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벽교실 37기 1주차
2024.04.21. 일요일
남한산성 준암장
24년 1월부터 클라이밍을 시작해서 운동 시작한 지 4개월, 암장하러 다닌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부터 슬슬 암벽 교실을 연다는 소식을 언뜻 들었지만, 나는 실내에서만 운동할 거라 상관없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정신을 차리고 보니 암벽 교실에 등록하고, 장비를 알아보고, 아침에 눈 떠서 산에 갈 준비물을 확인하고 있었다. 옆에서 강쌤이 자꾸 자연 암벽 잘 탈 거 같다고 재밌을 거라고 하셔서 거기에 세뇌가 됐던 게 틀림없다.
사실 다들 재밌다고 하길래 진짜 마냥 재미있을 줄 알고 쫄래쫄래 따라갔는데 이게 웬걸. 커다란 바위를 올려다보니 올라가지도 않았는데 벌써 무서웠다. 처음에 벽에 달라붙어 보았지만 어떻게 올라가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나를 지탱해 주는 줄도 믿지 못해 30cm 떨어지는 것도 무서워서 으악으악 비명을 질렀다. 대체 이런 걸 어떻게 올라간단 말이야! 했는데 선배님들은 쑥쑥 잘만 올라가신다…
1m도 올라가지 못하는 오른쪽 벽을 두고 조금 더 쉬운 코스가 있다는 왼쪽 벽으로 올라갔다. 콧물 한 번 훌쩍이고, 아까보다는 쉬워 보이긴 하는 벽에 달라붙었다. 한 발짝 올라갈 때마다 무섭다고 헝헝 거렸으나 어림도 없다. 선배님들은 날 내려주지 않았다… 분명 발을 어떻게 쓰면 된다고 거기 딛고 일어서라고 하는데 아니 발이 안걸려요...ㅠㅠㅠㅠㅜ 힘줘서 올라가라고 외치시는데 저도 올라가고 싶어요…. 다리에 힘이 안 들어가요...ㅠㅠㅜㅜ 매달릴 곳이 없는데 다리에 힘줘서 일어나면 된다고 하시니 손으로 벽만 더듬더듬 쓸어주는 꼴이 되었다. 우리 집 멍멍이도 그렇게 정성스럽게 쓰다듬진 않았을건데... 다리는 바들바들 손은 더듬더듬 내려주세요!! 내려가고 싶어요!! 라고 외쳐도 음~ 어림도 없지. 꼼짝없이 매달려서 어찌저찌 완등을 하긴 했다.
너무 무섭다… 막 후회되고 내가 왜 여기 있나 싶고 집에 가고 싶고 이 무서움이 재미가 되는 날이 올까...ㅠㅠㅜㅜ
암벽교실 37기 2주차
2024.04.28. 일요일
백운대 하단
첫 교육에 그렇게 무섭다고 소리를 질렀는데 시간이 지나니 히히 재미있었다! 이러고 있다. 흔들다리 효과가 틀림없다. 이번엔 1시간 등산했는데 올라가는 내내 내가 미쳤지 염불을 외었다. 숨도 턱턱 막히는데 가방은 또 왜 이렇게 무거운지…
아무튼 죽을 둥 살 등에서 암벽까지 도착했다. 슬랩을 한다고 경사진 암벽에 도착했을 때는 어라? 생각보다 경사도 졌으니 할만할지도? 라고 생각한 멍청이가 바로 저에요... 일단 벽에 붙긴 했는데 손을 잡을 곳이 없으니 한 발짝도 못 움직이겠다. 미끄럽긴 또 왜 이렇게 미끄러운지 5cm 올라가면 3cm를 미끄러져서 제자리걸음이다. 분명 올라가고 있는데 왜 5분 전과 다를 바가 없는지…다리에 힘을 꽉꽉 주니 발끝에서부터 종아리, 허벅지 아프지 않은 곳이 없어서 본능적으로 아, 내일 나는 죽겠구나 싶었다.
슬랩을 하고 그다음으로는 크랙이 있는 벽으로 이동했다. 가장 쉬운 벽에 올라갔는데 오… 의외의 복병이 등장했다. 옆을 슬쩍 보니 까마득한 허공과 보이지 않는 발밑에 정신이 아득해지면서 식은땀이 주륵 흘렀다. 나… 고소공포증 있구나?! 뒤에서 거기 손 뻗기만 하면 쉽게 올라간다고 소리치는 소리가 들렸지만 아니 오른쪽으로 아예 쳐다보지도 못하겠어요…ㅠㅠㅠ 결국 얼마 올라가지도 못하고 벌벌 떨다가 내려왔다...ㅎㅎ 나 인수봉 어떻게 올라가지… 저 멀리 보이는 인수봉의 알록달록한 사람들의 모습이 아련하게만 보인다… 저는 안 되겠어요. 그날 아파서 못 나올 예정일 거 같아요…
그래도 그 옆에 있는 길은 좀 덜 무서웠다. 레이백을 시도하는데 등 뒤에서 들려오는 오른발을 더 높게! 왼발 더 위로! 그대로 쭉 당겨서 일어서! 라는 지시를 들으며 뭣도 모르겠지만 일단 몸을 꿈틀거리며 움직이니 완등할 수 있었다. 물론 그거 하나 하고 나니 힘이 다 빠져서 뭘 못했지만 유쌤이 마지막으로 벽 하나 더 타라고 했을 때는 소맥 찾는 소리가 입 밖으로 절로 튀어나왔다. 아니 왜 마음의 소리가 육성으로 나왔지…
결국 하산하고 시원한 막국수에 소맥 한 잔 원샷하니 이래서 산에 갔다 와서 다들 술 한잔하는구나 싶다. 술이 짱 맛있다.
첫댓글 '내가 저길 어떻게 올라...가'가 끝나기 전에 인수봉에 매달려 하강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홧팅입니다!!!!
"나도 그랬었는데!" 절대 공감하며 읽은 후기. 무서운데 재밌다하며 연을 끊지 못하고 남아있는 1인 입니다. ㅎ
점점 더 재미와 매력에 빠지게 될거예요~~
와~ 37기 첫 후기다!!
실내에서의 실력과 힘과 근성이 부쩍 는 걸 보니 역시 산에 보낸 보람이 느껴지네요. ㅎㅎ
후기에서 선씨 목소리가 막 들려요.
짱 맛있는 술을 마시기 위해서라도 계속 산에 와야 겠네요!
모두가 공감하는 후기네요!
제가 다리를 다쳐서 함께는 못하지만 37기 분들 응원합니다! 홧팅~
함께 등반할 날을 고대하겠습니다.
앓는 소리는 해도 유샘이 하라는 거 다 해내는 장한 37기 동기예요ㅎㅎㅎ 헌교육생은 속으로 ‘대단하다’ 감탄만 잔뜩 하다와요ㅎ 앞으로 남은 교육도 화이팅입니다!!!
넋이 나가있던 제 모습이 오버랩되는 후기네요.
와~(신남) 앗~(이거 뭐지?) 악~(힘들어) 엉엉~ (살려줘) 오오~(휴 끝났다) 으응~?(왜 또 생각나지?) 이러면서 계속 함께 하실 거에요^^
리얼 찐 후기👍🏼👍🏼후기맛집이 또하나 늘었네요🤗 아직까지도 내가 왜 여기 또와있지? 하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함께 연구해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