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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옥성 씨는 2006년 봄 21년간의 군인 생활을 접고 풍란 전문점을 열었다. 풍란을 즐겨 기르는 그의 취미활동이 창업 아이템이 된 것이다. 김 씨는 “오전 8시부터 오후 7∼8시까지 가게를 돌보지만 일이 취미이다 보니 힘들지 않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 김옥성 씨
군인으로 한창 복무하던 시절엔 특별히 취미가 없었다. 집과 부대를 오가며 반복되는 일상생활이 삶인 줄 알았고 여유라는 것을 모르고 지냈다. 어느 날 후배가 건네준 풍란 화분 하나가 인생을 바꿔 놓았다. 계절마다 뿌리가 자라고, 새 잎과 새 촉이 나오고, 꽃을 피우는 자연의 오묘함에 눈을 떴다. 김옥성 씨(49)는 이제 난을 보면 마음이 설렌다. “평소 어떤 일에 이렇게 몰입해본 적이 없었는데…. 새로운 나를 발견한 느낌입니다. 하루하루 감탄스럽고 내일이 기다려집니다. 풍란이 제게 삶의 즐거움을 줬어요.”
김 씨는 소령으로 전역한 후 2006년 대전 유성구 노은동에 풍란 전문점 ‘우리풍란정’을 열었다. 가게 안에선 도자기 위에서 자라는 ‘도부작’, 조그만 돌에 붙어 자라는 ‘석부작’, 나무 등걸에 붙어 자라는 ‘목부작’ 등 3000여 가지 풍란이 저마다의 향기를 뿜어낸다.
○ 전역 8년 전 풍란에 취미 붙여
김 사장은 학군장교(ROTC) 23기 출신이다. 대학교를 다닐 때 집안 형편이 어려워 ROTC 장학금을 받았다. 어릴 때 꿈도 장교여서 대학 졸업 후 군인 생활을 이어갔다. 그런데 대위에서 소령으로 진급을 해야 하는 시기에 남들보다 2년이 늦었다. 이때 “중령 진급은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어 전역 후 무엇을 할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전역한 군인들은 주로 예비군 중대장 등 군무원으로 재취업을 한다. 하지만 김 사장은 재취업엔 관심이 없었다. 재취업을 한다고 해도 결국은 10년 안팎이고 이후엔 또 다른 직장을 알아봐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평생 직업을 갖자”는 생각으로 창업 아이템을 찾았다.
마침 풍란이 눈에 들어왔다. 작은 돌에 붙어 자라는 ‘석부작’이었다. 그는 “풍란은 뿌리까지 보이는 게 특징인데, 뿌리가 초록색 붉은색 갈색 등 다양한 색깔로 자라는 게 신기하고 보기 좋아 나도 모르게 조금씩 빠져들었다”며 “석부작이 창업 아이템으로 보인 순간부터 이 분야 전문가가 되겠다고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전역하기 8년 전이었다.
○ 8년간 빈틈없이 창업 준비
시골에서 성장한 그는 어려서부터 집 마당 한구석에 작은 화단 만들기를 좋아하고 꽃 가꾸기를 즐겼다. 하지만 풍란 기르기는 주먹구구식으로 되지 않았다. 먼저 목·석부작 동호회에 가입해 전문기술을 익히고 작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곳에서 인맥을 넓히며 ‘풍란계’에 조금씩 얼굴을 알려갔다. 또 동호회가 이용하는 전문농장을 통해 시장조사를 했다.
목·석부작 이외에도 화분에 풍란을 기르는 ‘부귀란’ 그룹도 있었다. 사실 목·석부작보다 부귀란을 찾는 애호가가 더 많았다. 재배농장을 찾아 종자목 1점씩을 구입해 길렀다. 2005년 5월 목·석부작 동호회가 개최한 전시회에서 갈고닦아 온 실력을 선보였다. 정부에서 주관하는 창업 교육에도 가능한 한 모두 참가했다. 국가보훈처가 제대를 앞둔 군 장병을 대상으로 하는 직업보도반 교육, 중소기업청 산하 소상공인센터에서 하는 창업 5단계 패키지 교육 등을 들었다. 인맥 관리를 위해 창업 1년 전부터는 명함을 미리 만들어 만나는 사람들에게 나눠주곤 했다.
