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을 팔고 레버리지를 사는’… 두 가지 선택이 있는 도박장이 된 한국 증권시장 / 6월 30일(화) / 중앙일보 일본어판
29일, 서울의 하나은행 딜링룸 모니터에 KOSPI와 KOSDAQ의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사진 연합 뉴스]
취업 활동 중인 학생 소 씨(30)는 SK하이닉스의 레버리지 상품에 투자해 23일에 큰 손실을 냈다. ‘폭락은 기회다’라는 생각으로 집에 있던 돈을 팔아 같은 상품을 또 사들였다. 소 씨는 “계속 주식 차트를 보고 있어서 인생이 주체가 뒤바뀐 느낌이다”라면서도 “가만히 있으면 폭락하지 않을까 두렵다”고 말했다. 최근 단기 매매에 열중하고 있는 직장인 이 씨(29)는 “장기 투자가 정답이라는 것은 알지만, 변동성이 너무 커서 기다리는 동안의 기회비용이 크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급락 시장을 방관하기보다 자주 매매해 하루에 식비만 벌기로 결심했기 때문에 마음이 꽤 편하다”고 말했다.
한국 종합주가지수(KOSPI)가 하루에 5~10%씩 등락하는 시장이 지속되면서, 변동성을 이용한 단기 매매가 마치 유행처럼 확산되고 있다. 지난 주만에 KOSPI 시장에서 서킷 브레이커가 두 번 발동될 정도로 공포심리가 커지면서, 불확실한 미래를 견디는 ‘용기’가 감소한 영향이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앞면인지 뒷면인지를 맞추는 게임 같다’, ‘국가가 공인한 도박장이 아닌가’라는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투자 통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26일에 진행된 “KODEX SK 하이닉스 단일 종목 레버리지”의 회전율은 108%를 기록했다. 하루에 상품 전체가 한 번 이상 소유자가 교체된다는 의미다. 하락에 베팅하는 인버스 상품 교체는 더욱 심각했다. 같은 날 ‘SOL SK 하이닉스 선물 단일 종목 인버스 2X’의 회전율은 1261%에 달했다. 하루에 전체 수량이 12회 이상 거래되었다는 뜻이다. 레버리지 상장 투자신탁(ETF)이 사실상 하루 단위로 방향성을 맞추는 게임 수단으로 활용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단기 매매가 주가 변동성을 더욱 확대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KOSPI의 변동성이 커지면 투자자들은 단기 매매가 유리하다고 판단해, 짧은 시간에 ‘한 번에’를 노리는 레버리지 상품에 몰리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를 대상으로 한 단기 매매 집중이 특히 심각하다. 레버리지 상품의 수급이 기초 자산인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주가를 흔들고, 더 나아가 KOSPI 전체의 변동성으로 확대되는 본말전도적인 시장이 명확하다.
29일 KOSPI는 전 영업일 대비 0.2% 하락한 8,394.65에 거래를 마감했다. 그날 KOSPI 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는 7조 7560억 원에 해당하는 금액을 매도했다. 2월 27일에 기록한 7조 812억 원을 넘어선 사상 최대 매도 규모다. 이에 반해 개인 투자자는 4조 5,971억 원, 기관 투자자는 2조 9,325억 원을 순매수해 지수를 지탱했다. 한국형 공포지 수라고 불리는 KOSPI200 변동성 지수(VKOSPI)는 4.56% 상승한 96.94를 기록하며, 종가 기준으로 사상 최고치를 갱신했다.
한편, 제도권 밖에서는 KOSPI에 최대 150배까지 베팅하는 초고위험 상품도 등장했다. 세계 최대 암호자산 거래소인 바이낸스는 26일 KOSPI에 150배 투자할 수 있는 선물 상품을 상장했다. KOSPI가 0.66% 하락하는 것만으로도 투자금 전액을 잃을 수 있는 구조다. 출시 직후 1조 원을 넘는 자금이 모였지만, 증권업계는 이들이 상당수 한국 투자자라고 추정한다. 바이낸스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각각 50배씩 투자할 수 있는 상품도 상장돼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의 이효섭 선임 연구위원은 “변동성 시장에서 단기 매매를 하여 방향을 놓치면 하루 만에 투자금의 대부분을 잃을 위험이 있으며, 횡보하더라도 마이너스 복리 효과 때문에 손실 가능성이 크다”고 투자자에게 주의를 촉구했다. 이어 “형식적으로 진행되는 레버리지 투자자 교육을 강화하고, 실제 투자 성향이 ‘고위험’이 아니더라도 스스로 고위험으로 체크하는 것을 방지하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