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류장에서..지나가는 버스들을 유심히 쳐다보며 뭘 타야하나..
10분이 지나고도 결정을 못 내리고 있는데..
그러다 그냥 어느, 아니 205번 버스에 올랐다..
청량리는 지나갈테니 여차하면 내려서 맘 편한 전철로 바꿔타면 되겠지..
근데..청량리에서 내리질 못했다..머뭇머뭇하는 새에 지나버렸다..
등신..
할수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노선도가 그려진 표를 한참이나 들여다보았다..
혜화로타리..창경궁..그리고..
젠장..그사람 생각나버렸다..그럼에도 바로 저장한다 205번 창경궁..
다행히 안내방송으로 신설동전철역 나오길래 얼른 내렸다..
전철로 바꿔 타고..
종로3가에서 사람들이 우루루 내리는 것을 따라 내렸다..종각에서 내려야했나, 걱정하면서..
그리고..단성사와 피카디리가 없어진 것을 확인후 서울극장을 찾기위해 걷기 시작..
주말도 아닌데 북적대는 사람들에 놀라고 이골목 저골목 기웃거리며 한참을 걸으니 웬 영풍문고?..다리 아프고 무엇보다 바람때문에 얼굴이 시리고 콧물이 났다..그러다 교보문고..그리곤 광화문..
닭장차들이 쫘-악 늘어서있고 방패를 든 검은옷의 사내들이 수십명..
그 동네 건물에 일하는 사람들은 익숙한듯 쳐다도 안보고 제 갈길 가고 나는 괜히 눈마주치면 민망할까봐 발끝만 보며 전철역으로..
5호선..광흥창역 가기 딱 좋다..공덕역에서 6호선으로 갈아타면 된다..
갈까말까 또 고민하다가..
역내로 들어오니 몸 녹으며 콧물이 더 심해진다..구두굽땜에 걷는것도 힘들고..안되겠다..
그냥 회사근처서 커피나 한잔 하고 출근해야겠다, 맘 정하고..
서울역..서울역 왼편 2층에 드물게 커피숍이 하나 있는데 분위기 그저그렇고 커피맛도 별론데 커피값은 3,4천원..아깝단 생각이 든다..
바로 출근해버리고..7시..
회사언니에게 얘기하니 진짜 길눈 어둡구나, 아니 아예 길을 모르는구나, 하신다..
난 서울서 나서 서울서 자라 서울서만 살았다..것두 주로 강동 강북서만 살아 종로를 수백번은 다녔을텐데 벌써 몇번째인지..종로에서 또 길을 잃다니..
종로서적서 보자, 하면 종로3가야?종각야? 묻곤, 바로 몇번출구야?..
금강제화 앞에 있어, 하면 종로서적 등지고 섰을때 왼쪽야?오른쪽야? 묻곤, 한번도 안꺽고 직진맞어?..
중학교때 코아아트홀에서 '쉘부르의 우산'이랑 '금지된장난'을 봤는데..
지금까지도 코아아트홀을 못 찾는다..
더 기막힌 건, 거기서 집가는 버스정류장도 못 찾는다는..
좋아하는 몇 안되는 동네중 하나인 인사동도 갈때마다 못 찾고 헤매다 돌아온다..
그 지역 지도를 하나 구해볼까, 했지만 내가 지도보고 행여나 길 찾겠다 싶고..
괜히 잠 못자고 시간낭비 차비낭비만 했다..
그리고..내가 정말 바보가 아닐까 싶은 의구심만 더해졌다..
길치, 방향치인 사람들 의외로 많지만 주위말들처럼 난 좀 심하지않나..
어디 모자른걸까..모자른데가 한두군데가 아닌것을 어찌 길도 못찾나..
어쨌든 얻은 것도 하나있다..
205번 타면 창경궁 갈 수 있다는..
한번 가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