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성마을엔 염소불고기, 동래에는 파전… 먹거리 천국
[조선일보] 금정산 속의 산성마을에는 100개가 넘는 음식점이 영업 중이다. 마을 곳곳에 흩어져 있는 이들 음식점 모두가 염소불고기를 차려낸다. 하지만 그 분위기는 '100업소 100색'이다. 1년 사철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범어사에 인접한 상마마을과 하마마을 40여호도 음식점이다. 금정산 동남자락 동래구의 지명 '동래'는 '동래파전'이라는 음식이름의 접두어가 되어 있다. 실제로 그 이름에 걸맞은 가업 4대의 파전집도 있다. 동래온천, 금강공원, 충렬사 등을 중심으로 한 관광지답게 모범음식점만도 67개소나 지정되어 있는 먹거리 천국이기도 하다. 동래구에서 북구로 넘어가는 제1만덕터널 쪽 금정마을은 오리고기집 26개 업소가 모여 있는 오리마을이다. 12개나 되는 이름 높은 온천탕이 밀집해 있는 온천 1동 금강로 주변에는 갈비골목과 꼼장어골목도 있다.
◆◇산성마을 ◇◆
유대감집(051-517-4004)
금정산성 축조 연대인 조선조 숙종 때(1703년) 동래별감(무관)을 지낸 유(劉)씨 할아버지 집안에서 운영하는 염소불고기집. 8대손 유청길씨는 1978년 대통령령에 의한 민속주 제1호로 지정된 술 금정산성토산주(속칭 산성막걸리) 제조업체를 맡아 운영하고, 식당은 부인 진현주씨가 꾸리고 있다. 2층 건물인 식당 아래층은 정남향의 방으로 파리봉(까치봉)의 뾰족한 아름다운 봉우리가 한눈에 들어오는 명당터다. 염소불고기 1인분 400g 2만5000원. 오리불고기 오리소금구이 오리백숙닭백숙 닭볶음 각 2만5000원. 100명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규모에 승용차 30대 주차가 가능하다.
천하대장군(051-517-8338) 지하철 2호선 화명역이 있는 북구 화명동에서 산성마을로 올라오는 마을버스 종점 위쪽의 대형식당. 주차공간이 넓다.
장가네산장(051-517-1447) 금성동 새마을 금고 앞쪽 동문입구에 있는 집으로 족구장 시설(2면)이 잘 되어 있어 단체객들이 많이 이용한다.
토지산장(051-517-5595) 넓은 정원에 펼쳐 놓은 평상에 앉아 염소불고기에 산성막걸리 한잔을 걸치면 신선이 된 기분을 느낀다는 집.
대성집 대성농장(051-517-0120) 숙박업소가 없는 산성마을에서 하산 후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고 넓은 마당에서 캠프파이어를 즐길 수 있는 집. 까치봉이 이마를 칠 듯한 곳에 위치한 이 농장을 찾는 부산의 골수 산꾼들은 취사시설이 되어 있는 이곳을 금정산 캠프로 이용하고 있다. 염소불고기는 여느 집과 다름없이 기본이고 닭고기 오리고기도 차려낸다.
◆◇ 범어사 주변 ◇◆
미방(051-508-3222) 범어사 주변 상마마을에 있는 명소. 작은 규모의 식당이지만 일본 관광객들도 즐겨 찾는 집으로 알려져 있다. 3인이 먹을 수 있는 분량으로 차려내는 닭찜이 2만9000원이고 닭한방백숙 3만7000원, 오리한방백숙이 3만9000원이다. 된장 맛이 좋기로 소문이 나 있다.
봉추식육식당(051-508-3938) 영농후계자가 직영하는 고기집. 주변경관이 좋다. 승합차로 교통편의를 제공해 준다.
범어사육각정(051-508-6406) 범어사 입구에 있는 집으로 범어사 관광 후 만남의 장소로 많이 이용한다. 파전 도토리묵 각 7000원. 낙엽 쌓인 계곡에 펼쳐 놓은 평상에 앉아 동동주(6000원) 한잔으로 여정을 즐기는 손님이 많다.
◆◇ 동래 ◇◆
동래할매파전(051-552-0792) 1930년대 동래장터에서 시작, 며느리 4대 가업으로 이어오고 있는 전통의 집. '동래할매파전 먹는 즐거움과 온천욕 때문에 동래를 간다'는 말까지 있을 정도로 유명한 업소다. 부산 민속음식점 제1호로 지정되어 있는 이 식당의 '동래할매파전'은 언양에 있는 자가농장에서 직접 재배한 파의 속대만을 파전의 재료로 사용한다.
싱싱한 대합·새우·굴·홍합 등을 찹쌀가루와 멸치 우려낸 물에 섞어 죽같이 걸쭉한 반죽으로 개어 제주도 유채꽃 기름으로 부쳐낸다. 파전을 찍어 먹는 양념이, 간장이 아니라 초장인 것이 이채롭다. 푸짐하게 들어간 해물의 맛을 살리기 위해서다.
동래파전이 1만5000원, 2만원 두 가지로 나오고 버섯파전(1만5000원)도 먹을 수 있다. 동래구 복천동 동래구청과 20여m 거리, 골목 안에 위치.
◆◇ 구포 ◇◆
덕천고가(德川古家·051-337-3939) 금정산 줄기와 낙동강물 사이로 경부선 철길이 따라 달린다. 금정산 나들목으로 금정산 서남쪽 자락 기찻길 구포역을 이용하면 편리하다.
'덕천고가'는 오랜 세월 구포장터에서 끓여 오던 짙은 향토맛 장국밥을 먹을 수 있는 식당이다. 장국밥 선지국밥 진땡 각 4000원, 순대 8000~1만2000원, 수육 1만~1만5000원. 빈대떡(3000원)에 소주 한잔도 마실 수 있다. 업주 권경업씨는 ‘잃어버린 산’ ‘자작숲 움틀 무렵’ 등 9권의 시집을 펴낸 골수 산꾼이자 사회봉사활동가이다. 식당의 수익금 일부를 지난 89년부터 어린이대공원 내 '나눔의 터'에서 결식노인 200명을 위해 매일 쓰고 있다. 부산시민상을 수상했고 지난 10월 2일 노인의 날에는 대통령 표창도 받았다. 덕천로터리에서 멀지 않은 곳 구포시장 건너편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