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동아 교과서 ‘한국군 베트남인 학살’ 삭제 논란SNS “학살 맞잖아? 日교과서 왜곡 욕할 것 없네”
나혜윤 기자 | balnews21@gmail.com
두산그룹 계열사인 두산동아 출판사가 고교 한국사 교과서 내용을 저자와의 협의 없이 추가로 수정하겠다고 나서 논란이다. 특히 박정희 정권이 베트남전에 한국군을 파병해 민간인 학살을 자행했던 부분을 삭제하겠다고 밝혀 네티즌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16일 <한겨레>에 따르면, 두산동아는 기존 교과서에 있던 경북 포항제철 공장 전경 사진 대신 박정희 대통령이 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사진으로 교체했다.(304쪽)
출판사는 교육부에 보낸 공문에서 “박정희 대통령 관련 사진은 정치(영역)에서만 다루어 ‘과’에 편향되었다는 지적이 있으므로 경제개발 부분에서 박정희 대통령 사진을 추가하여 균형적으로 서술하고자 함. 언론에서 대통령의 공과 과를 균형 있게 서술할 것을 여러 차례 지적함”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두산동아는 또 박정희 정권이 베트남전에 한국군을 파병해 “민간인 학살 등 많은 상처를 남기기도 하였다”(295쪽)고 저자들이 쓴 부분을 삭제하겠다고 밝혔다. 뉴라이트 성향의 교과서포럼마저 <대안 교과서 한국 근·현대사>에서 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군이 베트남인을 학살”(193쪽)했다고 서술한 것을 두산동아는 아예 빼겠다는 것이다.
출판계의 한 관계자는 <한겨레>에 “최근 정부와 정치권에서 여론몰이 중인 국정교과서 체제로 바뀔 경우 몇몇 출판사가 돌아가며 교과서를 만들게 되는데, 그걸 대비한 포석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두산그룹의 지주회사 ㈜두산이 지분을 100% 소유하고 있는 두산동아는 재벌 기업답게 ‘친기업·반노동’ 관점을 반영해 교과서에 손을 댔다.

▲ 두산동아 홈페이지 화면.
애초 교과서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대기업의 부채 상환을 미뤄주고 금리를 낮춰준 1972년 8월 긴급명령과 관련,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있을 수 없는 비정상적인 이 조치 덕분에 사채로 어려움을 겪던 대기업은 다시 한 번 자본 축적의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305쪽)고 서술돼 있다.
하지만 두산동아는 “(저자) 개인의 주관적 판단이다. 조선일보·문화일보 등에서 교과서 전체 논조가 경제 성장의 어두운 부분에 집중돼 있다고 지적받았다”면서 해당 설명을 삭제하고, 본문 옆에 ‘중화학 공업 종사자’와 ‘수출 역군’ 사진을 추가했다고 <한겨레>는 전했다.
노동운동가인 하종강 씨의 글도 보수 언론의 기사로 대체됐다. 저자들은 1987년 7~8월 노동자 대투쟁 당시 노동자들이 “머리를 기르게 해달라”, “출퇴근 시 사복 착용하게 해달라”는 요구를 했다고 소개한 하종강 씨의 글(310쪽)을 <중앙선데이>의 비정규직 관련 기사로 대체했다. 그밖에도 저자들이 사용한 “대기업의 문어발식 확장”(306쪽)이라는 표현을 “대기업의 중복 투자, 과잉 투자”로 고쳤다. 출판사는 저자들이 “대북 강경파인 부시 정권이 출범하면서 북미 관계는 다시 악화되었다”(319쪽)고 쓴 문장도 삭제하겠다고 했다.
<한겨레>에 따르면, 저자들은 출판사가 수정 요구한 25개 항목 가운데 교육부가 앞서 수정·권고한 8개는 협의할 수 있다면서도 나머지 17개 항목은 받아들이지 않을 뜻을 밝혔다.
두산동아 교과서 대표집필자인 왕현종 연세대 교수(역사문화학과)는 <한겨레>에 “비전문가인 출판사가 보수 언론과 경제계의 지적을 그대로 수용한 수정안은 학자의 양심상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조만간 수정심의위원회를 열어 8종의 한국사 교과서 저자들이 이미 제출한 수정·보완 대조표가 교육부의 수정·보완 권고를 충실히 이행했는지 여부를 따지기로 했다. 불충분하다고 판단되는 교과서 저자들에게는 수정명령을 할 계획이라고 <한겨레>는 전했다.
한편, 해당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앞으로 5년 동안은 어디라도 박정희로 도배되겠지. 북한처럼.”(정**), “학살? 맞잖아? 우리는 일본보고 반성하라고 고래고래 소리지르면서 베트남인 학살은 인정 못하니?”(StW***), “미군의 용병으로 베트남 양민을 잔혹하게 학살한 군대가 바로 한국군..일본 역사왜곡을 비난하는 것은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라는 격이다!”(리*), “교과서 왜곡 일본 욕할 것 없네..”(김**), “일본 욕할 필요 없다. 우리도 그렇게 하면서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부끄러운 줄 알아라”(김**)라는 등의 비난 반응을 보였다.
출처: <고발뉴스> 2013. 1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