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일레트로닉 아츠)사에서 개발 중인 피파16 영국판이 출시를 앞두고 흥미로운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영국판 표지 모델이 될 만한 EPL 소속 네 명의 후보 선수를 선정하여, 이 중 팬 투표를 통해 1위에 오른 선수가 게임의 표지 모델이 되는 이벤트다. 조던 헨더슨(리버풀), 해리 케인(토트넘 홋스퍼), 티보 쿠르트와(첼시), 세르히오 아게로(맨체스터 시티)가 후보 선수로 선정되었고, 선수들과 구단의 활발한 선거 운동 속에 팬들 역시 상대 팀에게 질 수 없다는 자존심을 걸고 열심히 투표에 참여하고 있다.
이 상황을 바라보는 지구 반대편의 한국 축구 팬이라면, 누구나 K리그에서도 비슷한 이벤트가 진행되면 어떨까하는 기대를 갖기 마련이다. 비록 EA사의 피파시리즈나 경쟁 작품인 코나미의 위닝 일레븐은 이미 오랜 시간 해외 선수를 표지 모델로 실은 채 한국에 게임을 발매해왔지만(혹은 한글 정발판이 제작되지 않고 있지만), 10년 전 이맘때처럼 다시 한국 선수가 게임 표지에 실리길 바라는 팬들의 수는 적지 않다. 특히 게임 표지 모델을 두고 K리그 선수들과 팬들이 투표를 통해 열띤 경쟁을 펼치는 모습을 상상해보면, 한 번쯤은 이런 흥미로운 이벤트가 K리그에서 진행됐으면 하는 바람을 갖게 한다.
그래서 준비했다. 기사에서라도 이벤트 분위기를 간접적으로 느껴보고자 영국판 투표 이벤트처럼 올가을 발매될 축구 게임의 표지 모델이 될 만한 K리거를 추천하고, 추천 이유가 되는 이들의 활약상에 대한 설명을 덧붙였다. 또한, 영국판 이벤트에는 없는 해당 선수가 들어간 가상 게임 표지를 제작해 독자의 상상을 도왔다. 비록 실제 투표를 진행하지도 않는 상황에서 큰 의미가 있는 기사는 아니지만, 머지않은 시기에 다시 축구 게임 표지에 한국 선수가, 특히 K리거가 실리는 것을 추천하는 마음에서 해당 기사를 열심히 준비했다는 점을 밝힌다.
기호 1번> 염기훈 (수원 삼성 블루윙즈 / FW / 리그 16경기 7골 8도움)
지금까지 2015 K리그 클래식을 대표한 주인공은 누가 뭐래도 염기훈이었다. 한때 득점 순위와 도움 순위에서 동시에 1위를 차지할 만큼, 놀라운 활약을 보인 염기훈의 왼발은 ‘마법의 왼발’로 통한다. 또한, 지난달에는 슈틸리케 감독의 부름을 받아 대표팀에 복귀하여 5년 전 남아공 월드컵에서의 악몽을 씻는 귀중한 프리킥 골까지 터트렸다. 이제는 모두가 그의 왼발을 인정하고 있고, 염기훈은 최고의 한 해를 보내고 있다. 당연히 게임 표지 모델로 추천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염기훈 하면 수원이고, 수원하면 염기훈이기에 염기훈이 모델이 된다면 배경에 청백적을 그려 넣는 센스를 발휘할 필요가 있다. 또한, 염기훈과 좋은 호흡을 보이는 정대세를 추가 모델로 섭외하는 것도 팬들의 구매 욕구를 일으키기에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비용의 문제로 정대세의 섭외가 어렵다면 대안이 있다. 누구나 2015 시즌의 정대세를 연상할 수 있는 새우 초밥을 배경에 삽입하여 정대세와 염기훈을 동시에 표지 모델로 섭외한 것과 같은 효과를 누려보자. 물론 표지 모델 염기훈의 게임 속 능력치 상향은 필수다. 최소한 왼발만이라도 말이다.
