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에 대한 詩
아내의 얼굴 / 李 誠
아름다운 금잔화꽃밭을
무거운 수레가 깊은
자국을 남기며 지나갔다
아내 / 윤수천
아내는 거울 앞에 앉을때마다
억울하다며 나를 돌아다본다
아무개 집안에 시집 와서
늘은 거라고는 밭고랑 같은 주름살과
하얀 머리카락뿐이라고 한다
아내의 말은 하나도 틀리지 않는다
모두가 올바르다
나는 그럴 때마다
아내를 똑바로 쳐다볼 수가 없다
슬그머니 돌아앉아 신문을 뒤적인다
내 등에는
아내의 눈딱지가 껌처럼
달라붙어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안다
잠시 후면
아내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발딱 일어나
종종걸음으로 집안 구석구석을
환하도록 문지르고 닦아
윤을 반짝반짝 내놓을 것이라는 사실을
아내에게 / 유용주
90밀리 못 하나가
무게 1톤을 감당한다고 하는데
75킬로그램 내 한 몸이 지탱하는
생의 하중은 얼마나 될까
얼마나 무겁게 이끌고 왔는지
하찮은 내 무게에 늘 삐그덕 삐그덕댔지
타이어가 뭉개지도록 가득 실은 모래와 자갈,
그 위에 시멘트를 얹고
길은 어둡고 날은 사납다
.........
오오 아내여
뒤를 미는 아내여
아내 / 공광규
아내를 들어올리는데
마른 풀단처럼 가볍다
두 마리 짐승이 몸을 찢고 나와
꿰맨 적이 있고
또 한 마리 수컷인 내가
여기저기 사냥터로 끌고 다녔다
먹이를 구하다
지치고 병든 암사자를 업고
병원을 뛰는데
누가 속을 파먹었는지
헌 가죽부대처럼 가볍다.
무량사 한 채 / 공광규
오랜만에 아내를 안으려는데
‘나 얼마만큼 사랑해’라고 묻습니다
마른 명태처럼 늙어가는 아내가
신혼 첫날처럼 얘기하는 것이 어처구니없어
나도 어처구니없게 그냥
‘무량한 만큼’이라고 대답을 하였습니다
무량이라니!
그날 이후 뼈와 살로 지은 낡은 무량사 한 채
주방에서 요리하고
화장실서 청소하고
거실에서 티비를 봅니다
내가 술 먹고 늦게 들어온 날은
목탁처럼 큰소리를 치다가도
아이들이 공부 잘 하고 들어온 날은
맑은 풍경소리를 냅니다
나름대로 침대 위가 훈훈한 밤에는
대웅전 나무문살 꽃무늬단청 스치는 바람소리를 냅니다
아내 / 박제영
다림질 하던 아내가 이야기 하나 해주겠단다.
부부가 있었어요.
아내가 사고로 눈이 멀었는데, 남편이 그러더래요.
언제까지 내가 당신을 돌봐줄 수는 없을 테니까
이제 당신 혼자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아내는 섭섭하면서도 당연하다고 생각했고
혼자 시장도 가고 버스도 타고
제법 불편함 없이 지낼 수 있게 되었는데,
그렇게 1년이 지난 어느 날 버스를 탔는데
마침 청취자 사연을 읽어주는 라디오 방송이 나오더래요.
남편의 지극한 사랑에 관한 이야기였는데
아내가 혼잣말로 그랬대요.
저 여자 참 부럽다.
그랬더니 버스 기사가 그러는 거예요.
아주머니도 참 뭐가 부러워요.
아주머니 남편이 더 대단하지.
하루도 안거르고 아주머니 뒤만 졸졸 따라다니는구만.
아내의 뒷자리에 글쎄 남편이 앉아 있었던 거지요.
기운내요
. 여보.
이럴 때 오히려 당당하게 보여야 해요.
실업자 남편의 어깨를 빳빳이 다려주는 아내가 있다.
영하의 겨울 아침이 따뜻하다.
