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VP - 오노사토]
지금 미국 메이져리그 MVP를 예약한 야구선수는 오노사토와 같은 오씨, 오타니입니다. 얼마 전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50홈런-50도루를 달성했죠. 그가 치는 홈런, 그가 뛰는 도루, 모든 건 아무도 밟아보지 않은 영역입니다.
오노사토도 스모의 역사에서 새로운 기록을 달성하고 있습니다. 대학 요코츠나 출신으로 작년 5월 프로로 전향했고, 불과 5바쇼 만에 두 번째 유쇼를 이루어냅니다. 90승29패, 그리고 이번 두 개의 상(기능, 감투)을 포함해 최단기 삼상 중 8개 상을 획득하죠. 불행히도 당분간 (어쩌면 아주 오랫 동안) 상은 더 받지 못할 듯 합니다. 최단기 오제키 승급이 예약되어 있기에..
대신 이곳에서 상을 수여하기로 합니다.
[수훈상 - 와카다카가케]
이미 받은 상을 왜 또 주냐고요? 삼상의 수훈상(슈쿤쇼)은 대개 요코츠나를 물리친 선수 중에서 수상하는데 이번 바쇼는 요코츠나도 없고, 오제키도 션챦다보니 전승의 세키와케를 누른 와카에게 수여됐지요.
이곳의 수훈상은 다 식어가던 준우승 맞추기 열기를 다시 불질러준 와카의 공적이 너무 커서, 그에게 수훈상을 수여하는 겁니다.
[유레카 상 - 오호]
유레카 상은 어느 순간, 어떤 계기인지 모르지만 짠!하고 깨달아 확 달라진 리키시에게 수여합니다. 오호는 항상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으로 팬들을 안타깝게 했었죠. 항상 문제는 잘 밀다가 뒤로 물러나며 당기는 기술. 하타키코미(꼬꾸라트리기)가 통하면 되는데, 대부분 상대에게 그대로 주욱 밀려버리는, 응원하던 팬들의 염장을 질러버리는 동작이 되고 말았죠.
그런데 이번 바쇼에서 그걸 깨달은 듯 합니다. 자신의 밀기가 통한다는 사실을. 고토자쿠라의 경기가 시작이었습니다. 그 시합부터 그는 스스로 물러나는 동작을 멈춥니다. 그리고 그 효과는 엄청났습니다.
결과적으로 이번 바쇼에서 그는 오제키 3명, 세키와케 2명을 모두 물리칩니다. 삼역 진출까지 바라볼 수 있는.
[지킬과 하이드 상 - 호쇼류]
호쇼류는 그냥 지킬과 하이드입니다. 얼굴부터.. 어떤 땐 정말 뒤통수 한 대 갈기고싶은 표정, 그리고 어느 순간엔 정말 천진난만한 아이 같은 표정이죠. 스모는 더 불가사의 합니다. 꼭 이길, 이겨야 하는 경기는 택도 없이 지면서, 과연 이길 수 있을까? 하는 경기에서는 최고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매번 강력한 유쇼 후보이면서 벌써 4바쇼째 첫 경기를 져버립니다.
패배를 가장 싫어하면서 승리를 가장 즐기는 리키시.. 패배하고 인사도 대충 하고 내려가다 다시 불려 올라와서, 두 배로 인사를 하는 수모를 겪는가 하면, 승리한 경기에선 꼭 복도에 설치된 NHK모니터에 서서 자기가 얼마나 멋있게 이겼나를 리플레이로 확인하고서야 퇴근하는 자아과잉 캐릭터.
[위기일발 상 - 아타미 후지]
쇼나노우미와 아타미후지의 대결.. 교지 군바이는 아타미를 지적합니다. 그런데 쇼난노우미의 안색이 바뀝니다. ‘내가 봤는데요..? 쟤 발가락.’ 정말 리플레이에 보면 쇼난노우미는 넘어지는 순간 한 쪽만 응시하고 있었습니다. 곧 모노이이가 소환됩니다.
자신만만한 쇼나노우미, 불안한 표정의 아타미. 리플레이는 계속 아타미의 엄지발가락을 확대합니다. 아타미가 의식적으로 발가락을 움츠리지만 그의 발은 계속 도효 밖 모래로 접근합니다. 발가락과 모래 사이에 비치는 빛이 사라지면 모래에 닿는 거지만.. 그곳에는 끝까지 희미한 빛이 새어납니다. 깻닢 한 장. 머리카락 한 올이 겨우 지나갈 틈이 있음을 증언하는 한 줄기 빛.
휴~ 안도하는 아타미의 표정이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습니다.
[시몬스 상 - 도비자루]
승리할 때보다 패배를 즐기는 듯한 리키시가 도비자루입니다. 그는 관중석에 날아간 순간을 팬과의 소통의 장으로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관성에 의해 관객석에 들어가면 대개 동네 한 바퀴 도는 듯한 페이스로 걸어옵니다. 센슈락 경기처럼 좀 더 드라마틱하게 나가 떨어지면.. 그곳이 시몬스 침대인 양 편안하게 누워 옆의 팬과 담소를 나눕니다.
‘이번 바쇼 어떠셨나요? 제가 이번에는 좀 부족했죠?’
승리 후엔 근엄하지만, 패배 후엔 항상 환한 모습입니다.
모든 수상자에게 메달을 증정합니다.
첫댓글 와아... 기발합니다...! 상도 기발하고 각 리키시별 평가도 기발하고..!
흔들리지 않게 편안한, 관중석의 도비자루는 당연히 시몬스 상을 받아야 정상이구말구요...!
위기일발 상의 아타미후지.. 그 발가락 밑 깻잎 한장의 지름 같은 한줄기 빛, 끝까지 사라지지 않는 그 빛을 보며 얼마나 안심이 되던지요...!
(모노이이 손을 든 심판은 그 정면의 원 고토쇼기쿠였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