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사 / 성백군
아침에 해 뜨고 저녁에 해 지듯이
365일을
구름에 달 가듯이 보내며 왔는데
오늘 하루 남은 날이라고 무에 그리 대수일까마는
연호도 바뀌고 달력도 바뀌고
나이 한 살 더 보태고 넘어가야 한다기에
그동안 쓰다 남은 잡동사니들을
주섬주섬 집어 들고 셋방살이 나서는 기분
버리자니 아깝고 챙기자니 짐이 되고
이래저래 들은 정 끊지 못해서 서성였더니
당신이 올 한 해 동안 내게 한 일이 무엇이냐며
그동안 무심히 흘려보낸 시간이
때늦게 날 세우며 앙갚음을 하려 더네요
이제는 제가 정리해야 하겠다고
나더러 작두질하라 하네요
어차피 같이 가지도 잡지도 못할 바에야
선심이나 쓰자고 짐을 잔뜩 실어 줬더니만
꼬부랑 할머니 먼 산언덕 넘어가듯
가뭇가뭇 한 해가 어둠 속으로 사라지네요
그때야
짐을 다 비워버려 가벼움을 알아버린 내 마음이
어쩌나 미안하고 무색하고 안쓰러운지
넙죽이 절을 하며 용서를 빕니다
부디, 잘 가시라고 그리고 내년에는
짐을 들어드리겠다고 다짐하면서
98 - 12292005
첫댓글 부디, 잘 가시라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