잠자는 아내를 보며 / 박재삼
깨어 있을 때는
그리 일이 많던 아내가
잠에 골아 떨어지고 보면
세상천지는 내 몰라라
숨쉬는 소리만이
새록새록 들리는데,
이렇게 늘 가까이서
살을 대고 산 것이
벌써 30년이 되었구나.
이 인연을 어찌하고
각각 이승을 뜨고
억울하게 땅 밑에 묻히는
숱한 세월을 생각하면
그 虛無를 어쩔거나.
아내와 다툰 날 밤 / 복효근
새로 얻은 전셋집 마당엔
편지 대신 들꽃씨가 자주 날아와 앉았지
봄 내내 우린
싸움닭처럼 다투었고 그런 날이면
마당귀 가득 달맞이꽃이 피었지
전세값이 삼백이나 더 오른 날 밤도
달은 뜨고 달맞이꽃은 피었지
하많은 날 수많은 꽃들이 피었다 져도
세상은 아직 그렇게 아름다워지지 않았으므로
밤이 되어
어둠이 세상을 온통 지워버려도
지워지지 않는 아픔과 그 아픔으로
깨어있는 들꽃 같은 우리네 소망
그리고 아직은
가슴 가득 정정한 그리움도 있어
별이 어두울수록 빛나듯
달 없는 밤에도 꽃은 피는지
우리 긴긴 싸움의 나날
아내여, 귀 기울여봐
온갖 것 다 놓아버리고 싶은 밤이면
어둠 가득한 마당귀에
귀 기울여 들어봐
아아, 달맞이꽃 터지는 소리 들어봐
내 아내 / 서정주
나 바람 나지 말라고
아내가 새벽마다 장독대에 떠 놓은
삼천 사발의 냉숫물
내 남루(襤褸)와 피리 옆에서
삼천 사발의 냉수 냄새로
항시 숨쉬는 그 숨결 소리
그녀 먼저 숨을 거둬 떠날 때에는
그 숨결 달래서 내 피리에 담아
내 먼저 하늘로 올라가는 날이면
내 숨은 그녀 빈 사발에 담을까
아내와 나 사이 / 이생진
아내는 76이고
나는 80입니다
지금은 아침저녁으로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어가지만 속으로 다투기도 많이 다툰 사이입니다
요즘은 망각을 경쟁하듯 합니다
나는 창문을 열러 갔다가
창문 앞에 우두커니 서 있고
아내는 냉장고 문을 열고서 우두커니 서 있습니다
누구 기억이 일찍 돌아오나 기다리는 것입니다
그러나 기억은 서서히 우리 둘을 떠나고
마지막에는 내가 그의 남편인 줄 모르고
그가 내 아내인 줄 모르는 날도 올 것입니다
서로 모르는 사이가
서로 알아가며 살다가
다시 모르는 사이로 돌아가는 세월
그것을 무어라고 하겠습니까
인생?
철학?
종교?
