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邪中天 일어서다
대청(大廳).
화려하고도 드넓은 하나의 대청이었다.
중앙에 놓인 태사의를 중심으로
그곳에는 수많은 인물들이 두줄로 정연하게 나열해 있었다.
금령매공자, 황보웅, 화화공자, 은령매선자, 미려 등의 모습이 보였다.
또한, 파란 색목을 지닌 파극뢰도 자리하고 있었다.
그들의 뒤쪽으로는 네 명의 유령 같은 인물들이 그림처럼 우뚝서 있었다.
그들의 눈빛은 하나같이 몽롱하기 그지 없었다.
태사의에 고요롭게 앉은 인물, 그는 바로 사중천의 천존인 천면후였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의 얼굴은 노인으로부터 젊은 청년의 모습에 이르기까지
수시로 급변하고 있었다.
천면후의 뒤쪽,
그곳에는 각기 서로 특색이 다른 열 명의 인물이 시립해 있었다.
몸전체가 그대로 사기로 뭉쳐진 듯,
그들의 전신에서는 한결같이 사악한 기운이 풍겨지고 있었다.
또한, 한쪽에는 굳은 듯 미동조차 않는 불사구존의 모습도 보였다.
이때 장내에는 질식할 듯한 무서운 침묵이 고조되고 있었다.
누구 한 사람 입을 열어 말하는 자가 없었다.
문득, 천면후가 침묵을 깨뜨리며 나직이 입을 열었다.
지극히 낮고도 음유로운 그의 음성,
그러나 그 음성 깊은 곳에는 은은한 분노 같은 것이 내포되어 있었다.
"평아야, 너는 어젯밤의 상황을 설명하겠느냐?"
금령매공자는 대답이 없다.
천면후의 물음은 다시 이어졌다.
"어젯밤, 중원천지의 각기 다른 곳에서는 동시에 야접이 나타나 혈겁을 자행했다.
더구나, 그놈이 나타난 곳은 모두가 우리 사중천의 분타나 지부가 아니었더냐?"
금령매공자는 만면에 침통한 빛을 띄운다.
그러나 그의 안색만큼은 웬일인지 그 어떤 변화도 없이 평온했다.
"사부님! 야접은 천후 혼자입니다.
그러나 그는 죽었습니다.
그러므로 어젯밤 나타났던 그 야접들은 모두 가짜일 것입니다."
차근차근 대답하는 금령매공자, 비교적 그의 대답은 조리가 있었다.
왜냐하면, 금령매공자는
분명히 천후가 천길만길의 마곡의 절벽 밑으로 떨어지는 것을 확인했지 않은가?
때문에 그는 자신있게 그렇게 말할 수 있었다.
그 순간, 천면후의 두 눈에 일순 광채가 떠오른다.
"평아야! 너는 끝까지 속일 셈이냐? 천후, 그놈은 살아났다.
아니 그놈은 네가 살려준 것이다!"
극히 짧은 순간, 금령매공자의 두 눈빛이 흐려졌다.
그러나 그것은 나타날 때보다 더욱 빠르게 사라졌다.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제자는 분명히 그자를 절벽 아래로 떨어뜨렸습니다.
더구나, 그곳은 그 누구도 빠져나올 수 없는 마곡이 아닙니까?"
"뿐만 아니라 천길 벼랑으로 떨어진 자가 어떻게 살 수 있겠습니까?"
금령매공자는 확신하는 듯 천면후에게 반문을 제기했다.
그러나 천면후는 대답대신 침통한 눈빛으로 금령매공자를 주시한다.
그러던 한순간, 그는 난데없는 질문을 했다.
"평아야! 너는 읍참마속(泣斬馬謖)이라는 것을 아느냐?"
찰나, 금령매공자는 두 눈을 크게 떠올린 채 천면후를 지켜보았다
. 그러한 그의 두 눈은 세차게 흔들리고 있었다.
읍참마속!
그것을 그는 모를 리가 없었다.
삼국시대 촉의 태상이었던 제갈공명,
그는 자신이 가장 아끼던 장수마속을 울면서 참수했다고 하는 고사(古事)가 있지 않은가?
결국, 지금 천면후의 말은 마속에 금령매공자를 비유하고 있었다.
즉, 자신이 사랑하고 아끼는 제자 금령매공자를 죽이기는 싫어도 죽여야겠다는 말이었으니…
이윽고, 천면후의 침통한 음성이 다시 흘러나왔다.
"제갈량이 마속을 참수한 이유는
마속이 군법을 어기고 낮은 곳에 진을 치지 않은 채 높은 곳에 진을 쳐
적군이 사마중달에게 크게 패했기 때문이었다."
"군법이란, 무릇 군대의 생명이 아니더냐?"
금령매공자는 대답할 말을 잊고 있었다.
"공명은 말했었다.
마속은 자신이 가장 아끼는 사람이므로 더더욱 마속을 죽여야만 했다고…
그것은 바로 그렇게 함으로써 군대의 생명인 군법을 밝게 해야 한다고!"
금령매공자는 더욱 깊숙이 고개를 떨구고 만다.
천면후가 무거운 음성으로 반문했다.
