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에 묻은 자식
지난해 년 말 무렵의 어느 주일 낮 예배시간, 헌금기도를 하려고 봉헌된 봉투를
짧은 시간 보는데 “000 천국 감사”라는 내용으로 감사 헌금이 올라온 겁니다.
헌금을 드린 분은 1년여 전에 부군 목사님을 먼저 보내신 성결교단의 원로 목사 사모이셨습니다.
000은 사모님의 막내아들이었기에 순간적으로 가슴이 내려앉는 느낌이었습니다.
옛 어르신들의 표현에 의하면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산에 묻고 자식을 앞세우면 가슴에 묻는다”하셨습니다.
지난 2014년 늦가을, 아들을 가슴에 묻으셨던 노 권사님 한분의 힘겨운 삶을 지켜보아 왔기에
헌금봉투에 적힌 내용에 가슴이 먹먹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손주들을 통하여 지난해 12월 13일에 황망한 일을 치루었음을 알게 되었고,
아는 체하기도, 그렇다고 모른척하면서 지낼 수도 없는 입장이었습니다.
그런 후 이런저런 일로 분주하게 연말연시를 보내며 한 달을 살던 어느 날,
전화를 드리며 거주하시는 자택인 춘천에서 한번 식사를 대접하고 싶다는 뜻을 비추었더니
승낙을 하시는 겁니다.
그런데 지난 주일예배를 마친 후 아내로부터 예배를 참석하신 사모님께 춘천 자택을
한번 심방했으면 싶다 했더니 좋다고 하시더랍니다.
“쇠뿔도 단김에 빼라” 했든가요?
주중에 약속을 잡고서 찾아가는 발걸음과 마음은 참으로 무거웠습니다.
자식을 가슴에 묻은 부모의 아픔과 고통, 그리고 상처를 무슨 말로 보듬어 주며
위로할 수 있을까 라는 마음이었기에 한발짝 한발짝 내딛는 걸음이 쉽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자택 앞에서 저희를 기다리시는 사모님의 밝은 표정을 뵈며 가슴을 쓸어내릴 수 있었습니다.
거실에 앉아 살고 계시는 자택을 지금으로부터 33년 전에 천 만원으로 건축하게 된 생생한 간증을 들으며
목회 후배 입장에서 옷깃을 여밀 수밖에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감사했던 점은,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찾았던
저희 일행들이 사모님의 간증을 통해 오히려 위로를 받고 새 힘을 공급받았다는 사실입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50여년 전 가난한 목사 가정에 병약한 막내가 태어났습니다.
당시만 해도 의료 환경이 좋지 못하던 시절이었기에 천식 증상을 가지고
태어난 아이를 위해 민간요법으로 몸에 좋다는 것들을 복용시킨 부작용으로 비만 현상이 생겼다 합니다.
그러한 현상들을 극복하지 못하고 지난해 젊은 나이로 요절한 것입니다.
천식으로 고생하는 아들을 지켜보며 간절하게 하나님께서 고쳐주시길 기도했답니다.
그런데 하나님의 뜻과 생각은 다르시더랍니다.
“고쳐줘서 뭘 하려고!”“고쳐주시면 집사 답게 잘 살면 되지 않습니까”라자
“너의 작은 욕심 때문에 자꾸 기도하느냐, 내 뜻대로 너의 아들을 위하여 데려갔단다.
그러니 너의 작은 욕심을 버리라”하시더랍니다.
이러한 내적 음성을 듣고서 적게 나마 위로가 되었지만 그래도 자식을 앞세운 엄마의 심정은
너무나 애절하고 슬픈 것은 어쩔 수 없더랍니다.
애걸복걸한 마음으로 지내던 어느 날! 꿈인지 생시인지 아들의 목소리가 들리더랍니다.
“엄마! 엄마!”하며 너무나 좋아하며 엄마를 부르는 아들의 생생한 목소리에
“왜 그래”하자,“엄마! 여기서는 아무도 나를 무시하지 않아. 여기가 너무 좋아 나!”하며
좋아하더랍니다.
아들의 밝고도 선명한 목소리에 큰 위로를 받았다며 짤막한 간증을 하시는 사모님은,
지난(至難)하고도 고단했던 년 말 연시의 삶을 담담하게 말씀하시는 모습을 뵈며
눈시울이 붉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들이 남기고 간 손주들을 위해서라도 남은 인생을 열심히 살겠노라는 답변을 들으며,
위로하러 갔다가 위로받았고, 섬기러 갔다가 섬김을 받고서 돌아온 심방 걸음이었습니다.
38. 내가 확신하노니 사망이나 생명이나 천사들이나 권세자들이나 현재 일이나 장래 일이나 능력이나
39.높음이나 깊음이나 다른 어떤 피조물이라도 우리를 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하나님의 사랑에서 끊을 수 없으리라 (롬8:38-39)
여러분 한명 한명을 주님의 이름으로 사랑합니다.
아래 첨부 영상은 지난 2월 4일, 최옥자 사모님 춘천댁을 방문했을때 하신 간증 일부분을
녹음한 것이며, 사모님께 허락을 받고서 올립니다.