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마와 숙녀 [박인환 시인] - 박인희 낭송 | 2024 인생콘서트 | KBS제주 20241224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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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에는 이유 없이 마음이 흔들리던 날들이 있었습니다.
교실 맨 뒤 창가에 앉아 운동장 끝을 바라보던 오후. 친구들은 떠들고 있었는데 혼자만 다른 계절 속에 들어가 있는 기분이 들던 날도 있었지요.
그때 누군가의 공책 한 귀퉁이에 적혀 있던 박인환의 《목마와 숙녀》.
한 줄 한 줄 읽을 때마다 왜 그렇게 마음이 시렸는지 그 나이에는 제대로 설명할 수 없었습니다.
한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했지.
그 문장을 읽으면 괜히 어른이 된 것 같았고 괜히 슬픈 사람이 된 것 같았습니다.
교복 주머니 속에는 늘 구겨진 시집 한 권이 있었고 좋아하던 아이 이름조차 제대로 부르지 못하던 시절. 비 오는 날이면 괜히 창문에 기대어 시 속 인물처럼 외로운 표정을 따라 하기도 했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그때 우리는 사랑을 알았다기보다 외로움을 먼저 배웠던 것 같습니다.
친구들과 음악다방 흉내를 내며 통기타 노래를 듣고 낡은 카세트테이프를 돌려 들으며 세상 모든 슬픔이 우리 것인 양 이야기하던 밤들.
사실은 별일도 아니었는데 그 시절 마음은 왜 그렇게 쉽게 아프고 쉽게 흔들렸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세월이 한참 흐른 지금도 《목마와 숙녀》라는 제목만 들으면 가슴 한쪽이 오래된 먼지처럼 조용히 흔들립니다.
아마 사람은 가장 많이 아팠던 시절의 감성을 끝내 버리지 못하고 살아가는 존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시절 우리는 가난했고 서툴렀지만 시 한 편에 울컥할 줄 알았고 누군가의 침묵까지도 괜히 이해하려 했던 참 뜨거운 마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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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프레소 의미
목마와 숙녀.. 그 추억을 더듬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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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5.20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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