"평아야! 내가 왜 너에게 갑자기 그런 말을 하는 줄 알겠느냐?"
"너는 내 명령을 어기고 천후를 살려주었다."
"변명하고 싶겠지만 이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너는 천후 그놈을 천길 벼랑에 밀어 넣었으니 죽인거나 마찬가지라고 말하고 싶겠으나,
그로 인해 천후는 살아난 것이다.
더구나 천후,
그놈은 무서운 열 명의 고수를 세상에 내 보내게 된 것이다."
금령매공자는 묵묵부답이었다.
이렇다할 변명이나 대꾸조차 하지 않은 채로…
그저 그는 무심한 듯이 앉아 있었다.
이미 생(生)을 포기한 것인가?
자신의 실책을 뼈저리게 뉘우치며 그 죄를 달게 받겠다는 말인가?
그의 그러한 모습은 오히려 의연하기만 했다.
그러한 금령매공자를 한동안 뚫어질 듯이 응시하는 천면후,
그의 두 눈 깊은 곳에서는 거센 격랑이 일고 있었으니…
한참 후에야 천면후는 다시금 감정없는 억양으로 말했다.
"결국, 너는 내 명령을 어긴 것이다.
나는 분명히 천후의 수급을 원했다."
"군대에서는 상관의 명령이 곧 군법이듯, 사중천에서는 나 천존의 명이 곧 군법이 된다."
바로 그 순간, 금령매공자의 입가에 문득 한 줄기 미소가 빠르게 스친다.
그러나 그것을 발견한 자는 그 누구도 없었다.
이때, 다소 차가워진 천면후의 음성이 흘러나와 장내를 울렸다.
"너는 내 말뜻을 알 것이다!"
다음 순간,
그는 금령매공자의 대답은 들을 필요도 없다는 듯이 장내를 향해 엄숙하게 명했다.
"들어라! 이 시간 이후 평아의 모든 지위와 신분을 박탈한다.
더불어 그의 무공도 모두 폐지시킨다."
아아…드디어 천면후는 금령매공자의 축출 명령을 내린 것이다.
장내는 쥐죽은 듯이 고요해졌다. 숨소리 조차 없을 정도로…
"그리고 지금 즉시 평아를 아수라무간뇌옥으로 보내도록 하라!
한 번 들어가면 영원히 나올 수 없는 그곳으로…"
끝이었다.
금령매공자의 모든 것은 이순간으로써 막을 내려야만 했다.
지극한 신분과 지위, 그리고 일신에 쌓아올렸던 그 고강한 무공까지도…
죽음[死], 바로 그것과 다를 바 무엇이겠는가?
무인(武人) 뿐만 아니라 인간으로서 최소한 누려야 할 모든 자유 조차도 박탈 당하고 말았으니…
그 순간, 중인들의 눈에는 각기 다른 복잡한 빛이 스치고 있었다.
화화공자, 그의 교활한 두 눈은 야릇하게 변한 채 기광을 번뜩였다.
또한 황보웅의 내리깔린 두 눈 속에는 미미한 기쁨의 빛이 출렁이고 있었다.
아… 어찌 이럴 수가 있겠는가?
다른 사형제의 축출 앞에서 이들의 눈에 떠오른 이 야릇한 눈빛은…
흠칫 놀라 두 눈을 크게 떠올리는 미려, 그녀의 전신은 부르르 떨리고 있었다.
그러나 천면후의 명령에 가장 크게 놀란 사람은 바로 은령매선자였다.
"아…안됩니다. 사부님!"
커다랗게 부르짖는 그녀,
경악과 당황으로 가녀린 몸을 새처럼 파들파들 떨고 있었다.
이들의 각기 다른 변화를 노린 눈빛,
그것에는 실로 많은 의미가 담겨져 있으리라!
서로서로 그 뜻이 다른…
그러나 정작 장본인인 금령매공자의 신색은 태연하기만 했다.
그는 고개만을 떨군 채 일체의 말이 없다.
의연한 모습이었다. 진정한 무인답게…
그때, 불사구존 중 두 명이 금령매공자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그들 중 한 명이 서서히 손을 들어올렸다.
금령매공자, 그의 무공을 폐지하기 위해서…
그 찰나, 금령매공자는 가볍게 손을 내저었다.
그리고 지극히 무심한 음성으로 말했다.
"그냥 있거라. 나는 내 스스로 무공을 폐지하겠다.
그리고 내 스스로 걸어서 아수라무간뇌옥으로 가겠다."
한마디 한마디를 분명하게 내뱉은 금령매공자,
그러나 그 음성 깊은 곳에는 짙은 허탈감이 담겨 있는 것만은 숨길 수 없었다.
그렇더라도 이 얼마나 무사다운 행동인가?
장내의 중인들은 일제히 멈칫 놀라고 만다.
천면후조차 이 순간만큼은 할말이 없는 듯했다.
대신 커다랗게 파동을 일으키는 그의 눈빛,
그것만이 그의 안타까운 마음을 나타내주는 유일한 증거이리라!
금령매공자는 망설임없이 몸을 돌렸다.
그리고 뚜벅뚜벅 옮겨 대청을 나섰다.
