혀서(그것도 길어서) 이제야 써봅니다.
뭐...일단 영화의 모티브가 된 장사상륙작전에 대해서는 다들 아실 겁니다. 모르면 나무위키라도 찾아보시...
뒷글이 읽기 귀찮으신 분들을 위해 요약하자면...
국뽕 - 3.6/10
반공 - 3.9/10
미뽕 - 5.7/10
신파 - 10점 만점에 10점~~~
참고 : 영화를 같이 본 회사 부장님(여성분이십니다)께서는 초반에한번 중반에한번 후반에한번 끝날때한번 총 4번에 걸쳐 휴지를 필요로 하셨습니다.
일단 전개속도는 빠릅니다. 작전이 결정된 배경은 초반 3분간의 PPT로 끝내버리고, 영상이 시작되는 장면이 장사해안으로 향하는 LST입니다.(직후 등장하는 고증오류는 넘어가십시다요) 그리고 초반 약 20여분동안 많은 분들이 기대하던 상륙작전+고지점령작전이 끝납니다. 이후 역공하는 인민군을 기습공격으로 패퇴시키는 전투가 약 20여분동안 진행되고, 이후 영화 후반부까지 별다른 전투없이 신파와 개그를 뒤섞어 늘어놓다가 막판 후퇴작전을 보여준 뒤 모범적인 625영화의 엔딩으로 끝납니다. 대충 1시간 40분 정도의 길이인데, 나름 분량배분을 잘 해서인지 짧다거나 싱겁다는 느낌은 별로 없었습니다.
나무위키를 보니 고증오류에 대해 몇몇 지적들이 있던데, 일부는 상당히 거슬리지만 일부는 어느정도 이해되는 측면도 있습니다. 일례로, 영화내내 학도병들이 교복에 대충 이름만 꿰매붙인 옷을 입고 다니는데, 실제 장사상륙작전에 참여한 학도병들은 전투화나 군모는 못받았지만 옷만큼은 군복으로 받았다고 증언하셨었죠. 하지만 영화가 학도병에게 초점을 맞춘 물건인 만큼 관객들이 학도병을 명확히 구분하게 하기 위해 고증을 일부 포기한 것 같습니다. 파파샤나 모신나강까지 고증한 영화가 그정도 고증을 몰라서 못했을 리는 없을 테니까...
안타깝게도 떼삼사는 대충 겉에만 탱크껍데기 씌운 물건이라는 게 티가 납니다. 전차 포격장면이 종종 등장하는데 많이 어설퍼요. 그 외에 모신나강과 파파샤, M1카빈 등의 총기류는 작동방식까지 훌륭하게 묘사했습니다. 그외 작전지휘관인 이명준대위의 권총은 M1910...아예 클로즈업까지 해서 보여주더군요. 왜 1911아닌가여 싶었는데, 생각해보니 나름 그럴듯하긴 합니다. 원래의 한국군은 일제시대 때 들어온 무기류를 사용한 사례가 상당히 많으니, 본래 후방보직이었던 인물이라면 그럴법한 장면입니다.
초반 상륙작전과 고지점령작전에서는 요즘 액션 촬영에 자주 쓰이는 롱테이크 핸드헬드를 쓴 부분이 있는데, 이부분이 많이 아쉽습니다. 특히 고지돌파 후 벌어진 백병전 장면에서요. 죄다 진흙바닥에 굴러서 이쪽이나 저쪽이나 옷꼬라지가 그놈이 그놈인데 너무 흔들려서 피아 구분도 잘 안되고, 그와중에 전투가 너무 작위적입니다. 학도병을 두드려패는 인민군의 뒤를 다른 학도병이 덮치는 장면이 너무 여러번 나오더군요. 혼란하고 복잡한 와중에 박진감넘치는 전투씬을 기대했는데 좀 실망했습니다. 고지공격 개시 장면에서 후방우회&기습폭발물 공격으로 인민군을 혼란에 빠뜨리고 돌격하는 장면은 소부대전술을 제법 모범적으로 묘사했었는데, 여기서 번 점수를 백병전 장면에서 다 까먹었달까요.
