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의 정취가 한껏 무르 익어가는 10월 28일 일요일 오후 1시 30분, 섬진강변의
자그마한 시골마을 김용택시인의 고향마을 진메 느티나무 아래에서는 섬진강을 사
랑하는 사람들과 마암분교 어린이들이 모여 '섬진강은 흐르고 싶다'라는 주제로 작
은 음악회가 열린다.
전북환경운동연합(http://jeonbuk.kfem.or.kr, 공동의장:김용택,전봉호) 주관과 인터넷
신문 전라도닷컴, 인터넷모임 섬진강편지 후원으로 열리는 이날 행사는 자연과 사
람들이 어우러져 흐르는 섬진강 상류를 적성댐 건설로 수몰시킬 수 없다는 취지에
서 마련된 행사이다. 섬진강을 사랑하는 남녀노소가 어우러져 만든 것이다.
공연과는 별개로 이날 야외에서는 섬진강의 아름다운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낸 '아!
섬진강' 사진전이 열린다. 순창 섬진강 적성댐 반대위원회(상임대표 강대희 군의회
의장, 집행위원장 임양호)에서 준비한 이날 야외 사진전에서는 지역 사진동호회원들
에 의해 준비된 행사이다.
늦가을 햇살이 섬진강을 은빛물결로 수놓는 시간에 전국대회에서 국무총리상을 수
상한 순창고등학교 5인조 사물놀이팀의 흥겨운 사물놀이공연으로 개막을 알린다.
사물놀이팀의 흥겨운 연주가 끝나면 인터넷모임 '섬진강편지'의 여성회원이 나와 김
용택시인의 '섬진강'시를 낭송하여 섬진강의 아름다움과 생명력을 노래한다.
이어 지난 82년 제3회 강변가요제에서 금상을 수상한 뒤, 92년부터 최근까지 작품
활동을 해온 가수 한치영과 그의 아들 태주가 각각 노래와 오카리나 연주를 들려준
다. 그는 한곳에 머무르지 않는 가수이다. 음악도 삶도 그렇다. 그래서인지 그의 노
래 속엔 늘 바람이 불고 있는 것 같다. 바람 속에 자신을 내맡기고 있는 자의 자유
로움과 허허로움이 느껴진다. 그리고 그렇게 이 땅 곳곳에서 만난 사람들의 호흡과
자연의 기운이 스며들어 그의 노래를 이룬다. 그 노래들은 간결하지만 울림이 깊다.
기교나 기술에 의존하지 않고 정직하게 밀어붙이는 노래, 마음 저 깊은 곳에거 길
어올린 노래이다. 그의 아들 태주는 이 무대에 아빠와 같이 올라 '영혼의 소리' '풀
벌레를 모여들게 하는 신비의 소리'로 말해지는 오카리나 특유의 소리로 섬진강변
에 또 다른 감동의 물결을 일으킨다.
아무리 강물이 깊어도 이 세상에 소리없이 흐르는 강물이 없다고 말한 김용택시인
이 그가 가장 사랑하는 마암분교 어린들과 함께 무대에 오른다. 마암분교 어린이들
은 그들이 쓴 동시에 시와노래모임인 '나팔꽃'의 작곡가들이 곡을 붙인 노래를 부른
다. 그들의 노래에는 섬진강변 아이들의 꿈과 희망이 담겨져 있다. 이 무대를 위해
서 멀리 서울에서 반주를 위해 한 기독교예술선교단체인 '쏠티와함께'에서 같이 자
리를 한다.
순창에서 온 주부 두 분은 노래패모임의 회원으로 섬진강 상류를 흐르는 물과 같이
맑고 힘있는 목소리로 진메마을 강변을 수놓는다.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로 질러 흐르는 민족의 역사와 슬픔을 안고 흐르는 섬진강을
지키는데 힘이 되겠노라고 멀리 마산에서 온 어린이들도 무대에 오른다. 이들은 '아
름나라' 어린이예술단 어린이들로 자신들의 시에 곡을 붙인 노래를 부른다. '가자
아름다운 나라로'를 부르며 이들은 환경과 인간이 공존하는 아름다운 나라를 꿈꾼
다. 출연진과 주민과 관객은 이내 하나가 되고 섬진강을 지키는 아름다운 사람들은
가슴에 잔잔한 물결을 일으킨다.
'고향의 봄' 노래를 어우러져 부르며 이들은 어머니의 강 섬진강은 우리의 것이 아
니라 후손에 물려주어야 할 온 국민의 마음의 고향임을 되새긴다. 역사와 문화, 자
연이 사람들과 어우러져 만든 대서사시 섬진강을 멈추게 할 권리가 없음을 이들은
노래한다. 노래가 끝나면 섬진강 상류의 천년 이상된 마을들에서 자연스레 태동된
호남좌도문화를 대표하는 '필봉농악'팀이 나와 출연진과 관객, 지역주민과 어우러져
농악한마당을 펼치며 섬진강 적성댐 반대에 대한 의지를 행동으로 실천한다.
청와대 김대중대통령님과 임인택 건설교통부장관 앞으로 '어머니의 강 섬진강을 지
켜주세요'라며 섬진강적성댐 반대 편지와 엽서를 써서 보낸다. 이들은 "이름조차 정
겨운 두꺼비의 강 섬진강/그곳에는 우리의 어머니와 아버지의 삶이 흐르고 있습니
다/섬진강에 적성댐을 세우겠다는 것은/섬진강 상류만의 수장이 아니라/섬진강을 병
들게 하고/끝내는 이 나라 사람들의 마음까지 병들게 할 것입니다/섬진강을 흐르게
해주세요."라고 대통령님께 하소연한다.
그리고 가슴 속에서 집에서부터 준비해 온 종이배를 꺼내 섬진강의 흐름을 기원하
며 강물에 띄워보낸다. 이것으로도 마음이 놓이지 않은 듯 진메마을 돌다리에 올라
인간 띠를 이으며 섬진강적성댐반대를 외치며 온몸으로 적성댐건설을 저지하겠다는
의지를 선보인다.
필봉농악의 풍악소리와 맞물려 행사에 참여한 지역주민, 관객, 공연출연자들은 손에
손을 잡고 느티나무 아래에서 신명나는 놀이마당을 벌인다. 여기에는 시골의 텁텁
한 막걸리와 시골김치가 안주로 나온다.
이번 행사를 준비한 전북환경운동연합 주용기 정책실장은 지역주민만이 아닌 섬진
강을 사랑하는 예술인과 학생, 어린이들이 모여 한마당 놀이마당을 통해 섬진강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느끼는데 주안점을 두었다고 말한다. 아울러 섬진강 적성댐
때문에 잠도 제대로 못이루는 지역주민들을 위로하고 섬진강의 아름다움과 공동체
삶터를 같이 지키자는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기획의도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찾아 가는 길>
·섬진강 진메마을
- 호남고속도로 태인IC-칠보·강진-망월리 삼거리(우회전)-27번국도 순창방향
4km-일중리(회문산자연휴양림 간판)-여기서 반대방향이 진메마을 입구(좌회전)
- 순창-임실방향 국도 27호선-일중리 회문산자연휴양림 간판반대편 (우회전 여기
까지 15분)-진메마을(약5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