죽음의 지옥, 아수라무간뇌옥으로 가기 위해…
그때, 뾰족한 여인의 절규성이 장내를 울렸다.
"사…사형! 안돼요!"
파르르 몸을 떨고 있는 여인, 그녀는 바로 은령매선자였다.
그녀는 애절한 시선을 금령매공자에게 꽂은 채 호소하듯 부르짖었다.
"왜? 왜? 스승님께 용서를 구하지 않나요? 왜? 으흐흑…"
그녀는 끝내 참지 못하고 오열을 터뜨리고 만다.
그 순간, 찰나적으로 금령매공자의 눈빛이 세차게 흔들렸다.
그러나 그는 곧 몸을 돌려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은령매선자는 그의 발밑에 엎드려 흐느낀다.
"사…사형! 가지마세요. 어서 용서를 비세요. 그러면 스승님도…으흐흑…"
금령매공자는 잠시 주춤하는 듯했으나 다시금 말없이 걸음을 옮겼다.
"사…사형! 가지마세요. 으흐흑! 모르시나요? 이 못난 계집의 마음을 모르시나요?"
우뚝 멈춘 채 흐느끼는 그녀를 주시하는 금령매공자,
그의 몸이 그 순간 부르르 떨리고 만다.
"벌써 이십여 년 넘게 간직해온 천한 계집의 정입니다.
지금까지 행여나, 행여나 바라고 기다려온 정(情)입니다. 왜? 왜…? 으흐흑!"
기막히는 순간이었다.
한 여인의 가슴에 담겨진 애뜻한 사랑[愛]!
드디어 그녀는 그것을 고백하고 말았다.
애절하게 몸부림치며…
뜨거운 눈물을 흘려내며…
영원한 생이별 앞에서의 처절한 사랑의 고백이 아닌가?
그러나 금령매공자는 여전히 말이 없다.
그때, 흐느끼던 은령매선자는 돌연 천면후를 향해 애타게 애원했다.
"스승님! 용서해 주세요. 사형은 결코 스승님을 속이지 않았어요.
단지 실수를 한 것 뿐이에요. 제발 이 못난 제자의 소원입니다.
사형을 용서해 주세요. 으흐흑!"
그녀의 애원은 뼈를 도려낼 듯 처절한 것이었다.
천면후의 깊숙한 두 눈, 그곳에는 다시금 세찬 흔들림이 일고 있었다.
그러다가 그는 금령매공자를 향해 물었다.
"평아야! 들었느냐? 란아는 너를 마음깊이 사랑한다.
너 같으면 이럴 때 어떻게 하겠느냐?"
실로 뜻밖의 질문이었다.
흠칫 놀란 중인들,
그들은 다시 한 번 각기 다른 눈빛을 떠올린 채 금령매공자만을 뚫어질 듯이 주시했다.
이때 금령매공자는 시선조차 돌리지 않은 채 조용한 음성으로 말했다.
"저 같으면 저렇게 철없는 여인은 단칼에 베어버리겠습니다!"
아아…어찌 인간이 이토록 매정할 수 있단 말인가?
자신을 그토록 뜨겁게 사랑하는 여인을 단칼에 베어버리다니!
중인들은 그 순간 숨소리조차 멎고 만다.
그때 천면후의 두 눈에는 일순 기광이 번뜩였다.
"왜냐?"
금령매공자는 흐릿하게 웃었다.
"천존의 명은 곧 법입니다.
한데 저 여인은 그 법을 다시 봐주라고 강요하고 있습니다.
이는 곧 법의 명확성과 결단성을 침해하는 행위입니다.
고로, 저 여인은 죽여야 합니다."
"으음…!"
천면후의 입에서는 나직한 신음성이 새어나왔다.
이순간 커다랗게 충격을 받고마는 은령매선자.
"사…사형… 사형은 끝내… 끝내…"
그녀는 쓰디쓴 배신감에 말조차 제대로 잇지 못했다.
다시금 바닥으로 무너지듯 쓰러져 버리고 마는 은령매선자.
가냘픈 그녀의 어깨가 유달리 애처롭게 떨리고 있었다.
그때 천면후의 입에서는 침중한 명이 떨어졌다.
"평아! 네 말이 옳다. 불사구존!
그대들은 란아도 함께 아수라무간뇌옥에 가둬라.
단 저 두 사람은 필히 한 뇌옥에 넣도록!"
"예, 명을 받들겠습니다."
드디어 천면후는 결정을 내린 것이었다.
그때 거의 실신하려던 은령매선자는 튕기듯 신형을 일으켰다.
그리고 희열과 기쁨이 그득 떠오른 눈빛으로 천면후를 향해 깊숙이 예를 취했다.
"스승님! 으흐흑…고…고맙습니다!"
다음 순간, 그녀는 급히 몸을 날려 금령매공자의 품속에 얼굴을 묻었다.
"사…사형! 으흐흑!"
격동을 금치 못해 흐느끼는 그녀.
그러나 지금의 이 흐느낌은 기쁨의 흐느낌이었다.
사랑하는 정인과 함께라면 그곳이 지옥이라도 그녀는 행복하리라!