우린 너무 먼 데서 살았습니다
아내의 꽃 / 김경진
꽃들은 얼굴을 마주볼 때 아름답다
술패랭이꽃이 핀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아내의 얼굴에 핀 기미꽃을 본다
햇볕의 직사포를 피하기 위해
푹 눌러쓴 모자에도 아랑곳없이
자꾸 얼굴에 번져가는 아내의 꽃,
사시사철 햇볕이 없을 수 없듯 피할 수 없이
아내의 얼굴엔 피어난 꽃이 늘어간다
아내는 몸 꼭대기에 꽃밭을 이고 다니는 것이다
기미꽃, 죽은깨꽃, 주름꽃
다양한 아내의 꽃밭에서 그래도 볼 위에
살짝 얹어진 웃음꽃이 가끔씩 위안으로 피어난다
술패랭이꽃들이 몸을 부비는 산책로를 걸으며
나는 아내의 손바닥에 글씨를 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이 항상 내 곁에 있다고
내외 / 윤성학
결혼 전 내 여자와 산에 오른 적이 있다
조붓한 산길을 오붓이 오르다가
그녀가 나를 보채기 시작했는데
산길에서 만난 요의(尿意)는
아무래도 남자보다는 여자에게 가혹한 모양이었다
결국 내가 이끄는 대로 산길을 벗어나
숲 속으로 따라 들어왔다
어딘가 자신을 가릴 곳을 찾다가
적당한 바위틈을 찾아 몸을 숨겼다
나를 바위 뒤편에 세워둔 채
거기 있어 이리 오면 안돼
아니 너무 멀리 가지 말고
안돼 딱 거기 서서 누가 오나 봐봐
너무 멀지도
너무 가깝지도 않은 곳에 서서
그녀가 감추고 싶은 곳을 나는 들여다보고 싶고
그녀는 보여줄 수 없으면서도
아예 멀리 가는 것을 바라지는 않고
그 거리, 1cm도 멀어지거나 가까워지지 않는
그 간극 바위를 사이에 두고
세상의 안팎이 시원하게 내통(內通)하기 적당한 거리
아내의 젖을 보다 / 이승하
나이 쉰이 되어 볼품없이 된
아내의 두 젖가슴이
아버지 어머니 나란히 모신 무덤 같다
유방암이란다
두 아이 모유로 키웠고
내가 아기인 양 빨기도 했던
아내의 젖가슴을 이제
메스로 도려내야 한다
나이 쉰이 다 되어 그대
관계를 도려내고
기억을 도려내고
그 숱한 인연을 도려내듯이
암이 찾아왔으니 암담하다
젖가슴 없이 살아야 할 세월의 길이를
생명자가 있어 잴 수가 있나
거듭되는 항암 치료로 입덧할 때처럼
토하고 또 토하는 아내여
그대 몇 십 년 동안 내 앞에서
무덤 보이며 살아왔구나
두 자식에게 무덤 물리며 살아왔구나
항암 치료로 대머리가 되니
저 머리야말로 둥그런 무덤 같다
벌초할 필요가 없다
조부 무덤 앞 비석이
발기된 내 성기 닮았다
천상의 향기 /조성권
밤늦도록
친구와 술 마시고 놀다가
마당에 들어서면
방안에는 항상 불이 켜져
어서 오라고
반갑게 달려오는
밝은 미소가 떠나지 않는 당신
세상 가득 늘어선
스치는 바람처럼
언제 보아도
당신은 꽃처럼 향기로운 여자
흐릿한 나를 보아도
어느 것 하나 꼬집어
마음 아프게 하지 않는 당신
당신은
늘 숨겨진 계곡물처럼
맑고 순수한 영혼이 넘쳐흐르지요.
사는 것이 고단해도
나의 빈자리에
그리움이 되어주는 당신
당신의 미소는
새벽 호숫가의 연꽃처럼
잔잔하고 고요한 향기가 나지요
만약에 당신 없이
나, 술 취해 비틀거리면
누가 나와서
마루에 불 밝혀 놓고 부축해 주지
텅 빈 방에 홀로 누워
한없이 고독이 밀려들면
나, 어떻게 그 외로움 달래며 살지
늘 내 곁을 지키며
지루한 삶도
감사할 줄 아는 당신
미소가 아름다운 당신
내가 당신을 한시도 잊을 수 없고
당신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나의 아내 / 문정희
나에게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봄날 환한 웃음으로 피어난
꽃 같은 아내
꼭 껴안고 자고 나면
나의 씨를 제 몸 속에 키워
자식을 낳아주는 아내
내가 돈을 벌어다 주면
밥을 지어주고
밖에서 일할 때나 술을 마실 때
내 방을 치워놓고 기다리는 아내
또 시를 쓸 때나
소파에서 신문을 보고 있을 때면
살며시 차 한잔을 끓여다주는 아내
나 바람나지 말라고*
매일 나의 거울을 닦아주고
