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만남이 참 힘들었습니다.
공부방 담당 활동가로서의 고민을 내 놓은 지는 한참이 된 것 같은데, 어느 단위에서도 결정을 내려주지 않은 채 12월 말이 되었습니다.
셋째 주 운위 결과에 따라 공부방을 정리하기에는 시간적으로 너무 빠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자꾸만 사정이 생겨서 오늘에야 정리를 하고 돌아왔습니다.
거의 20일 만에 공부방 친구들을 만났습니다.
12월10일 금요일 만남 이후에, 그 다음 주인 17일 금요일에는 때 아닌 폭설로 공부방 선생님께서 들어오지 말라는 전화를 주셨습니다.
그리고 24일 금요일은 아이들이 방학식을 하는 날이라 일찍 귀가를 해서 못 만났구요.
28일 화요일에 다시 약속을 잡았는데, 그 날 또 엄청난 눈이 쏟아져 다시 연기를 했습니다.
사실 오늘도 새벽부터 눈이 왔습니다.
백민선 씨는 운전하기 위험하니 다음에 가는 게 어떠냐고 문자를 주셨는데, 제가 운전해 들어가겠다고 우겼습니다.
더 이상 미룰 수가 없었고, 미루기도 싫었습니다.
중간에 전화로 공부방 활동을 정리하게 된 사정을 말씀드리긴 했는데, 얼굴도 보지 않은 채 정리한다는 얘기를 하는 게 너무 어려웠습니다.
최소한 몇 주 전에는 결정이 나서 서로 이해하고 공감하는 상황에서 정리를 했으면 싶었는데 그렇게 되지 못한 상황이 힘들었습니다.
나름대로 애정과 열정을 가지고 활동했던 2년 동안의 시간이, 시작할 때는 분명 회 차원의 일이었는데 마칠 때는 왜 이렇게 개인적인 일이 되어 버렸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어떤 활동이든 계획하고, 시작하고, 진행하고, 점검하고, 평가하고, 정리하고 다음 활동에 반영하는 일까지... 어떻게 하는 것이 좀 더 조직적이고 효율적인 것인지, 우리 모두 고민이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쨌든 아이들과의 만남은 잘 정리했습니다.
섭섭해 하고 아쉬워하는 것은 내 입장이고, 아이들은 사실 별 생각이 없습니다.
그냥 마지막인가보다, 하는 표정들...
그래도 민희랑 소영이랑 여자 친구 몇 명이 섭섭한 마음을 위로해 줍니다.
그동안 읽었던 많은 책들이 남아있다면서요...
한 번 아이들과 기억을 더듬어 보았습니다.
<눈물바다>, <꽃 할머니>, <눈 표범>, <꼴찌 강아지>, <밥 안 먹는 색시>, <마녀 위니> 등 여러 책이 언급되었습니다.
단 한 권이라도 아이들 마음에 남는 책이 있다면 그걸로 감사한 일이지요.
유난히 아쉬워하는 선생님들께는 일주일에 한 번씩 책 읽어주기 시간을 계속 가지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공부방에 있는 그림책으로 선생님들 중 한 분이 계속 맡아서 진행했으면 좋겠다구요.
인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민선 씨가 그러더라구요.
앞으로 고아 지역을 지나가거나 고아 얘기가 나오면 공부방이 많이 생각날 것 같다구요.
아마 금방 잊어버리지 싶다고 말하긴 했는데, 사실 저도 많이 생각날 것 같습니다.
고아읍 관심리 고아공부방과 친구들 한 명 한 명의 예쁜 얼굴들이요....
첫댓글 그동안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아쉽지만 다른곳에서 책읽기는 계속됩니다. 함께 고민하지 못하고 챙겨드리지 못해 아쉽네요.
힘내세요! 신묘년에는 항상 행복가득한 일만 가득가득 차기를 바랍니다.
그동안 수고많으셨네요. 비산 공부방 때도 많은 아쉬움이 남으셨을 텐데...마음을 정리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시간이 약이겠지요~~
그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구미지회에서 공부방 책읽어주기 뿌리내리게 하신(앗,아직 뿌리가 튼튼하진 못한가요?^^) 산 증인이시잖아요..
계획, 시작, 진행에 비해서....점검, 평가, 정리,다음 활동으로의 반영이 원할하게 되지 않은 건
아직 시작단계여서 그렇지 않았나~하는 개인적인 생각을 합니다만, (우리 구미지회는 시작단계가 너무 긴가요?ㅎㅎ)
새로운 시작도 좋지만 더불어 점검,평가,정리도 개인 몫이 아닌 모두 함께 하는게 자리매김 되도록
같이 고민하겠습니다.
참,여행 잘 다녀오시구요(앗 다녀오셨나?)..
언제라고 하셨는지 기억이 가물가물(여기선 나름 젊은데 총기가 없네요흑흑....)
여하튼 푹 쉬고 오셔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