뜨거운 애정, 그것을 서로 주고 받을 수 있다면 다른 그 무엇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설령, 정인과 함께라면 죽음조차도 행복할진데…
그때, 금령매공자는 서서히 고개를 돌려 천면후를 응시했다.
"스승님! 병법에서 동정은 금물이라 했습니다."
천면후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다.
그러나 그것은 원한을 사는 것보다 때로는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만약, 란아의 청을 들어주지 않았을 경우 란아는 어떻게 이 스승을 생각하겠느냐?"
그의 말이 떨어진 순간, 금령매공자의 입가에 흐릿한 미소가 어린다.
냉소!
그것은 분명 싸늘한 비웃음이었다.
"결국, 원한이 두려운 것이었습니까?"
짤막하게 내뱉은 금령매공자,
그는 빠르게 몸을 돌려 대청을 나섰다.
은령매선자도 황급히 그의 뒤를 따랐다.
불사구존도 그들 두 사람을 따라 대청을 나서고 있었다.
그때, 대청 밖을 주시하는 천면후의 두 눈 속에는 착잡한 빛이 짙게 떠오르고 있었다.
그 역시 마음이 아프리라!
한꺼번에 사랑하는 제자 두 명을 잃게 되었으니…
그러던 한순간, 돌연 그는 눈빛을 냉막하게 굳힌 채 명을 내렸다.
"화화는 들으라!"
"예."
공손히 대답하는 화화공자,
만면에 희색이 가득찬 화화공자는 그 음성조차 들떠 있었다.
"너는 봤겠지? 이후 네가 바로 사중천의 제일공자가 된다."
"영광입니다."
"좋다! 너에게 한가지 묻겠다!
지금 이순간 이후 이 스승이 무엇을 해야 옳겠느냐?"
일순 화화공자의 두 눈에 번뜩 기광이 떠오른다.
"사중천의 야망을 곧 실현에 옮기는 것입니다."
"호오…그럼 그 방법은?"
"우리는 이미 소림선원의 허실을 파악했습니다
. 사실 스승님이 지금까지 망설이셨던 이유는 바로 그들 때문이 아닙니까?"
"그래서?"
"하나, 이제 그들이 드러난 이상 더 이상 망설일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흐음…"
천면후는 지극히 흡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계속하라."
화화공자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계속 말했다.
"먼저, 우리는 어젯밤에 나타났던 야접을 찾아 확실한 것을 캐야합니다.
두 번째는 비봉도의 세력과 소림선원의 확실한 인물조사를 해야 하며,
세 번째는 강호세가와 구대문파를 모두 굴복시키면 됩니다."
그 순간, 천면후는 매우 만족한 듯 대소를 터뜨리며 명을 내렸다.
"으하하핫…내 일찌기 너의 역량을 알긴 했으나 이토록 뛰어날 줄은 몰랐도다.
좋다. 그럼 지금부터 너 화화는 사중천의 전 고수를 동원하여 강호세가와 구대문파를 부숴라!"
"알겠습니다."
대답과 함께 예를 취하는 화화공자,
그 순간 그의 입가에는 한줄기 묘한 미소가 번뜩인다.
그러나 그 미소는 그 누구도 보지 못했으니…
이때 천면후는 계속 명을 내렸다.
자신의 뒤에 서 있는 열 명의 사악한 인물들을 향해…
"마중십황! 그대들은 열 명의 야접이 누구인 것 같소?"
그들 중 한 명이 괴소와 함께 재빨리 대답했다.
"크크크! 그 꼬마놈이 마곡에서 나왔다면 틀림없이 마중십마들일 것입니다."
"후후…나 역시 같은 생각이오. 그들은 그대들에게 맡기겠소."
"크크크! 알겠습니다."
천면후는 이번에는 황보웅과 파극뢰를 주시하며 명했다.
"파극뢰! 음양영생교의 활불과 활선은 모두 몇 명이나 만들어졌느냐?"
파극뢰가 색목을 번뜩이며 재빨리 대답했다.
"모두 삼천 명입니다."
"좋다! 그들을 즉시 만천하에 풀어라!
그리하여 천하의 모든 인물들을 무지와 환락의 노예로 만들라!"
"예! 알겠습니다."
이어 천면후는 황보웅을 주시한다.
"성아야! 너는 그때 황보세가에서 잡아 들인 강호 고수들을 어떻게 하고 있느냐?"
황보웅은 곧 공손하게 대답했다.
"그들은 혈사경의 혈사패륜심령공에 의해 이미 이지를 상실한 실혼인이 되었습니다."
"좋다! 너는 그들은 즉시 풀어서 그들의 부모 형제들과 서로 싸우게 하라!"
"예!"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는 천면후,
그는 다시 좌중을 향해 커다랗게 명했다.
"모두 지금 즉시 시행하라!"
"예!"
"옛!"
"명 받들겠습니다."
장내의 인물들은 대답과 함께 일제히 몸을 날렸다.
그때 대청에는 명령을 받지 않은 미려만이 그대로 앉아 있었다.
천면후는 자상한 눈빛으로 미려를 응시했다.
"미려야, 너는 할 일이 꼭 한가지가 있다!"