늘 서방님을 동경 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내 소유의 식민지
명분은 우리 집안의 해
나를 아버지로 할아버지로 만들어주고
내 성씨와 족보를 이어주는 아내
오래 전 밀림 속에 살았다는 한 동물처럼
이제 멸종되어간다는 소식도 들리지만
아직 절대 유용한 19세기의 발명품 같은**
오오, 나에게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 미당의 시
처의 바가지 / 고형렬
서울서 한 20년 잘 살아내더니 여편네가
어느날 갑자기 아주 멀리 가고 싶다고 한다
길이 돌로 된 독일은 안돼도 방콕이나 인도쯤
석양이나 초원을 보고 싶다고 투정이다
길바닥에 앉아 변을 누어도 괜찮다는 곳
사람들이 쳐다보지도 않고 내버려둔다는 곳
그러나 여편네는 왜 자신이 이러는지를
아무리 설명하려 해도 할 수 없다 불평이다
남편이 싫어서도 아이들이 싫어서도 아닌데
왠지 낯선 세상을 보고 싶다니 왠일일까
여편네가 엉뚱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혹시, 사는 재미가 싹 사라져버린 것 아닐까
아내의 브래지어 / 박영희
누구나 한번쯤
브래지어 호크 풀어보았겠지
그래, 사랑을 해본 놈이라면
풀었던 호크 채워도 봤겠지
하지만 그녀의 브래지어 빨아본 사람
몇이나 될까, 나 오늘 아침에
아내의 브래지어 빨면서 이런 생각해보았다
한 남자만을 위해
처지는 가슴 일으켜세우고자 애썼을
아내 생각하자니 왈칵,
눈물이 쏟아져나왔다
산다는 것은 이런 것일까
남자도 때로는 눈물로 아내의 슬픔을 빠는 것이다
이처럼 아내는 오직 나 하나만을 위해
동굴처럼 옹크리고 산 것을
그 시간 나는 어디에 있었는가
어떤 꿈을 꾸고 있었던가
반성하는 마음으로 나 오늘 아침에
피죤 두 방울 떨어뜨렸다
그렇게라도 향기 전하고 싶었던 것이다
아내에게 / 김지하
내가 뒤늦게
나무를 사랑하는 건
깨달아서가 아니다
외로워서다
외로움은 병
병은
병균을 보는 현미경
오해였다
내가 뒤늦게
당신을 사랑하는 건
외로워서가 아니다
깨달아서다.
아내의 등 / 하재영
어느 날부턴가 잠에서 깨면 아내는 등을 보이고 있다
내 바람을 눈치 챈 것은 아닐까
함께 이부자리 들어 신혼을 보낸 지 십년이 넘었어도
나 하나만 바라보고 살아온 숨결에
으레 내 쪽을 향해 잠을 자던 아내
거웃도 자란 자식들 키우며
눈가 주름 잡히도록 눈물 흘리며 인생살이 터득해 가는데
며칠 전 내 어느 애인이랑 바람이 지난 길 따라
오래 묵은 은행나무 푸른 그늘 아래서
나뭇잎 흔들리게 책장을 넘겼는데
그 때 그 바람 아내가 눈치 챈 것 아닐까
아니면 오래 전 산 넘고 강 건너
꽃길 펴 놓았으니 오라는 전갈 받고
자동차 몰고 찾아가 외박하며 끌어안은
꽃향기와 바람소리와 별
그 불륜이 아내의 귀에 들어간 것은 아닐까
어느 날부턴가 잠에서 깨면
아내는 등을 보이며 한 걸음 한 걸음 저쪽으로 가고
나는 아내를 자꾸 쫓아가며
아내의 등에 붙어 있는 검은 점도 새롭게 발견하고
등 돌린 아내
슬며시 나를 향해 돌아눕게 하는데
돌아눕는 사이 늘어난 새치도 눈에 띠고
화장하지 않은 이마 주름도 살아온 길처럼 보여
예전보다 더 아름다워지는 아내를
아내의 등 뒤에서 넓은 아내를 본다
아내의 종종걸음 / 고증식
진종일 치맛자락 날리는
그녀의 종종걸음을 보고 있노라면
집안 가득 반짝이는 햇살들이
공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푸른 몸 슬슬 물들기 시작하는
화단의 단풍나무 잎새 위로
이제 마흔줄 그녀의
언뜻언뜻 흔들리며 가는 눈빛,
숭숭 뼛속을 훑고가는 바람조차도
저 종종걸음에 나가떨어지는 걸 보면
방안 가득 들어선 푸른 하늘이
절대 공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제 발걸음이 햇살이고 하늘인 걸
종종거리는 그녀만 모르고 있다
아내의 생일 / 김두일
생일이라고 들뜬 아내에게 깜짝 선물을 하고 싶어,
아내가 며칠 전에 벗어
장롱 속에 감춰둔 속옷을 꺼내 빨았다.
