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5.06.26
[영화 '연평해전' 본 김한나씨]
韓중사 연기한 배우 진구씨, 말투·성격·감성까지 빼닮아 남편 살아돌아온 것 같았다
한때 국가 원망해 떠났지만 남편의 명예 지켜줘서 감사
故 한상국 중사, 故 한 중사의 아내 김한나씨.
2002년 6월 29일 제2연평해전에서 희생된 여섯 용사 중 조타장 고(故) 한상국 중사의 아내 김한나(41)씨는 영화 '연평해전'을 보기 전 예고편만 보고도 숨이 가빠져서 바깥 공기를 마셔야 했다. 그녀는 지난 1일 유족 시사회가 끝난 뒤에도 한동안 극장을 빠져나오지 못했다.
김씨는 그날 시어머니와 눈물을 흘리면서 부둥켜안고 서로 다독이고 물을 나눠 마셨다. 영화 포스터 속 한상국(진구)을 보면서 쓰다듬기도 했다. 김씨는 25일 전화 통화에서 "남편 역을 연기한 진구씨가 말투와 성격, 감성까지 빼닮았다"고 말했다.
대한민국이 2002 월드컵으로 붉게 물들던 날 연평도 근해에서 목숨 걸고 비현실적인 전투가 벌어졌다. 참수리 357호 정장 윤영하를 비롯해 4명이 당일 전사했고 19명이 부상했다. 실종됐던 조타장 한상국은 침몰한 군함에서 그해 8월 유해가 수습됐고 의무병 박동혁은 국군수도병원에서 약병을 매달고 84일간 치료받다 9월 20일 사망했다. 천안함과 달리 장례식을 세 번 치른 것이다.
영화 ‘연평해전’ 속에서 참수리 357호 조타장 한상국(왼쪽·배우 진구)과 윤영하 정장(김무열). 윤 정장은 2002년 6월 29일 이 고속정 위에서 전사했고 한 중사는 가라앉은 357호 안에서 그해 8월 키를 쥔 채 발견됐다. 각본에는 “상국아, 이제 집에 가자. 네 할 일 다 했다”라는 대사가 들어 있었다. /NEW 제공
한 중사가 떠난 해 나라를 원망하며 쓸쓸히 캐나다로 떠났다가 돌아온 김씨는 "남편의 진급 문제를 떠벌리고 다닌다고 하는 사람들 때문에 우울했다"며 "하지만 남편을 본 적 없는 사람들이 인터넷에 추모 카페를 만들고 활동을 하는 데 감명을 받았다"고 말했다. "남편의 명예를 지키고 싶었다"고도 했다.
2008년 돌아온 김씨는 개명을 했고 이달 초 '연평해전'을 보러온 날에는 오랜만에 화장도 하고 한껏 꾸몄다. "13년 만에 남편과 재회한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한 중사의 어머니 문화순씨는 "아들 시신 찾는 장면에서 며느리와 함께 엉엉 울었다. 고맙기도 하고 서럽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내 가족의 비극을 영화로 담아 많은 분이 기억할 수 있게 해줘 고맙다"며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남편이 명예를 회복할 때까지 가슴속에 접어두겠다"고 했다. 국민이 잊었던 실화를 담은 영화 '연평해전'은 이날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쥬라기 월드'와 함께 박스오피스 1위를 다퉜다.
"남편이 살아 돌아온 것 같습니다. 다음 주 월요일 제2연평해전 13주기에 평택 2함대에 또 갑니다. 감독님과 배우들, 후원해주신 분들 모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