미려가 가볍게 몸을 떨었다.
천면후는 기이한 눈빛을 번뜩이며 다시 말했다.
"그것은 바로 천후 그놈을 죽이는 것이다."
미려의 두 눈이 미미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러나 천면후는 계속 명을 내린다.
"지금 즉시 떠나라!"
"예!"
짤막하게 대답한 미려, 그녀도 곧 몸을 날려 대청을 떠났다.
적막.
대청에는 이제 천면후를 제외하고 그 누구도 없었다.
한데 바로 그때, 천면후는 다시금 나직이 입을 열었다.
"사중천의 구사황(九邪皇)은 들어라."
찰나, 어디서 나타났는지 아홉 명의 인영이 유령처럼 천면후 앞에 시립했다.
스스스스 슥!
실로 가공할 신법을 지닌 자들이었다.
또한, 그들은 형체조차 없었다. 단지 희끗한 인영만이 있을뿐…
"구사황! 대령이오."
혈영들은 일제히 대답했다.
"지금 즉시 너희들은 미려의 뒤를 따른다.
그대들은 사중천의 최고고수들…
그대들의 존재는 나 이외에 아무도 모른다. 실수없도록…"
"예!"
대답에 이어, 그들은 다시 그 희끗한 혈영을 감추었다.
다시금 대청에는 적막이 찾아 들었다. 그때, 천면후는 사악하게 미소지었다.
"흐흐흐… 기다려라! 망아와 일학! 내 너희들에게 당한 한은 백 배 천 배로 갚아주겠다!"
오오… 섬뜩한 그의 뇌까림, 그의 음성에서는 섬뜩한 피가 뿌려질 것 같았다.
그리고 가공할 혈겁이 일어날 것 같은 예감도 들어 있었다.
거센 혈풍과 함께…
* * *
피바람[血風], 거센 피바람이 일기 시작했다.
대지(大地)는 음산한 한풍(寒風)에 씻기고 하늘은 연일 분노의 뇌성을 토해냈다.
청천하늘에 광풍폭우가 터져 나왔고,
어느 날은 태양까지, 아니 달과 별마저 자취를 감춰버렸다.
오오… 인세(人世)의 종말인가?
아니면 하늘의 심판이란 말인가?
* * *
곤륜파(崑崙派).
구대문파(九大門派)의 하나지만 중원의 변방에 위치한 까닭에
무림의 은원에 별반 깊은 연관이 없었고,
혈겁(血劫)의 화(禍)에는 더욱 관심이 없는 명문대파(名門大派).
한데 어느날, 처참무비한 비명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터져나오며
곤륜산 일대에 거센 피바람이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크… 아…아…악!"
"아아… 아…악!"
"크… 으…윽!"
무려 반나절이나 계속되는 처절한 죽음의 통곡,
그리고 흡사 내[川]를 이룬 듯 진한 피비린내를 토하며 쏟아지는 핏물들!
순식간에 곤륜산 일대는 아수라의 살육장(殺戮場)으로 화하고 말았다.
오오…이게 대체 어찌된 영문인가?
천하의 명문대파인 대곤륜파!
한데 이런 명문대파가 지금 백여 명의 핏빛 몽영(夢影)들에 의해
처참하게 무너지고 있는 게 아닌가?
곤륜파의 본관(本關)!
대곤륜파의 지존(至尊)인 곤륜일황이 처참한 절규를 토하고 있었다.
"오오! 잔혹하도다. 사중천, 정녕 잔혹하도다."
그의 만면은 구겨진 종이처럼 참혹하게 일그러졌고,
두 눈에선 핏물 같은 눈물이 쏟아져 내렸다.
그때, 잔잔하나 섬칫한 소리가 곤륜일황의 고막을 파고들었다.
"곤륜일황, 사중천은 결코 그렇게 악독하지는 않다."
"하나, 너희들처럼 분수도 모르고 스스로 오만한 자들에겐 조금 사납게 대할 뿐이다."
동시에, 한 명의 화려한 복장을 한 자가 곤륜일황 앞에 나타났다.
한데 그는 바로 화화공자가 아닌가?
곤륜일황은 일순 분노하듯 탄식성을 터뜨렸다.
"분…분하다. 사중천의 일개 사중고루혈마단에 천 년의 곤륜이 처참지경으로 곤두박질 치다니!"
그의 두 눈에 짙은 회의와 후회가 서렸다.
"안일과 무사를 빌며 힘을 기르지 않은 나는 무슨 낯으로 조사(祖師)님들을 대한단 말인가?"
그는 하늘을 향해 절규했다.
그 순간, 한마디 죽음을 찾는 절규가 길게 메아리쳤다.
그리고는 적막!
"크아…아…악!"
암울하고도 무거운 침묵 속으로 곤륜산은 빨려들어가고 말았다.
아! 이것이 끝인가?
좀전의 비명이 대곤륜파의 최후를 장식하는 마지막 절규였던 말인가?
"이… 이제 나 혼자 남은 것인가?"
곤륜일황의 절규 같은 탄식에 화화공자는 묘하게 웃었다.
"너무 늦은 깨달음이오."
곤륜일황은 허탈과 공허로 물든 눈빛으로 화화공자를 응시했다.