얼마나 오래 입었는지 후크가 너덜
대는 브레이지어와 잔 구멍이 숭숭 뚫려
거미줄처럼 얇아진 팬티. 그토록
오래 잠자리를 같이 하면서도
아내가 저런 속옷을 입고 사는지 모르고 산
무딘 손이 비누를 벅벅 문질러댔다.
수돗물을 틀지 않았는데도 속옷이 젖고.
시장에서 악착같이 값을 깎던
아내의 힘이 저기 숭숭 뚫린 구멍을 지나
나온 것 같아 늑골이 묵직했다
자꾸 고관절이 아프다는 아내를 데리고 병원에 갔더니,
여기저기 사진을 찍어보던 의사는 골다공증이라며
구멍이 숭숭뚫린 아내의 뼈사진을 보여 주었다.
뼈에 뚫린 구멍들을 자세히 보니
사나운 이빨자국이 선명했다.
아들녀석이 한 입씩 베어문 흔적 옆에
승냥이보다 더 예리하게 뜯어낸
내 이빨자국이 무수하게 널려있었다.
깊은 밤에 마시고 버린 술병이
아내의 뼈속에서 파편처럼 박혀 신경을 누르고 있었다.
아마도 아내는 수렵의 시대를 지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모처럼 일찍 퇴근하는 날,
뼈에 좋다는 사골을 넉넉히 사고,
티비에서 광고해대던 속옷을 세트로 사들고
현관문을 열었다.
아내는 바늘을 쥐고 앉아 너덜너덜한
속옷 구멍을 빈틈없이 메우고 있었다.
속옷의 구멍이야 바늘로 깁지만
뼈에 난 구멍을 무엇으로 메우려는지.
한무더기 시간이
내 뼈속에서 휘파람을 불며 빠져나가는 오후.
뽀얗게 우러난 사골 국물 속에서
아내의 허벅지 뼈 한덩이를 건져올렸다.
'보기에 좋았더라' / 최병무
처음 만나던 날 발갛게 익은 당신의 볼과 단정한 모습이
어제처럼 선명한데, 아무래도 우리가 한바탕 꿈을 꾸었지 싶어.
그날 돌아오는 길에 코스모스는 유난히 상냥했었지
지금 다시는 오르지 못할 山을 추억하는 일.
당신은 늙지 않을 줄 알았는데
할머니의 시절이 왔다고 한다
함께 산 날이 많아졌다!
아직도 나는 당신이 그리워.
늙어가는 우리가 아름다워.
살아있는 것들은 열매를 위하여 소멸을 준비하는 것,
뽐내기 위하여 꽃은 피지 않았다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
우리끼리 '보기에 좋았더라'
꿈 이야기, 아내에게 / 최병무
- 이른 아침 나는 윤회의 꿈을 꾸었다
영혼여행이 시작되는 설계가 이루어지면
과제를 실어나른다 지금 우리 그룹은
역할을 새로 맡았다
미리 배역을 정하고 집을 만든다
진화를 꿈꾸는 동안
선사시대에 살기도 했을 우리가
지금 밀접한 부부의 실험을 한다
동행하는 안내자이자 한때는 오누이였다가
아들과 딸이였다가 어머니였다가 서로를
가장 잘 아는 우리가 이렇게 자리를
바꾼다 윤회는 과학이다
존재하지 않은 적이 없었던 우리가
지금 이 별에 머물고 있다
소꿉장난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
옮겨온 글
<출처 - 연호마을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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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아내..
항상 존중하고
따뜻한 말한마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