가상으로 제작한 염기훈 표지. 청백적 배경과 정대세를 연상시키는 새우초밥이 인상적이다. (염기훈 사진 = 수원 삼성 블루윙즈 홈페이지)
왜 새우초밥인지 궁금하면 이 사진을 참고하면 된다. (사진 = 수원 삼성 블루윙즈 페이스북)
기호 2번> 이재성 (전북 현대 모터스 / MF / 리그 18경기 2득점 2도움)
놀랍게도 이재성은 이제 막 프로 2년 차다. 그런데도 전북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핵심 선수로 성장함과 동시에, 최근에는 슈틸리케 감독의 대표팀에서도 주축 선수로 자리 잡았다. 한국 선수 중 유독 돋보이는 기본기를 앞세워 팀의 패스를 풀어주는 역할에 능한 이재성은 공격 포인트만으로 그 가치를 평가할 수 없는 선수다. 전북의 보물을 넘어 한국 축구의 보물이 되어가고 있는 이재성이 어찌 게임 표지 모델에 어울리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재성 하면 떠오르는 별명은 ‘딸기 우유’다. 2014 K리그 연말 시상식에서 걸그룹 딸기우유와 함께 춤을 추며 팬들의 손발을 날려버린 영상이 화제가 되어 ‘이재성=딸기우유’라는 공식이 생겼다. 자칫 부끄러울 수 있는 별명이지만, 이재성도 전북 구단도 딸기우유 별명을 쉽게 받아들이는 듯하다. 이재성이 표지 모델이 되면 이재성이 모델이 된 게임 표지에도 딸기 우유가 그려진 분홍색 배경을 넣는 것을 추천한다. 그라운드를 누비는 이재성의 정체성을 확실히 보여줄 수 있는 표지임과 동시에, 여성팬들이 좋아하는 색상인 만큼 남성 구매자가 많은 축구 게임의 수익 구조를 획기적으로 바꿔놓는 역사를 쓸 수도 있다.
가상으로 제작한 이재성 표지. 하늘에서 쏟아지는 딸기우유를 뚫고 드리블하는 듯한 이재성의 모습이 나름 파격적이다. 여성팬들을 겨냥한 디자인이다. (이재성 사진 = 전북 현대 모터스 홈페이지)
기호 3번> 김두현 (성남 FC / MF / 리그 19경기 5골 5도움)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든 성남 FC의 김두현도 표지 모델로 추천한다. 성남이 시민구단 최초로 ACL 본선에 진출하고, 리그에서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 팀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두목까치 김두현의 역할이 컸다. K리그 팬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성남 FC를 응원했던 성남과 광저우의 ACL 16강전은 팬들이 잊지 못할 명승부로 기억되고 있다. 특히 압도적인 열세가 예상되었던 1차전 경기에서 성남이 광저우를 2대 1로 꺾던 장면은 큰 감동을 선사했다. 그 중심에는 두목까치 김두현이 있었다.
김두현이 표지 모델이 되면, 올 시즌부터 성남의 팀 컬러로 자리를 잡은 올블랙 컬러가 게임 패키지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여기에 김두현과 함께 성남 FC를 이끌고, 팬들의 지지도도 상당한 황의조를 추가 모델로 섭외하면 더 열띤 반응을 끌어낼 수 있다. 최근 성남 팬들은 팬 수와 관계없이 구단을 향한 충성심으로 일심동체가 되어 투표에서도 크게 밀리지 않는 저력을 보이는 데다 김두현 개인의 인지도도 상당하기에 표지 모델 투표가 열려도 경쟁력은 충분하다.
