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광주민중항쟁 40주년 오월문학제 인사말>
모든 초록은 노랑을 품고 있다
“오월정신으로 함께, 열어가는 대동 세상!” 5⸳18 광주민중항쟁 40주년입니다. 올해는 4⸳19혁명 60주년이며, 노동자 전태일 열사의 죽음으로부터 50년이 되는 해이기도 합니다. 2020년은 코로나의 해로 기억되기 쉽겠지만, 우리 민주화의 역사에서 큰 획을 그은 중대한 사건들을 기억하고 기려야 하는 해이기도 합니다. 5⸳18 광주민중항쟁 40주년을 기억하고 함께 연대하기 위하여 이 자리에 참석한 한국작가회의 이상국 이사장님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오신 작가회의 회원 여러분들과 광주전남 시민들, 선생님들께 감사드리고 뜨겁게 환영합니다.
해마다 온 산하를 연초록으로 일렁이며 돌아오는 5월이 오면 큰아들 낳을 때의 산통처럼 온몸이 아프다는 광주 5월 어머님들의 신음소리가 천지 간에 가득합니다. 그렇습니다. 푸르고 환한 5월의 모든 초록에는 오월 광주의 노란 슬픔을 품고 있습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란 없습니다.
2020년을 맞는 광주시민들의 분위기는 여느 때와는 다릅니다. 5⸳18 진상 규명 조사위원회가 지난해 말 출범을 하고 올해 본격적인 활동에 나설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왜곡과 편견 속에 40년을 살아온 광주시민들은 5⸳18 조사위를 ‘광주 명예 회복의 마지막 기회’로 여기고 있습니다. 5⸳18에 대한 정부 차원 조사(1988년 국회 청문회, 1995년 검찰수사, 2007년 국방부 과거 진상위원회, 2017년 국방부 헬기 사격 및 전투기 출격 대기 특별조사위원회, 2018년 계엄군 성폭력 공동조사단)는 그동안 여섯 번 이루어졌습니다. 광주시 등의 조사를 더하면 열 번째에 달합니다. 숱한 조사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진상규명을 외치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진상이 밝혀지지 않았고 왜곡은 진행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2018년 2월 국방부 헬기 사격 등 조사위는 신군부의 민간인을 향한 헬기 사격을 사실로 결론 내렸지만 누가 어떤 헬기를 이용하여 몇 발을 어디로 쐈는지 등 구체적 정황은 밝혀내지 못한 한계를 드러냈습니다. 계엄군 성폭력 조사단 또한 민간인 성폭력 피해 17건을 확인했다고 발표했지만, 가해자는 특정하지 못했습니다. 시신도 찾지 못한 행방불명자(17명)의 문제도 남아 있습니다.
5⸳18의 5대 과제(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명예 회복, 보상, 기념사업)중 이제 첫 단추가 끼워졌습니다. 마지막 단계인 기념사업까지는 갈 길이 멉니다. 5⸳18 민중항쟁을 주관하는 광주에도 문제는 있습니다. 5⸳18 전문위원들을 양성하지 못한 채 행사 위주로만 진행하는 방식에도 문제입니다. 후배들 어린이 세대들과의 교육, 배려 부족, 전국화, 세계화에 대한 문제들, 제주 4.3항쟁, 부마 민중항쟁 등과의 적극적인 연대도 부족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동 세상을 꿈꿔왔던 5월 정신은 전국적으로 세계 속으로 퍼져가고 있습니다. 오월 어머니 집 회원들은 세월호 유가족들의 손을 잡았고 홍콩 시위에서는 ‘임을 위한 행진곡’이 울려 퍼졌습니다. 아시아 인권운동가들은 매년 광주에 모여 민주화운동에 대한 포럼을 열고 있습니다. 청년 세대들은 에스엔에스 등 나름의 방식으로 5.18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올해 5월 9일 코로나로 인해, 한국작가회의 젊은 작가포럼이 주관한 5⸳18 광주항쟁 40주년 기념 온라인 낭독회 <우리는 시간과 공간을 넘어서>를 개최했습니다. 시대에 맞는 시의적절한 매우 뜻깊은 행사였습니다.
우리는 부모를 선택하여 태어날 수 없듯이 시대를 선택하여 태어날 수 없습니다, 이 말은 생각 이상으로 무겁고 많은 사유와 겸손을 요구하는 명제입니다. 5⸳18 광주민중항쟁 이후 우리 시민들이 오랜 기간 실천하고 심화해온 민주⸳평화⸳혁명의 정신이 남기는 메시지를 돌이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대동 세상을 꿈꿨던 5월 정신은 새 시대를 연 촛불의 정신으로 이어져 남북화해와 한반도 통일 및 세계 평화를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자원이 될 것입니다. 2020년, 참으로 특별한 해입니다. 세상은 ‘코로나19 이전’(Before Corona), ‘코로나19 이후’(After Corona)로 나뉠 것입니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작은 바이러스가 사람들에게 준 충격은 어마어마한 것이었습니다. 감염병이 우리 인류에게 주는 교훈은 궁극적으로 ‘더불어 사는 삶’의 깊이를 깨닫게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동 세상을 꿈꿨던 5월 정신과 일맥상통하고 있습니다. 시대 안에서 산다는 것. 4⸳19, 전태일, 5⸳18의 헌신과 희생을 기리는 깊은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시인, 광주전남작가회의 회장 김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