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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을미년 새해 "변화와 위기의 이면에 기회요인을 지렛대 삼아 능동적으로 활로를 모색해야 한다"며 신년사를 발표했다./현대그룹 제공 |
을미년(乙未年), '푸른 양(靑羊)'의 해가 밝았다. 지난해 유달리 가슴 아픈 사건사고로 침체의 늪에 한국 경제는 힘차게 시작된 양의 해를 반기고 있다. 특히 '평화'와 '행운'을 상징하는 양과 '긍정'과 '진취'를 상징하는 청색이 기운이 만난 올해, 한국 경제도 새로운 희망의 바람이 불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행운이 깃들고 복이 들어온다는 2015년, 한국 경제에 청신호를 켤 양띠 경영인을 <더팩트>가 찾아본다. <편집자 주>
[더팩트 | 오세희 기자] "변화와 위기의 이면에 기회요인을 지렛대 삼아 능동적으로 활로를 모색해야 한다."
양띠 경영인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60)이 위기를 기회 삼아 새로운 활기를 찾자며 을미년 새해 신년사를 발표했다. 지난해 그룹 구조조정을 비롯해 지배구조 개편까지 숨가쁘게 그룹 위기 해결을 위해 뛰어다닌 현 회장에게 올해는 어려움을 이겨내고, 새롭게 도약하는 해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난해는 현 회장에게 '전쟁과 같은 한해'였다. 그룹 매출의 75%를 차지하고 있는 현대상선의 매출 부진으로 촉발된 그룹 위기설이 계속해서 제기됐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부터 적자에 시달린 현대상선은 국내 해운회사 빅3 가운데 가장 저조한 실적을 보이며 그룹의 위기감을 고조시켰다. 현대상선은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 5조543억 원을 거둬 2013년 같은 기간에 비해 5.7% 감소했다. 2013년 말 1397%에서 부채비율이 3분기 기준 764%로 크게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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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상선의 실적 저조로 현대그룹은 2013년 말 3조3000억 원 규모의 선제적 자구안을 내놓았다. |
현대그룹이 거느린 계열사 가운데 유일하게 모태회사인 현대상선은 현 회장에게 특별한 의미다. 현대상선은 현대그룹의 주력회사이자 대표성을 지닌 회사다.
이 때문에 현 회장은 현대상선의 2013년 말 구조조정안을 발표하고 발빠르게 나섰다.
3조3000억 원의 선제적 자구안을 내놓은 현 회장은 지난해 6000억 원 규모의 현대로지스틱스를 매각하고, 현대상선 LNG사업부 매각(9700억 원), 주식 및 부동산 처분(3500억 원), 부산신항터미널 가치 재산정(2500억 원), 현대엘리베이터와 현대상선 자본 유치(2943억 원), 담보대출(2000억 원)을 단행해 총 3조400억 원의 자금을 마련해 자구안 이행률 92%를 달성했다. 현대상선의 지난해 발표한 2380억 원 유상증자 계획이 성공하면 자구안은 99%에 이르게 된다.
자구안 발표 당시 '기대반 우려반'이던 재계 기우를 단숨에 씻은 현 회장은 1년 만에 자구안 이행률을 90% 이상 끌어올려 경영능력을 다시 한번 인정받았다.
또한 현 회장은 유동성 회복과 동시에 그룹의 지배구조를 순환출자에서 지주사체제로 탈바꿈하며 위기를 기회로 바꿨다. 그동안 경영권 방어에 시달렸던 현정은 회장은 지주사 체제 변경으로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했다.
현대로지스틱스는 기존 보유하고 있던 현대엘리베이터 주식 전량 391만 6595주(19.95%)를 장외 매도해 현대글로벌이 지분율 15.78%(309만 7766주)로 현대엘리베이터의 새로운 최대 주주가 됐다. 기존 ‘현정은 회장-현대글로벌-현대로지스틱스-현대엘리베이터-현대상선-현대글로벌’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에서 ‘현정은 회장-현대글로벌-현대엘리베이터-현대상선’으로 내려가는 현대글로벌을 중심 지주사 체제를 구성했다.
현 회장은 개인적으로 보유한 현대로지스틱스 지분 13.43% 매각으로 지주사 현대글로벌의 지분을 확보했다. 지난해 10월 현 회장은 현대글로벌 주식 162만5728주를 매입하면서 지분율을 59.2%에서 91.3%까지 올렸다. 나머지 지분은 정지이 현대유엔아이 전무가 7.9%, 정영선 씨가 0.6%, 정영이 현대상선 대리가 0.2% 보유해 오너일가가 지분 100% 소유하게 됐다.
현대글로벌은 현대엘리베이터의 지분 15.78%로 최대주주로, 우호지분을 합치면 현 회장 일가의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율은 35.3%까지 올랐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분율 22.81%로 현대상선의 최대주주인 만큼 계열사간 지배력도 안정적으로 변모했다. 그동안 2대주주 쉰들러와 범현대가인 현대중공업으로부터 경영권 위협에 시달렸던 현 회장은 경영권을 더욱 공고히 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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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현정은 회장이 북한을 방북하면서 남북 관광 재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
지난해 유동성 위기 극복을 위해 노력했던 현 회장에게 을미년은 새로운 희망의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최근 금강산관광 등 남북경제협력의 필요성이 논의되고 있기 때문.
지난해 12월24일 현 회장은 개성에서 북측 김양건 아태평화위원회 위원장을 만나고 돌아왔다.
두 사람은 금강산관광 재개 등 좋은 결실을 맺어 보자는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현대아산은 지난 2008년 7월 관광객 피격 사망 이후 6년 동안 중단된 금강산 관광을 비롯한 대북 관광사업을 진행하지 못하면서 1조 원에 육박하는 매출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금강산 관광 재계 가능성은 현대그룹의 새로운 활로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현 회장 역시 "최근 금강산관광 등 남북경제협력의 필요성이 논의되는 등 희망의 바람이 다시 일어나고 있다"며 "우리의 소임이 힘들고 어렵더라도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이 만들어지는 역사의 한 페이지를 현대그룹이 만들어가고 있음을 한순간도 잊어서는 안될 것"이라며 직원들을 독려했다.
을미년 올해는 현 회장이 지난 2003년 남편 고(故) 정몽헌 회장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후 현대그룹 경영 일선에 뛰어든 지 12년째 되는 해이다.
평범한 아내이자 어머니, 며느리로 내조에만 전념했던 현 회장이 회장 취임 후 재계 으뜸가는 여성경제인으로 자리잡은 만큼 올 한해도 현 회장의 새로운 도약이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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