"그대에게 한가지 부탁이 있소."
"말하시오."
화화공자가 머리를 끄덕이자 곤륜일황은 내심 안도의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본 파의 건물만은 그냥 보존해 주시오."
"알겠소."
"고맙소이다."
힘없는 소리를 내뱉으며 곤륜일황은 벼락같이 우수(右手)를 들어 두개골을 쳐갔다.
퍽
허연 뇌수가 산산이 터져나오며 곤륜일황의 몸통이 기우뚱 옆으로 쓰러지고 있었다.
아…곤륜일황, 대곤륜파의 지존인 그가 스스로 죽음을 찾은 것이었다.
이런 그의 죽음을 화화공자는 조소의 눈빛으로 끝까지 지켜보다가 큰소리로 명을 내렸다.
"사중고루혈마단은 지금 즉시 곤륜파의 모든 건물을 불태워 버려라."
오오… 이럴 수가!
그는 조금 전에 분명히 약속하지 않았던가?
곤륜파의 모든 것을 보존시켜줄 것을…
한데, 화화공자는 결국 그런 인물이었던가?
잠시 후,
시뻘건 화염이 독사처럼 혀를 날름거리며 곤륜파의 모든 것을 삼키기 시작했다.
지난 천 년을 무림에 군림했던 대곤륜파는 이렇게 사라지고 있었다.
* * *
귀라부(鬼羅府).
신선부(神仙府)와 함께 무림이부(武林二府)로 불리운 괴이한 방파( 派),
한데 어느날, 천군만마가 질주하듯 천지를 쪼갤 듯한 굉음과 함께
그곳에 십여 명의 괴인이 나타났다.
우두두두
두두두
핏빛의 천으로 모두 전신을 휘감고 두 눈만 빠꼼히 드러낸 십여 명의 괴인들,
그들은 혈마(血馬)를 탄 채 수중에 혈부(血斧)를 꼬나들었는데,
전신에 섬칫한 사기(邪氣)가 진하게 배여 있었다.
십기(十騎)의 혈마인(血馬人),
그들은 나타나기가 무섭게 흡사 피에 굶주린 아수라혈귀(阿修羅血鬼)처럼
귀라부를 짓밟아가기 시작했다.
순간, 귀라부의 인물들은 방비(防備)는 커녕 영문도 모른 채 처참하게 죽어갔다.
"크아… 아…악!"
"으아…아… 악!"
피바람!
거센 피바람이 광풍노도와 같이 귀라부를 덮친 것이다.
번쩍
"크…아…악!"
혈마인(血馬人)들은 혈부(血斧)가 섬칫한 혈광을 뿜을 때마다,
처참한 비명성을 내질렀다.
"아아…아… 악!"
"크…으…윽!"
귀면을 뒤집어 쓴 귀라부의 인물들은 두개골이 부서져 죽어갔다.
이럴 수가…정녕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
단 십기의 혈마인들에 의해 무림이부의 한곳인 귀라부가 처참하게 무너지다니…
어느 누가 이 사실을 믿겠는가?
그러나 잠시 후,
한 시진도 채 지나지 않아 귀라부에서 터져나오는 비명성은 사라졌고,
귀라부는 시뻘건 화염에 뒤덮여가고 있었다.
* * *
남궁세가(南宮世家).
황보세가(皇甫世家)와 함께 무림이대세가로 불리는 전통의 명문세가!
가주(家主)인 자룡검(紫龍劍) 남궁위진,
단 한 자루의 연검(軟劍)으로 천하를 위진(威震)시키고 천하제일검의 칭호를 얻은 인물.
한데, 그가 지금 실성한 듯 비틀거리고 있지 않은가?
"크아…아… 악!"
"아…아…악!"
그의 눈앞에서 무려 오백에 이르는 제자들이 처참하게 죽어가고 있기 때문이었다.
우르르르 꽝
쫘아 아 악
휘 이 잉
뇌성벽력이 터지고 광풍폭우(狂風暴雨)가 미친 듯 휘몰아치는 이 밤,
천하의 남궁세가가 무너져 가고 있었다.
백여 명에 이르는 몽영(夢影)들!
바로 사중고루혈마단이 잔혹하게 남궁세가의 모든 것을 찍어 부수고 있었다.
한데, 시퍼런 섬전(閃電)이 번뜩일 때마다 드러나는 새로운 인물들,
그들은 바로 남궁청운과 남궁화미,
그리고 소림의 혜문대사, 무림의 현인자, 아미의 복우선사, 자검수사 등이 아닌가?
그리고 저 걸인은 개방의 화양과 무영신개였다.
한데, 이들까지 사중고루혈마단과 함께 남궁세가를 짓밟고 있지 않은가?
오오… 이럴 수가?
어찌 이들이 사중고루혈마단과 남궁세가의 인물들을 척살할 수 있단 말인가?
자룡검 남궁위진!
그는 눈앞의 사실에 완전히 혼백이 달아나고 말았다.
"크아… 아… 악!"
"으아…아…악!"
사중고루혈마단과 그들에 동조하는 정파인물들의 그림자가 스쳐 지날 때마다
남궁세가의 인물들은 무참히 고꾸라졌다.