○ 취미로 돈 버니 수입은 ‘덤’일 뿐
교통이 좋은 대전을 창업지로 결정하고 토지 임대, 하우스 분양을 마쳤다. 가게 외형을 만든 후엔 상품 진열을 했다. 매장 입구를 전시장처럼 꾸며 목·석부작을 배치하고, 중간에는 차를 마시며 부귀란 등 고가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뒤편은 저가 품종을 대량 재배하는 재배실로 만들었다.
2006년 봄, 전역과 동시에 개업을 했다. 개업하는 날엔 동호회 회원들을 초대해 가게를 보여주고 압축식 분무기에 홍보 스티커를 붙여 100개를 선물했다. 창업비용은 1억5000만 원가량 들었다. 군인공제회에서 7000만 원을 대출받고, 퇴직일시금 4000만 원과 저축한 돈 4000만 원을 보탰다.
창업 직후에는 지인에 의존한 매출이 많았지만 창업 2개월째가 되면서 신규 고객과 VIP고객군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3개월째부터는 쇼핑몰(www.wooriran.co.kr) 매출도 생겼다. 김 사장은 “창업 5년 차에 들어간 지금은 군인 시절 봉급보다 더 많은 소득을 올리고 있다”고 귀띔했다.
군인 시절보다 좋아진 것이 하나 더 있다. 이사를 자주 가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군인은 1, 2년에 한 번씩 근무지를 옮기면서 이사를 자주해야 했는데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다.
가게는 오전 8시부터 오후 7시까지 열어두지만 해가 길어지면 8시까지도 일한다고 한다. 힘들지 않으냐고 묻자 “이건 일이 아니고 내 취미”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는 “꽃을 기르는 것은 어려서부터 좋아하던 일”이라며 “적성에 맞는 일을 하고 있으니 수입은 ‘덤’일 뿐”이라고 환하게 웃었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 김옥성 씨 성공요인은
착실한 준비로 위험 줄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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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를 사업화하는 것은 시니어 창업에서 매우 유망하기도 하고 권장할 만하다. 창업의 어려움 속에서 사업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즐겁게 일해야 하기 때문이다.
많은 시니어가 취미생활을 사업으로 발전시키지 못하는 이유는 혼자 즐기는 것에 만족해 수익모델을 만들지 못하기 때문이다. 마니아로서의 전문성에 유통과 마케팅의 실전 경험, 블로그나 카페를 통한 온라인 마케팅 및 소셜 네트워킹이 통합될 수 있다면 성공 가능성은 매우 높다. 그러기 위해서는 취미활동을 하는 기간에도 창업을 염두에 두고 고객, 시장, 유통, 마케팅의 관점에서 상당 기간 의도를 갖고 공들여야 한다.
많은 예비창업자가 실패하는 이유 중 하나는 창업 준비기간이 짧고 시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창업을 결행하기 때문이다. 여건이 허락한다면 재직 중에 창업을 간접 경험하는 ‘투 잡(two job)’을 통해 시장을 미리 겪어 보는 것도 권장할 만하다. 치킨집을 오픈하려면 덜컥 프랜차이즈 계약을 하지 말고 최소 3개월 정도 치킨 프랜차이즈 점포에서 배달 일을 하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고객의 반응을 알 수 있는 최고의 시장조사 방법이기 때문이다.
군인 출신인 김옥성 사장의 창업 케이스는 시니어 창업의 모범 답안이다.
8년에 가까운 창업 준비 기간, 즐기던 취미를 창업 아이템으로 선정, 충분한 사전조사와 동호회 활동, 관련 분야의 유통체계 연구, 다양한 인맥관리 등이 좋은 예다.
사업 착수 직전 단계에서는 제대 군인을 위한 전직 지원프로그램을 활용하고 인터넷 카페와 블로그 6개를 개설해 풍란을 홍보하며 회원을 모집했다. 입지 조사, 자금 계획, 창업 시기 및 매장의 개업식에 이르기까지 꼼꼼한 준비 과정을 보면 기업가 정신이 투철한 예비 최고경영자(CEO)였다고 할 수 있다.
창업은 위험에 도전하겠다는 자세가 있어야 하는 것이지만 위험에 무모하게 맞닥뜨리는 것이 아니라 리스크를 이성적, 경험적 판단을 통해 관리하고 제거해 나가는 기술이 필요한 일이다.
박광회 한국소호진흥협회장
출처_동아일보
http://news.donga.com/3/all/20100204/2592254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