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료주의 병폐가 나라를 망친다
미래경영연구소
소장 황 장 수
1. 증세논란을 둘러싸고 온 나라가 며칠간 시끄러웠다.
경제부총리와 청와대 경제수석이 주도한 복지 및 대선공약 예산을 마련하기 위한 세제개혁안은 여론과 중산층, 서민의 거대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다행히 어제 대통령의 원점서 재검토 발언으로 조속히 진화되었으니 망정이지 하마터면 촛불에 목마른 세력에게 기름을 부어주는 격이 될뻔했다.
2. 이번 사태의 전말은 전적으로 서민 중산층 민심과 완전히 괴리된 채 하늘에 떠 있는 한국의 엘리트(?) 관료들이 책상머리에서 몇 달간 설계한 도상플랜이 낳은 파국이다.
조원숙 경제수석은 프랑스 제정의 전성시대인 루이 14세 때의 콜베르를 꿈꾸고 『고통 없이 거위의 털을 뽑듯이』라는 말을 했는지 모르지만 그는 이 말 한마디로 사실상 단두대에 오른 지경이 되었다.
그의 말은 프랑스 혁명 전 루이 16세의 사치스런 왕비 『마리 앙뜨와네트』가 먹을게 없이 배가 고프다는 굶주린 농부의 말에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어라』고 한 것만큼 황당한 표현이다.
프랑스의 명 재상 콜베르가 되고 싶었던 그는 민심을 자극하는 이 한마디로 마리 앙뜨와네트의 처지가 되어버렸다.
3. 한국의 엘리트 핵심 관료들은 언제부터 귀족계층이 되어버렸을까?
어제(12일자) 조선일보는 『관료집단은 대통령의 자산인가? 부담인가?』라는 칼럼을 실었다.
현 정부 들어 관료들에게 전문성과 경력을 중시해 힘이 실리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청와대 수석 장차관, 공공기관, 공기업 대부분은 관료들이 회전문처럼 차고 들어가 장악해가고 있다.
과거 정권에서 『낙하산』으로 내려온 『전문성 없는』 정치인, 권력 주변인들에 대한 원성이 높다 보니 상대적으로 『전문성』과 『경력, 스펙』을 중시하는 현 정부에서 이들의 약진은 이례적으로 두드러진다.
일부 부처는 백 수십 개나 되는 산하기관의 대부분을 자기부처 고위 관료 출신들에게 회전문으로 상납하고 있고 부처를 떠난 지 10년째 되는 전직 고위관료들이 원부처 산하기관, 유관기관들을 아직도 맴돌고 있다. 최근 공공기관의 고위 임원 임명에 대통령이나 정치권이 관여하지 않으니 이들 폐쇄적 관료 집단들이 공공부문 인사를 장악해 가고 있다.
4. 현재 한국의 관료들은 60, 70년대 성장 시기의 애국적, 헌신적 엘리트 관료들과는 차원이 다른 기득권 층이 되어버렸다.
상기 신문칼럼은 너무 힘만 센 관료조직이 이젠 『이익단체나 동업자 모임』으로 전락했고 이들은 막대한 예산과 조직을 주무르며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
원전마피아에 못지않은 『OO부 마피아』들이 곳곳에 득세하고 있다.
이들에게서 이미 박봉에 시달리면서도 국가에 대한 헌신의 열정과 사명감으로 뭉쳐진 이상적인 관료들의 모습은 찾기 어렵다.
이들은 고시공부에 대한 대가, 혼맥, 출세 줄대기, 예산과 인사의 대가, 권력의 달콤함, 교언영색한 교제와 처신의 효과, 조직 장악 등에 대해 이미 『처세술의 달인』이 되어버렸다.
관료사회에서 출세를 위한 매뉴얼은 스테레오 타입화 되어 욕망에 가득 찬 고시통과 신임 사무관에게 대대로 전해진다. 이미 스스로 상류층이 되어버린 이들 고위 관료집단의 일상적, 습관적 언행이 이번 증세논란을 불러왔다.
몇 달 전 나는 최고 권력자와 관료 관계를 목동과 양에 빗대 언급한 적이 있다.
위에서 목동이 양을 내려다보면 모두 『순하고 착한 양』이지만 뒤집어 놓고 보면 이면은 『배가 터지고 지저분한 양』이라고 언급했다. 위로는 기고 밑으로 군림하여 배를 채우는 관료의 이중성을 임기 5년의 시한부 정치권력이 뛰어 넘기가 쉽지 않음을 경계한 글이 있다.
5. 최근 국세청의 전현직 책임자들이 부패 재벌과 벌인 『돈 먹고 세금 깎아주기』 행태는 이런 구조화된 관료주의의 병폐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대민 접촉이 잦은 하급 공무원 사회에서 부패는 과거보다 현저히 줄었다.
그러나 이제 부패가 고위 관료사회에서 보편화 되어가고 있고 이는 관료집단들의 『특권층화』 현상을 도래시켰다.
고위 관료 상당수가 자신들의 봉급으로는 도저히 이룰 수 없는 부와 사치를 누리고 있다. 고위 관료들의 평균 자산액을 보면 상당수가 정상적 월급과 소득으로 이룰 수 없는 재산규모다.
이번의 복지예산, 대선공약 이행 세수부족도 다른 한편으로 보면 도둑고양이에게 세금을 맡겼기에 국고로 돌아와야 될 세금이 세어나가고 결국 세리 수장들의 배만 불려주는 꼴이 되어버렸다.
국세청 최고위직들이 세금을 제 호주머니에 든 공깃돌처럼 주무르는 마당에 어찌 세수가 제대로 국고에 들어올 수 있겠는가?
사실 증세 방안에 머리를 짜내는 것보다 부패한 세무관료 체계의 청산이 더욱 중요할 지 모른다.
6. 대통령은 사정기관의 정화와 탈세, 지하경제 청산, 원전비리 및 구조적 부패의 청산을 외치지만 정교하게 한국 관료 집단의 조직적인 저항을 분쇄하지 않으면 결국 머지않아 『보이지 않은 적』과 싸우는 무력함에 빠지게 될 수 있다.
이른 극복하기 위해서는 관료집단을 바라보는 시각이 드라이하고 냉정해져야 한다. 또 관료사회의 부패에 대해 싱가폴의 이광요, 대만의 장개석과 같은 일벌백계적인 숙청을 해야 한다.
Technocrat가 아니라 Plutocrat가 되어 버린 한국의 관료집단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이들을 바라보는 시각교정이 우선되어야 한다.
기득권 마피아가 되어버린 관료집단을 헌신짝처럼 버려야 박근혜 정부가 산다!
관료마피아에 대응할 수 있는 개혁주도 세력의 등장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