가상으로 제작한 김두현 표지. 사진에는 없지만 황의조와 함께 표지를 디자인하면 효과는 배가 될 듯하다. FA컵 우승 패치에도 달려있는 성남의 한자 표기가 인상적. (김두현 사진 = AFC Champions League)
기호 4번> 김병지 (전남 드래곤즈 / GK / 17경기 17실점)
영국판 표지 모델 후보인 첼시의 골키퍼 티보 쿠르트와는 “축구 게임 표지 모델로 골키퍼가 나올 때가 됐다.”며 팬들에게 자신의 투표를 독려했다. 쿠르트와의 말대로 비록 낯설 수는 있으나 게임 표지에 골키퍼가 등장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한국에도 표지를 장식할 만한 스타성이 뛰어난 골키퍼가 있다. 현역 골키퍼 중 가장 많은 사랑을 받고 있을 영원한 레전드 김병지다. 46세의 이 골키퍼는 여전히 전남 드래곤즈의 주전을 맡아 후배들에게 전혀 밀리지 않는 굳건한 모습을 보인다.
전남과 포항이 붙었던 지난 제철가 더비에서 경기장 중앙으로 올라와 상대 공격을 차단하는 활약이 조명받기도 했던 김병지는 곧 또 하나의 대기록을 작성할 예정이다. K리그 최초 700경기 출전을 눈앞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김병지에게도, 한국 축구에게도 700경기 출전 대기록은 의미가 깊다. 그가 다음 표지 모델을 장식해도 이상할 게 없는 이유다. 이미 김병지는 축구 게임 표지 모델을 맡은 경험이 있는데, 피파 2000에서 한국판 표지를 맡았던 그가 16년 만에 다시 축구 게임의 표지 모델로 돌아오게 되면 상당한 화제가 될 것이다. 축구게임의 팬이자 김병지의 팬이라면, 16년 전의 게임 표지와 2016년의 게임 표지를 비교해보는 즐거움도 상당할 듯하다.
16년전 피파 2000의 표지와 비슷한 디자인으로 가상으로 제작한 김병지 표지. 디자이너에 따라 다르겠지만, 더 꾸밀 것이 없었다. '표지 모델 김병지' 그 자체만으로 이 표지는 상당한 가치를 지닌다. (김병지 사진 = 프로축구연맹 홈페이지)
올가을 축구 게임의 표지를 장식할 만한 4명의 후보 선수 중 당신이라면 어떤 선수를 표지 모델로 뽑겠는가? 염기훈과 이재성, 김두현, 김병지까지, (실제로 투표가 진행된다면) 열띤 경쟁이 예고된다. 한국에 출시되는 축구 게임 표지에서 한국 선수를 본 지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 다시 게임 표지에 한국 선수를 넣는 마케팅을 펼칠 계획이 있다면 위의 열거된 내용 및 예시대로 표지를 제작해보는 것을 적극적으로 추천한다.
최고의 중독성을 자랑하는 게임에 남기일 감독이 표지를 구성하는 것은 위화감이 없다. 나름 축구 감독계의 능력자(?)이시다. (남기일 사진 = 프로축구연맹 홈페이지)
번외로 또 한 가지를 준비했다. 이번에는 게임을 통해 축구 감독을 경험해보는 축구 감독 시뮬레이션 게임의 표지 모델 선정이다. 필자는 조금의 고민 없이 광주 FC의 남기일 감독을 추천한다. K리그 클래식 중 가장 전력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광주 유니버사이드로 인해 원정 경기를 연속으로 치러야 하는 광주 FC를 단단한 팀으로 만들어 이변을 연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포항과 인천을 만나 2연패를 당해 순위가 내려가긴 했지만, 연패 이전까지 상위권에 속해 있었던 광주는 많은 이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광주가 단단한 팀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오랜 시간 팀의 조직력을 완성해온 남기일 감독의 공이 컸기에, 그가 올 시즌 K리그 클래식 감독들을 대표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남기일 감독을 표지 모델로 선정하면 게임 패키지로 많은 이들의 이목을 끄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능력자’ 김종국을 빼닮은 그의 외모 덕분에 자칫 능력자가 모델이 된 것으로 착각한 일반 시민들이 게임 패키지를 한 번이라도 더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이다. 능력으로서도, 외모로서도 남기일 감독은 축구 감독 시뮬레이션 게임의 표지 모델로 단연 추천할 만하다.
(임형철 / 페이스북 / stron193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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