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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글지글 숯불에서 고기가 익는다. 코에 닿는 고소한 냄새. 갑자기 배고파진다.
요즘 숯불 화로구이가 인기다. 지난해부터 인기를 끌고 있는 불닭 화로구이도 나왔다. 가스불에 철판을 올려 구운 것과는 고기맛이 확실히 다르다. 왜 맛있는 걸까. 고기는 ‘직화구이(불에 직접 굽는 것)가 가장 맛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직접 굽되 어떤 재료로 불을 피우느냐가 맛을 결정하는데, 숯 중에서도 참숯(참나무로 구운 숯)이 최고의 고기맛을 선사한다고 평가받는다.
#화로구이가 맛있는 이유
화로구이 맛의 비밀은 숯, 화로, 석쇠 등 삼박자 하드웨어가 직화와 만나는 순간에 빛을 발한다.
‘신씨화로’ 최기정 이사는 “숯과 도자기 화로에서 나오는 원적외선은 고기의 겉과 속을 동시에 익혀준다”고 설명한다. 높은 온도에서 참숯과 황토가 반응하면 원적외선과 음이온이 발생하고 이것이 고기맛을 좋게 한다는 것. 가스나 연탄은 연소과정에서 화학성분이 생기기 때문에 숯에 비하면 맛이 떨어지기 쉽다.
또 타는 숯은 가스불보다 온도가 높고 열전달력이 빨라 고기가 금방 익는다. 고기 겉이 재빨리 익으면 육즙과 수분이 빠져 나가지 않아 고기맛과 영양을 잃지 않는다. 불 위에 철판을 놓으면 열이 철판을 거쳐 대류열의 형태로 고기에 전달된다. 대류열은 고기의 수분을 증발시킨다. 반면 석쇠 바로 밑의 숯불은 복사열이다. 복사열은 열을 구석까지 전달, 고기의 겉과 속을 골고루 익게 한다. 판 위에서 굽는 고기와 직화구이 맛의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석쇠 사이의 공간으로 전달되는 숯 냄새는 고기에 향긋함을 더한다. 특히 돼지고기의 경우 누린 냄새가 숯 냄새에 가려져 고기의 풍미를 맛보기 좋다. 숯불을 피울 때 나오는 재는 자연조미료의 역할도 한다. 재 속 칼륨 성분이 고기에 달라붙어 고기의 지방산을 중화, 독특한 맛을 내주기 때문이다.
#화로구이 맛있게 먹는 방법
화로구이에 대한 기초지식이 없으면 맛있게 먹기는커녕 탄 고기만 먹기 쉽다.
소고기는 센 불에 반만 익혀서, 돼지고기는 약한 불에 완전히 익혀서 먹는 것이 맛있다. 고기 종류에 따라 불의 세기를 다르게 해야 하기 때문에 소고기와 돼지고기는 따로 먹는 것이 좋다.
게다가 마음대로 조절 가능한 가스불과 달리 숯은 화력 조절이 힘들다. 고깃집 ‘육반’에서는 고기별로 숯의 양을 다르게 한다. 소고기는 통숯 7개, 돼지고기는 5개를 넣는 것이 보통. 고기량에 따라 숯량도 규격화했다.
육질과 숯 향을 느끼려면 생고기를 먹는 것이 좋다. 양념고기는 아무래도 맛과 향을 잡아먹는다. 고기 먹을 때 많이 올려 놓는 것은 금물. 조금씩 석쇠에 구워 먹는 것이 좋다. 한 번에 많이 올리면 늦게 먹는 고기는 탄다.
관련업계에서는 화로구이가 단순 유행 아이템은 아니라고 말한다. 다소 비싸더라도 맛있고 깔끔한 음식을 찾는 요즘 추세에 맞기 때문에 인기있다는 것이다. 화로구이 전문점들이 고급레스토랑처럼 세련된 인테리어를 자랑하고, 연기와 숯불재를 석쇠에서 바로 빨아들이는 첨단 환기시설을 갖춘 것도 이같은 추세를 뒷받침한다.
▲숯불 화로구이점
■육반:구멍이 숭숭 난 석쇠를 이용해 구워 먹는 맛이 독특하다. 강원도산 참숯을 사용한다고 한다. 갈빗살, 등심, 삼겹살, 목살 등 다양한 부위의 소고기·돼지고기가 있다. (02)722-5494
■화로사랑:꽃등심, 안창살, 황제살 등 소고기와 돼지고기 목항정살 등의 메뉴가 있다. 도자기 화로와 참숯이 고기 비린내를 없앤다. (02)555-6696
■신씨화로:천연목재와 벽돌로 꾸민 자연적인 분위기의 인테리어가 깔끔하다. 참숯을 사용하며 생삼겹살, 꽃살, 갈빗살 등이 있다. 1544-8592
〈글 임영주기자 minerva@kyunghyang.com">minerva@kyunghyang.com〉
〈사진 정지윤기자 color@kyunghyang.com">color@kyunghyang.com〉
최종 편집: 2005년 03월 10일 16:22:49
경향신문 / 매거진 X / 임영주, 정지윤기자 / 2005.3.10. / http://www.khan.co.kr/section/ /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