그 외에 특별히 영화에서 국뽕이나 미뽕을 많이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해상포격과 항공폭격을 지원해준다고 했는데 해상포격은 최후반 탈출작전때 딱 한번 나오고, 항공지원도 고지점령작전 때 머스탱4대가 날아와서 폭탄한번 똑 떨구고 가는 게 끝...한국군 작전사령관은 인터뷰에서 '잘못되면 다 이명준이 책임이야' 같은 소리나 하고 있고, 미군측 담당관도 지원에 소극적이다가 여기자한테 계속 갈굼먹은 끝에 맥아더에게 명령을 받고 나서야 지원하러 오고, 탈출지원하다가 전차포격을 당하니까 인원 절반이 배에 못탔는데도 도크를 올리고 있고... 조금만 잘못 해석하면 정의롭고 용맹한 학도병 VS 갸들 다 내버리는 악한 지휘부 구도가 나올 수도 있겠습니다.
반공은 국뽕보다는 조금 더 갑니다. 학도병측 양대 주인공 1인인 성필(민호)이 고지점령 중 기관총좌 하나를 후방에서 공격하는데, 처음 죽는 인민군이 딱봐도 어린 애...그를 죽이고 나서 그자리에 다시 갔다가 그 병사의 편지를 주워서 읽는데 거기에는 흔한 비극적 사연(학교에 잠깐 들렀다가 인민군한테 잡혀서 끌려온 경기고 학생)이 나오고, 먹을거 구하러 갔다가 만난 인민군도 '중대장이 니들 입에 풀칠은 니들이 알아서 하라우' 라고 했다며 멍멍이 잡아 끓이려던 중이었고...(이 장면이 위에서 언급한 클리셰입니다. 인민군 3인 중 가장 계급높은 인원이 성필의 사촌동생. 그리고 양대주인공 2호인 하륜(김성철)이 날뛰다가 사촌동생이 사망. 그걸보고 오열하다 하륜에게 달려들어 후려갈기는 성필. 많이들 보신 장면 아니겠습니까.) 하여튼 인민군이 조금 더 잔혹하게 나오는 편입니다. 그리 티나는 수준은 아니긴 합니다만.
그 외에는 영화 내내 학도병들에게 포커스를 맞춥니다. 성필은 북에서 살다 남으로 내려오는 과정에서 가족들을 잃었고, 하륜은 가족에게 사랑받지 못한 분노를 인민군에 대한 적개심으로 풀고 있고, 7대독자인 오빠 대신 입대한 종녀(이호정)와 그걸 알고 종녀를 지켜주려는 만득(장지건) 등, 그시기를 살던 10대들의 모습에 초점을 맞춥니다. 첫 전투에서 승리하고 진지 위를 장난치며 뛰어다니는 해맑은 모습, 처음으로 사람을 저격하고 충격을 받는 사냥꾼집안 출신 학도병의 모습, 배고픈 와중에도 바닷물로 지은 쓰디쓴 소금밥을 못먹겠다고 뱉는 모습(꾸역꾸역 다 먹는 만득이는 덤), 이틀을 쫄쫄 굶고 힘들어하는 모습, 미군에게서 식량보급이 오자 초콜렛을 먹으며 맛있다고 신나하는 모습 등...누가봐도 아직 철없는 어린 녀석들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러면서도 대대장의 돌격 명령에 뒤따라 달려나가거나, 박격포와 기관총을 쏘아대는 모습은 그들이 625당시 한국군의 일익을 담당한 학도병 출신 '군인'이라는 점도 그려집니다. 스토리를 만들기 위해 성필, 하륜, 만득, 종녀에게 포커스를 두었지만 이 영화의 주인공은 그 자리에 함께한 학도병 전원임을 말하고 싶어하는 감독의 의도가 자잘하게나마 느껴지더군요.
