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으로 가는 길
- 양희영
사람이 죽으면 꽃도 가구도 산 것이 아니제
죽은 사람 물건 알고는 안 가져가제
살아서 이웃에게 육친에게
나누시던
어머니
아들딸 밀고 당기던 초록 깃 빨간 양단이불
먼지난다고 야단치던 손사래도 실려갔다
아득히 빈 하늘 너머
흔들리는
웃음소리
ㅡ『한국 동서문학』(2018,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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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만에 만나 뵌 선배문우께서 그동안 겪은 죽음을 이야기하셨습니다
영안실에 안치되기 전에 아직 온기가 남아있는 고인의 얼굴을 쓰다듬으셨다네요
그리고 며칠 뒤에 집안 어른의 죽음도 마주하셨다시며 담배 한 대 피우셨지요
순서대로 떠나지 않는 게 우리네 삶입니다
그동안 창작이랍시고 간직했던 작품을 하나하나 폐기하고 계신대서 마음이 착잡해졌습니다
시인의 작품은 자식과도 같습니다
동시에 태어난 손가락도 길고 짧은 법인데.... 어느 자식이 더 곱고 밉고 하겠습니까?
지금 죽기보다 더 괴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몇몇 이름의 일생 또한 그렇지 않을까요?
지난 시간과 그 결과물을 되돌아보는 저녁시간에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마주해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