"으…으…윽… 소… 소가주, 이게 어인 일이십니까?"
삐져 나오는 오장육부를 움켜쥐고 통곡하는 남궁세가의 한 인물,
그의 외침은 비명이 아니라 처절한 절규였다.
"아…아가씨! 대… 대체… 왜?"
핏물이 튀기는 빗물 속에 뒹굴며 죽어가는 남궁세가의 인물들,
그들은 죽음보다 더 놀라운 사실에 공포성과 경악성, 그리고 비명성을 토해냈다.
"아… 악! 혜… 혜문대사! 당…당신이…왜? 크…윽!"
"현…현인자! 그…그대가 사…사중천의 개였단 말인가?"
절규하는 듯한 분노성이 터져 나오자 그들은 마이동풍,
오직 살검을 펼칠 뿐이었다.
"크… 아…악!"
"으…아…악!"
허연 뇌수가 터져 나왔고 오장육부가 주르르 흘러나오는 살겁장(殺劫場),
죽음의 향기같이 안개처럼 피비린내가 풍겨 나오는 그곳에
저주라도 뿌리듯 하늘은 섬칫한 뇌성벽력을 토해냈다.
저주의 밤, 남궁위진은 결국 스스로 검을 뽑아 가슴을 향하게 했다.
그때, 처절무비한 비명들이 그의 고막을 무섭게 파고들었다.
순간, 그의 검은 잔혹하게 가슴을 관통하고 말았다.
"으…윽!"
남궁위진의 얼굴이 참혹하게 구겨졌다.
하나 그것은 결코 고통 때문에 생긴 것이 아니었다.
저주, 그것은 바로 저주의 낯빛이요, 눈빛이었다.
천하제일검 남궁위진,
그는 결국 남궁세가의 종말을 이렇게 결말 짓고 말았다.
* * *
여인(女人)!
화려한 복장의 아름다운 여인.
그녀는 지금 공포와 수치, 분노에 치를 떨고 있었다.
그녀의 앞가슴이 알맞게 풀어헤쳐져 비계덩어리와 같이 탄력있는 육봉(肉峰)이
탐스럽게 삐져 나와 있었다.
한데, 그 육봉을 움켜쥐고 야릇한 웃음을 흘리는 인물이 있지 않은가?
"흐흐… 영생(永生)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
바로 본 활불과 함께 잠자리만 갖게 되면 되지."
활불, 바로 그였다.
활불은 눈앞의 여인을 익숙하게 소유해가고 있었다.
지금 그들이 있는 곳은 저녁노을 같은 신비의 운무(雲霧)가 서린 법당(法堂) 안이었다.
"아…! 이… 이런 무례한 자, 너… 너는 내가…누군지 아느냐?"
여인은 분노성을 날카롭게 토해냈다.
"나는 당금 황실의 병부시랑의 애첩인 화원랑이다
. 한…한데 네놈이… 감히 나를…!"
하나, 활불은 먹dl를 본 야수처럼 무섭게 그녀를 덮쳐 눌렀다.
"흐흐…그게 무슨 소용이냐?
너는 영생을 원했고 본 활불은 그 소원을 들어줄 뿐이다."
"안…안돼, 안돼요!"
"흐흐…흣!"
여인의 다급한 외침과 활불의 야릇한 웃음이 한동안 실랑이를 벌이더니,
여인은 사지를 뱀처럼 비틀며 묘한 비명을 토해냈다.
"아…! 네…네놈이…!"
동시에, 여인은 전신을 파르르 떨며 어느새 활불의 목덜미를 뱀처럼 감아갔다.
"헉!"
여인!
육체의 본능 앞에선 권력도 체면도 필요없는 것일까?
* * *
"호호호…홋!"
사내의 가슴을 뻐근하게 만드는 묘한 교소가 실내에 길게 메아리쳤다.
홍무(紅霧).
이상한 충동질을 일으키는 홍무 속에 알몸의 남녀가 뒤엉켜 있었다.
"호호호…홋! 몸과 마음이 가난한 중생이여,
어… 어서 어서 음양지도를 베풀어 영생하라."
유혹적인 비릿한 웃음을 흘리는 알몸의 여인, 그녀는 바로 활선이었다.
활선의 웃음에 이십 남짓한 총기서린 청년이 미친 듯 그녀를 덮쳐들었다.
그의 전신은 이미 알몸, 추호도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호호호…홋! 어…어서 영생을 취하라."
"으…흐흐흐…흣…"
청년은 색정으로 두 눈이 시뻘겋게 물들어 활선의 전신을 탐할 때마다
쾌락을 탐닉하려는 웃음들이 터져 나왔다.
활선은 청년에게 도움을 주려는 듯 현란하게 사지를 움직였고,
청년은 흡사 아름다운 조각배를 타듯 그녀의 현란한 육체 위에 전신을 실었다.
순간, 다급한 그러나 짜릿한 쾌감에 젖은 소리가 거칠게 터져나왔다.
"아…영…영생을 취…취하라."
"으…흐흐…헉…"
나신(裸身)들!