중후반부에 신파가 많이 드러납니다. 위에도 언급한 성필의 가족사가 드러나는 장면, 그때 성필의 사촌동생을 사살했던 하륜이 성필에게 자신의 과거사를 들려주며 사과하는 장면, 작전중 부상당한 종녀가 만득을 살리기 위해 스스로를 희생하는 장면(첫사랑은 깨져야 제맛), 재판정에서 사형을 언도받으면서도 학병들에게 군적을 지급하라고 요구하는 이명준대위, 후방차단의 임무를 받고 학도병들을 먼저 탈출시키며 싸우다 전사하는 2중대장(곽시양), 마지막까지 남아 장렬하게 전사하는 성필과 하륜, 하륜의 유품인 편지를 울면서 전하러 가는 만득의 뒷모습, 늙은 하륜이 장사리 해안가에 서서 바다를 향해 오열하는 모습 등...평소에 신파를 즐기는(?) 분들이라면 저희회사 부장님처럼 다량의 휴지를 준비하시기를 추천합니다.
결론을 내자면, 학도병들에게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풀어나간 점은 적절한 시도였습니다. 다만 (어쩔수 없을지는 몰라도) 지나치게 신파조로 흐르는 스토리, 일부 확 깨는 고증, 하륜을 제외하면 매우 평면적인 캐릭터들, 일부 전투장면에서 보이는 작위적인 흐름, 전투씬의 맛을 충분히 살리지 못한 촬영 등 여러 단점이 보이기도 합니다. 손익분기점이 370만이라는데, 개인적으로는 넘기기 쉽지 않으리라 봅니다. 영화가 길이는 짧은데 무게감은 있고 오락성이 좀 낮아서, 가벼운 기분으로 보실만한 영화는 아닌 거 같습니다. 연인과 함께 영화관에 가신다면 비추드립...니다만 여러분에게 연인이 있지 않을테니 알아서 하시고...
P.S. 김명민은 본인의 최대 강점인 진지하면서도 불타오르는 연기 잘 했습니다. 딱 그거하나밖에 없는 캐릭터이긴 하지만.
P.S.2 민호군은 춤을 추는 쪽이 더 나아 보입니다. 샤이니 팬분들께서는 영화말고 음반 쪽을 좀더 응원하시기를.
P.S.3 메간 폭스는...전혀 메간폭스답지 않게 나왔습니다. 처음 봤을 땐 얘가 메간폭스라고?!?!? 할 정도로 본인을 지우고 배역을 살렸더군요. 이 영화의 다른 캐릭터들과 마찬가지로 매우 평면적이긴 했습니다만, 이 배우의 연기도 앞으로 깊이를 더해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첫댓글 인천상륙작전과 비슷하다 이건가요...
그거보다는 훨씬 낫습니다.
메간 폭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마이클 베이 감독한테 퍼부은, 히틀러같은 인간이라는 폭언 한 마디로 할리우드에서의 본인 미래를 스스로 깔끔하게 말아드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히틀러 같다는 말로 감독한텐 충분히 욕인데 그것도 유대계 감독한테 그렇게 말했으니 트랜스포머에서 잘릴 만 했죠.
@견환 하필 제작자도 유대인 스티븐 스필버그라서 정작 마이클베이는 쿨하게 용서해줬건만 개빡친 스필버그가 메간 영화에서 짤라버림ㅋㅋㅋㅋㅋㅋㅋ
각본가가 포화속으로와 인천상륙작전 각본가라는데 그것보단 낫다니 다행이네요
신파는 보다가 지치는 느낌이라.. 요새 개봉한것중에는 걍 웃고 끝내는 영화는 개봉 안했나보내요
지금은 스크린 내린 엑시트란 영화가 웃기긴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