허여멀건한 두 개의 알몸이 뱀처럼 뒤엉켜 격동하듯 율동하기 시작했다.
* * *
"여보, 제…제발 우리에겐 두 아이가 있지 않소?"
애원하는 듯한 중년사내의 소리가 실내에 묘한 여운을 남겼다.
"모든 것을 용서하겠소. 이젠 가정으로 돌아와주오."
하나, 중년사내의 눈앞에 자리한 중년여인은 싸늘한 조소의 눈빛을 하고,
차갑게 조소하는 그녀의 눈빛 깊숙한 곳에서 미묘한 빛이 번뜩이고 있었다.
"흥, 늦었어요. 나는 이제 당신에게 실망을 느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지금 나는 영생의 진리에 진정한 삶을 깨닫고 있어요."
"영…영생의 진리?"
중년사내의 안색이 참담하게 변했다.
하나 그녀는 그의 존재를 안중에도 두지않고 조소했다.
"당신은 역시 무식한 위인이에요.
어떻게 지금껏 당신과 살아왔는지 의심스러워요."
그녀는 찬바람을 일으키며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내실의 문이 왈칵 열리며 두 명의 소동(少童)이 넘어지듯 실내도 들어섰다.
"어… 어머님, 제…제발 가지 마세요."
두 명의 소동은 그녀의 치맛자락을 부여잡고 울먹였다.
"흐…흐흑…어…어머님, 이제…그곳에 그만 다니세요!"
십 세 남짓한 소동들의 울먹임은 보는 이의 마음을 찡하게 울렸다.
하나 중년여인은 귀찮다는 듯 그들을 홱 뿌리쳤다.
"비켜랏, 너희들이 뭘 안다고 떠드느냐?"
그러나 재차 두 명의 소동은 그녀를 잡았다.
"어머님! 흐흐흑…제발 가지 마세요!"
그들의 두 눈은 간절한 빛을 띄웠다.
모정(母情)이 그리웠던 것일까?
"흑흑… 가지 마세요. 그곳은 이상한 곳이라고 했어요. 흑흑!"
한 소동이 말문을 열자 곁의 소동도 원망하듯 말문을 열었다.
"그…그래요. 그곳에선 어른들이 발가벗고 뒤엉켜 괴상한 짓을 하는 곳이래요. 흑흑!"
순간, 중년여인은 새파랗게 질렸다.
"닥쳐랏! 너…너희들이 뭘 안다고…떠드느냐?"
바로 그때, 중년사내가 튕기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두 눈에 시퍼런 살광이 무섭게 번뜩이고 있었다.
"뭐…뭣이라고?"
아마 그는 외지(外地)를 다녔는지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던 모양이다.
하나 이순간 그는 모든 것을 깨달았다.
"오호라, 이제보니… 음양영생교인가 뭔가 하는 곳에 다니는 것이구나!"
그의 두 눈이 일순 홱 뒤집어져 버렸다.
"당… 당신!"
중년여인은 일순간에 죽음의 공포를 느꼈는지 새파랗게 질려버렸다.
그녀는 겁먹은 눈초리로 주춤주춤 뒤로 물러섰다.
하나, 이미 그때는 중년사내가 살신(殺神)으로 변한 뒤였다.
"이… 더…더러운 계집!"
중년사내는 먹이를 덥치는 야수같이 그녀의 목덜미를 낚아채더니 옆으로 꺾어 버렸다.
순간, 그녀의 목이 섬칫하게 옆으로 꺾이고 말았다.
"아… 아…악!"
죽은 것이었다.
하나, 중년사내는 아직도 분이 덜 풀렸는지 잔혹하게 그녀를 짓밟고 있었다.
복부가 어느새 터진 사실도 모른 채…
저주받은 피바람[血風]!
거세게 중원천하를 질타했다.
원흉은 사중천(邪中天), 바로 그들이었다.
그들의 혈겁에 소림과 무당을 제외한 구대문파 전체가
피바다[血海]속에 휘말려 들어 갔고,
일회, 이부, 삼전, 사곡의 강호방파 중에서 만통회만 남고
모조리 흔적조차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그 뿐이 아니었다.
일반세간(一般世間)에서는 숱한 여인들이 정조를 잃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장래가 총망되던 뭇 인재들이 색(色)에 빠져 폐인이 되거나 미쳐 버렸다.
그리고 저주의 살겁(殺劫)이 있었으니…
아내가 남편을, 남편이 아내를 척살하는 일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터져나왔다.
아… 하늘의 저주인가?
인세(人世)의 종말인가?
강호무림은 피바다에 잠겼고
일반세간에선 난륜지장(亂倫之章)이 끝없이 펼쳐졌다.
아…마침내 천하는 통곡하고 말았다.
첫댓글 말세로군.흠
감사합니다.
즐감요!!!!!
즐감~!
즐감하고 갑니다.
ㅈㄷㄳ
잘봅니다..^^
ㅎㅎㅎ
감사해요~~~^~
즐독했습니다~~감사합니다.
잘읽었습니다
즐독!!!!!!!!!!!!!!
잘보았음니다
즐독요
감사해요~~~
즐독...감사...꾸벅
즐감
즐독 감사합니다^^^
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